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72)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72화(472/576)
제472화
– 봉주노 감독의 차기작 <옥순> 넷플렉스 행!
– 넷플렉스 대표 리드 스팅스 주니어는 봉주노 감독의 <겨울 열차>를 인생작으로 꼽아. 꼭 한번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이라고 언급. <옥순>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 약속!
– 베일에 가려진 봉주노 감독의 차기작 <옥순>. 넷플렉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일주일 내내 한우를 먹은 리드 스팅스 주니어는 <옥순>의 투자를 결정하고 미국으로 향했다.
전선희 대표와 봉주노 감독 모두 만족스러운 계약이었다.
그리고 일주일째 전태국은 내 앞에 얼굴도 내밀지 않았다.
띡똑의 마지막 점검인 한창 중인 샘과 애덤에게 나는 슬쩍 물었다.
“샘, 애덤… 요즘 태국이 형 얼굴을 통 볼 수가 없네요. 형, 무슨 일 있나요?”
“그냥 아침에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던데요. 평소랑 다르게요.”
직원들이 부담스러워한다고 제일 늦게 출근하고, 가장 빨리 퇴근하던 사람이 전태국이었다.
그런데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다니!
아무래도 전재형 회장이 나에게는 e삼전에 대해서 함구하라고 말을 한 것 같았다.
하지만 정말 미치도록 궁금하긴 했다.
내가 저번 생에서 실패한 e삼전을 전태국이 성공시킬 수 있는지!
도대체 삼전은 어떻게 e삼전을 세팅하고 있는 지도.
* * *
“상무님, 요즘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닌가요?”
양 비서는 최근 들어서 아침 일찍 출근하는 전태국과 구내식당에서 항상 같이 밥을 먹었다.
전태국 때문에 양 비서의 업무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었다.
“양 비서님, 아버지가 열심히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잖아요. 이제 슬슬 팀원들 모이고 있으니, 세팅되면 그 이후에는 저도 이전처럼 행동해야죠.”
“상무님, 이렇게 아침 일찍 뵙고 하니 전, 좋은데요.”
“양 비서님, 마음에도 없는 말씀 하지 마세요.”
“아주 마음에 없는 말은 아닙니다. 도련님을 이렇게 일찍 회사에서 보는 거 좋기도 하고요. 젊었을 때, 회장님이랑 같이 일하던 기억도 나고요.”
양 비서는 과거를 잠시 떠올렸다.
지금도 1분 1초를 쪼개서 사는 전재형 회장이었지만, 젊었을 때는 더했다.
그땐 삼전이 지금처럼 자리 잡은 것도 아니었고, 정권의 눈치도 한창 볼 때라 회사에서 지내다시피 하기도 했다.
양 비서는 그 시절이 떠올라서 미소가 머금어졌다.
“양 비서님, 만약 아버지 은퇴하셔도 회사에 계속 남아계실 거죠?”
“저도 은퇴를 해야죠.”
사실 양 비서는 전재형 회장보다 두 살이 더 많았다.
삼전의 보통 임원이었다면 충분히 은퇴하고도 남을 나이였다.
하지만 양 비서가 맡은 일이 워낙 특수하다 보니 대체할 인재를 아직 찾지 못해서 양 비서가 계속 전재형 회장을 보좌하고 있었다.
“도련님께는 이제 박성희 비서가 있지 않습니까?”
“박 비서는 아직 멀었어요. 양 비서님처럼 아버지 눈빛만 봐도 딱, 알아채야죠. 박 비서는 사사건건 절 가르치려고 든다니까요.”
“전 대표님이 그래서 박성희 비서를 추천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도련님에게는 저 같은 사람보다는 박 비서처럼 때론 충고도 해줄 수 있는 비서가 더 어울린다고요.”
“성국이, 이 녀석….”
전태국은 괜히 성국이 이름이 나오자 우울해졌다. 괜히 한숨만 나왔다.
“아버지가 성국이한테는 e삼전 비밀로 하라고 해서 일주일째 성국이도 못 보고 있어요.”
“전 대표님이랑은 바로 앞집에 사시지 않습니까?”
“하아…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성국이이기도 해요. 안 마주치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잖아요.”
“도련님, 그렇다고 이 프로젝트 끝날 때까지 전 대표님을 안 보시게요?”
“만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냥 막 e삼전에 대해서 말하고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불길해서 그래요.”
양 비서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전태국이 망나니 도련님에서 어느새 철이 드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양 비서님, 근데 진짜 이 프로젝트 성국이한테 말하면 안 될까요?”
“회장님의 뜻을 한번 따라가 보세요. 회장님은 아무래도 도련님이 혼자 힘으로 이 일을 해결해나가기를 바라시는 것 같습니다.”
