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65)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65화(465/576)
제465화
손정훈 대표가 나를 부른 곳은 의외의 장소였다.
내가 차를 남산 근처의 주차장에 대자, 미리 나와 있던 손정훈 대표가 손을 흔들었다.
“운동화 신었나?”
“전 늘 운동화라서요.”
“그렇지. 전성국 대표하면 회색 후드티에 청바지, 그리고 운동화지? 대표가 돼서도 자네는 바뀐 게 별로 없단 말이지.”
“이 복장이 편해서요.”
손정훈 대표는 미리 준비한 물병을 하나 내밀었다.
“걷다 땀나면 마시게.”
“감사합니다. 여기 아래로 내려가면 비빔밥집이 유명해요. 걷고 나서 드시죠.”
“그러지….”
물론 남산의 비빔밥집은 김미소 비서가 미리 알아봐 준 곳이었다.
손정훈 대표는 어제 나와 전태국이 애덤 뉴맨을 만난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 사이에 일어난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지 밤에 전화를 걸어와 오늘의 약속을 잡았다.
아마 iwork에 대한 내 의견도 듣고 싶을 것이다.
“카페니, 회의실이니 맨날 갇혀 있다 보면 답답하지 않나. 걸으면서 편하게 이야기 나누세. 내가 너무 아저씨 같은 소리 했나?”
“아니에요, 대표님. 저도 회의실에 하루 종일 붙잡혀 있다 보면 이런 데 나와서 종종 걷고 싶었어요.”
손정훈 대표는 엷은 미소를 지었고, 우리는 천천히 남산의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3월의 남산은 아직 꽤 쌀쌀했다.
하지만 손정훈 대표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운동을 하는 모양이었다.
“전 대표, 자네는 내가 왜 만나자고 했는지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
“…….”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래, 어제 애덤 뉴맨을 만난 소감은 어떤가?”
“그 전에 애덤 뉴맨이 대표님에게 어제의 만남에 대해서 이야기했을 것 같은데요. 그것부터 말씀해주시는 게 어떨까요?”
“역시 자네는 호락호락하지 않아. 솔직히 내가 아쉬운 입장이니, 편하게 이야기하겠네.”
손정훈 대표는 숨을 한번 골랐다.
“애덤이 어젯밤에 늦게 들어오자마자 전화를 했더군. 목소리에도 술기운이 많이 묻어났고…. 오늘 조식 시간에 보자고 하면서 어제의 만남이 굉장히 성공적이었다고 자화자찬을 하더라고. 그래서 나도 자네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의 약속을 잡은걸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사뭇 다른 표정이더군. 애덤 뉴맨 말일세.”
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삼전에서 벌써 빠르게 손을 쓴 걸까.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사실 어젯밤, 술기운이 올라온 전태국은 iwork가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자신의 분석을 이야기하면서도 내 말을 신뢰했다.
하지만 혹시라도 전미진이 투자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투자 자체를 못 하게 할 것이라고 단언하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사뭇 다르다면… 밤사이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얼굴 보니, 자네도 모르는 일인가 보네.”
손정훈 대표는 오랜 투자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었다. 사람의 속내를 읽어내는 데 탁월했다.
하지만 나도 저번 생에서 삼전의 후계자였다.
손정훈 대표가 무심코 흘리는 척 떠보는 말에 오락가락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흠… 자세히는 이야기하지 않지만, 뭔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투였네. 전태국 상무의 여동생도 어제 자리에 나왔다고 하던데, 맞나?”
손정훈 대표는 베테랑답게 애덤 뉴맨의 말들을 은근히 검증하고 있었다.
“네. 미국에서 iwork에 사무실을 얻어서 사용한 경험도 있고 해서 같이 나온 것 같았습니다.”
“흠… 어젯밤에 그 친구가 무척 우호적이어서 애덤 뉴맨은 삼전의 투자를 거의 확실시 했단 말이지. 그런데….”
손정훈 대표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고는 고개를 저었다.
“자네도 곧 알게 될 일이니… 말하지. 우선 전미진인가, 그 친구는 투자를 아예 하지 못하게 됐다고 하더군.”
“하지 못하게 됐다고요?”
