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47)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47화(447/576)
제447화
이성균 피디는 이마를 짚었다.
“저 새끼 정말….”
허니도넛은 아슬아슬하게 수위를 오갔지만, 그동안 그저 언더그라운드의 억울함 정도로 포장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이 프로그램도 디스했다.
“모든 게 정해진 이 판이라니? 저거 민국이가 우승으로 정해진 것처럼 말해서 사람들 또 선동하는 거잖아.”
“허니도넛, 쟤는 해도 해도 너무하네.”
작가도 응수했다.
“피디님, 허니도넛 경고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경고하면 우리 보고 민국이네서 돈 먹었다고 할걸?”
“피디님, 저 정도면 민국이 보살 아니에요? 저런 말 듣고 어떻게 참지.”
“에미넘, 평가나 들어보자.”
그리고 곧 에미넘이 뒤에서 평가했다.
“허니도넛, 이름처럼 랩이 달달하지는 않네. 가사는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너도 내 무대 뒤에서 청소나 해.”
김석은 바로 진행을 이어갔다.
“지금까지 들은 심사평으로 봐서는 무대 뒤에서 청소하란 말은 나쁜 게 아닌 것 같네요. 자, 그럼 다음 래퍼 준비해주세요.”
순간, 민국이의 미간이 구겨졌다.
민국이는 옆에 앉은 정우에게 속닥였다.
“정우 형, 저 가림막 뒤에 래퍼. 에미넘 같지 않아요?”
“에미넘?”
“목소리 톤도 그렇고… 형은 어때요?”
“약간 그렇긴 한데… 에미넘이 한국에서 하는 이런 프로그램에 왜 나오겠어?”
“그런가….”
민국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의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민국이의 차례가 다가왔다.
“자, 오늘의 마지막 무대입니다. <세븐즈>의 메인보컬이자 서브 래퍼인 민국이 올라와 주세요!”
* * *
[민국이가 할 때쯤 됐을 텐데….]이미 녹화 시작한 지도 한 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이때, 이성균 피디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 피디님?”
– 아직 주차장에 계세요? 에미넘 곧 나갈 거예요.”
“저… 제 동생은요?”
– 그게 제일 궁금하시죠?
[이 피디, 뜸 들이지 좀 마. 나 속이 다 타들어 간다고.]– 걱정 마세요. 완전히 안정권입니다. 에미넘이 칭찬한 래퍼가 딱 셋인데, 그중 하나였어요.
나는 그제야 한시름을 놨다.
“감사합니다, 이 피디님.”
– 감사는 저희가 드려야죠. 덕분에 프로그램 퀄리티가 갑자기 급상승했는데요. 그리고 좋은 장면도 많이 뽑았어요. 에미넘이 민국이를 잘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자신의 수제자라고 말해서 래퍼들이 엄청 부러워했어요.
내가 예상한 대로 그림이 나온 모양이었다.
아이돌이 힙합 한다고 무시하던 언더그라운드 래퍼들도 민국이가 에미넘의 수제자라는 사실을 알면 무시하지 못할 게 뻔했다.
이성균 피디와 전화를 끊자마자 에미넘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에미넘은 얼른 차에 오르더니 나를 보곤 엄지를 치켜세웠다.
“성국, 민국이가 그사이 더 많이 성장했던데?”
“그 정도예요?”
“응.”
그 순간, 에미넘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에미넘, 왜 그래요?”
“우리 딸이 부탁한 민국이랑 사진!!! 깜빡했어!!!”
“그건 걱정 말아요, 에미넘!”
이성균 피디에게 나는 오늘 제안을 하나 더 했다.
에미넘은 오늘 녹화가 끝나는 대로 일본 공연을 위해서 김포공항으로 갈 예정이었다.
에미넘의 딸이 민국의 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제작진이 민국이를 데리고 직접 김포공항으로 와서 에미넘을 배웅하는 것으로 제안을 했다.
“제가 민국이 김포공항으로 불렀어요. 근데… 카메라도 또 같이 올 것 같기는 해요. 여기 피디가 그 장면 찍고 싶다고 해서요.”
에미넘의 눈이 가늘어졌다.
“성국, 나 완전히 이용당하는 기분인데?”
“딸을 위해서인데, 이 정도는 해주세요.”
“진짜, 내가 우리 딸 때문에 못 살아. 몇 년 전에는 형에게 빠지더니, 이번에는 동생이야! 아빠가 완전히 전 씨 형제의 호구잖아!”
에미넘은 유쾌하게 웃었다.
* * *
나는 멀리 떨어져서 민국이와 에미넘이 사진을 찍고 딸에게 영상통화까지 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이성균 피디는 그 장면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다.
격하게 인사를 나눈 에미넘은 일본 공연을 위해서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모두 끝이 났다.
아이돌이라고 래퍼들에게 무시당하는 민국이를 에미넘에게 인정받은 래퍼로 만들어 다른 래퍼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것.
그게 내가 계획한 일이었다.
