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45)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45화(445/576)
제445화
이성균 피디는 안경 너머의 눈을 연신 깜빡거렸다.
에미넘이 기브 미 더 머니에 나와 준다니… 이건 거의 꿈과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성규 피디는 놀란 가슴을 얼른 진정시켰다.
전성국은 보통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 제안 뒤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대표님, 제가 말실수를….”
“아니에요. 제 동생이 아이돌 그룹 멤버이고, 심지어 이번 시즌에 출연하기도 하니까 충분히 오해하실 수 있죠.”
다행히 민국이는 도형이를 이기고 정우와 함께 기브 미 더 머니 시즌 4에 지원했다.
똑. 똑.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주문한 요리와 술이 나왔다.
전태국이 얼른 술병을 들었다.
“이 피디님, 긴장 좀 푸세요. 저희 그렇게 나쁜 사람들 아니에요. 전 이 프로그램의 순수한 팬이고, 성국이는 에미넘 때문에 이 자리 만든 거예요.”
“아, 제가 좀 많이 오해했나 봅니다.”
얼른 전태국이 이성균 피디의 술잔에 술을 채웠다.
“피디님, 이런 청탁 많으시죠?”
“아주 없는 건 아니라서요. 자기 소속사 가수 좀 어느 순위까지 올라가게 해달라거나, 아니면 편집 안 당하게 최대한 신경 써달라고 하거나. 그런 청탁은 많거든요.”
이성균 피디는 긴장이 풀렸는지, 술술 이야기를 했다.
“근데 이런 부탁은 처음이라서요. 에미넘이라면 저희가 캐스팅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그런 분이니까요. 오히려 제가 청탁해야 하는 건데….”
“에미넘이랑 원래 미국에서부터 아는 사이에요.”
“정말요?”
내 말에 이성균 피디는 호기심을 보였다.
“민국이가 에미넘한테 랩을 배우기도 했거든요.”
“진짜요?”
이성균 피디의 두 눈은 점점 더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내가 이 자리에서 오늘 할 일은 이것뿐이었다. 이성균 피디가 좋아할 만한 소스를 마구마구 흘리는 일.
굳이 청탁하지 않아도 이성균 피디는 오늘 나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카메라에 민국이를 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에미넘이 방송에 출연했는데, 민국이와의 인연을 안 내보낼 수 없을 것이기도 했다.
[이제 제대로 이야기 좀 풀어볼까나….]나는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에미넘 딸이 제 팬이었거든요. 그때, 그래서 제가 ‘페이스 노트’ 친구도 해주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말도 해줬거든요. 에미넘이 또 엄청 딸바보잖아요.”
이야기는 점점 무르익어갔다.
“참, 에미넘에게 메시지가 왔는데… 요즘은 <세븐즈>에 꽂혔다고 하더라고요.”
“<세븐즈>가 해외에서 좀 알려졌나 봐요, 대표님?”
“<세븐즈>가 사실은 중소돌이잖아요. 하아….”
나는 낮은 한숨을 쉬었다.
중소돌이라는 말만으로도 이성균 피디는 아마 상황을 다 알 것이었다.
“저도 왜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대형 소속사 아니면 요즘은 방송 한번 나오기도 힘든 구조가 되긴 했어요.”
이성균 피디에게 현재의 상황을 토로했다.
“근데 대표님, <세븐즈>는 솔직히 전성국 대표님이 계신데…. 민국이란 동생분 정도면 대형 기획사에서도 탐낼 만한 페이스에, 실력도 있던데요. 왜 그냥 방무혁 대표 소속사에 두신 거예요? 솔직히 이제 미국에서도 손꼽는 부자신데, 엔터테인먼트 회사 하나 차려도 되시잖아요.”
“민국이가 연습생 시작할 때만 해도 ‘페이스 노트’가 이 정도는 아니었고요.”
“그렇긴 하네요.”
이성균 피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전 가수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방무혁 아저씨는 어릴 적부터 알았는데, 이 방면으로는 최고잖아요.”
“근데 회사가 자금력이 약해서요. 거기다 방 대표님이 성격이 올곧아서 로비도 안 해서 피디들 사이에서 말이 돌긴 했어요. 너무 고자세라고요.”
“그게 그분의 매력이죠.”
나는 술을 한 잔 더 들이켰다.
방무혁 대표의 전술은 앞으로 빛을 볼 거였다.
이때, 전태국이 끼어들었다.
