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68)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68화(468/576)
제468화
띠띠띠띠.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전태국이 맥주를 들고 들어왔다.
“성국아, 맥주 한잔하자…. 지희는 이사 잘했대?”
“지금 김미소 비서랑 이사하고 있을 거예요.”
지희의 오피스텔은 무사히 계약을 마쳤고, 오늘 인테리어가 끝나서 입주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희가 드디어 독립을 하는구나. 맨날 아기 같았는데, 그날 보니까 똑 부러지게 자기 의견도 잘 말하더라.”
“형, 지희는 원래 말을 똑 부러지게 해요.”
[너무 똑 부러져서 탈이지….]전태국은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근데… 성국아, 그날 지희가 그랬잖아. 너는 돈은 많은 것 같은데, 돈 쓰는 건 별로 본 적 없다고. 그 말 어땠어?”
“배은망덕이라는 말이 있어요, 형.”
“지희가 은혜를 모른다는 말 아니야?”
“네, 아무래도 지희는 자기가 여태까지 이렇게 편하게 공부한 게 제 덕분인 것을 모르는 것 같아요.”
“지희가 아직 어리잖아. 그런 거 알 나이가 아니지….”
나는 맥주를 벌컥 마셨다.
이때, 전태국이 심각한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봤다.
“성국아, 근데… 나 정말 집안 믿고 하는 일은 별로 없어 보여?”
“형, 그건 맞잖아요.”
“나, 엄청 바쁘잖아. 얼굴 들이밀어야 할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야. 이것도 재벌 3세의 일이긴 하다고….”
“형, 그게 지희가 보기에는 별일 아닌 것으로 보이나 봐요.”
“지희가 어서 커서 사회생활을 해봐야 너나 나의 고통을 알 거야.”
“그러게요.”
그렇게 나와 전태국은 맥주를 쓰디쓰게 들이켰다.
* * *
그 시각, 김미소 비서는 완성된 지희의 오피스텔의 인테리어를 쭉 둘러봤다.
전태국이 카드도 주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붙여준 덕분에 지희의 방은 마치 인테리어 잡지에 나오는 방과 같이 변했다.
지희도 만족스러운 얼굴로 방을 훑었다.
“지희 양, 마음에 들어요?”
“무척이요. 생활하기에 너무 편할 것 같아요.”
“다행이네요. 지희 양이 공부할 수 있는 책상이 큰 게 필요하다고 해서, 특별 제작했습니다.”
“감사해요, 김 비서님.”
김미소 비서는 잠시 숨을 고르고, 지희를 쳐다봤다.
이 이야기를 한 번쯤은 해야 할 것 같았다.
“지희 양, 고맙다는 말은 전성국 대표님이랑 전태국 상무님에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전 대표님이 지희 양 엄청 생각하는 건 잘 알죠? 전태국 상무님도 친동생 이상으로 지희 양 챙기고 있고요.”
지희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너무 잘 알죠.”
“근데 왜 고맙다는 표시를 잘 안 하는 거예요?”
“가족끼리 그러는 거 쑥스럽잖아요. 그리고 김 비서님.”
“네, 지희 양.”
“제가 큰오빠를 조금 잘 아는데요. 큰오빠는 한번 띄워주기 시작하면 잘난 척을 너무 하거든요. 그걸 제가 견딜 수가 없어요.”
지희는 작은 주먹을 꼭 쥐었다.
김미소 비서는 웃음을 겨우 참았다.
“대표님이 좀 그러신 경향이 있죠.”
“태국이 오빠는 잘한다고 하면 또 너무 퍼주는 경향이 있거든요. 오늘도 보세요. 그냥 간단히 가구나 사면 될 것인데, 인테리어 디자이너까지 붙여서 자취방을 완성해 주는 건 좀 오바죠.”
“상무님도 그런 경향이 있으시죠.”
“제가 정말 철없는 두 사람 때문에 동생으로 살기 힘이 무척 듭니다, 비서님.”
“잘 알겠습니다. 그래도 고맙다는 말은 간단히라도 전하세요. 고마운 건 고마운 거잖아요.”
“네….”
지희는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성국과 태국에게 똑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 이사 잘했어. 고마워, 오빠.
* * *
띠링. 띠링.
메시지가 도착하는 소리가 나와 전태국의 핸드폰에서 잠깐의 시간차를 두고 들렸다.
누구지?
핸드폰을 열어보자, 지희로부터 메시지가 와있었다.
지희답게 아주 심플한 메시지였다.
[고맙다고? 지희가 이런 말도 할 줄 알았던가….]내가 의심에 찬 눈으로 지희의 메시지를 보는 사이에, 메시지를 받은 전태국의 입이 귀에 걸렸다.
“성국아, 지희가 메시지 보냈어.”
