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74)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74화(474/576)
제474화
‘서당 개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도 열흘이 넘어가고 있었다.
전태국은 영입할 인재들을 만나고 다니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그래도 밤이면 어김없이 우리 집에 와서 맥주를 마셨다.
“성국아, 나 다이어트한 거 요요 제대로 왔어. 약속이 삼전 호텔인데 짜장면을 안 먹을 수도 없고… 또 망고 빙수도 안 먹을 수도 없고….”
“형, 약속 장소를 좀 옮겨 봐요.”
“나야 맨날 가는 삼전 호텔이지만, 그 사람들은 맨날 올 수 있는 곳은 아니잖아. 예약 잡기도 힘들고. 나 만나지 않으면 날 잡아 가는 곳이니, 이럴 때 만나면 그 사람들도 나에 대한 호의적인 인상이 남을 거잖아. 우리 회사에 오든 안 오든.”
[서당 개, 철이 좀 드는 건가?]내가 잠시 생각에 빠진 사이에 전태국이 맥주를 벌컥 들이켰다.
“근데 성국아… 내일은 좀 걱정이 돼.”
“누구 만나는데요?”
“저번에 말한 이경수 투자 전문가를 만나는데, 이분이 워낙 베테랑에 나이도 좀 있다 보니까 긴장이 되네. 그리고 솔직히 제일 영입하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가….”
“지금까지도 잘해왔잖아요. 평소처럼 하세요.”
“지금까지는 사실 나랑 아버지가 붙여준 인사 담당자가 만났잖아. 나야 그냥 사람 좋은 척 웃으면서 담소나 나누면 실질적인 건 인사 담당자가 알아서 다 얘기했지. 근데, 이경수 이 사람은 내일 나랑 단둘이 보자고 하네.”
“흠….”
나는 턱을 매만졌다.
이경수 투자 전문가는 저번 생, 이번 생 통틀어 나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전태국이 건네준 프로필만 봐서는 이 바닥에서 꽤나 유능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캐릭터 분석은 되지 않았다.
전태국과 단둘이 보자는 것으로 봐서는 전태국이 어떤 사람인지 한번 확인해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성국아, 이런 부탁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형, 이미 부탁할 마음이잖아요.”
“그런가….”
전태국은 괜히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
“내일 이경수 투자 전문가 만나는 자리에, 너도 나와 주면 안 돼?”
“그 사람이 형이랑만 만나고 싶다고 했다면서요?”
“그렇긴 한데…. 내일은 중식당이 아니라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보기로 했거든. 거긴 룸이 없거든. 너도 내일 오랜만에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점심 먹는 거 어때? 우리 테이블 근처에서 먹으면서 이경수 좀 관찰해줘.”
“형, 저도 테이블 하나 예약 부탁드려요.”
이경수는 40대 초반의 투자 전문가로서 국내에서는 거의 탑급이었다.
전태국을 도와주는 것보다는 사실 내가 이경수라는 사람이 궁금했다.
“성국아, 진짜 나오게?”
“이경수라는 사람이 좀 궁금하거든요.”
* * *
새벽 시간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얼른 핸드폰을 들어서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다섯 시였고, 전화를 건 건 전태국이었다.
이 새벽부터 무슨 일이지?
“형….”
다음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전태국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 성국아, 큰일 났어!
[전쟁이라도 났나… 내가 알기로는 2013년에 전쟁 날 일은 없는데….]“무슨 일인데요?”
– 삼전 홍보팀에서 연락이 왔어. <세븐즈> 우리 핸드폰 광고하잖아. 오늘 새벽에 실시간으로 기사 뜰 거라고. 나보고 알고 있으라고….
“무슨 기사인데요?”
– 내가 링크 보낼게.
잠시 후, 전태국이 보낸 링크가 왔다.
– 전성국 대표의 동생 전민국이 소속된 그룹 <세븐즈> 2집 발매하자마자 사재기 의혹.
– 가요 차트 혼란시키는 사재기 의혹. 이번에는 민국이 소속된 그룹 <세븐즈>. 민국의 형은 세계적인 기업가이자 부자로 알려진 ‘페이스 노트’ 대표 전성국이다.
이 기사들은 누가 봐도 민국이와 나를 정면으로 저격하고 있었다.
전태국은 다급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 기사 낸 데가 대형 기획사들한테 주로 돈 받고 기사 써주는 데야. <세븐즈> 이번 2집 반응이 괜찮다며? 아무래도 괜히 시비 거는 거 같아.
“고마워요, 형. 이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 성국아… 근데, 그래도 오늘 점심때, 삼전 호텔에는 올 거지?
“거기서 만나야 할 사람이 저도 생겼네요.”
