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80)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80화(480/576)
제480화
집은 다시 고요해졌다.
전태국이 선물한 스피커가 도착했다.
[흠… 괜찮은 거네….]역시 전태국은 재벌다운 안목이 있었다.
나는 오랜만에 잊고 있었던 좋아하던 클래식 음악들을 들으면서 홀로 수영장에 발을 담그고 와인을 마셨다.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즐겨보는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재벌일 때야 이런 순간이 매일이라 귀한 줄 몰랐지만, 이번 생에서는 내가 직접 피땀 흘러 번 돈으로 이렇게 누리니 그 가치를 알 것 같았다.
나는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어느 누구에게도 메시지가 없었다.
김미소 비서마저 이사 때문에 휴가를 낸 상태였다.
마크는 리미미와 아이들과 함께 근처로 휴가를 떠났고, 전태국과 이경수 역시 이삿짐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했다.
한마디로 주말인 오늘, 내게 연락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앞으로는 이런 날이 더 많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동생들도 독립하고, 전태국도 한국으로 돌아가고….
[내가 왜 전태국이 한국으로 돌아갈 것을 미리 걱정하는 건데.]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괜히 혼자 있으니 가족들이 그립기도 했다.
민국이 녀석 요즘 <세븐즈> 활동은 괜찮은가….
지희 사시 공부는 잘되나.
패밀리 비즈니스 일은 엄마가 잘하고 있나.
아빠 보쌈 가게는 요즘 괜찮나….
이런저런 걱정들이 머릿속을 헤엄쳐 다녔다.
나는 잠시 한숨을 쉬고는 와인잔을 내려놨다. 그리고 집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마도 아빠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지희에게 전화를 했더니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받았다.
– 큰오빠, 무슨 일이야?
“어, 그냥 안부 전화. 지희야, 너 이제 겨울방학이잖아.”
– 응, 지금 특강 듣고 있으니까 별일 아니면 빨리 끊어.
“어… 그래, 공부해.”
공부한다는 동생한테 전화 더 하자고 말하기는 애매했다.
[민국이한테나 해볼까.]나는 전화를 다시 들었다.
<세븐즈>의 사재기 의혹은 김성택 변호사가 맡아서 여전히 소송 중이었다.
의혹뿐인 사건이었지만, 처음부터 뿌리를 뽑기 위해서 강력하게 밀고 나가고 있었다.
이제 <세븐즈>도 슬슬 외국에서 반응이 올 때인데….
하지만 아무래도 방무혁의 회사가 중소 기획사이다 보니까,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민국이의 전화 연결음은 자신들의 노래였다.
곧 민국이의 힘 빠진 목소리가 들렸다.
– 형, 어쩐 일이야? 집 샀다며?
“어… 너는 어디야?”
– 지금 행사 끝나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야. 무대 10분 했는데, 왕복 7시간 동안 차만 타고 있어.
민국이의 목소리가 힘 빠진 이유였다.
이때, 옆에서 방무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 형, 아저씨가 형 좀 바꿔 달래.
“그래.”
곧 방무혁이 전화를 건네받았다. 민국이와 달리 방무혁의 목소리는 한껏 들뜬 상태였다.
– 성국아, 안 그래도 내가 서울 가자마자 상의할 게 있었어.
“아저씨, 아저씨가 애들 행사까지 다 쫓아다녀요?”
– 아, 그건…. 오늘 매니저 한 명이 와이프가 출산한다고 해서. 일손이 부족해서 내가 따라나섰지. 요즘 우리 회사에서 일 있는 건 얘들밖에 없거든.
방무혁의 씁쓸한 웃음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아저씨, 상의할 일은 뭔데요?”
– <세븐즈> 너튜브가 요즘 해외에서 인기가 조금 있나 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폭발적인 인기를 끌 때는 아니었다.
– 그래서 미국 쪽에서 투어 같은 것을 진행하자고 연락이 와서… 근데, 내가 지금 우리 회사 인력으로 확인하기에는 사기인지 아닌지 의심도 되고.
“제가 알아볼게요. 받은 메일 좀 보내주세요.”
– 그래. 내가 바로 보낼게. 녀석들 곧 2집 끝내고 쉬는 기간인데, 해외 투어든 뭐든 잡히면 좋을 것 같긴 해.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나는 전화를 끊었다.
