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49)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49화(449/576)
제449화
대한민국의 2013학년도 수능일은 2012년 11월 8일 목요일.
그리고 이제 딱 한 달이 남았다.
이제 2012년도 완연한 가을에 접어들었고, 오늘은 마지막 모의고사 성적이 나오는 날이었다.
이날, 지희는 우리 가족들을 모두 집으로 호출했다.
정말 요란스러운 수험생이었다.
나는 주말 아침도 만끽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늘 그렇듯 커피를 한잔 마시려고 하니 자연스럽게 전태국이 우리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다.
“성국아, 오늘 본가 갈 거지?”
“형이 그건 어떻게 알아요?”
“지희가 ‘페이스 노트’에 올린 공부 기록 안 봐?”
[지희가 그런 것도 올렸던가.]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오빠가 돼서는 수험생인 동생 공부에 너무 관심 없는 거 아니야?”
[전태국, 그건 네가 할 말이 아닌 것 같은데. 전미진 성적 관리는 해주고 있는 거야?]나는 태연히 커피를 마셨다.
서당 개가 짖거나 말거나….
“지희가 ‘페이스 노트’에 올린 거 보니까, 언어영역에서 실수한 것 같아.”
“언어영역에서 하나 틀렸다고는 했어요.”
지희는 모의고사에서 한 문제를 틀렸다. 그것도 언어영역에서 가장 쉬운 문제 중 하나를….
“내가 분석해보니까 지희가 1교시에 아무래도 긴장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언어영역 일타 강사를 섭외했어.”
“형이 왜요?”
나는 정말 진심으로 묻고 싶었다.
[전태국, 네가 왜?]전태국은 어깨를 으쓱했다.
“지희는 어릴 적부터 봐와서 내 친동생 같아서 말이야. 공부도 잘하고 야무진 녀석이 1교시에 긴장해서 한 문제 틀리니까, 내가 더 안타까워서 그래.”
나는 잠시 턱을 매만졌다.
삼청동 이 선생이 그랬다.
동생들 뒷바라지가 모두 끝나야 연애하고 결혼도 할 수 있다고.
민국이는 기브 미 더 머니 준우승으로 이제 막 날개를 펼쳤고, 지희만 서울대에 보내면 나도 연애가 가능하지 않을까?
삼청동 이 선생은 분명 내가 책임을 다하면 연애와 결혼이 가능하다고 했다.
삼전의 후계자 전태국이 자비 털어가며 일타 강사 섭외해주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형, 본가에 같이 가서 그 이야기 좀 상세히 지희에게 해주세요.”
“당연하지! 내가 정말 지희는 꼭 서울대에 보내고 말겠어.”
“형, 지희는 서울대는 당연히 갈 거예요. 다만 올해 수능에 만점을 받느냐, 안 받느냐가 중요한 거죠.”
“아, 그런가….”
전태국은 머쓱한 듯 뒷머리를 긁었다.
* * *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나와 전태국은 지희의 호출에 모두 식탁에 둘러앉았다.
해외 일정으로 바쁜 민국이만 없었다.
전민국은 기브 미 더 머니를 계기로 인지도를 높였지만, 아직도 국내 인지도는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보다 못했다.
하지만 나는 조바심은 내지 않기로 했다.
데뷔하자마자 성공하는 아이돌이 아니라 차근차근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것이 <세븐즈>의 성공 신화니까.
내가 잠시 민국이 생각에 잠긴 사이에 지희는 성적표를 엄마, 아빠에게 건넸다.
“엄마, 아빠. 마지막 모의고사 성적표.”
물론 엄마와 아빠는 그 성적표를 받아보자마자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우리 지희, 언어영역에서 딱 하나만 틀렸네. 검정고시 보느라 시간도 없었을 텐데, 진짜 대단하다. 우리 딸.”
아빠는 늘 그렇듯 감정 과잉이었다.
그리고 너무 쉽게 만족을 했다.
[아빠, 지희는 이 정도 성적에 만족하지 않는다고!]엄마가 옆에서 아빠의 옆구리를 슬쩍 찔렀다.
“자기야, 지희는 약간 뿔났어.”
“왜?”
“하나 틀렸잖아.”
“하나 틀리면 엄청 잘한 거 아니야? 지금 전국 순위도 10위 안이야. 이 정도면 수능에서 실수만 안 하면 서울대는 당연한 거 아니야?”
“그거야 그런데….”
엄마가 말끝을 흐리자 지희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빠, 난 서울대가 목표가 아니라 수능 만점이 목표라고. 그래서 내 이름이 각종 신문이나 뉴스에 나고, 2013학년도 수능의 만점자로 역사에 남는 거라고.”