나는 전태국과의 전화를 끊자마자 방무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방무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연예계가 원래 말 많은 곳이잖아. 난 대응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차피 이런 시비 걸리는 그룹이 <세븐즈>만 있는 거 아니거든.
방무혁은 누구보다 연예계를 잘 알았다.
어쩌면 그래서 쉽게 먼저 포기해버리는 것일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동생이 있는 그룹인데, 포기해버리게 둘 수는 없었다. 거기다 나까지 걸고넘어진 상황이었다.
“아저씨, 전 생각이 달라요. 기사 보세요. 이미 제 이름이 앞에 나왔잖아요. 저와 민국이를 동시에 공격하는데,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것 같아요.”
– 괜히 오히려 역효과 날까 봐 그래.
방무혁의 걱정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아저씨, 오늘 점심때 얼굴 뵙고 이야기하죠. 오랜만에 맛있는 것도 먹고요.”
물론 전태국이 계산할 것이지만.
– 그래, 만나서 이야기하자.
방무혁과는 우선 전화를 끊고, 나는 김성택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 * *
삼전 호텔의 프렌치 레스토랑에 도착하자 이미 예약된 자리로 매니저가 직접 안내해줬다.
오늘따라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서울 날씨 때문인지, 뷰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나는 일부러 약속 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왔고, 방무혁과 김성택 변호사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이때, 내 뒤로 익숙한 얼굴의 한 남자가 들어왔다.
이력서에서 본 이경수 투자 전문가였다.
나는 모른 척 창밖을 보며 미리 주문한 커피만 한 모금 마셨다. 하지만 이경수도 나를 아는 듯 흘끔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전태국과 친분이 상당히 두텁다는 것을 모르기도 어려웠다.
전태국의 ‘페이스 노트’ 게시물 중 반은 나와 함께한 사진이기 때문이다.
이경수는 잠시 시간을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 자리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나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페이스 노트’ 전성국 대표님 맞으시죠?”
“네.”
“저는 오늘 여기 전태국 상무님이랑 약속한 이경수라고 합니다. 현재는 L&J에서 투자 전문가로 일하고 있고요.”
상대가 나를 알아봤고, 인사를 건네는 상황에서는 솔직하게 답하는 게 최선이었다.
“네, 이야기 들었습니다.”
이경수는 멋쩍은 미소를 짓더니, 말을 다시 건넸다.
“솔직히 좀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오늘, 저를 면접 보는 게 전태국 상무님만은 아닌 거죠?”
“그건 오해세요. 저는 다른 일 때문에 오늘 점심을 잡았는데, 제가 전태국 상무님께 장소 예약을 부탁드렸더니 이렇게 됐네요. 신경쓰지 마세요.”
“아하, 제가 오해했네요. 죄송합니다.”
이경수는 자신의 잘못도 깔끔하게 인정하는 면이 있었다.
그리고 의구심도 숨기지 않고 확인했다.
사실 나는 이경수의 공격적이 투자 방식이나 여러모로 봐서 조금은 의심을 했었다.
투자 전문가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이 반은 사기꾼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도나 말하는 스타일로 봐서는 깔끔해 보였다.
이때, 방무혁이 김성택 변호사와 함께 들어왔다.
“제 일행들이 도착했네요.”
“귀한 시간 뺏어서 죄송합니다. 그럼, 좋은 시간 되세요.”
이경수는 인사까지 깔끔하게 하고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 * *
“성국아, 이런 건 잘못 대응했다가는 솔직히 <세븐즈> 이미지에 더 큰 역효과가 날지도 몰라.”
방무혁은 새벽에 하던 걱정을 다시 하고 있었다.
“방 대표님, 제가 변호사로 일해보면서 실감하는 속담이 하나 있거든요.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 막는다고요. 작은 일을 방치했다가 오히려 나중에 더 큰 수고가 들 때가 많거든요. 이번 경우도 비슷하다고 보는데요. 대형 기획사에서 아직은 중소돌이지만, 전성국 대표가 뒤에 있는 <세븐즈>의 싹을 밟아버리려고 이런 루머 만든 것 같은데. 적절히 대응 시작하셔야죠.”
김성택 변호사는 나보다 더 이성적으로 이 사건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조언 또한 적절했다.
방무혁은 평소와 달리 메인 디시를 반이나 남겼다.
“내가… 입맛이 다 없네. 1집 그냥저냥 되고, 2집부터 반응 좀 오나 싶었는데… 이게 무슨 시비인지.”
“아저씨, 저는 김 변호사님 말씀처럼 했으면 해요. 이런 시비는 깔끔하게 털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미 언론에 싹 퍼졌잖아, 성국아. 사람들은 아무리 법적으로 해결하고, 결론이 나도 논란만 알고 있지 결론에는 관심도 없다니까.”
