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64)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64화(464/576)
제464화
애덤 뉴맨은 젠틀맨처럼 전미진이 앉을 의자까지 빼줬다.
전미진은 자신을 바라보는 애덤 뉴맨의 눈빛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른 채 연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애덤, 여기 앉아요.”
심지어 옆자리 의자를 가리키기까지 했다.
애덤 뉴맨은 머쓱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나와 전태국은 속내를 숨긴 채 두 사람의 맞은편에 앉았다.
“애덤, 호텔을 벗어나서 서울을 보니까 어때요?”
내 물음에 애덤 뉴맨은 진지한 얼굴을 보였다. 아마 사업가로서 진지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모양이었다.
“성국, 서울을 직접 와서 보니 무한한 가능성이 보였어요. 여기를 보세요. 뉴욕처럼 오래되고 낡은 주택가가 새로운 상권으로 재탄생했잖아요.”
애덤 뉴맨은 들떠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샴페인은 두 병째 접어들었다.
그리고 애덤 뉴맨은 전태국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전미진은 아직 학생이었고, 삼전의 공식적인 후계자는 전태국이었다.
“태국이라고 불러도 되죠?”
“그럼, 편하게 말하자고. 애덤. 우리 나이도 엇비슷하잖아.”
“그럴게, 태국.”
전태국이 경계를 허무는 듯이 보이자 애덤은 그 틈을 얼른 파고들었다.
나는 두 사람을 여유롭게 지켜봤다.
전태국이 그동안 얼마나 사람 다루는 능력이 생겼는지도 궁금했다.
“태국, 좀 전에 미진이랑 신나게 이야기했거든. 미진도 뉴욕에 있는 iwork에 개인 사무실이 있다고 하더라고. 요즘 뉴욕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iwork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게, 마치 굉장히 힙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야.”
“그런가 봐. 내 친구들 몇도 뉴욕에 있는 iwork에서 스타트업 시작해본다고 하더라고.”
전태국은 적절히 응수했다.
그리고 애덤 뉴맨은 숨겨왔던 욕망을 슬그머니 꺼내놓기 시작했다.
“태국, 서울을 직접 와서 보니 서울은 정말 뉴욕과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 젊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이고, 인재들도 많고. 하지만 비싼 렌트 비용 때문에 그들이 꿈을 펼치기에도 역부족인 상황까지. 여기도 iwork가 꼭 필요한 곳인 것 같아.”
애덤 뉴맨은 마른 손을 비볐다. 마치 파리처럼.
“태국, 삼전은 대한민국에서도 알아주는 기업이잖아.”
“알아주는 기업 아닌데.”
전태국의 말에 애덤 뉴맨이 살짝 멈칫했다.
“알아주는 기업 아니고, 삼전은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야. 애덤.”
“내가 말실수를 했네.”
애덤 뉴맨은 목이 타는지 샴페인을 벌컥 들이켰다.
전미진은 옆에서 팔짱을 낀 채 흐뭇하게 애덤 뉴맨을 바라봤다.
“애덤이 긴장했나 봐, 오빠.”
전미진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나긋나긋했다.
“미진, 내가 너무 대단한 사람들을 만나서 좀 긴장했어.”
“긴장 풀어. 우리 오빠 그렇게 무서운 사람 아니야. 요즘 회사 때문에 저렇게 분위기 잡는 거지, 원래 웃긴 사람이야.”
“음흠….”
전태국은 괜히 헛기침을 해댔다.
그러자 전미진이 애덤 뉴맨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혀를 쭉 내밀었다.
[역시 남매는 남매군.]전태국과 전미진의 사이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애덤 뉴맨은 상황을 주시하다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태국, 아마 내가 왜 만나자고 했는지 알 것 같아.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iwork에 투자해보는 거 어때?”
“흠….”
전태국은 뜸을 들였다.
그러는 사이 애덤 뉴맨은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성국, 성국은 이미 흥미를 가지고 있는 거잖아. 하드 뱅크의 손 대표의 안목을 믿으니까….”
“물론이지. 나는 손 대표님의 안목을 믿어.”
iwork 빼고.
“하지만 내가 지금 군인 신분이라 쉽게 움직일 수가 없거든.”
대한민국의 군대는 이럴 때 참 좋은 핑계가 됐다.
애덤 뉴맨은 군대의 개념조차 잘 모르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태국은 어때?”
“우선 iwork가 요즘 대세인 건 나도 잘 알지만, 회사의 여러 가지 상태나 비전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어. 자료 좀 내 비서 통해서 보내줄래?”