“피디님, 이건 제가 순전히 팬으로 드리는 질문이거든요.”
“네, 상무님. 뭐든 질문해 주세요. 다 말씀드릴게요.”
“기브 미 더 머니 보면 막 24시간 주고 가사 완성해서 오라고 하잖아요. 정말 시간 그것밖에 안 줘요?”
“하하하. 다들 그거 많이들 물어보세요.”
“저도 진짜 궁금해요, 피디님.”
“미션은 대부분 진짜 그대로 해요. 24시간이 짧을 때도 있지만, 이 친구들은 항상 힙합만 생각하고 살아온 친구들이라서 어떻게든 그 시간 안에 해오더라고요. 저희도 미션 주면서도 깜짝깜짝 놀라요.”
이외에도 이성균 피디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예선에서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스토리가 있으면 본선 진출에 유리하다.
카메라에 많이 잡히려고 괜히 튀었다가는 시청자들에게 미운털 박히기 십상이다.
이전 시즌을 두고 봤을 때, 시청자들은 처음에는 미비했지만, 점점 실력이 성장하는 캐릭터를 좋아한다.
그리고 무조건 겸손해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들도, 심사위원들도 더 좋아한다.
나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성균 피디에게서 기브 미 더 머니 팁을 얻을 수도 있었다.
이 내용을 나는 바로 민국이에게 전달했다.
– 비밀로 하고, 정우랑 같이 공유해. 알았지?
[민국이 녀석, 이 형이 널 위해 준비한 거야.]곧 민국이에게 메시지가 왔다.
– 형, 이건 프로그램만 봐도 다 아는 내용이야. 이게 무슨 비밀이야!
형의 이 깊은 마음을 몰라주는 것은 모든 동생들의 공통점인지도 몰랐다.
나는 고량주를 쭉 들이켰다.
* * *
이성균 피디는 어제 마신 술 때문에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붙잡고 방송국 회의실에 들어섰다.
기다리고 있던 연출부와 작가들을 보자마자 이성균 피디는 입을 열었다.
“9월에 에미넘 콘서트 하잖아.”
“저희 다 예매했잖아요.”
작가 한 명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힙합 경연 프로그램을 하는데, 에미넘 내한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게 아니라…. 에미넘이 우리 방송에 출연할 수 있대.”
“네에?”
아까 퉁명스럽게 대답한 작가가 의아한 눈으로 이성균 피디를 바라봤다.
힙합의 전설, 래퍼들의 우상 에미넘이 겨우 한국 방송에 나온다고?
딱 이런 얼굴이었다.
“피디님, 어제 술 너무 많이 드시고 꿈꾸신 거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진짜야. 내가 어제 전성국 대표를 만났거든.”
“네에?”
여자 작가들은 에미넘보다 전성국이라는 말에 더 놀란 얼굴이었다.
“이번에 우리 프로그램에 나오는 민국인가 하는 걔 형 말이야.”
“그거야 다 알죠! ‘페이스 노트’ 대표잖아요! 피디님, 혹시 전성국 대표가 청탁해요? 동생 잘 봐달라고?”
안경을 낀 어린 남자 작가가 연달아 물었다.
“혹시 에미넘이 방송 나오는 조건으로 민국이 순위권까지 올려 달래요?”
이성균 피디는 손을 마구 저었다.
“그게 아니고!!! 다들 내 말 좀 들어봐!!!”
이성균 피디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다들 이성균 피디를 주목했다.
“전성국 대표를 만난 건 순전히 에미넘 방송 출연 때문이었어. 동생 청탁은 1도 없었어.”
“아하… 전성국 대표도 매정하네. 근데, 전성국 대표 진짜 잘생겼죠?”
“잘생기긴 했더라. 재수 없게…. 거기다 매너도 좋아. 키도 크고. 돈도 많고… 세상 진짜 불공평하더라.”
이성균 피디는 속내를 슬쩍 드러냈다.
“피디님, 저희 그럼 전성국 대표님도 볼 수 있는 거예요?”
“작가 여러분들 사심은 좀 담아두세요. 그래도 민국이가 높이 올라가면 가족들도 나와야 하니까, 만날 기회는 있지 않을까?”
“뭐예요. 그럼, 민국이 가족 인터뷰 딸 때까지 올려줘야 하잖아요.”
여자 작가들은 이미 마음속으로 민국이를 찜했다.
“참, 민국인가. 전성국 대표 동생 있잖아. 걔 어릴 적에 에미넘한테 미국에서 직접 랩을 배웠대.”
