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76)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76화(476/576)
제476화
전재형 회장은 양 비서에게 e삼전의 현재 상황을 보고 받고 있었다.
“이경수라고 원래 여의도에서 유명한 투자 전문가가 e삼전에 최종 합류하기로 했답니다.”
“확실히 계약했나?”
“네, 회장님. 계약 마쳤습니다. 조건 중 하나가 너튜브 채널 운영에 대한 겸직을 열어달라고 했다더군요.”
“전성국 대표 입김이 조금 들어갔겠군.”
“물론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전태국 상무님이 이경수 영입에는 적극적으로 임하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이경수가 워낙 까다로워서 인사 담당자가 아닌 전태국 상무님과의 독대를 원해서 면접도 그렇게 진행했고요.”
전재형 회장은 가만히 양 비서의 이야기를 들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양 비서가 전태국에 대해서 우호적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허튼소리를 할 사람은 아니었다. 특히 일에 대해서는.
“회장님, 전태국 상무님이 이번 e삼전을 직접 다시 세팅하신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습니다. 성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전태국 상무님이 직접 인사 채용에 관여하고 회사 역시 판교의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하는 등 열의를 보이시는 모습이 업계에서 고무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재형 회장은 양 비서의 말에 조금 마음이 놓였다.
“태국이도 이제 정신을 차리는 모양이군.”
“이제 e삼전 이후의 일을 계획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삼전 이후의 일은 바로 삼전 그룹의 승계였다. 왕좌를 물려줄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전재형 회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조금 마음이 놓이는 것도 같았다.
* * *
– 대한민국의 <알파> 소속 알파1 롤드컵 우승!
– 페이트라는 레전드의 시작을 알렸다.
– 알파1이 소속된 회사인 <알파>는 전성국 대표가 운영 중인 회사로 알려져….
– 롤드컵 대회 내내 띡똑 광고로 도배. 띡똑에 대한 관심 폭주!
롤드컵 우승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알파1에는 페이트가 있으니까….
그리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롤드컵 내내 나는 띡똑에 대한 광고를 틀어댔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더군다나 신생팀인 알파1이 롤드컵에서 우승하면서 띡똑에 대한 관심은 더 증대됐다.
샘과 애덤을 비롯한 개발자들은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그들과 함께 야근을 밥 먹듯이 했다.
오늘도 저녁을 먹은 우리는 야근을 준비 중이었다.
이제 2013년도 12월 중반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이때, 창밖이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성국, 눈이 오나 봐요.”
애덤이 갑자기 감성에 젖은 목소리를 말했다.
그러자 모든 개발자들이 창밖을 보기 시작했다.
“와, 올해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이에요….”
“이런 눈을 회사에서 맞다니… 여자친구 얼굴 못 본 지가 열흘이 넘었어.”
“난 열흘 넘게 우리 아들 잠자는 모습만 보고 있어.”
한숨 섞인 투정도 들렸다.
나는 잠시 창밖을 쳐다봤다.
이제 2013년의 마지막 달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굳은 어깨를 잠시 툭툭 쳤다.
그리고 멍하니 창밖을 보고 서 있는 팀원들을 쳐다봤다.
“오늘은 다들 일찍 퇴근할까요? 오랜만에 가족들도 보고요.”
내 말에 팀원들이 잠시 멀뚱멀뚱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러던 중 한 명이 소리쳤다.
“대표님, 뉴스 속보인데요. 갑작스러운 폭설로 인근 도로가 다 통제 중이래요. 걸어서 집에 가야 하는데요…. 전 그냥 야근할래요. 아무래도 오늘은 회사에서 자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저도요! 지금 나가면 길에서 밤새야 할 것 같아요, 대표님.”
나는 괜히 머쓱해졌다. 인심 좀 쓴 일인데, 갑자기 내린 폭설 때문에 도로 상황이 안 좋은 모양이었다.
“그럼, 상가 문 닫기 전에 먹을 거라도 잔뜩 사 오죠. 회사 워크샵 왔다고 생각하시고, 먹고 싶은 거 다 말하세요.”
샘과 애덤은 득달같이 일어났다.
“성국, 1층 치킨집 문 닫기 전에 우리가 다녀올게요!”
그러고는 미친 듯이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갔다.
