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75)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75화(475/576)
제475화
나는 포장된 망고 빙수 두 개를 차에 실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향했다.
민국이는 아직 <세븐즈> 멤버들과 합숙을 하고 있었고, 지희는 사법 고시 준비한다고 학교 근처 오피스텔로 독립했다.
드디어 부모님 단둘이 오붓하게 같이 지내고 계신 중이었다.
생각해보면 부모님에게는 요즘 신혼부부들과 같은 세월이 없었다.
덜컥 나를 가져서 결혼한데다가, 신혼집은 단칸방이었다.
아빠가 남은 골뱅이 가져와서 둘이 밤마다 소주 한잔하던 게 신혼이라면 신혼일 수도 있겠지만….
그 시절, 평생 입에도 안 대던 소주와 골뱅이가 왜 먹고 싶었던지, 아직도 이해는 가지 않는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나는 것 보니, 나도 늙었나 보군….]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저번 생의 기억까지 고대로 가지고 태어났으니, 세월만 보자면 환갑을 넘긴 나이였다.
나는 천천히 부모님 댁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부모님 댁 주차장에 막 도착한 순간, 익숙한 차가 보였다. 아빠의 차였다.
지금 이 시각에 아빠 차가 주차장에 왜 있지?
차 안에는 아빠가 타고 있었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곧 엄마가 나오는 게 보였다. 엄마는 평소와 달리 옅은 화장도 했고, 구두도 신고 있었다.
엄마는 익숙하게 아빠의 차에 올라탔고, 아빠는 곧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아무래도 두 분이 데이트를 나가시는 모양이었다.
나는 빙긋 미소를 짓고는 그대로 차를 돌려서 회사로 향했다.
[부모님 데이트를 방해할 순 없지….]* * *
“샘, 애덤. 고생 많아요. 이거 먹고 해요. 망고 빙수예요.”
“안 그래도 출출하던 차인데. 성국! 잘 먹을게요!”
망고 빙수 하나는 샘과 애덤에게.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김 비서님, 망고 빙수예요. 태국이 형이 요즘 이것 때문에 살쪘다고 해서 하나 사 왔어요. 쉬는 시간에 드세요.”
“여기 망고 빙수 비싸서 유명한데. 잘 먹을게요, 대표님.”
김미소 비서는 환하게 미소를 짓더니, 태블릿을 들고 다시 나를 따라 들어왔다.
“대표님, 요즘 전태국 상무님 일로 바쁘신 것 아는데요. 이제 저희 e-스포츠팀 창단식 준비도 시작하셔야 할 것 같아서요. 페이트 선수를 주축으로 선수단과 감독들 다 꾸려졌습니다. 이제 롤드컵도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롤드컵이라…. <알파> 선수들과 자리 마련해주세요. 본격적으로 롤드컵 준비해야죠.”
올해 말까지의 베타 서비스를 거쳐서 내년 초에는 <알파>의 띡똑을 전 세계에 오픈할 것이다.
아무래도 <알파>의 이름은 그 전에 롤드컵 우승을 통해서 세계에 먼저 알려질 것 같았다.
“참, 김 비서님. 이번 롤드컵 후원에 띡똑 광고를 넣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표님, 아직 서비스 오픈도 전인데요. 광고부터 하시게요?”
“내년 초에 오픈할 거니까, 광고부터 해야죠. 그리고 롤드컵만큼 좋은 광고 자리도 없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띡똑을 오픈한다는 것은 이제 내 군 복무 기간도 끝날 시점이 다가온다는 이야기였다.
띡똑을 내년 상반기에 오픈하면, 적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미소 비서가 내 눈치를 흘끔 살폈다.
“대표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세요?”
“김 비서님, 공부 열심히 하고 계시죠?”
“영어 공부 말씀하시는 거죠?”
“네.”
김미소 비서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대표님, 롤드컵에 광고 후원하고, 내년에 띡똑 오픈하시면 군 복무 기간도 거의 끝나가니, 벌써 미국 가실 준비하시는 거죠?”
“한국 올 때부터 정해진 일이었는데요…. 김 비서님도 천천히 준비하세요.”
“네, 대표님.”
나는 미국 가기 전에 할 일이 많았다.
회사 일뿐만 아니라 민국이의 소송 건도 해결해야 했고, 지희가 공부도 챙겨야 했고… 그리고 서당 개도 사람 만들어야 하니까….