“허허. 그러게 말일세. 삼전가에서 전미진이 투자를 하지 못하게 모든 계좌를 동결시켜 버렸다고 들었네.”
[삼전이 못 하는 일이 없지….]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전태국은 생각보다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전태국은 자신도 투자를 못 하는 대신, 전미진의 투자를 막았다. 하지만 아마 몇 년 후에는 이때의 이 행동을 뼈저리게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다.
투자 손실을 입지 않은 것은 행운이지만, 전미진을 뽑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전태국은 날려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서당 개, 아직 좀 더 수련이 필요하겠어.]손정훈 대표가 내 표정을 조심스레 살폈다.
“자네는 예상했나?”
“조금은요.”
“그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이제 은혜를 갚아볼까. 손 대표,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내 말만 잘 들으면 당신은 몇 년 후에 실패 투자에 대한 책임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거야.]나는 천천히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
“손 대표님이 지켜보는 회사라서 저 역시 처음에는 iwork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iwork는 너무 불안정한 자산을 담보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느낌이 적지 않았습니다.”
“불안정한 자산이라면?”
“부동산이죠. 대표님도 일본의 버블 경제 시대를 겪으신 분 아니십니까? 부동산이 얼마나 불안한 자산이라는 것은 대표님이 제일 잘 아실 텐데요.”
“그렇긴 하네만… iwork가 지점을 여는 곳들은 각 나라에서도 가장 비싼 렌트 비용을 내야 하는 곳들이네. 이곳의 건물을 장기적으로 임대하는 대신 렌트 비용을 줄이고, 동시에 사무실이 없는 많은 사업가들에게 렌트 비용을 받는 방식이니, 생존 가능성이 나는 높다고 판단했네.”
“지금처럼 부동산이 불황인 이때에는 iwork가 지불해야 할 전체 임대료도 높지는 않으니 별로 걱정이 안 됩니다. 하지만 재계약 시즌은 도래할 것이고, 그때에도 지금처럼 임대료가 낮다고 할 수는 없죠.”
“그에 맞춰서 개인이 내야 할 렌트 비용을 상승시키면 될 일 아닌가.”
“그러면 개인이 내야 할 높은 렌트 비용을 절감하게 해주는 공유 사무실의 목적이 사라지는 것이고요.”
“하지만 iwork는 개인뿐 아니라 소규모 회사들에게도 열려 있으니, 분명 수요는 발생하고도 남을 걸세.”
손정훈 대표는 끝까지 iwork의 가능성을 믿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내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뒷말을 재빨리 붙였다.
“일본은 버블 경제 이후로 부동산이 회복되지 않고 있네. 다른 나라들도 마냥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만은 할 수 없는 법이지.”
손정훈 대표의 마음 한편에서는 여전히 iwork 성공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작전을 슬쩍 바꿨다.
“대표님,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유형의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은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서요.”
“유형의 자산?”
“결국, iwork는 부동산을 임대하는 부동산 투자사일 뿐입니다. 그럴싸한 콘셉트를 씌워서 부동산 투자사라는 이미지를 없앤 거고요. iwork 같은 방식이 당장은 이익이 날지 모르지만, 분명하게 한계가 보이는 사업이라서요.”
“자네 말은… 자네처럼 IT나 기술을 가진 업체에 투자하는 게 낫다, 이 말인가?”
“낫다기보다는 저는 그러려고요. 투자를 기다리는 무형의 자산을 가진 기업들은 많으니까요. 아이디어 하나로 세상을 바꾸는 게, 저는 부동산 사업으로 돈을 불리는 것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손정훈 대표는 나의 단호한 어투에 제법 놀란 것 같았다.
“그럼… 자네도 삼전과 마찬가지로 iwork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건가? 아니지… iwork가 유망한 사업이 아니라고 보는 것인가?”
“네, 대표님.”
나는 더 이상 애덤 뉴맨과 비즈니스로 엮이고 싶지 않았다.
애덤 뉴맨은 콘셉트를 잘 정한 사기꾼일 뿐이다.
[손 대표, 제발 정신 차려!]손정훈 대표의 시선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대표님, iwork에는 얼마 투자하기로 하셨나요? 아니면 이미 결정하셨나요?”
“그, 그게….”