“샘, 애덤! 카드 가지고 가요!”
“나중에 계산할게요!”
샘과 애덤의 행동력에 사무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이때, 개발자 중 한 명이 말을 건넸다.
“대표님은 집 가까우시잖아요. 폭설이라 도로는 막혀도, 걸어가는 건 괜찮을 거예요. 가서 주무세요.”
“저만 빼고 다들 치킨 먹으려고요?”
“그게 아니라요…. 저는 대표님 생각해드린 건데요.”
“압니다. 저도 오늘은 여기서 보낼게요. 오랜만에 치킨도 먹고요. 오늘은 다들 무리하게 일하지 마세요. 그리고 도로 사정 좋아지면 편하게 집으로 가세요. 교통비는 회사에서 다 지원해드립니다.”
“네에!!!”
직원들은 오랜만에 편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봤다.
비록 눈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어느 때보다 마음은 가벼워 보였다.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의 진동이 요란하게 울렸다.
발신자 표시에 마크의 이름이 떴다.
나는 얼른 핸드폰을 받았다.
“마크, 어쩐 일이야?”
– 성국, 너한테 부탁할 일이 하나 생겨서 말이야….
“부탁할 일? 그게 뭔데?”
– 흠… 미미가 둘째를 가졌거든.
“진짜? 축하해! 마크!!! 근데 부탁할 일이 뭐야?”
– 성국, 이번에 아들이면 네 이름 써도 돼?
마크는 첫째 때와 똑같은 부탁을 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마크 주크버스는 딸만 내리 셋을 낳는다.
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마크, 당연하지. 이번에는 꼭 아들이기를 바랄게!”
– 성국, 난 딸이나 아들이나 상관없는데. 아들이면 네 이름 쓰는 거는 허락받아야 할 것 같아서….
“둘째는 언제 태어나는 거야?”
– 이제 6주라 아직 멀었어.
“둘째 태어날 때는 아마… 나도 미국에 있겠네.”
– 군 복무 끝나는구나?
“아마 그때쯤이면….”
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마크, 거긴 눈 올 일이 없지?”
– 여긴 항상 그렇지.
“지금 여기는 눈이 엄청 오거든. 내가 둘째를 위해서 영상 찍어 보낼게.”
– 안 그래도 미미가 북조선에는 눈을 지겹게 봤는데, 이젠 그립다고 하더라. 고마워, 성국.
나는 전화를 끊고 창밖으로 흩날리는 눈을 영상에 담았다. 그리고 마크에게 전송했다.
마트의 둘째를 위하여.
그리고 얼마 안 남은 나의 군 복무를 위하여.
* * *
치킨 서른 마리.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맥주캔들.
애덤이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치킨집 사장님이 오늘 장사 글렀다고 해서 남은 거 다 튀겨달라고 했는데… 그게 서른 마리일 줄은 몰랐어요.”
“애덤, 미국 곧 가면 한국 치킨 그리워서 어떡해요?”
“저도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성국. 치킨이랑 삼겹살이 제일 그리울 것 같은데… 그래서 샘이랑 우리 둘이 한국식 치킨이랑 삼겹살 파는 식당 내자고도 이야기 했다니까요.”
“은퇴 후에 생각해봐요.”
“그럼요!”
애덤은 해맑게 치킨 닭 다리를 뜯었다.
이때, 전태국이 막 1층 상가 편의점의 모든 맥주를 싹쓸이해온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 큰 봉투를 양손에 들고 들어왔다.
“다들 맥주 부족하죠?”
“네에!!!”
전태국은 내게 오더니 맥주캔을 내밀었다.
“성국아, 너도 한 캔 해.”
“형, 편의점 맥주 다 털어온 거예요?”
“어떻게 알았어? 사장님이 오늘 장사 망한 줄 알았더니, 오히려 대박 났다고 좋아하시더라고. 내가 이따가 라면 먹으러 내려올 거니까, 문 닫지 말라고 했어. 술 마시면 꼭 라면이 먹고 싶잖아.”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눈 때문에 고립된 건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사무실에는 <알파> 직원들뿐만 아니라 e삼전의 직원들까지 몰려와서 치킨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참, 마크가 ‘페이스 노트’에 둘째 가졌다고 글 올렸더라. 아들이면 또 ‘성국’ 이름에 도전한다고 적어놨던데?”
