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86)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86화(486/576)
제486화
츄스루우는 말끔한 인상과 달리 꽤나 저돌적인 면이 있었다.
역시 비즈니스맨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됐다.
“시간과 돈이 남아도신다니, 부럽네요.”
나는 약간 말을 돌렸다.
저돌적인 사람들에게 쓰는 나만의 방식이었다.
그들은 지금 마음이 급했고, 급한 만큼 태연한 상대에게는 약했다.
“이런, 제가 ‘페이스 노트’로 세계적인 갑부가 된 사람 앞에서 돈 자랑을 했네요.”
“아닙니다. 전 시간과 돈이 아직도 좀 부족하거든요.”
브래드 영이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다.
“츄스루우는 제가 뉴욕에서 일할 때 몇 번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대표님과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했고요.”
브래드 영과는 대화가 끝난 이후에 할 말이 많을 것 같았다.
어쩌면 브래드 영이 나를 몰아넣었던 것이 띡똑을 츄스루우에게 팔기 위한 덫이었는지도 모른다.
츄스루우는 빙긋 웃더니 태연한 척을 했다.
“‘페이스 노트’ 사옥을 새로 지으신다고 하더라고요.”
“브래드가 속한 이사회가 아직 승인을 안 내줘서요.”
“두 분의 내기에 대해 오면서 살짝 들었습니다. 저라면 아마 전 대표님처럼 그렇게 과감한 제안은 못 했을 것 같습니다.”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브래드 영이 잠시 눈치를 보더니 웃으면서 말을 꺼냈다.
“츄스루우 씨가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해서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는 것 같네요. 그리고 전 대표님, 오해는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페이스 노트’의 경영 이사 중 한 명인데, 띡똑에 대한 정보를 흘린 적은 없습니다.”
“그건 염려 마세요, 브래드.”
[충분히 의심하고 있으니까!]한결 편안해진 브래드 영이 다른 제안을 했다.
“오늘은 간단하게 인사만 하고, 다음 주에 약속을 잡아보면 어떨까요? 식사 자리 같은 거요.”
“그렇게 하시죠, 저도 츄스루우 씨의 샤오롱 이야기가 무척 궁금하거든요.”
“제 이야기는 다 해드리죠.”
우리가 약속을 잡는 사이에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뭐지?
이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전민국이 손을 흔들었다.
“형, 여기가 형 사무실 맞지?”
“나 회의 중이야, 전민국.”
“아, 미안. 형, 우리 <세븐즈> 지금 ‘페이스 노트’ 본사 투어 중인데, 너튜브로 라이브하고 있어. 그러니까 화내고 까칠하게 굴면 안 돼.”
[전민국, 지금 일부러 나 먹이는 거지?]민국이는 <세븐즈>의 팬들이 보는 라이브 방송에서 지금 내가 화 잘 내고, 까칠하다고 공개적으로 놀리고 있었다.
“전민국, 공은 공이고 사는 사야. 형, 지금 회의 중이니까 문 닫아.”
“어… 알았어.”
민국이가 나가고 나는 얼른 브래드 영과 츄스루우에게 양해를 구했다.
“잠시 소란이 일었네요. 제 동생이 한국 아이돌 그룹 멤버거든요.”
“<세븐즈> 맞죠?”
츄스루우의 입에서 <세븐즈>가 단번에 튀어나왔다.
“어떻게 아세요?”
“어떻게 알긴요. 저도 10대 딸을 둔 학부모거든요. 싱가포르에서 딸이 국제학교 다니고 있는데, 방이 온통 <세븐즈> 포스터예요. 안 그래도 이번에 미국 투어 한다기에 제가 표 끊어서 뉴욕에서 하는 공연 같이 다녀왔어요.”
“다음 주 식사 때는 <세븐즈>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을 것 같네요.”
“저야 영광이죠.”
민국이가 내 사업에 도움 되는 날이 오다니….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역시 잘 키운 동생 하나 열 동생 부럽지 않은 법이다.
* * *
브래드 영과 츄스루우가 나간 뒤 나는 얼른 데니얼을 호출했다.
“대표님, 찾으셨습니까?”
“데니얼, 츄스루우와 브래드 영의 연관성 뭐든 찾아내서 보고해 주세요.”
“대표님, 그런 일도 비서가 하나요?”
데니얼은 의외라는 듯 나를 쳐다봤다.
“데니얼, 비서의 일이라는 게 대표를 보좌하는 거잖아요. 내가 필요한 거니까, 찾아오라는 거죠.”
내 말을 들은 데니얼은 빙긋 웃었다.
“대표님, 너무 좋아서 그랬습니다. 뭔가 대단한 첩보 전쟁 같아서요. 대표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옆에서 보좌하는 것도 좋은데, 이렇게 재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뒷조사도 흥미롭거든요.”
