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59)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59화(459/576)
제459화
판교 집의 문을 열었다.
“샘, 애덤?”
나는 놀란 눈으로 우리 집에 있는 샘과 애덤을 바라봤다.
“두 사람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아하… 성국. 어서 와요.”
애덤이 큰 덩치로 배시시 웃었다.
자세히 보니, 샘과 애덤은 식탁 위에 뭘 꺼내놓고 있었다.
“그게 뭐예요?”
“성국, 무리하는 것 같아서 우리가 근처에서 죽 좀 사서 왔어요. 어서 먹고 기운 내라고요. 성국이 요즘 너무 바쁘고 아파서 회사를 자주 비워서인지, 직원들이 다들 성국을 보고 싶어 해요.”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졌다.
맨날 워커홀릭처럼 사무실에 박혀서 일하느라 직원들 잘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샘도 옆에서 거들었다.
“성국, 이제는 회사 좀 나와요. 직원들이 성국이 바빠서 우리 띡똑 버려진 거 아니냐고 막 이야기한다고요.”
“무슨 소리예요. 내 오른팔, 왼팔과 같은 애덤이랑 샘이 회사에 있으니까, 내가 믿고 출장 다니는 거죠.”
“그건 알지만… 직원들이 그만큼 성국을 보고 싶어 한다고요.”
나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제가 몸 좀 좋아지면 회식 한번 하죠.”
“좋죠!”
애덤과 샘이 손바닥을 마주치는 게 보였다.
[뭐야, 내가 당한 건가?]하지만 싫지 않았다.
직원들이 나를 보고 싶어 하고, 샘과 애덤이 한국말도 잘 모르면서 전복죽을 사 온 것을 보니 꽤나 노력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성국, 어서 와서 죽 먹어요. 아줌마가 죽은 식으면 맛없다고 하셨어요.”
“샘, 애덤… 잘 먹을게요. 고마워요!”
* * *
김미소 비서와 나는 판교의 띡똑 사무실 옆으로 빈 사무실 공간을 하나 보고 있었다.
“대표님, 패밀리 비즈니스 제작사 사무실을 여기에 오픈하시게요?”
“네… 우리 집이랑 가깝고… 심지어 알파랑은 더 가깝고. 여기만큼 제가 시간 절약하면서 일 보기 좋은 곳은 없을 것 같은데요.”
“공간이 크지 않아서 월세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아마 격일로 나오시긴 하겠지만, 사무실에 상주하는 직원은 한 명 뽑아야 할 것 같아요. 아직 시작 단계지만, 데니스 다음 영화도 저희가 투자하기로 했으니 영어가 가능한 직원으로 뽑아야 할 것 같은데요.”
“네, 구인 광고 올리겠습니다. 경력직으로 뽑을까요?”
“네, 이 업계에 그래도 3~4년 정도의 경력이 있는 직원이면 좋겠어요. 제가 김미영 대표 연락처 드릴 테니, 그쪽에서도 추천받아 보세요. 그리고 연봉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리세요. 한동안은 혼자 감당할 일이 많을 거예요.”
“그러겠습니다.”
김미소 비서는 내가 원하는 것을 단번에 캐치했다.
“그리고 저번에 어머님께서 부탁하신 계약서도 준비됐습니다. 동시에 봉주노 감독님과 미팅, 이번 주 토요일 오후로 잡았습니다. 봉주노 감독님께서도 대표님을 무척 만나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네, 삼전 호텔 중식당 룸으로 예약해주세요. 참, 전태국 상무님한테는 비밀입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세요?”
“제가 봉주노 감독 만난다고 하면 분명 나오려고 할 거거든요.”
“아, 넵.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미소 비서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참, 김 비서님. 설 연휴는 잘 보냈어요?”
나는 조금 늦은 감이 있었지만 설 연휴에 대해서 물었다.
“네, 오랜만에 부모님도 만나고 동생들도 만나서 좋은 시간 가졌습니다. 참, 저번에 동생 어학연수 신경 써주신 일이요. 부모님께서 감사하단 말씀을 꼭 전해드리라고 하시더라고요.”
“별말씀을요.”
나는 최대한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다시 사무실을 돌아봤다.
책상 서너 개와 소파가 들어오면 꽉 찰 사이즈의 공간.
하지만 이곳에서 앞으로 세계적인 대작들이 줄줄이 나올 것이다.
그 스타트는 데니스가 끊겠지만, 다음은 대한민국을 널리 알릴 감독들이 등장할 것이다. 그 첫 번째가 바로 <기생인>의 봉주노 감독이다.