“그거야 가봐야 알죠. 그리고 전 그렇게 두지 않을 거예요. 저 두 신문사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끝까지 응징할 겁니다. 그러면 사람들도 알 거예요. 근거 없는 소문이 얼마나 위험한지요.”
방무혁은 그래도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될까….”
우리가 <세븐즈> 사건으로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전태국과 이경수는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전태국은 혼자서도 제법 능숙하게 이경수와의 대화를 이끌고 있었다.
언뜻언뜻 서로가 생각하는 비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었다.
“대표님, 그럼 이 사건 제가 맡아서 진행해도 될까요?”
“네. 당장 착수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방무혁과 김성택 변호사는 곧 자리를 떴고, 나는 남아서 커피를 마저 마셨다.
전태국의 부탁 때문이라도 이경수와의 대화를 좀 더 듣고 싶기도 했다.
내가 홀로 남은 것을 본 이경수가 전태국에게 뭐라고 말하는 게 들렸고, 곧이어 전태국이 내게 다가와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그러곤 조용히 속삭였다.
“성국아, 들켰어. 내가 너한테 같이 나와달라고 한 거.”
[아니라고 잡아뗐어야지!]“성국아, 이왕 이렇게 된 거 같이 망고 빙수나 먹으러 갈까?”
“형, 다이어트 안 해요?”
“밥 먹고 망빙하는 게 내 루틴이 되어버렸어, 큰일이야.”
어쩔 수 없는 나는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망고 빙수를 먹으러 라운지로 향했다.
* * *
이경수는 라운지에서 흥미로운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전태국은 망고 빙수를 급하게 먹더니, 배탈이 나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였다.
“전 대표님, 말씀과 달리 전태국 상무님이랑 같이 나온 게 맞던데요?”
“목적이 두 개였고, 하나는 말씀 안 드린 겁니다. 부담스러우실까 봐요.”
“나이는 어리신데, 이렇게 말씀하는 거 들어보면 정말 어른스러우시네요. 베테랑 기업가 같기도 하고요. 이런 반응 익숙하시죠?”
“네.”
나는 솔직히 이야기하고 망고 빙수를 몇 스푼 떠먹었다.
저번 생에서는 너무 달아서 잘 안 먹었는데, 이십 대가 되고 보니 망고 빙수가 참 잘 넘어갔다.
[이따가 포장해서 부모님이랑 김 비서 좀 줘야겠어….]그때, 이경수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꺼냈다.
“대표님, 아까 동생분 이야기로 심각하신 거 같던데요.”
“네, 근거 없는 소문이 많은 곳이 연예계라서요.”
“저도 그래서 아까 기사 좀 검색해 봤습니다. <세븐즈>랑 대표님을 동시에 공격하더라고요.”
“그 부분은 법적으로 대처하려고요.”
“흠… 대표님, 이건 제 생각인데요. 제가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거든요. 여러 가지 주식 이야기인데, 엔터테인먼트 주가도 항상 주시하는 편이고요. 혹시 제가 이 문제를 한번 다뤄보면 어떨까요?”
이경수의 제안은 충분히 솔깃했다.
“어떻게요?”
“대형 기획사들이 중소 기획사의 아이돌을 죽이고, 자신들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상장을 앞둬서인 거 같다고요. 안 그래도 이 신문사 보니까, 주로 다뤄주는 기획사가 분명하네요. 그 기획사가 상장을 앞두고 있기도 하고요.”
“<세븐즈>를 공격한 기획사가 상장을 앞두고 있고, 중소 기획사의 아이돌들을 밟아서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고 실적을 올리려는 기획 기사다. 이렇게 한번 다뤄주시겠단 거죠?”
“네. 솔직히 그렇게 흘러가는 사건 같기도 하고요.”
나는 이경수의 눈을 바라봤다. 안경 너머의 작은 눈이 반짝였다.
“혹시 e삼전에 들어가실 생각이신가요?”
“솔깃한 제안이긴 한데… 전 사실 오늘 전성국 대표님을 만난 게 굉장히 고무적인 게. 제가 너튜브에 관심이 엄청 많습니다. 경제 전문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너튜브가 별로 없잖아요.”
그렇다면 미끼를 던져볼까?
“제가 너튜브 채널 개설하시는 거 도와드리겠습니다. 대신, e삼전에서 일해보시는 거 어떨까요?”
마침, 화장실에서 속을 시원하게 비운 전태국이 돌아왔다.
그리고 나와 전태국은 이경수의 대답을 기다렸다.
“지금 회사는 겸업 금지라서요. e삼전은 겸업해도 될까요?”
“이건 전태국 상무님이 대답해주셔야할 것 같은데요.”
그 순간, 전태국은 라운지가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물론이죠! e삼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경수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