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73)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73화(473/576)
제473화
전태국은 황망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내 말에 꽤나 충격을 먹은 얼굴이었다.
“성국아, 그게 무슨 말이야. 망할 거라니.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형, 형은 IT 산업에 대해서 어느 정도 경험이 있죠?”
“그, 그거야… IT 산업의 세계적인 신화인 네가 내 곁에 있잖아.”
“제 말은 형이 직접 이 분야를 얼마나 겪어봤냐는 거예요.”
“나… 너희 회사에서 일한 적도 있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태국은 본격적으로 삼전에서 일하기 전에 우리 회사에서 일했었다.
“그때, 대부분 삼전의 도움으로 업무를 처리했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전태국은 말끝을 흐렸다.
지금이나 그때나 전태국의 정체성은 삼전이었다.
내가 그때 전태국이 필요했던 이유도 삼전의 도움 때문이었다.
“형이 직접 창업을 한 것도 아니고, 잘된 IT 회사에서 일한 경험도 삼전의 도움으로 대부분의 업무처리를 한 게 전부잖아요.”
“성국아, 말로 뼈 때리지 말고… 나, 정말 진지해. 나, 이거 못하면 후계자 자리 위험하단 말이야.”
[전태국, 엄살 부리지 마.]명분이 필요할 뿐이지, 전태국의 후계자 자리가 위험한 것은 아니었다.
전태국은 살짝 삐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너한테 조언 구하려고 한 건데, 너무 매정하게 이야기하는 거 아니야?”
“형, 매정한 게 아니라 사실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형이 말한 대로 삼전의 모든 인재들이 모였겠지만, 그들이 삼전 이외의 곳에서 일한 적이 있나요?”
“그, 그게….”
내가 저번 생에서 e삼전을 실패한 이유였다.
하드 뱅크의 손정훈 대표는 본인 스스로가 재벌 출신이 아니었다.
바닥부터 시작해서 부를 이룬 케이스로,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투자에 대해서 감각을 익힌 경우였다.
하지만 저번 생의 나는 달랐다.
재벌로 태어나서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한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인 셈이었다.
그때의 씁쓸함이 목까지 차올랐다.
“형, IT 쪽은 변화가 심한 곳이에요. 어떤 것이, 무슨 이유로 새롭게 떠오를지 감을 잡으려면 그만큼 그 분야에 대해서 깊은 이해가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단 말이에요. 전교 1등만 필요한 게 아니고요.”
나는 진지하게 조언을 했다.
저번 생의 실패에서 배운 살이 되고, 피가 되는 조언이었다.
전태국의 얼굴도 지금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조금 깨닫는 듯이 보였다.
“형, 이제부터 처음이라는 각오로 e삼전을 다시 시작하세요.”
[서당 개, 이제부터 내 말 잘 들어. 풍월이라도 읊고 싶으면!]“성국아, 네 말은 바닥부터 다시 점검하란 말이지?”
“e삼전, 안 봐도 전재형 회장님이 다 세팅해주셨을 거잖아요?”
“그렇지.”
전태국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안 봐도 아는 인재 풀이었다.
아마 전태국 바로 아래로는 삼전의 공신들이 포진했을 것이고, 팀원들은 삼전 그룹 자체에서 엘리트들만 모았을 것이다.
“형, 이제 남이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얻는 일은 그만해야죠. e삼전은 형이 대표이사예요. 그렇다면 회사의 조직원들도 형이 고민하고 뽑아야죠.”
전태국은 내 말에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굴 표정만 봐도 e삼전의 첫 단추가 얼마나 잘못 끼워졌는지 알아챈 것 같았다.
“성국아, 네 말이 맞아. e삼전이 성공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그걸 내 성공으로는 보지 않을 거야.”
“다시 한번 바닥부터 확인해볼게.”
나는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전태국의 결연한 얼굴을 봤다.
[서당 개, 이러다 사람 되는 거 아니야?]* * *
전태국은 전재형 회장 앞에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주말이었지만, 전재형 회장은 어김없이 출근했고, 전태국은 이례적으로 출근을 했다.
“네가 주말에 회사에 다 나오고, 어쩐 일이니?”
“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전태국의 목소리는 진중했다.