“당연하지. 이미 미국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어. 성국과 태국 모두에게 보낼게.”
“애덤, 나두!”
전미진이 옆에서 끼어들었다.
“미진, 당연하지. 참, 오늘 샴페인은 내가 사는 거야.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보자고.”
애덤 뉴맨이 샴페인 잔을 높이 들었다.
* * *
애덤 뉴맨은 흥청망청 취해서 박성희 비서가 운전하는 차에 올라탔다.
박성희 비서가 전태국이 아닌 애덤 뉴맨을 태운 것은 순전히 전미진 때문이었다.
“오빠, 나도 이 차 타고 갈게. 애덤 내려주고, 나도 집에 데려다주면 되지…. 안 그래?”
술에 취한 전미진은 애덤 뉴맨의 차에 올라타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든든한 김미소 비서가 있었다.
“아가씨, 김미소 비서입니다. 삼전에 처음 입사해서 아가씨 모셨는데, 기억하시죠?”
“어! 미소! 오랜만이야.”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가씨는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회장님께서 집에 들어가서 전화하라고 특별히 지시 남기셨습니다.”
“하아… 정말 서울이나 뉴욕이나 자유가 없네, 없어.”
전미진은 전재형 회장의 지시하는 말에 군말 없이 김미소 비서가 운전하는 차에 올라탔다.
“김 비서님, 조심히 미진이 데려다주세요.”
“네, 대표님.”
그 순간, 술에 취한 전미진이 나를 보는 게 느껴졌다.
“성국아, 나 걱정해주는 거야?”
[너 말고, 김미소 비서지.]하지만 전미진을 곱게 집에 보내기 위해서는 약간의 거짓말이 필요해 보였다.
“미진아, 조심해서 들어가.”
“어, 성국아. 내가 들어가서 연락할게.”
전태국이 얼른 전미진을 차 뒷좌석에 밀어 넣었다.
“아버지한테 연락하고 자!”
* * *
판교 집에 도착하자마자 전태국은 맥주를 들고 우리 집 비밀번호를 눌렀다.
“성국아, 맥주 한 잔만 더 하자.”
술이 아니라 대화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형, 애덤 뉴맨 때문에 그러죠?”
“응. 그리고 전미진 때문에도 그렇고….”
전태국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기꾼 판별기로 전미진을 사용하긴 했지만, 그래도 혈육을 사기꾼에게 먹잇감으로 내놓기는 어려운 모양이었다.
“형, 박성희 비서 통해서 이미 애덤 뉴맨 조사 들어간 거 아니에요?”
“넌 어떨 때보다 나보다 더 삼전가 사람처럼 행동한다니까.”
전태국은 미간을 긁적였다.
“성국아, 너라면 어떻게 할지 한번 생각 좀 해줘 봐. 미진이가 지금 완전히 애덤 뉴맨에게 빠진 것 같잖아. 내 생각에는 내가 아니라도 애덤 그놈은 미진이한테 투자를 받을 거야. 지금 상태라면…. 아무리 삼전가 분석 자료를 들이밀어도 미진이는 뉴욕에서 iwork가 얼마나 유행인지 이야기하면서 우리를 우물 안 개구리 취급할 거란 말이지.”
[서당 개, 제법인데?]전태국은 전미진에 대해서 완전히 파악하고 있었다.
“형이 원하는 게 그거 아니었어요? 전미진이 삼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애덤 뉴맨에게 빠져 투자를 해서 돈을 날리는 것. 이 일로 삼전가에 찍혀서 전미진이 전재형 회장님의 눈 밖에 완전히 나는 거요.”
내 이야기를 듣던 전태국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성국아… 너 어쩜 우리 아버지랑 똑같이 생각하니?”
[이게 무슨 말이지? 전재형 회장이 여기서 왜 나오지?]나는 강한 의혹이 들었다.
“형, 혹시… 이 모든 게 전재형 회장님의 지시에요?”
“모든 건 아니고….”
전태국은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사실 애덤 뉴맨에 대해서 네가 이야기하자마자 비서실 통해서 알아봤거든. 당연히 아버지한테 보고도 올라가고…. 사실 전미진을 한국에 데리고 들어온 건 아버지 생각이었어.”
나는 가만히 전태국의 말을 들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저 집안에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엄마랑 아빠랑 이혼했잖아.”
“그건 대한민국 사람들이 모두 아는 사실이잖아요.”
“그렇지. 그리고 아버지는 삼전을 온전히 지켰지만, 엄마는 그러지 못했고…. 엄마가 아마 전미진에게 접근한 거 같아.”