전태국은 또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아버지는 참 이상해요. 언제는 눈치껏 쫓아가라더니, 이제는 혼자 하라고 하고….”
“그동안 쫓아가시면서 일을 익히시지 않으셨습니까? 회장님은 다 뜻이 있으셨던 겁니다.”
“글쎄요….”
전태국은 사실 자신이 없었다.
* * *
– 성국, 태국이 지금 들어왔어요. 내일 또 일찍 일어나야 한다면서 치맥 하는 우리 피해서 방으로 바로 들어갔어요.
나는 애덤에게 에이펑크 사인회 티켓을 주면서 전태국의 출근과 퇴근 시간 보고를 맡겼다.
물론 전태국에게는 비밀인 일이었다.
전태국은 열흘째 나에게 어떤 연락도 없었고, 제집처럼 드나들던 우리 집에는 발길도 하지 않았다.
애덤의 보고에 따르면 평균 아침 6시 출근, 밤 11시 퇴근이었다.
나의 출퇴근 시간을 교묘하게 피해서 다녔다.
[전태국, 언제까지 나를 피하는지 두고 보겠어.]* * *
김미소 비서가 평소와 달리 빈손으로 우리 집 거실에 서 있었다.
“대표님, 오늘따라 일찍 호출하셔서 좀 놀랐습니다.”
“출근 시간을 좀 당겨보려고요.”
나는 일부러 전태국의 평균 출근 시간에 맞춰서 준비를 서둘렀다. 평소 내 출근 시간보다 30분 정도 빠른 시간이었다.
“대표님, 문벅스는 주변에 문 연 곳이 없어서 커피는 따로 준비 못 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커피랑 샌드위치는 가면서 먹죠.”
이때, 애덤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 성국, 태국이 나가려고 해요!
나는 얼른 가방을 멨다.
“김 비서님, 회사로 출발하죠!”
나는 현관으로 후다닥 가서 운동화를 구겨 신다시피 하고는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띵!
마침 엘리베이터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른 엘리베이터를 향해 갔지만, 문이 거의 닫히고 있었다.
닫히는 문 사이로 전태국과 박성희 비서가 얼핏 보였다.
“형! 같이 가요!”
나는 소리를 쳤지만, 전태국은 태연한 얼굴로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꾹 눌렀다.
김미소 비서가 구두를 신고 있어서 두고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성국아, 미안. 내가 바빠서….”
김미소 비서가 뒤늦게 따라 나왔다. 이미 엘리베이터 문은 닫힌 후였다.
“대표님, 저 때문에 엘리베이터 놓치신 거죠? 죄송합니다.”
“정확히는 저 때문에 놓친 거예요.”
나를 보고 전태국이 닫힘 버튼을 눌렀으니까.
전태국은 나를 피하기로 아주 작정한 것 같았다.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설 내가 아니었다.
“김 비서님, 내일부터는 저 혼자 출근할게요. 커피도 샌드위치도 필요 없습니다. 김 비서님은 평소대로 아침 7시까지 회사로 오세요.”
“네… 대표님.”
김미소 비서는 나를 슬쩍 올려다봤다.
“그런데 대표님, 이런 모습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떤 모습인데요?”
“승부욕에 불타시는 모습이요.”
그러고 보니 그동안 승부욕에 크게 불타오를 일이 없었다.
사업은 너무 잘됐고, 연애는 어차피 당분간 불가능했다.
“그냥 너무 궁금해서요.”
“대표님, 뭐가요?”
“태국이 형이 무슨 사업을 시작하는지요.”
내 말에 김미소 비서가 겨우 웃음을 참았다.
“대표님, 전 상무님 항상 귀찮아하시면서도 한동안 안 보이시니 궁금하신 거죠?”
“무슨 소리예요. 제가 궁금한 건 정말 태국이 형이 하는 사업이에요.”
“네,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김 비서, 뭐지? 나 진짜 전태국은 하나도 안 궁금하다고!]* * *
13층 계단의 불이 켜졌다.
박성희 비서는 이미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상무님, 멀쩡한 엘리베이터 두고 계단은 아니지 않습니까?”
전태국을 뒤따라오는 박성희 비서가 뒤에서 투덜거렸다.
“성국이가 내 퇴근 시간 기다리면서 벤치에 앉아있단 말이야.”
“저희 지하 주차장에서 내렸는데,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내가 애덤한테 에이펑크 콘서트 후에 개인적으로 사진 찍을 시간 만들어주기로 했거든. 그러고 얻어낸 귀한 정보란 말이야.”
“그렇다고 꼭대기 층까지 계단은 너무 하잖아요, 상무님.”
박성희 비서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꼭 잡았다.