<세븐즈>가 서서히 해외에서도 반응이 오는 모양이었다.
* * *
월요일 아침.
나는 드디어 거의 3년 만에 ‘페이스 노트’ 본사로 출근했다.
여전히 낯이 익은 직원들도 많았지만, 낯선 직원들도 많았다.
회사 내부는 여전히 직원들도 북적거렸다.
거기다 내가 운영하는 너튜브와 띡똑 팀까지 합류해서 이제는 웬만한 기업보다 직원 수가 더 많았다.
마크가 커피를 들고 손을 흔들었다.
“성국, 커피.”
“캠핑은 잘 다녀왔어?”
“같이 가자니까. 올리비아가 주말 내내 성국이 삼촌만 찾았어.”
“다음에 같이 갈게. 근데… 마크.”
“응?”
“우리 회사가 너무 작은 거 같지 않아?”
마크는 그제야 회사를 둘러봤다.
“그런 것 같긴 한데…. 직원들이 좀 폭발적으로 요즘 늘어났잖아.”
“마크, 아무래도 우리가 사옥을 지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마크는 내 말에 눈을 끔뻑였다.
“마크, 우리 사옥 지으려고 봐둔 땅 있잖아. 이제 거기다 ‘페이스 노트’를 옮기자.”
마크는 빙긋 웃었다.
“성국, 네가 오니까 드디어 ‘페이스 노트’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아. 근데 이제 우리 회사는 우리 둘만의 문제가 아닌 거 알지?”
“응.”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페이스 노트’는 상장이 된 회사이다.
나와 마크가 지분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사회도 있고 사옥 같은 것을 지으려면 예산부터 시작해서 철저하게 검증을 받아야 했다.
“마크, 오늘 당장 추진해보자.”
“좋지!”
이때, 애덤이 핸드폰을 들고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성국, 마크! 여기다 대고 손 좀 흔들어 보세요.”
“애덤, 뭐 하는 거예요?”
“띡똑에 올릴 영상 좀 찍어보게요.”
샘과 애덤은 여전히 띡똑의 개발자로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띡똑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짧은 영상을 올리는 플랫폼이었지만, 아직까지는 인스타그림이 우위에 있었다.
“애덤, 우리 이렇게 손만 흔들면 돼요?”
내가 묻자 애덤이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솔직히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짧은 시간 동안 담을 게 마땅히 생각나는 게 없네요.”
띡똑의 가장 큰 문제점은 10초에서 15초가량의 짧은 동영상의 콘셉트를 아직 못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10여 초 내외의 짧은 동영상은 정말 찰나에 지나지 않는데, 그래서인지 현재 이용자들 대부분은 그냥 의미 없는 일상의 자투리를 올리는 느낌이었다.
“애덤, 우리 좀 더 고민해 봐요.”
“성국, 그래도 오늘은 성국 영상 올라가니까 조회 수는 좀 나올 거예요.”
애덤은 씁쓸한 얼굴로 띡똑의 사무 공간으로 걸어갔다.
마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 애덤이랑 샘 이제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보는 거 어때?”
“띡똑 접으라는 거야?”
“솔직히 지금 네 일이 너무 많잖아. 네가 실패한 일이 없긴 하지만, 이제 실패를 인정할 줄도 알아야지. 내일모레면 우리도 이제 한 살씩 더 먹는데.”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마크가 어깨를 꽉 잡고 사라졌다.
* * *
며칠 후, 밤에 마크가 우리 집에 찾아왔다.
마크의 얼굴은 좀 어두웠다.
“성국, 술 있지?”
“응.”
마크는 목소리마저 어두웠다.
나는 맥주를 꺼내서 마크에게 건넸다. 마크는 와인과 위스키보다는 맥주를 좋아했다.
“마크, 무슨 일 있어?”
“사실은 오늘 브래드를 만났거든.”
브래드 영은 ‘페이스 노트’의 실질적인 결정권이 있는 이사진 중 한 명이었다.
“사옥 문제 때문에?”
“응.”
“근데 브래드가 좀 우려를 하더라고.”
“무슨 우려?”
나는 맥주를 따서 한 모금 마셨다.
‘페이스 노트’의 재정은 역사상 가장 좋은 상태였다.
미국과 유럽에서 ‘페이스 노트’ 이용자는 이미 폭발적인 상태였고, 그동안 부진하던 아시아에서도 ‘페이스 노트’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다.