* * *
이경수의 칼럼은 생각보다 날카롭게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해서 지적했다.
– 많은 중소기획사들이 아이돌 데뷔를 준비 중에 있다.
낮은 인지도와 충분치 않은 자금력 때문에 인재를 대형 기획사에 빼앗기는 일도 수두룩하다.
이런 고충 속에서도 아이돌을 배출하지만, 그 후에는 대형 기획사로부터 보이지 않은 견제를 당한다.
최근에 유명 기업가를 형으로 둔 동생이 속한 그룹이 사재기 의혹을 받는 기사가 쏟아졌다.
기사를 쏟아낸 해당 언론사는 모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 기사를 주로 다루는 곳이었다.
언론사가 대형 기획사로부터 돈을 받고, 기사를 써주는 것은 오래된 관행 중에 하나다.
심지어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뒷면까지도 잘 알고 있었다.
– 이번 사태를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씁쓸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중소기획사에서 눈에 띌 만한 성과를 겨우 내기 시작한 시작하는 아이돌 그룹에게 의혹을 덤터기 씌우는 행태.
그리고 이 언론사의 돈줄이라고 보이는 모 대형 기획사가 상장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눈여겨보는 투자자로서 이 세태가 아쉬운 점은 데뷔를 위해 피땀을 흘린 개인의 노력이 단순히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다.
거기다 적당한 걱정과 탄식까지.
이경수 칼럼은 삽시간에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회자가 됐다.
특히 중소기획사의 아이돌 팬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경수는 약속을 지켰고, 나는 이경수가 너튜브에 입성할 수 있게 철저하게 기획할 생각이었다.
쉽고 빠른 경제 지식을 전달하는 투자 전문가 출신의 너튜브.
대한민국에도 한 명쯤은 필요한 존재였다.
그리고 그 존재가 우리 편일 때는 금상첨화였다.
나는 핸드폰을 들고 전태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전태국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지금 시간 돼요?”
– 1층 카페에서 커피 마시자. 그집 몰랐는데, 티라미수 맛집이야.
* * *
전태국은 제법 두둑해진 배에 손을 올리고는 커피와 티라미수를 주문했다.
“성국아, 난 대한민국에서는 삼전 호텔만 한 맛집이 없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여기서 일해보니까, 재야에 숨은 고수들이 많아.”
“삼전이 대형 기획사라면 이런 곳들은 정말 소규모 기획사죠. 모두 다 살아남기 위해서 피땀으로 만드니까, 대중의 입맛에는 더 잘 어울릴 수도 있어요.”
“백화점 쪽에다가 이런 재야의 고수 맛집들 좀 알아봐서 팝업을 열든 하라고 해야겠어….”
[설마… 서당 개, 지금 생각이라는 것을 한 거야?]나는 조금 놀란 눈으로 전태국을 바라봤다.
다행히 전태국은 티라미수에 눈이 팔려서 내 시선은 안중에도 없었다.
“참, 성국아. 이경수 씨 칼럼 정말 잘 뽑았던데?”
“팬덤들도 반응 오고, 괜찮은 거 같아요.”
“소송은 계속 진행 중이지?”
“네. 제가 있는 한 동생들 다치게는 안 해요.”
“네가 안 나서면 내가 삼전 앞세워 나설 생각이었어. <세븐즈> 우리 모델이기도 하잖아. 사재기라니 말도 안 되지. 요즘 너튜브인가 거기서는 해외 반응이 뜨겁다는데 알아?”
물론 확인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세븐즈>가 중소기획사의 기적이 된 것은 해외에서의 반응이 폭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바탕에는 너튜브를 비롯한 SNS가 있었다.
“우리나라 가수들도 이제는 국내 시장이나 일본, 중국 시장만 볼 게 아닌 것 같아요. 너튜브 통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가수들이 많거든요.”
“성국아, 이러다 민국이가 너보다 더 유명해지는 거 아니야?”
“형, 전 제발 그러기를 바래요.”
[그때야 비로소 민국이가 진정한 밥값을 하는 거지!]* * *
전태국은 티라미수를 퍼먹으면서 e삼전의 이야기를 계속 풀었다.
“성국아, 아무래도 e삼전은 판교에서 오픈해야 할 것 같아. 아무래도 본사 건물에 갇혀있는 것보다는 현장에서 느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거… 형 생각이에요?”
