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67)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67화(467/576)
제467화
성국의 아버지 지성은 페이트 선수의 아버지의 빈 소주잔을 채웠다.
벌써 소주병 하나가 비어가는 중이었다.
지성은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사방에서 우리 아들이 천재라고 하는데, 전 처음에 믿겨지지가 않더라고요. 어릴 때 남다르긴 했지만, 혹시라도 미국 유학 가서 적응 못 하면 어쩌나…. 정말 고민도 많이 했고요. 만약 엇나가면 이 선택을 도운 아비로서 후회가 될 것 같아서요.”
“그렇죠. 저도 그래요.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도 안 나오고 게임만 한다면 누가 정상으로 보겠어요?”
페이트 선수의 아버지는 소주를 들이켰다.
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님 심정 정말 제가 잘 압니다. 그런데… 한번 아들을 믿어주시는 게 어떨까요?”
“네에?”
페이트 선수의 아버지는 얼떨떨한 얼굴로 지성을 쳐다봤다.
“성국이는 제 아들이지만, 솔직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잘 자라줬거든요. 돌이켜보면 성국이가 선택을 할 때마다 제가 반대를 참 많이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국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가준 게 너무 고마워요.”
지성은 소주를 들이켰다.
“만약 성국이가 제 반대 때문에 그냥 사업 대신 하버드를 선택했거나 했으면 지금의 성국이는 없는 거거든요.”
페이트 선수의 아버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빙긋 미소를 지었다.
“진짜 천재를 둔 아버지의 고민을 직접 듣고 보니… 제가 소견이 좁았던 게 느껴지네요. 그리고 생각해보니, 우리 성혁이도 고집을 꺾을 아이가 아니고요.”
“천재들의 특징인가 봅니다. 고집도 엄청 쎄요.”
“맞아요. 정말 제가 매번 반대해도, 매번 진다니까요….”
지성과 페이트 선수의 아버지는 계속 소주잔을 기울였다.
* * *
나와 페이트 선수는 보쌈집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아무리 봄이라지만, 아이스크림을 먹고 한동안 돌아다녔더니 몸에 한기가 돌았다.
이야기가 끝나면 전화를 준다면 아빠의 연락은 아직까지도 오지 않았다.
“페이트 선수, 아무래도 아버지들끼리 이야기가 길어지시나 보네요.”
“저희 아버지도 술 좋아하시거든요.”
“참, 페이트 선수. 제가 상세한 조건은 김미소 비서 통해서 보낼 거긴 한데요. 아마 페이트 선수 영입하기 위해서 다른 회사들도 엄청난 조건들을 제시할 겁니다.”
“제가 그 정도 실력은 아닌데… 대표님이 저를 너무 높게 평가해주시는 것 같아요.”
[전설이 될 사람이 겸손하긴….]나는 페이트 선수를 쳐다봤다.
“페이트 선수, 김미소 비서가 보내는 조건 같은 것은 형식적인 겁니다. 보고 잊어도 돼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페이트 선수는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다른 회사에서 저희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밀면, 전 무조건 그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거거든요.”
“대표님, 그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뭐예요?”
“제가 말했잖아요. 전 최고를 원하고, 최고에게는 최고의 대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참, 혹시 자잘하게 원하는 조건 있나요?”
“어… 그게…. 이런 거 말씀드려도 되는지 모르겠는데요.”
“편하게 이야기해요.”
“대표님, 제 ‘페이스 노트’ 팔로우해주실 수 있어요?”
겨우?
하지만 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페이트 선수를 팔로우하는 건 제가 영광이죠. 그리고 저희랑 계약하시면, ‘페이스 노트’ 본사 투어도 한번 가시죠.”
“정말요?”
“당연하죠!”
[페이트, 그러니까 나랑 제발 계약이나 하자고!]페이트 선수는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이 정말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해주신 것 같아요.”
“제가 팔로우하는 거요? 아니면 ‘페이스 노트’ 본사 투어요?”
“둘 다요. 실리콘밸리의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정말 궁금했거든요.”
그럼, 굳히기에 들어가 볼까?
“페이트 선수, 혹시 좋아하는 아이돌 있나요?”
“그건… 왜요?”
페이트 선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세븐즈>라고 제 남동생이 거기 있거든요. 그리고 제가 투자도 했고요. 이런 말씀 드리긴 뭐 하지만 JP랑도 인연이 깊고 해서… 제가 콘서트 티켓 이런 건 정말 잘 구합니다.”
17살의 고등학교 남학생에세 아이돌 콘서트 티켓은 짜장면만큼이나 매력적인 제안일 게 분명했다.
“대표님, 그런데 전….”
