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57)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57화(457/576)
제457화
마크는 감격스러운 얼굴로 마크와 리미미를 정말 반반 닮은 아이를 안고 환하게 웃었다.
“성국아, 딸이라 네 이름으로는 못 지을 것 같아. 미안해.”
“괜찮아.”
오히려 다행이었다.
성국 주크버스라니… 이름만으로도 그 아이의 인생이 얼마나 고될지 예상이 됐다.
“마크, 딸 이름은 지었어?”
“응. 미미랑 저번 달에 이미 지어서 태명으로 부르고 있었어.”
“마크, 뭐로 지었어?”
뒤에서 안달이 난 전태국이 불쑥 물었다.
마크는 배시시 웃으면서 우리를 쳐다봤다. 근데 마크가 이렇게 배시시 웃을 때마다 왠지 모를 불안함이 급습했다.
“사실은… 미미가 아이 가졌을 때, 사과를 엄청 많이 먹었거든. 사과도 엄청 좋아하고… 그래서 애플이라고 지을까 해. 애플 주크버스. 어때?”
“…….”
마크의 말에 우리는 모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애플 주크버스라니?!
“마크….”
“왜, 성국아?”
“네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애들에게 이름 때문에 놀림을 당해도 좋다면 그 이름을 써도 괜찮다고 생각해. 이건 정말 친구로서 해주는 말이야.”
나는 진심으로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옆에서 전태국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진심으로 말리고 싶어. 마크, 다음에 미미 씨가 임신했는데 바나나가 땡기면 애 이름을 바나나로 지을거야?”
“마크, 애플 동생들은 파인애플, 키위, 오렌지도 가능하겠네.”
데니스도 영혼 없이 말했다.
마크가 멋쩍게 미소를 지었다.
“마크인 내 이름이 너무 흔해서 우리 자식에게는 좀 독특한 이름을 주고 싶었거든. 애플 주크버스, 괜찮지 않아?”
마크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크, 그 마음은 이해하는데… 슈퍼마켓에서 어떤 아줌마가 과일을 고를 때 자기 이름이 오르내리면 그 아이 심정이 어떨까, 그런 생각도 제발 좀 해. 올해 애플은 맛이 없다니까. 올해 애플은 왜 이렇게 못 생겼어? 이렇게 사람들이 하는 말을 슈퍼마켓에 갈 때마다 들을 거잖아.”
내 말에 마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미미랑 다시 상의해볼게. 그 이야기를 들으니, 아무래도 그냥 무난한 소피아나 그런 이름으로 바꿔야할 것 같긴 하네.”
그제야 안심을 하고, 우리는 모두 마크의 딸을 보며 헤벌쭉 미소를 지었다.
“애플이든 뭐든, 우리 이쁜 조카 삼촌이 앞으로 꽃길만 걷게 지원 팍팍 해줄게.”
나는 마크보다 들뜬 전태국의 어깨를 슬쩍 잡았다.
“형, 마크도 억만장자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아차! 마크가 나보다 더 부자지!”
그 말에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 * *
마크는 진정하고 나서 다행히 딸의 이름을 애플이 아닌 올리비아로 결정했다.
우리는 신생아실 앞에서 이미 올리비아의 바보 삼촌들이 되어 있었다.
“올리비아, 여기는 앞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이 될 데니스 샤젤 삼촌이라고 해. 성격은 약간 우유부단하지만, 영화는 참 잘 찍어. 천재라고도 할 수 있어.”
나는 데니스 샤젤을 소개했다. 그러자 데니스가.
“올리비아, 여기는 네가 만약 남자로 태어났다면 똑같은 이름을 썼어야 하는 전성국 삼촌이라고 해. 하버드에 최연소 입학한 천재인데, 좀 많이 재수가 없어. 너희 아빠 동업자니 평생 봐야 할 거야. 올리비아, 각오해!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야!”
옆에서 전태국이 끼어들었다.
“난 내가 소개할게, 올리비아. 나는 세계적인 기업 삼전의 후계자 전태국이라고 해! 올리비아, 핸드폰은 평생 이 삼촌이 책임질게.”
동생들은 태어날 때마다 인생의 업보처럼 느껴지더니, 올리비아는 하품만 해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마 올리비아의 인생은 마크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겠지?