“데니얼, 우리 영화 찍는 거 아니고요.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조사하세요. 그리고 부족하다 싶으면 김미소 씨에게 도움 구하고요.”
“네, 대표님!”
데니얼은 신이 나서 나갔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미소는 대체 왜 데니얼을 뽑은 걸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김미소를 만나야만 했다.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라고!]나는 조용히 김미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김미소 씨, 오늘 점심 어때요? 데니얼 문제로요.
곧 김미소에게서 답이 왔다.
– 네, 대표님. 좋아하시는 장어덮밥집 예약해두겠습니다.
김미소는 내 비서 일은 그만뒀지만, 아직도 몸에 익은 비서 일을 다 벗어나진 못한 것 같았다.
* * *
김미소가 예약한 레스토랑은 회사 근처의 유명한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이었다.
“여기 예약 어렵지 않나요?”
“사실은 제 동생이 여기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거든요. 제가 편법 좀 썼습니다.”
김미소의 여동생은 여전히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아르바이트도 병행하고 있었다.
“대신 자리는 안 좋습니다. 취소한 거 빠르게 잡은 거라서요.”
“상관없습니다.”
우리가 들어가자 매니저가 구석의 자리로 안내했다.
매니저가 나를 힐끔 보더니 반색했다.
“혹시 ‘페이스 노트’ 전성국 대표님 아니신가요?”
“네, 맞습니다.”
“저희 레스토랑도 ‘페이스 노트’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처음 문 열고 답답한 상황이었는데, ‘페이스 노트’ 같은 SNS가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몰라요. 사설이 길었네요. 주문해주세요.”
“장어덮밥 두 개 부탁드릴게요.”
매니저는 곧 장어덮밥과 서비스라면서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아시안식 누들까지 내왔다.
“이건 저희 서비스입니다. 부담 없이 즐겨주세요.”
매니저가 떠나자 김미소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 덕분에 아시안 누들까지 먹겠네요.”
명품이나 현금을 서비스로 받은 게 아니고, 대가성 글을 올리는 것도 아니라서 이 정도는 받아도 될 것 같았다.
“김미소 씨, 마케팅 업무는 어떠세요?”
“대표님이 비서라고 안 부르시니 어색하네요.”
“이제 비서가 아니잖아요.”
김미소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곤 이내 대답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다른 팀원들에게 누가 안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미소는 항상 겸손했다.
개인적으로 알아본 바로는 김미소는 마케팅팀에 잘 적응 중이었고, 한국 사람 특유의 성실함으로 일도 잘하는 편에 속했다.
“쉬엄쉬엄 일하세요. 전 김미소 씨가 저희 회사에 오래 있었으면 하니까요….”
“네, 대표님. 참, 데니얼 때문에 오늘 식사 같이 하자고 하신 거잖아요.”
이제 드디어 본론이 나올 참이었다.
“김미소 씨,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데니얼을 왜 비서로 뽑은 거예요?”
김미소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 질문하신 이유 여쭤봐도 될까요?”
“데니얼은 좀 특이한 것 같아서요.”
김미소는 환하게 웃더니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사실은… 저도 그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어서 뽑았습니다.”
“특이해서 뽑았다고요?”
“다른 모든 조건도 좋았지만, 대표님을 보좌하려면 그런 성격이 좋을 것 같아서요.”
“전 아직도 데니얼이 어떤 성격인지 종잡을 수가 없는데요.”
“흠….”
김미소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제가 모신 대표님은 어린 나이지만 생각이 무척 깊으십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곁을 잘 내어주지 않으시지만, 또 가까워지시면 한없이 주변 사람들 걱정에 잠을 설치는 분이시고요.”
[내가 좀 이타적이지.]“본인밖에 모르시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안 그렇죠.”
“그게 데니얼을 선택한 이유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 순간, 김미소는 화들짝 놀라며 물을 마셨다.
“제가 요점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했네요.”
[흠… 김미소, 지금 나에 대한 감상 이야기한 거야?]나는 김미소가 민망하지 않게 화제를 돌렸다.
“데니얼이 그런 저를 어떻게 잘 보좌할 거라고 생각했죠?”
“데니얼의 이력을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데니얼은 대학을 다니면서 각종 대외적인 활동에 열정적이었어요. 예를 들면 환경 보호 운동에도 엄청 적극적으로 참여했고요. 그런 데니얼이 좋은 직장을 다 마다하고 대표님의 비서 일을 지원한 게 저는 좀 특이했거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스탠포드를 나온 사람이 아무리 시대의 아이콘이라지만 내 비서 일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저도 면접 때 그 부분을 특히 파고들었어요.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데니얼이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자신을 흥미롭게 하는 일이나 사람에 대해서 열정을 다한다고요. 대학 시절 내내 ‘페이스 노트’로 환경 운동도 하고 관련된 사람들을 만났다고요. 그래서 문득 채용 공고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대요. 자신의 20대를 함께 보낸 ‘페이스 노트’를 만든 사람을 알아보고 싶다고요.”