“저한테도 보냈어요.”
“성국아, 지희가 고맙대. 이제 지희도 철 좀 든 건가?”
“제 생각에는… 김미소 비서가 시킨 것 같네요.”
하지만 이것으로 됐다.
지희도 조금씩 철이 들고 있는 거겠지.
“시킨 거라고 해도, 메시지 보낸 건 지희잖아.”
전태국은 여전히 지희의 메시지 하나에 싱글벙글 웃었고, 아무래도 나보다는 전태국이 동생 바보인 것 같았다.
* * *
사시 공부에 열중한 지희 대신에 패밀리 비즈니스 사무실에는 김미영 대표의 추천으로 영화사에서 경력을 쌓은 직원이 한 명 상주했다.
이름은 김가영이였고, 직책은 피디였다.
봉주노 감독과 전작도 함께한 피디여서, 봉주노 감독도 적극 추천했다.
아침부터 김가영 피디가 알파의 내 사무실을 찾았다.
“대표님!”
김가영 피디의 목소리가 뭔지 모르게 살짝 들떠있었다.
무슨 일이지?
“대표님, 대박이에요.”
김가영 피디는 내 주위에 있는 누구보다도 성격이 활달했다.
“뭐가 대박이죠, 김 피디님?”
“지금 칸 영화제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거든요.”
[드디어 올 게 온 건가….]“대표님, 데니스 샤젤 감독님 영화 있잖아요.”
“<채찍>이 칸 영화제 비경쟁 부분에 초청받았다는 거 말하려는 거죠?”
“대박…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대표님? 대표님한테 따로 연락이 갔던가요?”
“아니요. 근데 그럴 것 같았거든요. 김 피디님이 호들갑을 떠는 게요.”
“아, 제가 그렇게 요란하게 굴었나요?”
“조금요. 우선 제가 데니스한테는 따로 연락할게요.”
김가영 피디는 들뜬 얼굴로 나를 계속 쳐다봤다.
“김 피디님, 왜 안 가고 계세요?”
“대표님, 처음으로 제작하신 영화가 칸에 초청을 받았잖아요. 영화를 수십 편 제작해도 칸에 초청받는 일은 잘 없거든요. 근데, 안 신기하세요?”
“제가 영화인이 아니라서요.”
“아… 그렇긴 하지만….”
김가영 피디는 더는 할 말을 못 찾고 있었다.
“김 피디님, 앞으로 저랑 패밀리 비즈니스 진행하시면 더 신기한 일 많이 보시게 될 겁니다. 칸 영화제에서 공식 초청을 받았으니까, 우선 저쪽에서 제공해주는 것들 알아보고요. 부족한 부분은 저희 쪽에서 진행비로 진행하세요.”
“네… 대표님. 근데… 저도 혹시 칸 영화제 가도 되나요?”
“그걸 왜 물으시죠?”
“죄송합니다. 전 가면 안 되죠?”
“당연히 같이 가야죠. <채찍>에는 참여 안 하셨지만, 앞으로 하는 프로젝트에는 계속 참여하셔야 하잖아요. 봉주노 감독님이랑도 연락해보세요.”
“대표님! 진짜 감사드려요!!!”
김가영 피디는 허리를 90도로 숙이고 인사를 하고는 호들갑스럽게 사무실을 나섰다.
막 들어오던 샘과 애덤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성국, 무슨 일 있어요?”
“데니스의 영화가 이번에 칸에 초청됐거든요.”
“축하해요, 성국! 데니스한테 메시지 한번 보내야겠네요.”
“경쟁 부분이 아니라서 상 같은 건 받는 거 아니에요.”
“그래도, 칸 영화제잖아요!”
샘도 들떠서 이야기했다.
“샘, 애덤…. 우리에게는 더 중요한 게 있지 않아요?”
“아, 그렇죠.”
샘은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띡똑, 올해 말에 정식 서비스 시작할 수 있을까요?”
내 말에 샘과 애덤은 평소와 달리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할 것 같아요, 성국.”
애덤이 확신에 차서 대답했다.
“성국, 애덤이 이렇게 확신에 차서 대답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아시죠?”
“물론이죠, 샘.”
이제는 샘과 애덤은 눈빛과 말투만 봐도 프로젝트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애덤은 지금 띡똑에 대해서 확신에 찬 상태였다.
“애덤, 그동안도 고생 많았지만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고생 좀 더 해줘요.”
“성국, 걱정 말아요.”
“참, 그리고… 제가 준비한 게 있거든요.”
샘과 애덤은 그동안 정말 띡똑을 위해서 미친 듯이 달려왔다.
야근이 생활이었고, 주말에도 회사에 나왔다.
물론 나는 두 사람에게 연봉으로 충분히 보상해주고 있었지만, 가끔은 돈만으로 부족할 때도 있었다.
