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58)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58화(458/576)
제458화
이제 2013년도 2월이 됐다.
박성희 비서는 결혼식을 하고,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래서인지 전태국은 주말 아침부터 우리 집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띠띠띠띠.
[비밀번호 바꾸든 해야지….]달칵. 문이 열리더니 전태국이 부스스한 모습으로 들어왔다.
나는 커피를 마시다 말고, 전태국을 흘금 쳐다봤다.
“성국아, 나도 커피 한 잔만.”
“내려놓은 거 있으니, 형이 알아서 마셔요.”
“나를 막 대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너밖에 없는 거 알지?”
“지희도 있잖아요.”
“지희는 귀여우니까, 내가 봐주는 거지.”
전태국을 커피를 따르더니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주말 아침부터 뭘 그렇게 봐?”
“패밀리 비즈니스 시작해 보려고요. 변호사가 보낸 자료 좀 보고 있었어요.”
“선희 누나한테 디즐리 독점권 산 걸로 차린다는 제작사?”
“네….”
전태국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내가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말이야. 너는 지금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부자잖아. 그 말은 세계적인 부자라는 말이잖아.”
“다 주식이잖아요. 현물 자산은 많지 않아요.”
나의 현물 자산 수준은 삼전 후계자 시절에 비하면 아직 한참 모자랐다.
국보급 그림도 없고, 페이퍼컴퍼니로 은닉한 비자금도 없다고!
그래서 나는 아직도 배가 고팠다.
“주식 팔면 나보다 부자 아니야?”
“전 회사 키워서 팔아먹으려고 사업하는 건 아니거든요. 제 사업을 더 키워보고 싶어서 하는 거죠.”
“암튼 말로는 이길 수가 없어. 그래, 네가 말한 대로 네가 이제 본격적으로 키워야 할 사업은 ‘페이스 노트’나 띡똑 아니야? 요즘 인스타그림이랑 너튜브도 장난 아니게 성장 중인데, 패밀리 비즈니스 제작사까지 하겠다는 거야?”
“흠….”
나는 잠시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뗐다. 그리고 커피를 들이켜면서 전태국의 말을 되새김질했다.
전태국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너무 많았고, 패밀리 비즈니스 제작사까지 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잠을 더 못 잘 수도 있었다.
“성국아, 내 말이 맞지?”
전태국이 앞에서 참 거슬리게 깐족거렸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전태국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형, 인정할게요. 하지만 지금보다 잠을 한두 시간 정도 덜 자면 패밀리 비즈니스 사업도 문제없을 것 같긴 해요.”
“성국아, 너 하루에 다섯 시간도 못 자잖아. 그런데 거기서 두 시간을 더 빼겠다고?”
나는 커피를 마셨다.
“전 아직 20대 초반인데요. 체력이 남아도는 나이잖아요. 일할 수 있을 때 일해 둬야죠. 나중에는 이렇게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도 없어요.”
[전태국, 이거 다 경험담이야. 새겨들어.]정말 20대의 체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다만 20대 때 대부분은 그 체력을 일이 아니라 노는 데 쓰는 게 문제였다.
“넌 꼭 이럴 때 보면 인생 다 살아본 사람처럼 말한다니까.”
[죽어도 봤으니, 다 산 거 맞지.]나는 커피를 쭉 들이켰다. 커피도 바닥이 보였다.
“참, 성국아… 이번 설에도 나, 너희 집 간다. 이제 갈 집도 사라졌어.”
“원래도 형네 집은 잘 안 갔잖아요.”
“그래도 그땐 있어도 안 간 거였지만, 이젠 없어서 못 가는 거잖아. 엄마는 하와이 가 있을 거라고 하고, 아빠는 독일에 출장 가는 겸 일찍 출국하신다는 것 같아.”
전태국은 낮은 한숨을 쉬었다.
나도 저번 생에서 이혼까지는 아니지만, 사이 안 좋은 부모를 둬서 잘 알았다.
가족들에게 위로받고 싶은 순간에, 가족들은 항상 내 곁에 없었다.
나는 커피를 좀 더 마셨다. 이때, 심장 쪽에 저릿하게 통증이 전해졌다.
설마?
나는 다급히 심장을 부여잡았다.
“성국아, 왜 그래?”
전태국이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장이 좀 저릿해서요….”
“잠깐만… 너 혹시 심장 안 좋아?”
“…….”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다.
