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77)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77화(477/576)
제477화
2014년 12월.
지금 나는 눈이라고는 내리지 않는 샌프란시스코의 공항에 막 도착했다.
내 곁에는 약속한 대로 김미소 비서가 함께였다.
드디어 군 복무 기간이 끝이 났고, 나는 <알파>를 비롯한 한국 지사들의 운영을 모두 책임자들에게 맡기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마중 나온 마크가 저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성국! 여기야!!!”
마크는 이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예상대로 둘째도 딸이었다.
결국, ‘성국’이라는 이름은 둘째에도 쓰지 못했다.
“마크! 둘째 태어난 거 축하해. 이름이 로즈라고 했던가?”
“응. 미미가 꿈에 장미를 한 다발 받는 태몽을 꿨거든. 그래서 로즈라고 지었어. 이쁘지?”
“다행이야. 성국이 아니라서….”
“난 아쉽다고. 다음엔 꼭 아들을 낳고 말 거야! 그땐 성국이라는 이름 꼭 쓸 거니까, 방심하지 마.”
마크가 두 주먹을 불끈 쥐자, 김미소 비서가 웃었다.
“마크 대표님, 셋째는 미미 씨랑 상의하셔야죠.”
“그래야죠. 근데, 미미가 저보다 자식 욕심은 더 많아요. 미미는 탈북자잖아요. 이 땅에 친척 한 명 없으니, 자식이라도 많이 낳고 싶대요.”
마크는 여전히 주근깨 가득한 얼굴로 종알거렸다.
마크의 종알거림.
그리고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샌프란시스코의 공기!
드디어 내가 미국에 다시 돌아왔다!!!
* * *
집을 구할 동안 나와 김미소 비서는 마크와 리미미의 집에 머무르기로 했다.
나는 손을 씻자마자 얼른 로즈의 방으로 달려갔다.
마크와 리미미를 반반 닮은 로즈가 막 잠에서 깨서 나를 바라봤다.
“로즈야, 삼촌이야. 삼촌 해봐.”
마크가 다가오더니 내 어깨를 툭 쳤다.
“성국, 로즈 백일도 안 됐어.”
“아직 말할 때 아니구나.”
[나는 이때 속으로 할 말 다 했는데….]나는 괜히 머쓱해져서 마크의 첫째 딸, 올리비아를 찾았다.
“올리비아는 어디 갔어?”
마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꼬맹이가 너를 보더니, 부끄럽다고 미미 옆에만 찰싹 붙어 있네. 성국, 난 고등학교 때부터 줄곧 궁금했거든.”
“뭐가?”
“평생 여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삶은 도대체 어떤 거야?”
“글쎄….”
여자들이 나를 보는 애정 어린 시선.
그리고 그런 여자들을 보면서 나를 시기하는 남자들의 시선.
물론 우쭐할 때도 있지만, 귀찮을 때도 많다.
나는 마크의 어깨를 툭 잡았다.
“마크, 나는 네가 더 부러워.”
“무슨 소리야? 고등학교 때부터 내가 짝사랑하는 여자들은 모두 널 좋아했다고.”
“중요한 건, 내가 그 여자들을 좋아하지 않은 거잖아. 마크, 넌 평생의 짝을 만나서 이렇게 가정도 꾸리고 아이도 낳았는데. 그러면 된 거 아니야?”
마크가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참, 할 말 없게 만드네.”
그러더니 주변을 슬쩍 살피곤 속삭였다.
“성국, 암튼 난 네가 부럽다. 잘생긴 것도 부럽고, 결혼 안 한 것도.”
“마크… 이 이야기는 리미미 씨한테 비밀로 해줄게. 대신, 이제 내 이름은 네 자식들 이름 목록에서 빼줘.”
“그건… 너무 어려운 부탁인데. 미미랑 상의해볼게.”
마크가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있으니, 정말 미국에 돌아온 게 실감 났다.
“자, 남자들 두 분. 둘이서 수다 떨지 말고 내려와서 밥상 좀 차려요!”
1층에서 리미미의 걸쭉한 목소리가 들렸다.
* * *
피자에 맥주를 한잔하면서 나와 마크, 리미미 씨와 김미소 비서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성국, 띡똑은 반응이 아직은 좀 그렇지?”
“기대보다는 못하지만, 아직 여러 가지 환경이 띡똑의 시스템을 따라주지 않잖아.”
“사장님, 전 띡똑 재미있던데요. 짧은 동영상이라 오히려 쉽고요. 육아 휴직하면서 저도 아기들이랑 동영상 찍어서 좀 올리는데, 쉽고 재미있더라고요.”