“아, 미안. 우리 자식들이 대단하다는 것을 아빠는 매번 까먹는다니까.”
지희는 차분하게 설명을 이었다.
“여기 다 모였으니까 내 고민을 말해볼게요.”
지희는 존댓말까지 썼다.
“제가 아무래도 1교시에 긴장을 하는 것 같아요. 틀린 문제도 보니까, 너무 쉬운 문제였어요. 평상시라면 절대 틀리지 않을 문제인데…. 아무래도 정신과 상담을 한번 받아보고 싶어서 오늘 이 자리에 가족들 호출한 거예요.”
“정신과 상담?”
정신과라는 말에 엄마, 아빠가 놀란 것은 당연했다.
이 시절만 해도 정신과는 정말 마음의 병이 깊은 사람들만 가는 곳이었다.
이때, 전태국이 손을 번쩍 들었다.
“어머님, 아버님. 너무 놀라지 마세요. 정신과가 어디 막 아파서 다니는 것만은 아니거든요. 지희처럼 시험 때 유독 긴장하거나, 발표를 앞두고 초조한 사람들도 다니는 곳이에요.”
“그렇긴 한데…. 시험 한 달 앞두고 다녀서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네.”
엄마의 걱정도 이해가 됐다.
지희가 1교시에 딱 한 문제씩 매번 틀리는 것이 한 달 동안의 치료로 좋아지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전태국이 가족들의 눈치를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아버님, 어머님 그리고 지희야….”
모두의 시선이 전태국에게 집중됐다.
“지희가 이런 고민이 있는 것 같아서 제가 삼전의 브레인들이 모인 기획팀에 전지희 수능 한 달 대비 프로젝트를 돌렸거든요.”
[전태국,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나는 전태국의 속내를 알 수 없어 잠자코 전태국의 말을 들었다.
“전문 수능 분석가의 말에 따르면 지희처럼 딱 한 문제, 그것도 쉬운 문제를 실수하는 경우는 1교시의 긴장감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들 하고요.
이게 정신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수능을 한 달 앞두고는 정신과 치료보다 유명 일타 강사에게 수업도 들으면서 수능에 대한 긴장감을 푸는 게 더 좋을 것이라고 조언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일타 강사 한 분을 섭외했는데….”
전태국의 시선이 지희에게로 향했다.
“지희야, 그분 한번 만나볼래?”
“흠….”
지희는 잠시 뜸을 들였다.
지희도 종종 학원 수업도 듣고, 인터넷 강의와 교육 방송을 듣지만 모두 자신이 선택한 강의와 강사들이었다.
지희는 결단을 내린 듯이 전태국을 쳐다봤다.
“태국이 오빠, 한번 들어볼게요. 제 목표는 서울대가 아니라 수능 만점이거든요. 다른 과목들은 솔직히 풀면서도 시간도 많이 남거든요. 그런데 1교시 언어영역만 긴장하는 걸 보면 도움이 필요한 것 같긴 해요.”
“잘 생각했어. 이 오빠가 바로 준비할게!”
“태국 군, 우리 집 일에 이렇게 신경 써줘서 고마워.”
아빠는 전태국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아버님, 뭘요. 제 소원은 이 집 가족들과 함께 이 집 보쌈을 평생 먹는 거잖아요. 저를 가족처럼 대해주시는데, 지희에게 이 정도는 해야죠. 솔직히 지희가 공부를 잘해서 이 정도만 도와드리는 것이지, 공부 못 했으면 대치동 족집게 강사 다 수배해서 공부시켰을 거예요.”
나는 전태국의 옆구리를 슬쩍 찔렀다.
“형, 그 정성은 전미진한테도 좀 쏟아주세요.”
순간, 전태국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성국아….”
“네?”
“전미진은 가족이기 이전에 경쟁자야. 내가 경쟁자가 잘되는 꼴을 보겠니?”
“…….”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전태국이 언제부터 전미진을 경쟁자로 인식한 거지?
새삼 놀랍기도 했고, 전태국이 그만큼 점점 삼전 내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 같아 보였다.
* * *
드디어 2013학년도 수능 날이 다가왔다.
2012년 11월 8일 목요일.
입시 한파라는 말은 옛말이 된 듯 날씨는 생각보다 온화했다.
지희는 지난 한 달 동안 전태국이 준비해준 언어영역 일타 강사와 수업과 면담을 진행하면서 긴장감을 많이 풀고 수능을 치러 근처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괜히 부담 줄까 봐 엄마와 아빠 모두 집에서 배웅했다고 한다.
그리고 드디어 해가 지고 있었다.
전태국이 초조한 얼굴로 우리 집에 들어오더니,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지희 시험 잘 봤겠지?”
“형이 더 긴장한 것 같은데요.”
