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84)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84화(484/576)
제484화
“HAPPY NEW YEAR!”
드디어 2015년의 새해가 밝았다.
띡똑의 동영상 촬영으로 흥이 오른 파티는 자정에도 멈추지 않았다.
모두들 샴페인 잔을 부딪쳤고, 서로에게 가벼운 볼 키스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세븐즈> 멤버들도 모두 환하게 웃으면서 가볍게 맥주를 마셨다.
나는 얼른 김미소 비서를 찾았다.
[김 비서가 어디 있지?]이때, 데니얼 강이 얼른 다가왔다.
“대표님, 뭐 찾으십니까?”
“아니에요. 데니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국에서는 이렇게 인사하거든요.”
“네, 압니다. 대표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는 얼떨결에 데니얼 강과 새해 인사를 나눴다.
“대표님, 제가 옆에서 보니까 이미 샴페인을 다섯 잔 정도 드셨습니다. 그냥 알려드리는 겁니다. 혹시 모르고 계실까 봐요.”
“데니얼, 오늘은 파티니까 저만 보지 말고 데니얼도 좀 즐기세요.”
“네, 대표님!”
왠지 데니얼과 친해지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성국!”
도날드 트럼펫은 콜라를 들고 인파를 헤치고 나오고 있었다.
도날드 트럼펫이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사실이었다.
“도날드, 캘리포니아에서 맞는 새해도 괜찮죠?”
“그럭저럭. 난 미인들만 있으면 어디든 좋거든.”
도날드 트럼펫은 쓸데없는 말을 몇 마디 건네더니 시간을 확인했다.
드디어 도날드 트럼펫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타이밍이 온 것 같았다.
“성국, 오늘 자네가 나를 괜히 초대했을 리는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네.”
“도날드도 거절해도 되는데, 수많은 파티 대신 여기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 거고요.”
“그거야… 자네가 더 잘 알지 않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그건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일이었다.
도날드 트럼펫을 콜라를 들이켰다.
“버락의 연임도 끝이 났으니, 이제 내가 도전해봐도 될 타이밍 같은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타이밍은 도날드가 더 잘 아시는 것 같은데요.”
“자네를 보고 있자면 정말 속에 능구렁이가 몇 마리가 들어갔는지 상상도 안 되네. 자네 입으로 확신은 하지 않겠다?”
“도날드… 전 이제 겨우 이십 대 애송이인걸요. 사회 경력 9단인 당신에 비할 게 아니죠.”
도날드 트럼펫을 빙긋 웃었다.
“하지만 난 왠지 기분이 좋네. 자네와 대선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 아닌가. 내가 정치권이랑 접촉하면서 슬쩍 이 이야기를 흘렸거든. 성국과 내가 아는 사이라고….”
도날드 트럼펫은 콜라를 마시곤 나를 쳐다봤다.
“그랬더니 참모들의 눈이 반짝이더라고. 내색은 하지 않지만, 자네가 찍은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풍문이 있다더군.”
[그것도 당신 다음 대통령까지야… 그 이후의 세상은 나도 몰라.]나는 샴페인을 쭉 들이켰다.
“성국, 그래서 하는 말인데….”
도날드 트럼펫을 잠시 말끝을 흐리더니 손가락으로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이방카를 가리켰다.
[이방카는 왜 가리키지?]“내가 요즘 우리 이방카의 짝을 찾고 있거든. 자네, 대통령의 사위 한번 돼 보는 거 어떻겠나?”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도날드 트럼펫의 사위라고?
그 자리는 세상에서 가장 골치 아픈 자리가 분명했다.
도날드 트럼펫이 입으로 친 사고를 수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의 미국 대통령이 될 사람에게 함부로 거절하기는 어려웠다.
아무리 인생 2회차지만, 부담스러운 제안을 거부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았다.
“자네, 대답이 길어지는 것 보니 결정이 어려운 모양일세.”
“우선 이방카를 오늘 처음 봤고, 제가 결혼하기에는 무척 이른 나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대한민국 나이로 24살.
미국 나이로 치면 23살이었다.
도날드 트럼펫이 빙긋 웃으며 내 어깨를 꽉 잡았다.
“결혼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게. 결혼할 때 생각할 건 딱 하나일세.”
“그게 뭔가요?”
“이혼할 때 위자료 문제지!”
역시 이혼 경력이 있는 도날드 트럼펫다운 대답이었다.
“도날드, 제가 이방카랑 결혼하기를 원한다는 것은 당신의 대선 캠프에 들어가길 원한다는 말씀이죠?”