“응. 아까 전화 왔어요.”
“마크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벌써 둘이고… 부럽다.”
“형도 결혼하면 되죠. 집에서 하라고 하지 않아요?”
삼전의 분위기로 봐서는 전태국을 가만히 놔두는 게 이상할 지경이었다.
“집에서 포기한 건지… 나도 모르겠어. 그리고 성국아… 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이 재미있어.”
[서당 개, 이러다 진짜 풍월도 읊는 거 아니야?]나는 맥주를 한 모금 쭉 들이켰다.
“올해는 e삼전을 세팅했으니, 내년에는 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보려고. 그리고 이경수 씨가 하는 너튜브 반응이 조금씩 오는 것 같아.”
이경수가 하는 너튜브는 경제 관련 이슈뿐 아니라 잡다한 상식도 다뤄서 일반인들에게 쉽게 접근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경수 씨의 입담이 꽤 좋은 편이었다.
전태국은 맥주를 쭉 들이켰다.
“성국아, 너 옛날 생각나?”
“뭐요?”
“미국에서 처음 ‘페이스 노트’ 면접 봤을 때, 내 ‘페이스 노트’ 팔로우 0명이었잖아.”
[당연히 기억하지.]심지어 프로필 사진은 증명사진이었다.
“지금은 내 팔로우 엄청 많아. 물론 너만큼은 아니지만.”
삼전의 후계자인 전태국의 ‘페이스 노트’는 일반인들에게는 흥미의 대상이었다.
재벌의 삶이 어떤지 구경할 수 있는 면도 있었고, 삼전에 다니는 직원이나,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미래 삼전의 후계자와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회사 이야기보다는 내 개인적인 생활 같은 걸 좋아하더라고. 내가 평소에 누구를 만나고, 뭘 먹는지. 어떤 옷을 좋아하고, 쇼핑은 어떻게 하는지 같은 거.”
“재벌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 거겠죠.”
“그래서 말인데….”
전태국은 맥주를 쭉 마시더니,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나 너튜브에 채널 하나 만들까 봐.”
“네에?”
“재벌이 사는 법. 어때? 사람들이 완전 좋아할 것 같지 않아?”
“하아….”
나는 한숨을 푹 쉬고, 맥주를 들이켰다. 그리고 전태국을 쳐다봤다.
[서당 개, 사람 되려면 아직 먼 거야?]그리고 맥주캔을 한 손으로 구겨버렸다.
이때,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상가 경비 아저씨가 상기된 얼굴로 들어섰다.
“저기요! 죄송한데, 혹시 도와주실 분 좀 계실까요?”
“무슨 일이신데요?”
“이제 눈이 그쳐서 도로가 좀 정비가 되는데요. 차 버리고 간 사람들이 많아서, 건물 앞이 난장판이에요. 제설 차량이 들어와야 하는데, 그 차들 때문에 꼼짝도 못 하거든요. 저랑 몇 명이 버리고 간 차들 밀고는 있는데. 손이 부족해서요. 도와주실 수 있나 해서요.”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직원들이 한 명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따라서 일어났다.
“형, 우리도 가서 도와요.”
“박 비서한테 사람들 좀 보내라고 할까?”
“형, 이제 막 교통 풀렸는데. 사람들 오는 시간이 더 걸려요.”
“하긴….”
전태국도 맥주캔을 놓고 일어섰다.
* * *
판교 테크노벨리 앞 도로에 버려진 차량들이 즐비했다.
갑작스러운 폭설에 대비하지 못한 차들이 대부분이었다.
직원들과 나, 그리고 전태국은 우선 교통에 방해되는 차량부터 구석으로 밀기 시작했다.
일손이 많아서인지 다행히 도로는 빨리 정리가 됐고, 제설 차량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해가 밝아오기 시작했다.
야근은 안 했지만, 오늘도 <알파>의 직원들은 밤을 꼬박 새운 셈이었다.
나는 잠시 멍하니 밝아오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제 곧 2014년이다.
그리고 나는 23살이 된다.
아마, 내년 이맘때는 군 복무도 끝나고 미국에서 연말을 보내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