애덤이 궁금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애덤, 요즘은 에이펑크로 갈아탔더라고요.”
“성국, 그거 어떻게 알았어요?”
“애덤, 전화할 때마다 통화 연결음이 에이펑크 음악이던데, 모를 수가 없죠.”
“아, 그렇죠….”
애덤은 쑥스러운 듯 볼까지 붉어졌다.
애덤은 여전히 K-pop의 팬이었고, 요즘은 에이펑크에 빠져있었다.
“다음 주 주말에 에이펑크 콘서트 있더라고요. VIP석으로 예매했어요.”
“성국…. 정말 고마워요. 안 그래도 제가 정말 온갖 기술을 다 동원해서 예매하려고 했는데, 실패했거든요. 대한민국 사람들한테는 정말 이길 수가 없더라고요.”
“그럴 줄 알았어요. 샘이랑 같이 다녀오세요. 하루쯤은 머리 식히는 날도 필요하죠.”
샘과 애덤 모두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사무실을 나갔다.
올해 말이면 이제 드디어 띡똑이 전 세계에 공개된다.
아직 핸드폰 기술이 동영상을 마음대로 구현하기에는 아쉬웠지만, 몇 년 안에 띡똑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페이스 노트’와 인스타그림. 그리고 너튜브와 띡똑까지.
서서히 나는 SNS의 진짜 제왕 자리로 올라가고 있었다.
만약 여기에 짹짹이까지 차지한다면 어떨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짹짹이는 일론 머스트가 눈독 들이고 있었지만, 짹짹이마저 내가 차지한다면?
나는 완벽하게 SNS의 제왕이 되는 것이었다.
[기회를 노려봐야겠군….]* * *
“데니스, 정말 축하해. 비경쟁 부분이기는 해도 칸 영화제에 초청도 받았잖아.”
– 성국, 나 아직도 얼떨떨해. 칸이라니… 정말 내가 꿈속에서나 밟았던 레드카펫을 밟는 거지?
“그렇대도. 우리 영화사에서 일정 정리해서 보낼 거야. 나도 갈 거고, 아마 지희도 갈 것 같아. 지희가 저작권 쪽에 관심이 많거든.”
– 알았어, 성국. 나도 준비할게.
“감독님은 마음의 준비만 잘하세요.”
– 알았어!
데니스는 칸 영화제에 초청됐단 사실이 아직 믿기지 않는 것 같았다.
똑. 똑. 똑.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김미소 비서가 들어왔다.
“대표님, 이번에 칸 일정 잡히셨더라고요.”
“데니스 영화가 초청받았거든요.”
“김가영 피디님이 오늘 하루 종일 전화기 붙잡고 계시더라고요. 각종 언론사에서 전화가 끊이지 않나 봐요. <채찍>의 투자, 제작사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요. 이미 수입 판권 문의도 많대요.”
“칸 이후에 모든 결정은 내릴 겁니다. 나가는 길에 김 피디님한테 전해주세요.”
“네, 대표님. 아… 그리고요….”
김미소 비서가 말끝을 흐렸다.
뭔가 말하기 곤란한 게 있을 때면 나오는 김미소 비서의 버릇이었다.
“뭐, 문제 있나요?”
“김가영 피디한테 연락받고, 대표님 일정을 정리 중이었거든요.”
“그런데요?”
“<채찍>이 상영되는 날, 근처에서 또 다른 영화가 상영하는데요.”
영화제에서는 하루에도 몇 개 영화가 동시에 상영됐다.
“그게… 엠마 왓튼 주연 영화라서, 엠마 왓튼도 레드 카펫에 나올 계획이거든요. 대표님이랑 레드 카펫 시간이 엇비슷하게 겹칠 것으로 예상이 돼서요.”
엠마 왓튼과는 이미 완벽하게 끝난 사이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을 것이다.
특히 헤어진 연인이 같은 장소에서 마주치는 것은 언론이 미치도록 좋아하는 일이기도 했다.
“일 때문에 레드카펫에 서야 하는데, 어쩔 수 없죠.”
“죄송합니다. 칸 영화제 측에서 일정을 잡는 거라, 저희가 조정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대표님.”
“김미소 비서님이 죄송할 일이 아니죠.”
“최대한 동선은 안 겹치도록 해보겠습니다.”
나는 잠시 생각을 하곤 김미소 비서를 쳐다봤다.
“김 비서님, 저는 엠마 왓튼과 겹치든 말든 상관은 없습니다. 그냥 엠마 왓튼을 좀 놀라게 해주고 싶은데, 김 비서님이 도와주실래요?”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김 비서님, 제 파트너로 레드 카펫 같이 밟으실래요?”
내 제안에 김미소 비서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