* * *
큰 키에, 덥수룩한 머리.
저번 생에서도 영화제 후원을 몇 번 한 적이 있어서 봉주노 감독과는 대화를 몇 번 나눴다.
봉주노 감독은 소탈한 매력이 있었고, 나와 비슷한 면도 많았다. 바로 워커홀릭이라는 점.
나는 자리에서 얼른 일어나서 봉주노 감독을 맞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전성국이라고 합니다.”
[이번 생에서는 처음이야, 봉 감독.]봉주노 감독은 얼른 손을 내밀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봉주노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스레 자리에 앉았다.
주문한 요리가 나왔고, 술도 가볍게 곁들였다.
이야기의 주제는 당연히 영화로 흘러갔다.
“감독님, 지금 준비하는 영화 있으시죠?”
“준비야 매번 하고 있죠. 하지만 막상 카메라 뒤에서 슛 들어가기 전까지는 영화를 찍을 수 있을지 전혀 예측이 안 되거든요.”
“지금은 후반 작업 중이시죠?”
“네… <겨울 열차>라고 올해 개봉해서 후반 작업 중이에요. 근데, 영화 작업에 대해서 생각보다 많이 아시는 것 같아요. 보통 사람들은 후반 작업이 뭔지, 그런 개념이 없거든요.”
[봉주노, 나 이래 봬도 저번 생에서 영화배우랑 사귄 적도 있었어. 이 정도는 귀동냥으로 들었다고….]나는 애매하게 웃으며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사실은 제가 할리우드에서 영화 한 편을 제작했거든요.”
“무슨 영화요?”
“데니스라고 제 하버드 룸메이트가 만든 영화인데요.”
“설마… <채찍>이요?”
“어떻게 아세요?”
선댄스 영화제는 국내에서는 잘 알려진 영화제는 아니었다.
“어떻게 알긴요. 전선희 대표가 선댄스 영화제 다녀와서는 <채찍>이라는 영화를 봤다고 했어요. 천재 감독 한 명 나온 거 같다고도 이야기했고요.”
“그랬군요. 전선희 대표님은 거기서 저도 잠시 뵈었어요.”
우리의 대화는 탄력을 받아 갔다.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전선희 대표의 이름은 뺄 수 없는 존재였고, 어쨌든 봉주노 감독은 차기작 역시 전선희 대표와 함께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그럼, <겨울 열차> 개봉하고 다음 영화까지 전선희 대표님이랑 같이 작업하시는 거죠?”
“계약이 이미 그렇게 돼 있어서요.”
“그럼, 그다음 영화는 저랑 하시는 거 어떠세요?”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봉주노 감독은 조금 당황했다.
“아… 그게… 다음, 그다음 영화요?”
“네….”
봉주노 감독은 <겨울 열차> 다음에 <옥순>이라는 영화를 제작한다. 그리고 그다음이 바로 내가 기다리는 <기생인>이다.
봉주노 감독은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감독님, 우선은 제 술 한잔 받으세요.”
“아, 네.”
나는 얼른 봉주노 감독의 빈 잔을 채웠다.
그리고 은근히 <기생인>에 대한 이야기를 흘렸다.
“저는 예전부터 빈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내 말에 봉주노 감독이 몸을 기울였다.
“저도 항상 생각하고 있는 주제입니다. 근데 전성국 대표님 같은 분이 빈부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다니 놀랍네요.”
아무래도 봉주노는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영화 후반 작업이 바빠 나에 대해서 조사해보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어깨를 살짝 풀었다.
[오랜만에 어쩔 수 없이 사연팔이 좀 해야겠군.]“사실은 말이죠. 저희 부모님이 두 분 모두 고아라서 무척 가난했어요. 제가 태어났을 때는 원룸에서 살고 있었고요. 말이 원룸이지, 단칸방에서 한 네 살까지 살았던 것 같아요. 네 식구가요.”
“아하… 그러셨군요. 저는 전성국 대표님의 프로필만 보고는 천재에다가 미국 유학까지 가셔서, 본인도 똑똑하지만 집도 잘 사시는구나 생각했죠. 거기다가 이렇게 잘생기셨잖아요.”
[물론 내 얼굴만 보면 다들 그렇게 생각하기는 하지만….]이렇게 또 속내를 드러냈다가는 다 잡은 봉 감독을 놓칠 것 같아서 수줍게 웃었다.
“아니에요. 저는 운이 좋았죠.”