마크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나를 쳐다봤다.
“‘페이스 노트’의 재정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네가 운영하는 띡똑에 대해서 걱정을 좀 하더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띡똑이 솔직히 밑 빠진 항아리에 물 붓고 있는 상황이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띡똑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야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브래드가 혹시 띡똑의 재정 악화가 ‘페이스 노트’에도 악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면서, 네가 너무 많은 기업을 문어발식으로 운영 중인 것 같다고….”
브래드 영이 말한 것은 띡똑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나에 대한 불신이었다.
“브래드가 지금 현재 네가 운영하는 모든 사업체들이 ‘페이스 노트’와 사옥을 셰어하고 있는 것도 불공정하다고 보고 있어.”
“흠….”
나는 맥주를 들이켰다.
“성국아, 이건 친구로서 조언하는 건데. 이 기회에 너도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어때?”
“그 말은 띡똑을 버리라는 거지?”
“사겠다는 회사가 있으면 이 기회에 팔아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브래드 영은 네가 한국 사람이고, 한국 재벌식으로 ‘페이스 노트’와 다른 회사들을 운영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 망하는 사업을 잘되는 다른 사업이 채워주는 방식으로.”
브래드 영의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마크, 브래드의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해. 띡똑은 현재 ‘페이스 노트’ 사무실을 공유하는 것 외에는 ‘페이스 노트’에 어떤 재정적인 도움도 안 받고 있고, 내가 운영하는 모든 기업에서도 재정적인 도움은 받고 있지 않아. 띡똑은 철저하게 내 지분과 효진그룹의 후원을 받아서 지금까지 운영 중인 거야.”
“아는데… 브래드 영이 성격이 엄청 꼼꼼해. 사옥을 늘리고, 직원을 늘리면서 ‘페이스 노트’를 키우는 중인데, 띡똑 때문에 경영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하는 눈치야.”
나는 맥주를 들이켰다.
“마크, 내가 브래드 영을 따로 만나볼게.”
“성국, 내가 이 이야기를 미리 하는 건.”
“알아, 내가 브래드를 이기기 바래서라는 거.”
* * *
브래드 영은 40대 중반의 유대인이었다.
유대인일 뿐 그 역시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미국 사람이었다.
브래드 영은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나를 맞았다.
“성국, 오랜만이에요. 한국에서 군 복무 잘 마치고 돌아왔단 소리는 들었어요.”
“조만간 회사 연말 파티에서 얼굴 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미리 뵙네요.”
우리는 악수를 나눴다.
브래드 영은 이미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줄 알고 있었다.
“마크한테 내가 한 말은 이미 들은 거죠?”
“네, 브래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국, 솔직히 나는 ‘페이스 노트’의 이사진으로서 운영자의 리스크를 항상 감시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만 알아줘요.”
“그럼요. 그게 브래드의 일이잖아요.”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성국.”
브래드는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근데 브래드.”
“네?”
“솔직히 이야기하죠. 브래드는 제가 아직까지 수익을 내지 못하는 띡똑의 경영에서 손을 떼지 않으면 ‘페이스 노트’의 사옥을 새로 짓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다른 이사진들에게 전달할 계획인 거죠?”
“계획이라기보다 저는 공정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니까요. 사실 지금 띡똑의 상황은 누가 봐도 좋지 않잖아요. 광고로 노출이 되긴 했지만, 이용자 수도 많지 않고… 성국이 운영 중인 너튜브나 인스타그림에 비해서 수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브래드를 올려다봤다.
“브래드, 저랑 내기 하나 할래요?”
“내기요?”
브래드는 고개를 갸웃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비즈니스 사회에서 내기란 말은 통용되기 어려운 단어였다.
“브래드, 만약 제가 띡똑을 6개월 안에 적자에서 벗어나게 만들면 다시는 앞으로 다시는 저의 경영 능력에 대해서 어떤 리스크도 제기하지 않겠다고요.”
“성국, 만약 6개월 안에 적자에서 못 벗어나면요?”
“그땐 제가 ‘페이스 노트’ 운영에서 손을 떼겠습니다.”
나는 강하게 말했지만, 솔직히 평소와 달리 완벽히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전부를 걸지 않으면, 전부를 얻을 수 없는 게 비즈니스의 생태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