김미소는 차분히 데니얼의 지원 동기를 설명했다.
“저는 비서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자신이 모시는 상사를 인간적으로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야 어떤 일이 있어도 헤쳐나갈 수 있으니까요. 데니얼이 그런 지점에서 가장 훌륭한 지원자였어요. 물론 다른 스펙도 좋았고요.”
“김미소 씨가 뽑은 이유는 충분히 알겠네요.”
“참, 대표님. 오전에 데니얼에게 브래드 영과 츄스루우 관계 조사하라고 하셨다고요?”
“데니얼이 부탁하던가요?”
“제가 작은 팁을 주긴 했습니다.”
작은 팁?
내가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자, 김미소가 싱긋 웃었다.
“박성희 비서님 연락처를 바로 전달했거든요. 어설픈 흥신소보다야 삼전이 낫잖아요.”
역시 김미소다웠다.
“참, 제가 데니얼을 뽑은 결정적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게 뭔데요?”
“데니얼이 대학 때 환경 운동하면서 캘리포니아 지역 법안 중에 하나를 통과시켰거든요. 그 집념과 끈기라면 뭐든 해낼 것 같아서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밥 먹죠.”
“네, 대표님.”
김미소가 사람 보는 눈이 틀릴 일은 없었다.
그냥 나는 오늘 김미소랑 점심이 먹고 싶은 것이었다.
* * *
“대표님, 브래드 영과 츄스루우와의 관계를 조사해 봤습니다.”
데니얼은 사무실 문을 열고 황급히 뛰어 들어오며 말했다.
“삼전 소식통이죠?”
“하아… 김미소 씨가 말씀하셨군요?”
“네.”
데니얼은 내 앞으로 2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보고서를 냈다.
내가 두 사람의 관계를 조사하라고 시킨 지 반나절 만의 일이었다.
“데니얼, 이걸 다 작성한 거예요?”
“네, 삼전 정보 라인도 동원했고. 제가 대학 때 환경 운동할 때, 중국계 기업에 대해서 조사한 친구가 츄스루우에 대해 잘 알아서 부탁도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중국의 산업은 환경에 대한 기준 따위는 없거든요. 샤오롱도 마찬가지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데니얼이 꽤나 합리적인 접근을 한 것 같았다.
“보시면 브래드 영이 샤오롱의 투자사 중 하나에서 잠시지만 근무한 적이 있고, 이때 츄스루우와 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입니다.”
데니얼은 브래드 영과 츄스루우의 관계성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 전반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왔다.
“대표님, 브래드 영이 오늘 대표님을 만난 후에 나가서 츄스루우와 점심을 했는데요. 그곳에서 만난 또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그게 누구죠?”
“중국의 유명한 정치인이었습니다.”
나는 놀란 눈으로 데니얼을 쳐다봤다.
“데니얼, 이 사실은 어떻게 알았어요?”
이건 미행을 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대표님이 이 일을 지시하자마자 당연히 브래드 영과 츄스루우가 같이 식사할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근처에 있는 유명한 레스토랑에 모두 전화를 돌렸습니다. 다행히 브래드 영이 자기 이름으로 예약한 레스토랑이 하나 있더라고요. 그 시간에 맞춰서 저도 레스토랑에 가서 점심을 먹었고요.”
데니얼은 김미소 씨의 예상보다 더 집요한 구석이 있었다.
“그곳에서 동양인 남자가 함께하는 것을 확인했고, 중국어가 오가는 가운데, 뤄즈진이라고 이름을 부르기에 중국의 유력인사라는 생각이 들어서 리미미 씨에게 도움을 조금 요청했습니다. 참, 제가 대학 때 중국어를 공부해서 조금 알아듣거든요.”
나는 데니얼의 다음 말이 너무 궁금했다.
“리미미 씨가 뤄즈진이 중국 공산당 정보부 고위 간부라는 사실까지 알아냈습니다.”
“대단해요, 데니얼.”
사실 이 정도까지 데니얼이 조사할 거라고는 예상도 못 했다.
결국 츄스루우의 띡똑 인수 배경에는 중국 공산당도 있는 것이었다.
데니얼은 수줍은 듯 미소를 짓더니, 내 앞으로 영수증 하나를 내밀었다.
“대표님, 근데 그 레스토랑이 엄청 비싼 데더라고요. 제 월급으로 감당이 어려울 것 같아서요. 혹시 비용 처리 부탁드려도 될까요?”
거기다 공과 사도 확실했다.
김미소가 비서 하나는 제대로 뽑은 것 같았다.
나는 영수증을 보고는 400달러가 넘는 금액에 조금 놀랐지만, 태연하게 웃었다.
“데니얼, 비용 처리하세요. 그리고 앞으로도 일에 관련된 건 모두 비용 처리하세요.”
“네, 대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