전재형 회장은 이런 전태국의 모습이 낯설었다. 거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재형 회장은 앞으로 몸을 숙였다. 왠지 오늘, 아들의 다른 모습을 볼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래, 한번 들어보자.”
“저… e삼전 대표이사 취임식이요.”
“다음 주 월요일로 정해지지 않았니?”
“취임식 미뤄주세요.”
전재형 회장은 사실 매우 놀랐다. 하지만 최대한 아닌 척했다.
“이유를 한번 들어봐도 될까?”
“어젯밤 내내 e삼전의 인사들을 확인했습니다.”
전재형 회장은 귀를 의심했다.
“네가 직접?”
“네, 아버지.”
전태국은 여태까지 누가 차려준 밥상만 먹었다. 심지어 그것도 제대로 못 먹을 때가 많았다.
그런 전태국이 직접 e삼전의 인사들을 일일이 확인했다고?
아마 전태국을 아는 누가 들어도 귀를 의심할 일이었다.
전태국은 말을 이었다.
“아버지, 이번 e삼전의 세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해주세요.”
“이유는?”
“이 인사들로는 e삼전의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전태국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전재형 회장은 조금 충격을 받았다. 아니, 솔직히 충격 그 이상이었다.
“e삼전의 인사들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니?”
“물론 최고의 삼전 인재들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IT 산업의 전문가들인지는 의심스럽습니다.”
전재형 회장은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자신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엘리트라 말하는 인재들을 다 때려 박은 e삼전의 가장 큰 리스크를 전태국이 알아챈 것이다.
“외인구단이라도 만들고 싶은 것이야?”
“그건 아니지만, 다양한 인재들로 구성해 보고 싶습니다. IT 산업의 기반은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성국이의 성공을 봐도 기성세대들은 이해가 안 되잖아요. 사람들이 언제 그렇게 온라인을 통해서 친구들과 연락하기를 바라고, 자신을 나타내고 싶어 하는지 아무도 관심도 없었잖아요.”
“흠… 그래, 일리는 있는 말이네.”
전재형 회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1등만 모아놓는다고 해서 1등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전재형 회장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태국아. 아버지의 오랜 경험상 1등만 모아놓은 집단이 그나마 리스크를 덜 안고 갔단다.”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삼전처럼요. 하지만 그건 정말 삼전의 케이스인 것 같아요. 이미 안정적인 산업을 가진 회사는 그 전략이 통할지 모르지만, e삼전은 다르잖아요.”
“그럼, 진심으로 취임식을 미루고 싶다?”
“네. 그리고 저한테 인사 결정권을 주십시오.”
그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
솔직히 전재형 회장은 아직 전태국을 100퍼센트 신뢰하지 않았다.
전태국도 이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 이대로 가면 e삼전은 망해요. 그렇게 되면 아마도 사람들이 e삼전이 망한 원인을 제가 아닌 아버지의 잘못된 선택이라고 이야기할 거지만, 지금 제 뜻대로 가서 실패한다면 그땐 모든 게 제 책임이잖아요.”
전태국은 전재형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
황태자로 자라나서 실패 없는 인생을 산 전재형이었다. 그래서 실패에 언제나 민감했다.
“좋다. 그럼, 네 마음대로 한번 해 보거라. 취임식 일정도 네가 정하고….”
“감사합니다, 아버지.”
전태국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전재형 회장의 목소리가 전태국을 잡아 세웠다.
“태국아, 지금 네 생각 말이다. 온전히 네 생각인 거니? 아니면….”
“성국이 생각이냐고요?”
“그래….”
“아버지, 이 생각이 성국이 생각이라고 해도, 제가 성공시키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게 인재를 이용하는 방법이잖아요.”
“…….”
전재형 회장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전태국은 상기된 얼굴로 회장실을 나갔다.
그리고 전재형 회장은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
전태국은 어쨌든 성장하고 있었다!
* * *
서당 개,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 일주일째.
세상에는 꼭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은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사람이었다.
저번 생의 기억과 능력으로 투자와 회사 모든 것을 정상에 올려놨지만, 사람만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부모님도 그렇고 맨날 투덜거리는 두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사용해서 두 동생은 겨우 사람 구실 하게 만들어놓긴 했다.