아마 기브 미 더 머니 이번 시즌이 나가면, <세븐즈>를 힙합 흉내만 내는 아이돌이라고 생각한 사람들 역시 다르게 보게 될 것이다.
나는 인파를 뒤로 하고 조용히 뒤돌아 주차장으로 향했다.
[민국이 이 녀석, 형의 이 원대한 계획도 모르고….]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 대한민국 장남이 운명이었다.
* * *
기브 미 더 머니 시즌 4의 방송이 시작했다.
초반 방송은 이미 찍어둔 녹화분으로 진행을 하고, 8명만 남은 상황이 오면 1대1 매치를 통해서 세미파이널과 파이널로 올라가는 생방송 구조였다.
그리고 다행히 민국이와 정우 모두 8명 안에 생존했다. 생존자 중에는 허니도넛도 있었다.
달칵- 달칵- 달칵-
현관문이 수시로 열렸다.
민국이의 첫 방송을 지켜보기 위해서 앞집 사람들인 전태국과 샘, 애덤은 물론이고 김미소 비서와 박성희 비서까지 도착하는 중이었다.
수능 준비로 예민한 지희만 집에 두고 엄마와 아빠도 우리 집에 왔다.
아빠의 보쌈이 테이블 위에 놓이고, 전태국이 특별히 삼전 호텔에서 가져온 태국 요리까지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아버님, 오랜만에 술 한잔하셔야죠.”
전태국은 넉살 좋게 아빠에게 위스키를 따랐다.
“성국아, 너도 한잔?”
“전 맥주 마실게요.”
김미소 비서는 옆에서 엄마와 다정히 소주를 마셨다.
“어머님, 저는 소주가 좋더라고요.”
“김 비서는 나랑 술도 잘 맞네. 나도 맥주는 배불러서 싫고, 위스키는 너무 독해서 못 마셔.”
나는 손에 든 맥주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고는 벌컥벌컥 마셨다.
“자, 이제 시작입니다! 다들 주목이요!”
박성희 비서의 외침에 우리는 모두 숨을 죽이고 TV를 시청했다.
* * *
아빠의 한숨이 연달아 들렸다.
기브 미 더 시즌 4의 타깃은 누가 봐도 민국이었다.
<세븐즈> 멤버인 민국이와 정우가 예선장에 나타나자마자 그들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들. 그리고 이어지는 인터뷰에서는 아이돌이 무슨 힙합이냐며, 대놓고 디스를 해댔다.
민국이와 정우가 정정당당하게 예선을 통과했는데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기도 했다.
– 쟤 형이 전성국이잖아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부자 말이에요. 그런 형을 둔 사람을 방송국이 왜 안 뽑겠어요?
– 아이돌에다 얼굴도 반반하니 시청률에 도움 될 것 같으니까 뽑은 거잖아요. 저도 돈만 있으면 저렇게 얼굴 싹 다 고치고 나오죠.
그 말에 엄마가 발끈했다.
“우리 민국이 고친 데 없어! 이 엄마랑 아빠 닮은 거라고!”
“맞아요, 어머님. 대표님 보면 모르나.”
김미소 비서도 같이 거들었다.
[김 비서, 그럼 나… 잘생겼단 말이지?]이때, 민국이의 랩을 디스하는 심사위원의 평도 이어졌다.
– 곧잘 하기는 하는데, 솔직히 래퍼는 직접 가사도 쓰고 해야 하잖아요. 그걸 앵무새처럼 따라 하기만 하는 아이돌이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프로 보면 민국이 완전 상처받겠는데….”
“아빠, 걱정 마. 민국이 이 악물고 지금 연습실에서 연습하고 있어.”
민국이는 8명이 오르는 무대를 앞두고 방송도 보지 않고 연습 중이었다.
8명이 오르는 무대부터는 직접 관객들이 와서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첫 회 방송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허니도넛이 개인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왔다.
허니도넛은 콘셉트 그대로 거만한 포즈로 의자에 앉아 인터뷰에 응했다.
“우승 후보로 생각되는 래퍼 있으세요?”
“실력으로만 보면 저?”
“그 말은 무슨 의미이죠, 허니도넛?”
“실력으로만 보면 제가 우승인데. 여기 빽이 든든한 사람이 한 명 있는 것 같아서요. 어차피 그 사람이 우승 아니겠어요?”
그리곤 대기실에서 긴장한 채 연습하는 민국이와 정우, 특히 민국이의 얼굴을 카메라가 비치면서 첫 회가 마무리됐다.
“뭐야, 이거 완전히 악마의 편집이잖아! 누가 보면 우리 민국이가 내정된 우승자처럼 보이잖아.”
전태국이 발끈했다.
나는 전태국을 얼른 안정시켰다.
“형, 걱정 마요. 솔직히 민국이가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서 유리한 점은 많죠. 연습생 생활도 오래 했고, 외모도 출중하고. 뒤에 저 같은 형도 있고요. 아무것도 없는 참가자들에 비해서는 좋은 위치인 건 맞잖아요. 그걸 이제 실력으로 극복해야죠.”