나는 올리비아를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마크가 지친 얼굴로 신생아실에 코를 박고 있는 우리의 어깨를 토닥였다.
“삼촌들, 우리 올리비아 얼굴 닳겠어요. 그러니까 그만들 보세요!”
우리는 그제야 겨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이때, 진동으로 해둔 핸드폰이 울렸다.
낯선 번호였다.
누구지?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통통 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전성국 대표님, 저 엠마 스통이에요!
선댄스 영화제에서 엠마 스통에게 전화번호를 줬던 게 떠올랐다.
“엠마, 어쩐 일이에요?”
– 저… 피자 먹으러 샌프란시스코에 왔거든요. 대표님, 시간 어떠세요?
나는 잠시 난감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데니스 샤젤과 전태국이 나를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었다.
“아… 엠마, 우선 피자집에서 보죠.”
나는 얼른 전화를 끊자, 데니스 샤젤이 내 어깨를 꽉 잡았다.
“성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엠마 스통이랑 연락처는 언제 주고받은 거야?”
“아, 그게… 네가 다른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는 사이에 …. 암튼 나 엠마 만나러 가볼게.”
이때, 전태국이 나를 잡아 세웠다.
“성국아, 너 그 몰골로 엠마 스통 만나러 갈 건 아니지?”
그러고 보니 선댄스 영화제 파티가 끝나자마자 달려오느라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나 데이트하러 가는 거 아니니까, 다들 너무 그러지마.”
나는 두 사람을 얼른 진정시키고 호텔로 뛰어갔다.
* * *
“엠마!”
나는 피자집 창가에 앉아 있는 엠마 스통에게 헐레벌떡 뛰어갔다.
엠마 스통은 맑게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제가 너무 갑자기 나타났죠?”
“조금은요. 제가 많이 늦었으니, 여기 피자는 제가 오늘 무제한으로 살게요.”
“그럼, 오랜만에 피자 좀 먹어볼까요?”
엠마 스통은 밝은 얼굴로 피자를 여러 가지 주문했다. 그리고 맥주도 연거푸 마셨다.
우리는 선댄스 영화제 마지막 날처럼 서로 편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엠마, 데니스한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요. 데니스가 다음 영화로 뮤지컬 영화를 준비 중이거든요.”
“진짜요?”
엠마 스통의 큰 두 눈이 더 커졌다.
“그냥 드리는 팁이에요. 노래 잘하시는 거 알지만, 연습 좀 해두세요.”
“역시 이런 거물급 인사를 만나니, 이런 팁도 전수해 주시는군요.”
“별말씀을요.”
그리고 내가 이런 팁을 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어쩌면 이미 내 속내를 읽은 것 같은 엠마 스통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개구진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 지금 선 그으시는 거죠?”
“네에?”
나는 모른 척 대꾸했다.
“그렇잖아요. 우리가 만나면서부터 계속 뭐랄까, 일 이야기만 한 것 같아서요. 물론 재미있긴 하지만, 전 대표님을 좀 더 개인적으로 알아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날아왔거든요.”
엠마 스통은 시원시원한 얼굴만큼이나 속내도 숨기지 않았다.
나는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대표님처럼 인기 많으신 분이야 저 같은 배우의 대시도 아무것도 아닌 건 아는데요. 저 조금 서운할 것 같아요.”
“엠마, 서운했다면 미안해요. 난 엠마 스통이라는 배우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이건 진심이었다.
“배우로는 좋은데, 뭐… 예를 들면 여자 친구로서는 별로다? 이런 말씀이시죠?”
“엠마, 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해요. 그곳에서 군복무를 마쳐야하고요. 이전에도 장거리 연애를 했지만, 끝이 좋지 않았거든요.”
엠마 스통이 나와 엠마 왓튼의 관계를 모를 리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빨리 선을 그어주셔서 감사해요. 안 그랬으면 저 한국까지 따라갔을지도 몰라요.”
엠마 스통은 시원하게 웃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나도 맥주를 들이켰다.
* * *
[내가 출산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힘들지….]나는 녹초가 돼서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방에서는 전태국과 데니스가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두 사람은 태연한 척했지만, 내 표정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두 사람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요. 그렇게 노려보지 말고.”