“성국이를 보면 지금 준비 중인 e삼전에 대해서 말해버릴 것 같단 말이야. 아버지가 삼전 인재들 다 모아놓고는 있지만, 성국이한테 한마디 조언이라도 듣고 싶단 말이야. 그걸 참고 견뎌야 한단 말이야! 헉- 헉- 헉-”
전태국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막 14층을 지나갔다.
* * *
– 성국, 태국한테는 성국이 벤치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달했어요.
엘리베이터를 흘깃 보니 1층에 그대로 멈춰있는 게, 전태국은 계단으로 올라오는 모양이었다.
나는 전태국이 애덤을 매수했단 이야기를 애덤에게 들었다.
에이펑크에 콘서트 후 개인 사진 촬영. 그리고 나의 사인회 티켓. 둘 다 놓칠 수 없는 애덤은 이중 첩자가 된 셈이었다.
물론 나는 애덤에게 더 큰 것을 제시했다.
바로 에이펑크 멤버 중 애덤이 가장 좋아하는 유미의 개인 메시지와 사인까지 주기로 약속했다.
내가 이것을 얻기 위해서 민국이에게 요즘 노래를 부르는 명품 운동화 하나까지 사줬다.
곧 계단 쪽에서 헉헉거리는 두 남자의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박성희 비서도 같이 있는 듯했다.
나는 조용히 현관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왔다.
[전태국, 누가 이기나 보자고….]* * *
전재형 회장은 양 비서에게 전태국의 스케줄을 보고 받고 있었다.
“대표님, e삼전 인원 모두 세팅됐습니다. 전태국 도련님이 e삼전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시는 것을 기념해서, 간단하게 다음 주 월요일에 취임식 열기로 했습니다.”
“요즘 태국이는 여전히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고 있나?”
“네, 이번에는 좀 오래 가십니다.”
“흠… 난 나흘 정도 생각했는데… 꽤 오래가네.”
전재형 회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 굳이 전 대표님에게 이야기하지 말란 말씀은 왜 덧붙이신 건가요?”
“이제 태국이도 혼자 설 줄 알아야지. 그동안 성국이 옆에서 보고 배운 게 있었을 테니까.”
“다른 의도도 있으시죠?”
양 비서는 조용히 전재형 회장의 의중을 떠봤다.
“이 자리에 있다 보면 침묵이 필요할 때가 있지 않나. 태국이 녀석도 이번 기회에 그걸 배웠으면 해서….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침묵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을…”
“이번 주에 기사 나갈 텐데, 이제 그 묵언수행 끝내시라고 하시지요, 대표님.”
“그래야지….”
전재형 회장은 창밖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삼전 그룹은 이제 세계 일류 기업이었다.
자신처럼 발에 땀 나게 뛰어다니지 않아도 된다. 전태국은 이 완성된 제국을 이어받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과 추진력보다는 다른 게 필요하다고 전재형 회장은 생각했다.
그리고 전태국은 점점 전재형 회장이 바라는 후계자의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 * *
– e삼전!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 IT 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시사! 초대 대표이사로 전태국 현 삼전 상무 임명!
– e삼전을 통해 전태국 현 삼전 상무의 운영 능력 시험대에 오르다!
[역시 e삼전이었군….]아침부터 모든 포털은 e삼전과 전태국이 장악했다.
경제 기사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본격적인 전태국의 후계자 굳히기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띠. 띠. 띠. 띠.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연이어 전태국의 목소리도.
“성국아! 문이 안 열려.”
나는 그사이 현관 비밀번호를 바꿨다.
“성국아, 문 좀 열어줘.”
문을 열자, 전태국이 득달같이 달려왔다.
“성국아, 비번 언제 바꾼 거야? 그동안 나 엄청 바빴어. 너 일부러 피한 거 아니야. 비번 뭐야?”
“형, e삼전 대표 된 거 축하해요.”
“아, 그게… 아버지가 한번 해보라고 해서… 성국아, ‘페이스 노트’에 투자 좀 할까?”
“e삼전의 목적은 그게 아닐 텐데요. 하드 뱅크처럼 저평가된 신생 기업에 투자해서 대박 내려는 게 목적 아닌가요?”
“성국아, 네가 나보다 e삼전을 더 잘 아는 것 같아.”
[내가 저번 생에서 말아먹었으니까 잘 알지.]전태국은 평소처럼 태연하게 들어와서 냉장고를 열어 음료수를 마셨다.
“성국아, 나 완전 걱정돼 죽겠어. e삼전 잘될까? 아부지가 이래저래 인재란 인재는 다 데려다 놓기는 했는데…. 걱정이야.”
“형, 그 사업이요. 아마 망할 거예요.”
내 말에 전태국은 할 말을 잃었고, 나는 태연히 커피를 마셨다.
[내가 해서도 안 됐던 사업을. 전태국, 넌 절대 못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