그리고 저번 생의 동생인 전태국.
나는 그저 내가 저번 생에서 대차게 말아먹은 e삼전을 이번 생에서 다시 한번 시험해 보고픈 마음에 전태국에게 몇 마디 조언을 했다.
그 이후로, 전태국은 판교의 <알파> 사무실 옆으로 e삼전의 사무실을 얻었다.
삼전 스케일로 보자면 거의 구멍가게 수준인 사무실이었다.
그곳에서 출퇴근하면서 전태국은 아침, 점심, 저녁을 나와 함께했다.
똑. 똑.
12시.
또다시 지옥 같은 점심시간이 돌아왔다.
문아 달칵 열리면서, 트레이닝복 차림이 전태국이 들어왔다.
“성국아, 오전에 나 머리를 너무 많아 써서… 점심은 장어덮밥 먹자. 박 비서가 청담동에서 장어 덮밥 잘하는 집에서 포장해오고 있어.”
“형, 너무 대놓고 저에게 소스 얻기 위해 온 것 티 나는데요.”
“섭하게 그러지 마. 솔직히 아버지가 떠먹여 주는 밥상 그대로 받아먹어도 되는데, 네가 한 말 때문에 나도 엄청 고생하고 있잖아. 성국아, 나 요즘에 잠을 다섯 시간밖에 못 자고 있어.”
[전태국, 그건 나에게 일상이라고.]곧 박성희 비서가 포장한 장어 덮밥을 들고 들어왔다.
“도련님이 일회용기에 먹기 싫어하셔서, 덮밥집에 특별히 말해 용기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서당 개, 사람 되려면 아직 멀었네….]박성희 비서는 빠르게 도시락을 세팅했다.
그리고 전태국은 재빨리 장어덮밥을 먹으면서 자신이 고민 중인 인재들에 대해서 거론했다.
“성국아, 이경수 투자 전문가 알지?”
“알죠. 국내 벤처 쪽에서는 유명한 투자자잖아요.”
“그 사람을 고문으로 두면 어떨까?”
“흠…. 고문으로 두려면 그 사람의 캐릭터가 중요한데, 우선 한번 만나보세요. 덥석 제안부터 하지 마시고요.”
“아, 그렇지!”
전태국은 장어덮밥을 먹으면서도 영입 인재 리스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머리가 아파. 인재팀 직원이랑 둘이서 진짜 완전히 재야의 고수들만 찾아다니는 느낌이야.”
“형,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도 말고. 너무 반대로만 생각하지도 마세요.”
“그게 무슨 말이야?”
“형, 지금 너무 성급해 보여요. 물론 다 세팅된 e삼전을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하려니 조급한 건 알겠지만, 형이 직접 세팅하는 만큼 인물 한 명 한 명 만나보고 캐릭터 파악을 우선 해야 한다는 것만 알아두세요.”
[전태국, 이건 전 삼전 그룹 부회장이자 현 ‘페이스 노트’ 및 너튜브, 인스타그림, 알파의 대표가 해주는 비싼 조언이야.]“회사는 결국, 조직이에요. 혼자 잘할 거면, 수영 같은 개인 스포츠를 하는 게 낫죠.”
“네 말은 e삼전에 어울리는 인재를 뽑는 게 더 중요하다, 이 말이지?”
“네.”
[서당 개, 이제 말귀 좀 알아듣네.]전태국은 굳은 얼굴로 박성희 비서를 쳐다봤다.
“박 비서, 우리가 리스트한 사람들과 점심이든 저녁이든 커피 타임이든 약속 다 잡아줘. 장소는 삼전 호텔로 하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전태국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성국아, 솔직히 내가 제일 영입하고 싶은 인재는 너야. 알지?”
“…….”
나는 다음 말을 기다리며 그저 장어덮밥을 먹었다.
“내가 그 제안 지금 해도 될까?”
“형, 저는 e삼전에 들어가지 않을 거예요. 전재형 회장님도 원하시는 그림이 아닐 거고요. 형, 이번 프로젝트는 힘들더라도 형이 직접 해보세요. 그래야 성공도, 실패도 값질 테니까요.”
[서당 개, 내가 정말 너까지 사람 만드느라 힘들어 죽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