“리미미 씨가 재미있다고 하니, 아직 적자지만 유지해보려고요.”
나는 괜히 엄살을 피웠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이 자리가 너무 그리웠다.
“마크, 샘이랑 애덤은 다음 주에 들어오기로 했어.”
“왜 같이 안 들어오고?”
“샘이랑 애덤은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일주일 동안 한국 음식을 실컷 먹고 들어오겠대. 쇼핑도 잔뜩 할 거라고 했어. 그리고 이번 주 주말에 에이펑크 콘서트가 있거든. 그거 보고 들어올 거래.”
“두 사람 정말 못 말려. 샘이랑 애덤은 연애 안 하는 거야?”
“샘과 애덤은 연애보다는 덕질이 행복하대.”
샘과 애덤은 정말 한국에 있는 동안에 모든 걸 그룹을 섭렵했다.
“덕질 이야기 나와서 말인데요, 사장님. 사장님 동생이 있는 그룹 있잖아요.”
“<세븐즈>요?”
“네! <세븐즈>요. 저 로즈 낳고 집에서 쉬는 동안 <세븐즈> 음악이랑 동영상만 봤어요. 그 친구들 정말 노래도 좋고… 너무 매력적이던데요. 다들 캐릭터도 선명하고… 사장님, 그런 것도 다 계산하신 거예요?”
“그건 아니에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슬슬 미국에서도 반응이 시작되는 건가?
마크도 곁들였다.
“성국, 말도 마. 미미는 <세븐즈> 중에서 누구? 정우? 그 친구 완전 팬이야. 우리 딸들 중에 누구 한 명이라도 정우랑 결혼만 할 수 있다면 자기 영혼이라도 팔 것 같대.”
“그 정도예요, 리미미 씨?”
“나는 이미 마크랑 결혼했잖아요. 내가 결혼을 조금만 늦게 했어도, 정우의 각종 SNS를 다 해킹했을 건데… 아쉬워요.”
북조선 출신 해커다운 발상이었다.
이때, 리미미의 시선이 김미소 비서에게로 향했다.
“김미소 비서님은 미국에서도 계속 사장님 비서로 일하시는 거예요?”
“대표님이랑 상의해봐야 하지만, 대표님이 미국에서는 미국 사정에 더 맞는 비서를 구하실 것 같아서요. 저는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마케팅 파트에서 일을 시작해 보려고요.”
“김미소 비서님, 숙소도 정하셔야 하겠네요.”
“두 분께서 당분간은 여기에 머무르게 해주셨지만, 얼른 찾아보려고요.”
김미소 비서는 아직 이곳에서 숙소를 정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성국아, 너도 집 얻어야 하잖아.”
“응, 얻어야지.”
“생각해둔 데 있어?”
“흠… 나도 이제부터 알아보려고. 혼자 편하게 지낼 곳이니까….”
나는 말을 하다가 가만히 멈췄다.
이제 나는 미국 안에서도 손에 꼽히는 부자였다.
거기다 너튜브와 <알파>의 대표이기도 했다.
내 통장에 매일매일 얼마가 쌓이는지 가늠도 안 됐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플렉스를 좀 해도 괜찮지 않을까?
“마크, 나도 이 부근으로 집을 얻으면 좋을 것 같아.”
“성국, 잘 생각했어. 내가 여기 살아보니까 치안도 좋고. 무엇보다 자연에 둘러싸여서 마음에 들어. 참, 일론이 이 근처에 집 몇 개 가지고 있는데… 얼마 전에 우연히 만났더니, 이 근처 집은 팔 거라고 했거든. 한번 만나보는 게 어때? 요즘 회사가 좀 어렵나 봐.”
아직 테슬론은 시중에 어필할 만한 전기차를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띡똑이 몇 년의 세월이 걸리듯이, 테슬론도 몇 년만 더 견디면 될 터였다.
“일론한테 연락해봐야겠네.”
그리고 나는 김미소 비서를 쳐다봤다.
“김 비서님, 회사에서 숙소 비용은 충분히 지원해 드리니까 안전한 곳으로 알아보세요.”
“네, 대표님. 안 그래도 여기 어학연수 와있던 동생이 근처 학교에서 유학까지 결정해서 같이 살 집을 알아보려고요.”
[흠… 이 말을 듣는데, 내가 왜 서운하지?]나는 애써 담담하게 대답했다.
“여자 둘이 살 집이니, 제가 집 구할 때 담당자에게 같이 요청할게요.”
“그렇게 해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대표님.”
김미소 비서나 나나 동생들은 분명 업보였다.
* * *
피자가 거의 바닥났다.