설마?
“물론! 아니지!”
전태국은 배시시 웃었다.
“이번에 인사 채용하면서 담당자들이랑 직접 이야기 많이 해봤거든. 성국아, 네가 e삼전 처음에 아버지가 세팅해준 대로 한다고 했을 때, 그렇게 하면 망할 거라고 말해준 거 진짜 고마워. 네가 그 말 안 해줬으면, 난 지금쯤 책상에 앉아서 회사 돌아가는 것도 모르고 있었을 거야.”
전태국은 진심으로 나에게 고마워했다.
“형, 아직 결과가 나온 건 아니잖아요.”
“결과는 실패할 수도 있지. 솔직히 앞날은 모르는 거잖아. 근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 사람 다루는 방식이나, 채용하는 거. 그런 거 다. 참, 이경수 씨 이따 오후에 회사 올 거야. 계약 내용 조율돼서 계약할 거거든.”
“잘됐네요. 형이 겸직 허용해준 덕분이죠.”
전태국은 그 말에 미간을 긁적였다.
“성국아, 근데 너… 이경수 씨가 경제 너튜브 하게끔 유도했잖아. 맞지?”
[서당 개, 이제 눈치도 생긴 거야?]“이경수 씨가 관심 있어 해서 도와주겠다고 한 것뿐이에요.”
“내가 전성국을 조금 아는데… 너는 정말 먼 미래까지 생각해서 일을 전개하잖아. 내 생각에는 이경수 씨가 영향력 있는 너튜버가 되면, 너에게도 유리해서 그런 거 아니야?”
나는 잠시 몸이 굳는 것 같았다.
[서당 개, 이제 풍월을 읊기 시작하는 거야?]전태국은 태연히 커피를 쪼옥 마시더니 빙긋 웃었다.
“내 말 맞지?”
“형, 요즘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같네요.”
나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이미 전태국이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정신 차려야지. 아버지 연세도 있으시고… 나도 이제 내일모레면 서른 아니냐.”
“참, 형. 저 내년에 미국 다시 들어가요. 아시죠?”
“…….”
그 말에 한동안 전태국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연신 퍼먹던 티라미수도 더는 뜨지 않았다.
그리곤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성국아, 내가 정말 철이 조금만 없었어도 아버지한테 미국 지사 파견시켜 달라고 떼썼을 텐데… 이젠 그러지도 못하겠어. 나도 여기에서 중책을 이제 맡았잖아.”
그사이 전태국은 성숙해지기까지 했다.
이제 슬슬 서당 개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는 완료해도 될 것 같았다.
이때, 패밀리 비즈니스에 일 도와주러 온 지희가 카페에 들어서는 게 보였다.
“어… 지희네….”
전태국이 먼저 손을 들었다.
“지희야, 여기 오빠들 있어.”
지희는 눈이 커져서 다가오더니 전태국을 위아래로 훑었다.
“지희야, 왜 그래?”
“오빠, 왜 이렇게 살쪘어요?”
“그, 그게….”
전태국은 당황해서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전지희, 태국이 형 보자마자 하는 말이 그게 뭐니?”
나는 큰오빠답게 나무랐다.
“큰오빠, 태국이 오빠는 주변에서 좋은 말밖에 안 해주잖아. 그러니까 가끔 현실 파악을 못 할 때가 있거든. 나라도 사실을 말해줘야지.”
“지희 말이 맞아, 성국아. 나야 주변에 아첨꾼들 뿐이지. 지희야, 고마워. 근데 오빠 살 많이 쪘니?”
“오빠, 어서 숟가락 놓고, 다이어트 시작하세요.”
그 순간, 전태국은 득달같이 숟가락을 내려놨다.
“내가 요즘 너무 정줄 놓고 먹긴 했지…. 지희 말대로 정신 차리고 다이어트 해야겠다. 지희야, 오빠가 커피랑 티라미수 사줄게. 여기 거 엄청 맛있어.”
“네.”
전태국은 지희에게 커피와 티라미수를 사주기 위해 일어났다.
그리고 나는 전태국의 뒷모습을 슬쩍 바라봤다.
살이 찌는 줄도 모르고 사람들을 만나는 사이 전태국은 조금은 성장한 것 같았다.
[자기도 너튜브 하겠다고 떼쓸 줄 알았더니…. 이제 미국 가도 걱정 없겠어…. 서당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