건강검진을 매해 하고 있었지만, 이번 생에서 심장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유전력도 없었다.
그런데 왜 오늘따라 심장이 아픈 거지?
“박 비서는 지금 신혼여행 중인데…. 누구한테 전화를 하지… 아, 김 비서 있지!”
전태국은 이리저리 오가더니, 김미소 비서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김 비서, 삼전 병원 구급차 좀 불러줘. 성국이가 심장이 저릿하대!”
설마 이번 생에서도 내 심장이 좋지 않은 건가?
* * *
삼전 병원 VIP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삼전 병원 하 원장이 엄한 얼굴로 내려다봤다.
하 원장 뒤로는 아직까지 걱정에 휩싸여 있는 전태국과 김미소 비서가 보였다.
“전성국 대표님…. 제가 지금부터 몇 가지 질문을 할 겁니다.”
“네….”
“전성국 대표님, 혹시 평균 수면 시간이 어떻게 되시나요?”
“흠… 한 다섯 시간 정도인데, 그것보다 못 잘 때도 많습니다.”
“최근은요?”
“선댄스 영화제 다녀오고, 시차랑 밀린 일 때문에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 잔 것 같습니다.”
“이런….”
하 원장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제가 예상한 것보다 더 심각하시네요.”
“원장 선생님, 제 심장에 이상이 있나요?”
“그건 아니에요. 심장이랑 다 멀쩡합니다.”
하 원장은 내 가슴 부근을 꾹꾹 눌렀다.
그때마다 통증이 저릿하게 전해졌다.
“이 부근 안 좋으시죠?”
“네, 어떻게 아셨어요?”
하 원장은 손을 떼더니, 미소를 슬쩍 지었다.
“주무실 때 자세가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아마 잠을 잘못 자서 근육이 뭉친 것 같아요.”
그 순간, 하 원장 뒤로 선 전태국과 김미소 비서는 안도하면서도 입가를 씰룩거렸다.
하 원장은 말을 이었다.
“지금은 근육이 뭉친 거라 스트레칭 열심히 하시고, 물리치료 좀 받으시면 괜찮으실 겁니다. 근데 제가 무엇보다 걱정되는 게 수면 시간입니다. 지금 아무리 젊다고 해도 그런 수면 시간이면 몸에 무리가 안 갈 수가 없어요, 대표님.”
“원장님, 저도 성국이한테 일 좀 줄이고 자라고 했다니까요.”
전태국이 뒤에서 깐족거렸다.
“이렇게 걱정해주는 분들이 주위에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제가 의사로서 드리고 싶은 말은 딱 한 가지입니다. 젊을 때 건강을 지키세요. 지금 당장은 괜찮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일도 많으시고 출장도 잦으신데 잠까지 이렇게 적게 주무시면 분명 나이 드시면 멀쩡하던 장기에도 병이 옵니다. 아시겠지요?”
“…….”
내가 선뜻 대답을 못 하자 전태국이 끼어들었다.
“원장님, 제가 앞집에 사니까 철저히 감시하겠습니다!”
하 원장이 전태국 쪽으로 몸을 휙 돌렸다.
“참, 도련님 이번에 건강검진 결과 나왔는데요. 다이어트 좀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원장님… 그런 건 따로 말씀해주셔야죠!”
“따로 조용히 말하면 말을 안 듣지 않으십니까, 도련님!”
하 원장은 엄하게 전태국에게 말했다.
“아, 그래도요….”
“도련님, 아무래도 밤마다 술 한 잔씩 하시는 것 같은데, 건강을 생각하셔서 운동을 늘리고 술은 좀 줄이세요. 그러면 살은 저절로 빠집니다. 아셨죠?”
“아… 네.”
전태국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 * *
하 원장의 권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병원 침대에 하루 종일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낮잠도 슬쩍 자고, 수액도 맞으니 심장 부근의 통증도 사라졌고 몸도 한결 가뿐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패밀리 비즈니스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이때, 드르륵- 병실의 문이 열리면서 엄마가 들어왔다. 뒤로 김미소 비서도 보였다.
“성국아, 괜찮아?”
“엄마, 김 비서님한테 이야기 다 들었지?”
“어… 그래도 의사 선생님이 지금부터 건강관리 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응. 그래서 엄마랑 좀 상의할 게 있어서….”
“엄마랑 상의할 일이 뭐야?”