테이블 위에는 빈 맥주병도 수두룩하게 세워져 있었다.
시차 때문에 피곤한 김미소 비서는 먼저 잠자리에 들었고, 리미미는 두 딸 때문에 침실로 들어갔다.
나와 마크는 오랜만에 단둘이 맥주를 마시고 알딸딸해졌다.
“성국아, 네가 다시 여기 오니까 너무 좋다.”
“마크, 그 이야기 한 번 더 하면 98번째야.”
“성국아, 난 네가 이렇게 안 변한 것도 너무 좋아.”
마크는 꽤 술에 취한 것 같았다.
“마크, 그동안 고생 많았어. 이제부터는 미국 ‘페이스 노트’ 경영 부분도 내가 확실하게 서포트할게.”
“무슨 소리야. 네가 다 해! 나는 정말 개발만 하고 싶어.”
“마크, ‘페이스 노트’는 너랑 나랑 창업한 거야.”
“그때도 네가 경영은 다 하고, 나는 그냥 개발이나 했잖아.”
아무래도 내가 없는 동안 마크가 심적으로 많은 부담을 받은 모양이었다.
“마크, 내가 없는 지난 몇 년 동안 네가 ‘페이스 노트’를 얼마나 잘 이끌어왔는지 봐. 우리는 그동안 상장도 하고, 미국… 아니 세계에서 손꼽는 부자도 됐잖아.”
[물론 내가 다 계획한 거지만.]이때, 마크가 머리를 긁적였다.
“참, 성국. 너랑 나한테 회사로 뭐가 왔거든. 잠시만….”
마크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거실에 가서 편지 한 통을 가지고 왔다.
“그게 뭐야, 마크?”
편지 봉투에는 하버드 마크가 선명했다.
“너랑 내 앞으로 온 거라서, 안 뜯어봤거든. 지금 뜯어보려고.”
마크는 편지 봉투를 열어 몇 글자 읽더니 커진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
“왜, 마크?”
“하버드에서… 하버드에서 우리한테 명예 졸업장을 주겠대.”
“명예 졸업장?”
“어. 우리 둘 다 하버드 중퇴잖아.”
나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마크, 편지 줘봐.”
“응, 여기.”
나는 마크가 내민 편지를 다시 읽어내려갔다.
마크의 말대로 분명 나와 마크를 명예 졸업생으로 위촉한다는 내용이었다.
나와 마크가 그동안 이룬 ‘페이스 노트’에 대한 성과를 인정하기 때문이었다.
마크가 상기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 우리 이제 하버드 중퇴생이 아니고 졸업생이 되는 거야?”
“흠… 그런가 본데, 마크?”
“대애박. 그럼, 이제 우리 올리비아랑 로즈한테 아빠가 하버드 나왔다고 해도 되는 거네!”
마크는 손을 번쩍 들어 환호했다.
나는 이 편지를 보자 아빠 생각이 났다.
내가 유학 가는 것을 제일 반대하셨지만, 내가 하버드에 들어갔을 때 그 누구보다 기뻐했던 아빠였다.
문 한 번 닫지 않던 보쌈 가게 문을 닫고 하버드 입학식에 온 가족을 이끌고 온 것도 아빠였다.
그리고 내가 하버드를 그만두고, 사업에 올인한다고 했을 때도 가장 서운해했던 게 아빠였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없었던 아빠에게는 내가 꿈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얼른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마 한국은 이른 아침일 시간이었다.
곧 아빠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었다.
– 성국아, 잘 도착했지?
“응, 아빠. 아빠… 나 이번에 하버드 졸업할 것 같아.”
아빠의 옅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 성국아, 너 마크 만나서 술 좀 마신 거야? 다니지도 않은 하버드를 어떻게 졸업해?
“그게… 하버드에서 나랑 마크에게 명예 졸업장을 주기로 했대. 우리가 만든 ‘페이스 노트’ 업적을 인정해서… 그러니까 나랑 마크랑 이제는 하버드 중퇴가 아니라 졸업생이 되는 거야, 아빠!”
– 성국아, 진짜야?
“응! 나도 방금 마크한테 하버드에서 온 편지 받아서 봤어. 아빠, 아직 졸업식 날짜는 안 정해졌는데… 아마 하버드 졸업식 날 할 거 같아. 내년 여름이나, 그때쯤. 아빠, 명예 졸업장 받는 날이지만 졸업식에 올 거지?”
– 당연하지. 우리 아들이 하버드 졸업하는데, 아빠가 가야지. 성국아….
아빠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곤 단 한마디를 뱉었다.
– 우리 아들, 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