“성국, 엠마 스통이 관심 있대?”
데니스가 직구를 날렸다.
“성국아, 나도 네 인생을 한 번 살아보고 싶다. 어떻게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줄을 서냐.”
전태국은 내 대답도 듣지 않고, 부러워했다.
“형, 데니스. 두 사람 모두 진정해요. 전 엠마 스통이랑 피자를 아주 맛있게 먹었고요. 데니스의 다음 영화에 오디션 보라고 조언해줬어요. 그리고 더이상의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엠마 스통은 진짜 샌프란시스코에 올 일이 있어서 피자만 같이 먹은 거예요. 선댄스 영화제에서 약속했으니까요.”
“뭐야… 난 둘이 데이트하는 줄 알았는데….”
전태국이 시무룩한 얼굴로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성국, 진짜야?”
데니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진짜야, 데니스. 선댄스 영화제 때 말이 잘 통해서 친구 하기로 했어.”
“뭐야, 내가 다 아쉽네.”
“내가 만약 엠마 스통이랑도 사귀다 헤어지면 데니스 네 영화에 엠마라는 두 중요한 배우가 캐스팅되기 어려워지잖아.”
“한 명의 엠마라도 남겨줘서 고맙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데니스, 다음 영화에 엠마 스통 캐스팅되면 다 내 덕분인 줄 알아.]* * *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김미소 비서가 우리를 반겼다.
“지희 양, 선댄스 영화제는 어땠어요?”
“언니, 저랑 오빠랑 제작사 하나 차릴 것 같아요.”
“제작사요? 무슨 제작사요?”
“제가 추천한 영화 수입권을 오빠가 샀거든요.”
“어머, 지희 양이 추천한 영화를요?”
“네…. 자기도 관심 있었다는데, 제가 보기에는 제 말 듣고 산 게 분명해요.”
지희는 내리자마자 김미소 비서에게 미국에서 있었던 일을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김미소 비서는 미소를 잃지 않고 지희의 이야기를 다 들어줬다.
“지희 양, 이제 학교 갈 준비 해야죠.”
“학교 갈 준비가 아니라 사시 준비를 하려고요. 오빠가 사시 패스해야, 그 제작사에서 일하게 해준다고 했거든요. 그것도 말단 직원부터요.”
“역시 대표님은 가족이라고 봐주시는 게 없네요.”
“그러니까요. 저희 집은 태어나는 순간 특혜를 받는 게 아니라 밥값을 해야 한다고 교육 받잖아요. 큰오빠한테요!”
지희의 투정에 김미소 비서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김 비서님, 지희 투정 다 안 받아주셔도 돼요.”
“제가 좋아서 듣는데요. 참, 대표님… 기사 보셨어요?”
“무슨 기사요?”
김미소 비소는 내 기사가 검색된 뉴스를 몇 개 내밀었다.
기사와 함께 검색된 사진에는 내가 엠마 스통과 피자를 먹는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와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파파라치에 찍힌 모양이었다.
– 전성국 대표는 ‘엠마’ 킬러? 엠마 왓튼에 이어서 이번에는 엠마 스통?
– 전성국 대표의 취향은 ‘엠마’인가?
나는 힘없이 웃었다.
근데 김미소 비서는 내가 없는 동안 내 기사를 왜 검색한 거지?
내 눈빛을 읽었는지, 김미소 비서가 입을 열었다.
“대표님, 이 기사 나가고 사무실 전화가 마비가 됐어요. 연예부 기자 하는 제 친구는 직접 저한테 물어보기까지 했고요.”
“김 비서님, 뭐라고 말했어요?”
“사생활이라 확인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모범 답안이었지만, 묘하게 스캔들을 인정하는 뉘앙스였다.
이런 건 바로 잡아줄 필요성이 있었다.
“김 비서님, 그 친구에게 전화해서 말씀하세요. 저랑 엠마 스통은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요. 그냥 일 때문에 가볍게 피자를 먹으면서 이야기한 거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김미소 비서는 바로 대답했다.
[김미소 비서의 목소리가 한결 경쾌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 기분 탓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