“내가 한 달 동안 일타 강사도 붙여줬는데, 혹시 결과가 안 좋으면 내 탓 같아서….”
[그러게 남의 동생 일에 너무 관여하는 거 아니야, 전태국.]나는 말을 아꼈다.
“아, 그리고… 내가 수능 정답 나온 거 퀵으로 부모님 댁으로 보내드렸는데, 잘 받으셨대?”
“좀 전에 연락 오셨어요. 잘 받으셨대요. 지희가 아직 안 와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순간, 나는 갑자기 전태국의 진짜 의도가 궁금해졌다.
수능도 끝났으니, 이제는 물어봐도 될 것 같았다.
“형….”
나는 전태국을 나지막하게 불렀다.
“왜, 성국아?”
“형,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왜 지희에게 이렇게 잘해주는 거예요? 친동생 같다 그런 말 말고, 진짜 의도를 알고 싶어서 그래요.”
나는 돌직구를 던졌다.
돌려 말한다고 알아들을 전태국이 아니었다.
전태국은 초조하게 방안을 오가더니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는 나를 쳐다봤다.
“그게… 사실은 말이야.”
[뜸 좀 들이지 마, 전태국!]전태국은 연신 한숨을 내뱉었다.
“내가 올해 초에 삼청동 이 선생을 만났거든.”
연초에 삼청동 이 선생에게 토정비결 보는 것이야 삼전가의 전통이었다.
“삼청동 이 선생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 전성국과 인연을 계속 이어가려면 동생들에게 잘해야 한다고.”
그거야 당연한 말이었다.
[내 동생들에게 함부로 굴면 아무리 삼전의 후계자 전태국이라고 해도 아웃이야!]“근데, 그게 지희의 수능과 무슨 상관이죠?”
“삼청동 이 선생이… 특히 지희에게 잘해주라고 했어. 너야 이미 너 스스로 잘 커서 날 만난 것이라 삼전에 크게 도움 될 일은 없지만, 지희는 내가 공을 들이면 삼전에 귀인이 될 거라고 했어.”
“귀인이요?”
“지희는 사시 패스가 목적이잖아.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지희가 검사가 되면 이렇게 공들인 삼전한테 막 하진 못할 거잖아. 아니면 대단한 변호사가 돼서 삼전을 도와줄지도 모르지…. 검사, 변호사는 너무 약한가. 그래, 지희는 정치도 잘할 것 같아.”
나는 헛웃음이 났다.
결국, 삼전의 미래를 위해서 지희에게 그토록 공을 들인 것이었다.
솔직히 전태국이 지희에게 흑심이 있나 의심을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다행이네….]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번호는 지희였고, 수능을 마치고 와서 채점도 대강 마쳤을 시간이었다.
나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어, 지희야.”
– 오빠….
지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설마 만점을 못 받은 건가?
“지희야, 편하게 말해. 또 실수라도 했어?”
– 그럴 리가. 가채점 결과 만점이야. 나, 전지희잖아!
“지희야….”
– 응, 오빠.
“당연한 걸 뭐 그렇게 자랑스럽게 말하니? 우리 집안에서 겨우 대한민국 수능 만점 받은 게 뭐 자랑이라고.”
– 하아, 정말 내 승부욕의 근원은 큰오빠라니까. 큰오빠가 지금 한 말 만점자 인터뷰할 때 그대로 해줄 거야!
지희는 전화를 확 끊었다.
전태국이 어이없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방금 수능 본 애한테 너무한 거 아니야?”
“형, 제가 틀린 말 한 건 아니잖아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 * *
– 올해 수능 만점자는 총 여섯 명. 그중에 여학생은 단 한 명.
– ‘페이스 노트’ 전성국 대표의 여동생이자 그룹 <세븐즈> 전민국의 여동생인 전지희 양이 유일하게 수능 만점을 받은 여학생으로 밝혀졌다.
– 전지희 양의 인터뷰 중 큰오빠는 겨우 대한민국 수능 만점 받은 게 뭐 자랑이냐고 면박만 줬다고 전했다.
2013학년도 수능 성적이 나왔고, 지희는 가채점과 똑같이 만점을 받았다.
여섯 명의 만점자, 그중에서도 유일한 여자 만점자로 지희의 바람대로 역사에 남게 됐다.
예정대로 서울대에 지원했고, 아직 결과는 나지 않았지만, 이 정도 성적이면 안정권이었다.
민국이의 <세븐즈>는 각종 시상식에서 올해의 신인상 후보에 올랐고, 지희는 서울대 합격만 앞뒀다.
[장남으로서의 책임은 이제 다한 거겠지….]나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전태국에게 전화했다.
“형, 삼청동 이 선생님이랑 약속 좀 잡아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