손정훈 대표는 평소와 달리 분명히 당황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한국에 오기 전에 일정 부분을 이미 투자하기로 약속한 모양이었다.
“자네를 미리 만났더라면 좋았을 걸…. 사실은 미국에서 이미 47% 지분을 내가 인수했네.”
손정훈 대표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님, 솔직히 이 투자가 잘못된 것인지 아닌지는 당장은 알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맞는다는 확신도 없고요….”
“아닐세. 내가 너무 성급하게 결정한 것 같기도 하네. 그동안 투자 성공으로 인해서, 자만심이 불러온 결과 같기도 하고…. 아무튼 고맙네. 내가 보기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자네가 iwork에 대해서 부정적이라면… 그 분석도 일리가 있을 거야. 내 참고하겠네.”
[손 대표, 어쩌면 여기에서 더 이상의 투자를 안 하는 게 최선일지도 몰라.]이미 투자 계약을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알리바바스를 비롯해서 수많은 투자 성공을 거둔 손정훈 대표는 iwork로 큰 실패를 경험하지만, 곧 회생할 것이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
* * *
그날 저녁, 손정훈 대표는 나에게 연락해서 iwork에 더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뜻을 밝혔다.
삼전의 분석 자료와 나의 의견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라고 했다.
그리고 늦은 밤, 애덤 뉴맨으로부터 아주 이상한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 전성국 대표, 당신도 결국 나를 질투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이었어. 앞으로 내가 어떻게, 얼마만큼 성공하는지 두고 보라고! 당신은 그저 가상의 세상에서 왕 노릇을 하겠지만, 나는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실제 세상의 왕이 될 거라고!
아무래도 손정훈 대표가 애덤 뉴맨에게도 더 이상의 투자는 어렵다고 말을 한 것 같았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애덤 뉴맨에게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 애덤, 당신 말대로 전 가상 세상의 왕이 될게요. 당신도 실제 세상의 왕이 되길 바랄게요. 내가 보기엔 무척 어려워 보이지만요.
이 메시지에 발끈했는지 애덤 뉴맨은 온갖 욕설을 담은 메시지를 나에게 보냈다.
나는 이 메시지를 고이 간직할 것이다.
언젠가 애덤 뉴맨이 추락하는 날, 나는 이 메시지를 내가 왕으로 있는 가상 세상에 풀 것이기 때문이다.
그 생각을 하며, 나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 * *
– 하드뱅크의 손정훈 대표, iwork의 지분 47% 인수! 투자의 신, 손정훈 대표가 선택한 iwork 승승장구!
이런 유의 기사가 하드뱅크의 손정훈 대표와 애덤 뉴맨이 떠난 후로 연일 경제지에 오르내렸다.
나와 삼전이 iwork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확답을 하자 애덤 뉴맨이 급한 마음에 언론 플레이를 시작한 모양이었다.
물론 당분간 iwork는 승승장구할 것이다.
애덤 뉴맨은 맨손으로 신화를 일군 주인공으로 언급도 될 것이다.
하지만 급격하게 오르고 내리는 집값만큼이나 애덤 뉴맨의 몰락도 급하게 오리라….
김미소 비서가 옆으로 다가왔다.
“대표님, 뭐가 그렇게 즐거우세요?”
[애덤 뉴맨의 몰락을 상상하면 즐겁거든.]하지만 이 말은 속으로 삼켰다.
“오늘 저녁에 치킨 먹을 생각하니 즐거워서요. 김 비서님, 무슨 일이세요?”
“대표님. 저희 <알파>가 IT 기업인만큼 e-스포츠팀을 창단하거나, 후원하는 게 어떻겠냐는 직원들의 제안이 있어서요. 기획안이랑 요즘 눈여겨볼 만한 선수들 추려봤는데, 한번 보시겠습니까?”
“주세요.”
김미소 비서는 프로게이머들의 명단을 내밀었다. 그리고 단번에 한 명을 알아봤다.
내가 후원할 선수!
나는 그 선수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선수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요.”
“페이트요? 이 선수 올해 데뷔한 신인인데요.”
“제가 눈여겨보고 있는 선수거든요.”
롤의 전설, 페이트.
축구에 메시가 있다면, 롤에는 페이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