대충 예상되는 내용이었다.
저번 생에서 전재형 회장과 철의 여인은 이혼하지 않아서, 나는 그저 실력 없는 동생들을 눌러주기만 하면 됐는데 이번 생에서는 이혼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나야 너랑 아버지가 뒤에 있으니까,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거고. 엄마는 우유부단한 전미진을 뒤에서 조정하려고 드신 거지. iwork에 사무실도 사실 엄마가 얻으라고 한 것 같아. 삼전에 한 자리 차지해야 하니, 지금부터라도 일 좀 하라고…. 하지만 너도 미진이 알잖아.”
[잘 알지!]“엄마의 기대에 전미진은 항상 못 미치고… 아버지는 이 상황을 아신 거고. 그래서 나에게 오히려 애덤 뉴맨에게 미진이가 잘못된 투자를 하게 해서 삼전에 경영자로 참여할 입지를 줄여버리라고 하신 거야.”
역시 가족도 못 믿고 이용하는 게 딱, 삼전 스타일이었다.
“근데 왜 망설이세요?”
“성국아, 너라면 망설이지 않았겠지?”
[나라면 전미진이 어설프게 경영권에 손도 못 대게 했겠지. 철의 여인도 그렇고.]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너는 아버지랑 참 많이 닮았어.”
“형은 갑자기 측은지심이라도 생긴 거예요?”
“그건 아닌데… 나도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중이야. 이 계획은 아버지 것이잖아. 그리고 만약 내가 아버지의 뜻대로 한다면, 나는 아버지의 꼭두각시일 뿐이잖아.”
전태국은 진지했다.
그리고 서서히 숨겨온 발톱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형이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뭔데요?”
“하아… 사실은 말이야.”
전태국은 맥주를 들이켰다.
“성국아, 난 iwork가 굉장히 잘될 것 같아. 미진이가 투자했다가, 돈 날리는 거 아니고 잘되면 어떻게 해? 나도 그냥 투자한다고 할까?”
뒷골이 당긴다는 말이 있다.
전태국은 사실 애덤 뉴맨의 말에 넘어간 것이었다.
“형… 전재형 회장님이 말리고, 삼전의 분석도 좋지 않잖아요.”
“내 친구들 몇 명이 뉴욕에서 iwork에 있잖아. 진짜 잘된대. 거기서 일하면 굉장히 성공할 것 같은 느낌이 막 든대.”
“그건 느낌일 뿐이잖아요. 형, 전미진이 애덤 뉴맨에게 투자했다가 대박 날까 봐 두려운 거예요?”
“사실은 그래… 아버지는 애덤 뉴맨의 iwork가 부동산 기초도 모르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거든.”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앞으로 나에게 필요한 것은 전태국이었다.
그렇다면 전미진이 어설프게 삼전에 손도 못 대게 이번 기회에 뽑아버려야 했다.
나는 찬찬히 왜 iwork가 망할 수밖에 없는지 이야기했다.
“형, 지금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최악이에요.”
이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로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공실이 넘쳐나고, 임대료는 싸졌죠. 애덤의 말대로 공실을 싸게 빌려서 사무실을 공유하는 거잖아요. 근데 애덤이 간과한 게 있어요.
부동산은 변동이 심한 자산이라는 거죠. 현재는 싸지만, 경기가 좋아지면 임대료가 오를 수도 있고요. 그리고 공유 사무실이라고 하지만, 이것도 일종의 월세예요. 세입자가 줄면 월세를 감당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는 거죠. 애덤이 내세운 그럴싸한 콘셉트도 돈이 돌아야 가능한 거잖아요.”
그리고 2013년에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몇 년 후에는 코로나가 전 세계를 뒤덮는다.
몇 년 동안 사람들은 카페에서조차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없어지고, 직장에서조차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 공유 사무실은 그 의미를 잃게 된다.
이미 오너 리스크로 골치를 앓는 iwork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iwork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전태국은 미간을 긁적였다.
“성국아, 나 결정했어.”
나는 전태국을 응시했다.
“네 말 들으니 너무 리스크가 있는 것 같아. 난 애덤 뉴맨이랑 어떻게든 엮이지 않을 거야. 투자도 안 할 거고… 하지만!”
[왜 불안하지?]“전미진도 애덤 뉴맨에게 투자하지 못하게 하겠어! 나중에 대박 나면 안 되니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전태국, 넌 지금 전미진을 뿌리 뽑을 수 있는 기회를 한 방에 날려버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