“물론이지. 내가 영양가도 없는 놈이랑 내 딸을 연결해주겠나. 그리고 솔직히… 자네 정도면 내 딸이 아깝지도 않지.”
도날드 트럼펫의 장점은 역시 솔직해도 너무 솔직하다는 점이었다.
“도날드, 전 우선 미국 시민이 아니에요.”
“결혼하면 모든 게 해결되지 않나. 이민자로 이뤄진 이 나라에서 자네 같은 인생 스토리야 사랑받을 수밖에 없지….”
도날드 트럼펫은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 아직 미국 시민이 아니라는 것까지 모두 염두에 두고 나를 포섭하려고 온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치밀한데, 도날드….]점점 거절이 어려워지고 있었다.
어쨌든 사업하는 사람은 정치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성국, 내가 우리 딸에게 자네랑 강제로 결혼하란 말은 아닐세. 그냥 요즘 20대처럼 편하게 데이트라도 해보는 게 어떻겠나. 참고로 나는 바로 뉴욕으로 돌아갈 거지만, 이방카는 이곳에 일주일 정도 머무를 걸세.”
도날드 트럼펫은 재촉했다.
“좋아요, 도날드…. 이방카랑 이야기 좀 해보죠.”
“잘 생각했네, 성국.”
* * *
데니얼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왔다.
“대표님, 엿들으려고 해서 엿들은 건 아니고요. 정말 이방카랑 데이트하실 건가요?”
“데니얼, 대놓고 엿들은 것 같은데요.”
“아, 아닙니다. 그냥 대표님 주변에 있다 보니 듣게 된 겁니다.”
데니얼은 겁먹은 얼굴로 손사래를 쳤다.
“데니얼, 이제부터 비서 임무 좀 해볼까요?”
“네! 뭐든 시켜주십시오.”
“이방카 트럼프랑 조용히 밥 먹을 곳 좀 알아봐 주세요. 그리고 이방카 트럼프의 각종 정보도 좀 조사해주시고요. 예를 들면.”
“남자관계요?”
[눈치가 아주 없지 않군, 데니얼.]“더불어 주로 무슨 이유로 헤어졌는지도요.”
“네, 알겠습니다!”
도날드 트럼프와 관계가 틀어지지 않는 방법은 이방카 트럼펫이 나를 거절하게 만들면 되는 문제였다.
물론 나 같은 마성의 남자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지만!
그리고 플랜B도 준비해야 할 것 같았다.
이방카 트럼프가 나를 거절한다면, 보나 마나 도날드 트럼펫이 길길이 날뛸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 불똥이 나에게 튈 수도 있었다.
* * *
– 기존의 정적인 SNS 사이에서 도전장을 내미는 띡똑의 성장에 주목!
– 성국, 또 다른 SNS의 신화를 만드는가?
사무실에서 만난 브래드 영의 얼굴은 생각보다 고요했다.
“성국, 나랑 약속한 시간은 6개월이잖아요. 그런데 고작 한 달이 채 안 지났는데, 이렇게 성장세를 보이는 게 무척 흥미롭네요.”
“이제 시작이죠. 아직 적자에서 벗어난 건 아니니까요.”
브래드 영은 흥미로운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 그동안 띡똑을 적자에 허우적거리게 일부러 놔둔 건가요?”
“그건 아니죠. 하지만 모든 사업에는 때라는 게 있는 거죠. 대한민국 사람들은 밥을 먹을 때 김치를 꼭 같이 먹거든요.
집안마다 고유의 김치 담는 법도 있고요. 그래서 사람들은 김치라는 것을 사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불과 십 년 전만 해도요.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김치를 사 먹고 있어요.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의 생활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산업도 바뀐 거죠.”
“띡똑도 아직은 다른 정적인 SNS에 비해서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그 시대가 올 것이란 말로 이해할게요. 하지만 성국, 우리의 내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물론이죠. 끝까지 가 봐야죠, 뭐든.”
오늘 내가 브래드 영을 만나고자 한 이유는 다른 것이었다.
“브래드. 혹시 제너드 쿠슈라고 알죠?”
“제너드 쿠슈랑은 잘 알죠. 대학 후배이기도 하고….”
[같은 유대인이기도 하고?]나는 브래드 영이 숨긴 뒷말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근데… 제너드 쿠슈는 왜요? 제너드 쿠슈에게 띡똑 투자라도 유치해보려고요?”