“엄마, 지희한테 내가 디즐리 독점 수입권 산 거 이야기 들었지?”
“어… 지희가 아주 신이 났어. 사시 패스하면 바로 그 회사 들어가서 일 배울 거라고.”
엄마는 갑자기 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설마… 성국아, 너 일 더 하려고? 그 제작사인지 뭔지도 네가 운영하려는 거야?”
“그게….”
원래는 그럴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말하면 엄마에게 등짝을 한 대 맞을 것 같아서 말을 삼켰다.
“아니야. 제작사 세팅만 하고 나는 전문 경영인에게 이 일을 맡기는 게 맞을 것 같아서.”
“다행이네… 엄마도 아빠도 네가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걱정이야.”
“엄마, 근데 난 이 제작사가 이름대로 패밀리 비즈니스였으면 좋겠거든.”
“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의 미간이 좁아졌다.
“엄마, 예전에 김미영 아줌마랑 같이 제작사 했잖아.”
“그거야 그때는 네가 모델도 하고, 민국이도 아역 하니까 엄마가 한 거지.”
“우리 그때 임선미도 있고, 배우들 몇 명 관리했잖아. 곽 감독님 영입해서 방송 프로그램도 만들고….”
“그렇긴 한데, 엄마 일 그만둔 지 오래잖아. 자신이 없어.”
엄마는 예전과 달리 자신감 없는 모습이었다.
나 베이비 모델할 때 이태원까지 버스 타고 다닌 엄마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엄마… 그럼, 내가 패밀리 비즈니스의 대표를 맡고. 엄마가 회사 살림을 맡는 건 어때?”
“성국아, 그거 제발 안 하면 안 돼? 요즘은 전문 경영인한테도 많이 맡기잖아.”
“엄마, 내가 말했잖아. 이건 패밀리 비즈니스. 말 그대로 가족 사업이야. 그리고 내가 대표 자리에 앉는다고 해도 최대한 간섭은 안 할 거야. 난 그저 일을 하다가 가능성 있는 감독이나 작품이 있으면 투자, 제작하는 쪽의 결정만 내릴 거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둬야 나중에 지희가 사시 패스하고 와도 회사가 존재하지.”
엄마는 낮은 한숨을 쉬었다.
“성국아, 엄마가 말려도 말 안 들을 거지?”
엄마는 누구보다 나를 잘 알았다.
“대신 조건이 있어.”
그리고 엄마는 누구보다 나를 잘 조련했다.
“뭔데, 엄마?”
“네가 말한 대로 회사의 대표는 너고, 나는 회사의 살림을 맡을게. 경리 출신이고 SKJ 때 경험이 있으니 어렵진 않을 것 같아. 그 대신,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고. 12시 이후에는 자는 거야. 어때?”
“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노력은 해볼게.”
엄마는 당장 김미소 비서를 쳐다봤다.
“김 비서, 이거 계약서로 작성하게 변호사한테 연락 좀 해주세요.”
“아, 네. 어머님.”
김미소 비서는 부리나케 나갔고, 엄마는 단호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계약서 쓰자.”
“엄마, 누가 밤 12시 이후에 침대에 눕겠다고 계약서를 써?”
“넌 계약서 안 쓰면 안 지킬 거 엄마가 알거든.”
[정말… 피는 물보다 진하다더니.]우리 가족의 독한 성격은 엄마에게서 온 게 분명했다.
“알았어… 대신, 예외 조항도 넣을 거야.”
“얼마든지.”
나는 엄마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엄마… 우리 패밀리 비즈니스에 들어오는 거지?”
“어쩔 수 없지. 패밀리 비즈니스니까….”
엄마가 내 손을 꼭 잡았다.
“엄마, 내가 우선 좀 만나봤으면 하는 감독이 있거든.”
“성국아, 좀 쉬고….”
“엄마, 그 감독만 알아봐 줘.”
“정말 넌 말릴 수가 없지.”
엄마는 포기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서 어떤 감독 만나고 싶은데?”
“<한강괴물> 찍은 봉주노 감독.”
“그 감독 엄청 유명하잖아.”
대한민국에서는 엄청 유명한 감독이 맞다. 현재로서는.
그리고 봉주노 감독은 몇 년 후에 아카데미를 거머쥐면서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진다.
그 아카데미 작품상을 타는 <기생인>을 꼭 우리 패밀리 비즈니스에서 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