설마 다른 회사 아이돌 좋아하나?
“저는 그런 데 관심이 없어서요.”
“네에?”
오히려 놀란 건 나였다.
어떻게 17살에 아이돌한테 관심이 없지?
“대표님, 전 실리콘밸리 투어가 더 좋습니다.”
“혹시 그럼 일론 머스트나 아플사에 대한 관심이 아이돌보다 더 많은가요?”
“아, 맞다. 대표님 돌아가신 찰리 잡스랑도 친했었죠?”
“네.”
“그럼, 저… 아플사 투어도 해주실 수 있나요?”
“당연하죠. 단, 조건이 있는 거 아시죠? 저랑 계약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페이트 선수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 * *
– 리그 오브 레전드의 최고 루키 페이트, 드디어 안착할 둥지를 찾다! 전성국 대표의 <알파>와 전격 계약!
– <알파> 페이트 선수를 주축으로 e-스포츠팀 창설!
– 페이트 선수 영입에 전성국 대표가 직접 나섰다는 후문이….
페이트 선수와의 계약이 이뤄졌다.
나는 페이트 선수에게 팀원들을 구성할 권한도 넘겼다.
또한 페이트 선수에게 접근한 그 어느 회사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했고, ‘페이스 노트’와 아플사의 견학 일정을 잡았다.
나는 흐뭇한 얼굴로 페이트 선수와의 계약서를 보고 또 봤다.
저번 생에서 DK에게 빼앗긴 페이트 선수를 드디어 찾아오다니….
“대표님, 페이트 선수랑 계약한 게 그렇게 좋으세요?”
옆에 선 김미소 비서가 조용히 물었다.
“그럼요. 제가 진짜 원하는 선수였거든요.”
“대표님, 솔직히 이번에 많이 놀랐습니다. 대표님이 e-스포츠팀에도 관심 있는 줄 몰랐고, 페이트 선수에게도 그렇게 관심 많으신 줄도 몰랐거든요.”
[김 비서, 아마 믿지 못할 거야. 저번 생에 페이트를 DK에게 빼앗겨서 얼마나 가슴 쓰렸다고….]페이트는 앞으로 선수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저번 생에서 삼전에서는 페이트를 놓치고, 쟁쟁한 선수들을 영입했다. 하지만 우리 팀이 우승해도,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페이트의 몫이었다.
페이트의 첫 패배.
페이트의 슬럼프!
페이트의 설욕전!
그만큼 페이트의 인기와 실력은 레전드이기 때문이었다.
“김 비서님, 앞으로 페이트 선수 스케줄도 항상 체크해주세요.”
“네, 대표님. 그리고 페이트 선수 아버님께서 페이트 선수 고등학교 자퇴 진행하셨다고 합니다.”
이제 페이트 선수의 아버지도 페이트 선수를 전적으로 응원해주기로 한 모양이었다.
나는 아빠에게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 아빠, 아빠 덕분에 페이트 선수와의 계약 잘된 것 같아요.
아빠에게서 곧 답이 왔다.
– 아들한테 힘이 됐다니, 다행이네.
[아빠, 항상 힘이 되고 있어요.]이번 생을 사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우리 가족.
아빠와 엄마는 잘 모르는 것 같지만, 가족들은 언제나 내가 사는 이유였다.
“대표님….”
잠시 감상에 빠진 나를 김미소 비서가 불렀다.
“또, 무슨 일 있나요?”
“지희 양 독립할 오피스텔이요. 한번 보신다고 하셨는데, 페이트 선수 계약 때문에 바쁘셔서 잊으신 것 같아서요.”
아차!
“어떻게 그냥 계약 진행할까요?”
“오늘 당장 보러 가죠!”
“네, 그럼. 저번에 말씀드린 그 오피스텔에 연락해두겠습니다.”
* * *
“성국아, 너 이번에 e-스포츠팀 창단한다고 기사가 엄청 나왔더라….”
지금 내 차 옆 좌석에는 전태국이 타고 있었다.
김미소 비서의 말에 따르면, 전태국이 지희의 오피스텔 계약 전에 자기도 꼭 같이 가서 봐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고 했다.
[전태국, 이건 좀 오바 같은데… 아무리 지희를 친동생인 미진이보다 예뻐한다고 해도….]나는 전태국을 슬쩍 쳐다봤다.
“형, 지희 오피스텔은 저 혼자 봐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굳이 가시는 이유가 뭐예요?”
“성국아, 넌 가끔 보면 너무 여자들 마음을 모를 때가 있거든.”
[남 말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서당 개.]“지희 첫 독립인데, 오피스텔 직접 보고 가구나 이런 거 내가 좀 해주고 싶어서.”