[다들 지켜보라고. 민국이의 성장기를! 기브 미 더 시즌 4는 전민국의 성장기라고.]나는 맥주를 벌컥 들이켰다.
* * *
– 기브 미 더 머니 시즌 4, 시작부터 들끓는 잡음. 우승 내정자가 있다는 허니도넛의 발언!
– 기브 미 더 머니 시즌 4의 연출을 맡은 이성균 피디는 우승자 내정설은 개인의 망상일 뿐이라고 허니도넛의 발언을 일축.
–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브 미 더 머니 시즌 4, 역대 최고 시청률 자랑!
기브 미 더 머니의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했고, 오히려 민국이의 평가는 우호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었다.
– 민국 생각보다 실력파인데. 팀에서 서브 래퍼인데, 실력으로만 보면 메인 래퍼 못지않잖아.
– 민국,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었네. 저 집안의 유전자는 어떻게 생겨 먹은 건지 궁금하다, 정말!
– <세븐즈> 정우도 완전 실력파야. 가사 왜케 잘 씀. 음유시인야, 완전.
그리고 드디어 에미넘의 블라인드 평가가 진행된 중간 평가가 방송됐다.
에미넘의 독설에 가까운 평가 속에서도 민국이가 우호적인 평가를 받는 동시에 에미넘이 민국이를 수제자로 칭하면서 인터넷은 들끓기 시작했다.
– 전민국 진짜 실력파였어! 에미넘의 수제자라니!
– 저거 진짜 의심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 전성국이 돈 먹인 거 아니야?
– 귀가 있으면 들어봐. 개중에 들을 만한 랩하는 애는 민국이랑 정우, 사이코 그리고 허니도넛 정도야.
– <세븐즈> 음악 들어봐. 민국이 노래도 개잘해.
기브 미 더 머니의 여파 덕분에 <세븐즈>의 앨범이 역주행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에미넘의 딸이 <세븐즈>의 팬이라 공항에서 영상통화를 하는 장면이 방송되면서부터였다.
연일 기사도 쏟아졌다.
– <세븐즈>의 재평가. 힙합 흉내만 내는 아이돌이 아니라 진짜 실력파 그룹!
– 허니도넛이 악의적으로 한 말이지만, 이제 대세는 전민국!
민국이는 8명이 한 명씩 데스매치를 치러 상대를 이기고 세미파이널에 진출했다.
하지만 정우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사이코와 데스매치를 치르는 바람에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정우의 인지도 역시 확실히 상승했다.
힙합계의 음유시인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정우의 가사는 좋았다는 평이 다수였다.
그리고 이제 내일이면 민국이의 세미파이널이다.
민국이의 세미파이널 상대는 바로 허니도넛으로 정해졌다.
– 어차피 우승은 전민국! 세미파이널에서 붙은 허니도넛과 전민국!
* * *
민국이가 녹초가 돼서 집에 들어왔다.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형, 아직 안 잤어?”
나도 민국이를 기다리다 시간이 이렇게 흐른 줄도 몰랐다.
“일 좀 보고 있어서… 민국아, 내일 세미파이널이지?”
“응.”
나는 전태국이 건넨 쇼핑백을 민국이에게 건넸다.
“태국이 형이 직접 전해주고 싶은데, 네가 긴장할까 봐 주고만 갔어. 의상인데, 내일 잘 코디해봐.”
“나 대신 형이 고맙다고 전해줘. 난 경연 끝나고 인사할게.”
“그래. 어서 씻고 자. 긴장하지 말고….”
“응.”
민국이는 뒤돌아 방으로 가다가 문득 나를 뒤돌아봤다.
“형, 궁금한 게 있는데.”
“뭐?”
“에미넘 섭외, 형이 한 거야?”
“…….”
내가 잠시 뜸을 들이자, 민국이가 조용히 말했다.
“맞네. 형이 했구나….”
“시청률 잘 나오면 좋잖아. 네 인지도도 올라가고….”
나는 어쭙잖은 핑계를 댔고, 민국이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형, 고마워.”
[잠깐, 내 귀가 잘못됐나? 고맙다고?]“처음에는 설마 했는데… 지나고 보니까 이게 다 형이 세운 계획 같은 게 조금 느껴졌거든.”
나는 잠자코 민국이의 말을 들었다.
“<세븐즈> 힙합 아이돌이라고 나와서 엄청 까였잖아. 근데 에미넘이 인정해주면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서 형이 에미넘 섭외한 거, 나 다 알아. 형, 진짜 고마워.”
“민국아, 네 실력으로 거기까지 간 거야. 그러니까 형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어.”
“치이- 암튼 멋진 척은.”
민국이는 그 말을 끝으로 방으로 들어갔다.
[민국아, 이 형은 멋진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 멋진 거야.]나는 어깨를 으쓱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