“아니요. 그것보다 더 좋은 제안을 하나 하려고요.”
브래드 영이 영문을 알 수 없단 듯이 어깨를 올렸다.
“성국, 이건 사업 파트너로서 하는 부탁이 아닌 것 같은데요.”
“네, 맞아요. 이건 제가 브래드 영이라는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하는 부탁이에요. 제너드 쿠슈랑 식사 자리 한번 만들어주세요.”
“그러죠. 이유는 물어도 말 안 해줄 거죠?”
“지금으로서는요.”
나는 빙긋 웃었다.
하지만 브래드 영도 그걸 즐기는 것 같았다.
“성국과 일해보니 왜 사람들이 당신을 믿고 따르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예측 불가능한 일을 당신은 해내고 말거든요.”
[그게 바로 전성국이야, 브래드….]* * *
“대표님, 그동안 이방카 트럼펫이 만난 남자들입니다. 이방카의 인지도에 비해서 공식적으로 사귄 남자 수는 많지 않습니다.”
데니얼은 사진까지 모두 준비했다.
주로 키가 크고, 금발의 미남들이었다.
“대대로 이어내려온 부잣집 도련님들이고요. 이별 사유는 이방카 트럼펫이 생각보다 연애에 대해서는 보수적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게 이별 사유인가요?”
“아무래도 젊은 나이다 보니, 다들 연애만 하거나 편하게 동거하고 싶어 하는데. 이방카는 결혼을 중요시한다고 하더라고요.”
“알겠습니다. 참, 제가 제너드 쿠슈에 대해서도 자료를 부탁드렸는데요.”
나는 브래드 영과 만난 이후에 데니얼에게 제너트 쿠슈의 자료도 부탁했다.
“제너드 쿠슈는 근데 왜 부탁하신 건지, 이유 여쭤봐도 될까요?”
“이유는 며칠 후면 알게 될 겁니다.”
“기다려보죠, 뭐. 참, 제너드 쿠슈는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자로 유명한 사람이더라고요. 하버드 출신이긴 한데, 아버지가 250만 달러를 하버드에 기부하고 입학한 것으로도 유명하고요.”
“흠….”
나는 제너드 쿠슈의 자료를 쭉 읽어 내렸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고 있던 제너드 쿠슈에 대한 것을 다시 한번 더 확인했다.
“조부모님들이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으신 분들이네요.”
“특히 할머니는 홀로코스트 당시 350명에 다다르는 유대인들을 탈출시킨 분으로 유명하십니다.”
제너트 쿠슈는 대한민국으로 치자면 독립투사의 자손이었다.
히틀러의 유대인 대학살인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았으며, 심지어 그 당시 유대인의 탈출을 도운 할머니를 두고 있었다.
거기다 미국으로 건너와서 부를 이룬 미국 이민자의 성공 신화도 가지고 있었다.
이제 이방카 트럼프를 만날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데니얼, 레스토랑 예약해주세요. 세 명으로요.”
“네, 대표님.”
* * *
나는 약속 시간 10분 전에 미리 나갔고, 이방카 트럼프는 약속 시간에 딱 맞춰서 나왔다.
큰 키에 어울리는 세련된 슈트 차림이었다.
나는 이방카 트럼프가 앉는 자리의 의자를 자연스레 빼줬다.
이방카는 그런 내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방카, 오늘 참 아름다우시네요.”
“성국한테 그런 이야기 들으니, 설레는데요.”
“참, 제가 오늘 소개할 친구가 한 명 있어서요.”
“그건….”
이방카 트럼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때맞춰 제너드 쿠슈가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손을 들어 제너트 쿠슈를 반겼다.
곧 우리 세 사람은 어색하지만 살짝 긴장된 상태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방카 트럼프에게 제너드 쿠슈를 소개했다.
“이방카, 여긴 제너드 쿠슈요. 제가 졸업하지 못한 하버드 선배예요. 뉴욕에서 부동산 개발업을 하고 계세요.”
나는 제너드 쿠슈를 이방카 트럼프에게도 소개했다.
“제너드, 여긴 이방카요. 너무 유명해서 모를 수가 없죠?”
“그럼요.”
제너드 쿠슈는 환하게 웃었고, 이방카 트럼펫도 수줍게 웃었다.
도날드 트럼펫의 사위가 될 수 없다면, 도날드 트럼펫에게 사윗감을 소개시켜 주는 것.
이게 미래의 미국 대통령인 도날트 트럼펫에게 찍히지 않으면서도 그의 제안을 거절하는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