“형, 삼전의 기획팀 상무가 원래 이렇게 한가해요?”
[나는 저번 생에서 정말 1분 1초도 쪼개서 썼다고, 전태국!]전태국이 고개를 갸웃했다.
“성국아, 네가 재벌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원래 일은 직원들이 다 하는 거고. 나는 가끔 얼굴만 보여주면 되는 거야. 아직 아버지 건재하시니까, 내가 결정할 일도 없고….”
전재형 회장은 아직도 전태국을 완벽히 신뢰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e-스포츠팀 우리 삼전도 창설해볼까?”
“저 따라서요?”
“응. 너만 따라가면 왠지 반은 그냥 먹고 들어가는 기분이거든. 마침 삼전에도 e-스포츠팀은 없으니까, 하나 만들지, 뭐. DK도 이번에 만든다고 하더라고.”
전태국은 무심히 말했다.
그런데 그런 전태국의 태도가 점점 의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뭘 주도적으로 할 아이디어는 없지만, 대세를 읽는 눈은 조금 있는 것 같았다.
“근데 네가 페이트 선수 빼가서… 우리는 누굴 찾지….”
“좋은 선수들 많으니까, 잘 찾아보세요.”
“삼전이 잘하는 일이나 해야겠어.”
“그게 뭔데요?”
“돈으로 선수 영입하는 일이지, 뭐. 페이트 선수가 너한테 간 건 아쉽지만, 남은 선수들이라도 돈으로 질러야지.”
전태국은 태연히 이야기했다.
어쩌면 전태국은 점점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아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적당히 눈치 보면서 사업 전개하기.
그리고 삼전의 자금으로 인재를 영입하기.
이때, 앞으로 미리 도착한 김미소 비서와 지희가 보였다.
* * *
“저희 오피스텔은 침실로 쓸 수 있는 방 하나와 이렇게 거실과 주방이 따로 분리되어 있어 학생들이 많이 선호하는 타입이라 매물이 많지 않습니다.”
공인중개사는 친절히 설명했다.
공인중개사의 설명대로 침실과 거실 겸 주방이 분리되어 있어서 공간 활용이 좋아 보였다.
“지희야, 마음에 들어?”
“응, 오빠. 적당한 것 같아.”
옆에 선 전태국이 인상을 찌푸렸다.
“여기 너무 작은 거 아니야? 오피스텔이라는 곳이 다 이런가?”
“어머, 여기는 오피스텔 치고 큰 편이에요. 대부분은 다 원룸이거든요.”
공인중개사는 당황해서 말을 덧붙였다.
“성국아, 여기 너무 작은 거 같아.”
“형, 원래 대학생들은 이것보다도 못한 곳에서 많이 지내요. 지희는 공부 목적으로 독립하는 거니까, 학교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여기가 좋은 것 같아요. 경비 아저씨도 상주하시고, 치안도 괜찮고요.”
“하아… 그런가…”
전태국은 고심하는 얼굴로 지희에게 고개를 돌렸다.
“지희야, 학교 오가는 거 불편하면 내가 기사 딸린 차 붙여줄게. 차라리 그러는 게 어때? 여긴 너무 답답한데….”
“오빠.”
지희가 야무진 목소리로 전태국을 불렀다.
“왜, 지희야?”
“오빠, 항상 기사가 대기하고 있으면 제가 불편해서 어떻게 공부를 마음 편하게 하겠어요? 도서관에서 밤새 공부하고 싶은데, 기사 아저씨 때문에 일찍 나와야 할 때도 있을 거잖아요.”
“그건 걱정하지 마. 내가 월급 많이 주면 되지.”
“오빠, 돈 많다고 돈 아무렇게 쓰는 거 아니에요. 저는 이 정도 공간이면 충분해요.”
지희는 똑 부러지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전태국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지희야, 그래도 이 오빠가 방 이쁘게 꾸며줄게. 그건 되지? 돈도 얼마 안 들어.”
“알았어요.”
이때, 공인중개사가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쳐다봤다.
“오빠들이 여동생을 너무 이뻐하네요. 근데, 다들 어느 집안 자제들이세요? 기사 딸린 차니, 뭐니… 다들 부자신가 봐요.”
아무래도 공인중개사는 나나 전태국을 기사로 아직 접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때, 지희가 나섰다.
“이쪽은 제 친오빠인데, ‘페이스 노트’라고 SNS 운영하고요. 돈은 많은 것 같은데, 돈 쓰는 것을 본 적은 별로 없어요. 그리고 이쪽은 오빠 친한 형인데, 삼전 후계자예요. 근데 집안 믿고 하는 일은 별로 없어요.”
지희는 아주 정확히 나와 전태국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