“아하, 제가 남들 기사는 잘 안 찾아보거든요. 근데 스티븐 스필버스 감독이 전 대표님에 대한 전기 영화를 기획 중이라는 기사는 읽었어요. 스티븐 스필버스 감독님은 저의 어릴 적 우상이시거든요.”
“다음에 한번 제가 자리를 마련하죠.”
“진짜요?”
“영화 때문에 종종 만나거든요. 이번에 데니스 영화 투자한 것도 감독님 영향이 컸어요.”
“와아, 나 지금 마치… 사기당하는 기분이에요. 죄송해요. 기분 나쁘시라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믿어지지 않는다고요. 전성국 대표님이 버락 오마하랑도 인맥이 있고. 뭐, 그런 건 일종의 딴 세상 이야기라 그러려니 했는데… 제가 우상으로 생각하는 분의 이름이 나오니 당황스럽네요.”
“이미 봉주노 감독님을 우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한국에는 많지만, 앞으로는 세계적으로 그렇게 되실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봉주노 감독은 유쾌하게 웃었다.
“하하하. 비행기 띄우지 마세요. 어지럽습니다.”
우리는 다시 차차기작 이야기로 돌아왔다.
나는 몇 가지 힌트를 은근히 봉주노 감독에게 흘렸다.
“어떤 부잣집에 기생하는 서민들 이야기…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봉주노 감독은 자세를 다잡았다.
“제가 영화감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동네 잘 다니던 맛집 주인부터, 미용실 헤어 디자이너까지 정말 저한테 이런 이야기는 어떠냐며 많이 말하거든요.”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중에서 지금 이야기는 뭐랄까, 가장 흥미롭다고 해야 하나….”
[그거야, 당신이 미래에 쓸 이야기니까 그렇지.]“아직 미비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가 한번 다루고 싶었던 주제이고. 대표님, 한번 저랑 그 이야기 같이 해보실래요?”
“그건…”
“아이고, 제가 너무 급하게 제안을 드렸네요. 죄송합니다. 마음이 앞서서.”
봉주노 감독은 제안하고 사과하고 혼자 다하고 있었다.
오늘 보니, 성격이 꽤나 급한 사람인 모양이었다.
“감독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그 제안은 제가 드릴 제안인데요. 이런 이야기 저랑 한번 해보시겠어요? 계약 조건은 바로 조율해보죠.”
“대표님, 제 계약 조건은 딱 하나인데요.”
“그게 뭔가요?”
“<겨울 열차>야 이미 찍어서 어쩔 수 없지만, 제 다음 영화인 <옥순>에 작은 배역으로 나와주실 수 있으세요?”
“네에?”
이건 예상치 못한 계약 조건이었다.
“놀라시긴요. 오늘 이 방에 들어오자마자 그 생각했거든요. 이 사람 꼭 캐스팅해야겠다! 헤헤. 물론 속으로만요.”
“그럼, 저희 계약서 작성할까요?”
“어, 허락하시는 건가요?”
“봉주노 감독님과의 계약이 걸려있고, 감독님 영화에 출연할 영광까지 주시는데 승낙을 안 하면 저는 투자자로서 자질이 없는 거죠.”
“와, 정말… 대표님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22살입니다.”
봉주노 감독의 입이 떡 벌어졌다.
“정말 믿어지지가 않네요. 스티븐 스필버스 감독님이 왜 대표님 전기 영화를 제작한다고 했는지도 단번에 이해가 되고요. 우선, 계약서 초안 작성해서 보내주세요.”
“네. 우선은 <겨울 열차> 후반 작업 잘 마무리하세요.”
“시사회 때 꼭 오셔야 합니다.”
“물론이죠.”
* * *
패밀리 비즈니스 사무실에 책상 하나가 놓였다.
그리고 그 책상에는 전지희가 앉아 있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입학 전까지 시간 여유도 있고, 김 비서님이 직원 구한다기에 내가 알바로 지원했어. 근데 오빠, 정말 봉주노 감독이랑 차차기작 계약한 거야?”
“응. 내가 차기작에 출연하는 조건으로.”
“그럼, 우리랑은 언제쯤 일하게 되는 거야?”
“이번 영화도 있고, 차기작까지는 이미 계약이 되어있으니, 한 3~4년 후부터?”
그 순간, 지희의 눈이 반짝였다.
“오빠, 그럼. 난 그전에 사시 꼭 붙을게.”
“지희야, 입으로만 그러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 결과를 보여줘야지만, 이 오빠는 믿는 거 알지?”
“걱정 마. 나, 전지희거든. 봉주노 감독님이랑 작품 하기 전에 사시 꼭 붙을게!”
지희는 작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역시 적절한 당근은 밥값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