이성균 피디는 어느새 전성국 대표에게 들은 이야기를 작가들에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작가들은 떡밥을 문 물고기마냥 한없이 이성균 피디의 말을 쪽쪽 흡수했다.
* * *
이성균 피디는 에미넘의 방송 출연에 맞추기 위해서 예선 이후의 일정을 조금씩 앞당겼다.
민국이와 정우 모두 다행히 예선을 모두 무사히 통과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민국이는 입을 풀면서 방송 준비를 시작했다.
나는 일부러 민국이에게는 에미넘의 방송 출연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에미넘이 콘서트를 하기 위해서 한국에 도착하는 날이었다.
“형, 출근해.”
“어, 형. 잘 다녀와!”
“녹화 잘해라.”
“어!”
나는 평소처럼 현관문을 나섰다.
그리고 이때, 앞집의 현관문이 열리면서 전태국이 나왔다.
한때 에미넘을 따라 래퍼가 되겠다던 전태국은 여전히 에미넘의 광팬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이성균 피디를 소개해준 대가로 자신도 에미넘 한국 관광 때 같이 있기를 원했다.
[서당개, 이제 딜도 할 줄 알고….]전태국이 해맑은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성국아, 나 오늘 의상 어때?”
“멋있어요.”
“너 정윤식 스타일리스트 알아?”
저번 생에서 내 스타일리스트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모른 척해야 할 때였다.
“아니요.”
“모를 줄 알았지. 내가 그분에게 에미넘 스타일로 입혀달라고 했는데, 잘 어울리지? 내가 정말 열 살만 어렸어도 래퍼의 길을 가는 건데.”
[전태국, 그쪽으로는 넌 재능이 없어도 너무 없어.]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형, 늦겠어요. 어서 가요.”
“근데 에미넘이 어디 구경 가고 싶대? 경복궁?”
“에미넘이 가보고 싶은 데가 어디냐면요….”
“어디?”
“광장시장이요.”
* * *
공항에서 바로 에미넘을 픽업한 우리는 광장시장으로 향했다.
광장시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에미넘은 나에게 사진 몇 장을 핸드폰으로 보여줬다.
산낙지, 육회와 녹두전 등 광장시장의 유명 맛집들이었다.
그리고 떡볶이와 김밥 같은 분식류의 음식 사진도 있었다.
“우리 딸이 자기 대신 이거 꼭 먹고 오라고 했어.”
“에미넘, 진짜 먹을 수 있겠어요?”
나는 내심 걱정이 됐다.
“우리 딸이 자기 대신 먹어보고 꼭 맛을 전해달래. <세븐즈> 멤버들이 맨날 너튜브에 나와서 이런 거 먹는다고. 참, 라면도 있던데… 불닭소스면이라고 알아?”
“흠… 들어는 봤어요. 엄청 맵기로 유명한 라면인데, 그것도 먹어보래요?”
“어! 라면은 심지어 박스째로 사서 오래. 미국에서 아직 구하기 힘들다고….”
<세븐즈>의 너튜브까지 확인은 안 해서 모르지만, 아마 멤버들끼리 밥 먹는 것을 자주 올린 모양이었다.
“근데 에미넘, 콘서트 전에 이렇게 먹고 괜찮겠어요?”
“오늘은 순한 맛부터 시작해보자고.”
“그게 좋을 것 같아요. 붉닭소스면은 콘서트 끝나는 날 제가 대접할게요. 그리고 딸에게 줄 선물도 제가 마련하고요.”
에미넘은 환하게 웃었다.
“참, 성국… 도와달라는 일이 정확히 뭐야? 뭐, 한국 방송에 잠깐 나가는 거라면서?”
나는 에미넘에게 ‘페이스 노트’를 통해서 기브 미 더 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민국이가 나가고, 거기 나가서 한국 래퍼들을 만나 실력도 확인하고 조언도 해달라고 했다.
“그냥 나가서 평소처럼만 하면 돼요, 에미넘.”
“독설을 쏟아부으란 말이야, 성국?”
“그래도 상관없고요.”
“진짜야?”
“대신… 그냥 슬쩍… 아주 슬쩍… 민국이와의 인연에 대해서만 코멘트를 해주세요.”
그제야 에미넘은 빙긋 웃었다.
“나한테는 우리 딸이 우주고, 성국한테는 동생들이 그런 존재구나.”
“인생의 업보라고 하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