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87)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87화(487/576)
제487화
달칵.
사무실의 문이 열리더니 민국이가 고개를 배꼼 들이밀었다.
한국으로 가야 할 <세븐즈>를 붙잡은 것은 나였다.
바로 츄스루우와의 만남에 민국이가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형, 오늘 저녁은 바비큐 어때? 그때, 우리 너튜브로 라이브 좀 하고 싶은데….”
나는 민국이를 쳐다봤다.
“민국아, 네가 ‘페이스 노트’ 대표이자 이 시대의 아이콘이고, 동시에 미국에서 손에 꼽는 부자인 내 동생인 것은 세상이 다 알지만.”
“형, 진심 궁금해서 그러는데. 그런 말을 자기가 하면 안 쪽팔려?”
“사실을 말하는데, 쪽팔릴 일이 있나?”
민국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잘난 사람이 잘났다고 하는 게, 뭐가 이상한가.]“암튼 그래서?”
“<세븐즈> 그룹의 콘셉트를 곰곰이 생각해봐.”
“우리 콘셉트?”
“지금 너희들은 인지도를 막 얻기 시작하는 중소 기획사 출신의 아이돌이란 말이지. 니네가 그동안 자체 콘텐츠에서 보여준 이미지들을 보면 논현동의 반지하 연습실. 7명이 한방에서 자는 숙소잖아.”
“그게 사실이니까. 대표님이 돈 없어서 우리 진짜 개고생했잖아.”
“근데 미국에 와서 내 집에 머물면서 바비큐를 해 먹는 그런 여유로운 콘셉트를 보여주는 것은 그동안 너희들이 쌓아온 이미지랑 너무 다른 거 아니야?”
내 말이 민국이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형이 그 말 할 줄 알았지.”
[뭐지? 이미 준비했단 말인가.]민국이는 내 앞으로 오더니 팔짱을 딱 꼈다.
“형, 형이 말한 대로 그동안 <세븐즈>의 모습이 있잖아. 그래서 우리의 이번 미국 콘텐츠의 콘셉트는 기생이야.”
“기생?”
“말 그대로 형한테 기생하는 거지. 태국이 형이랑…. 세상 사람들이 내가 전성국의 동생인 것을 다 아는데, 미국 와서도 일부러 지지리 궁상으로 생활하는 건 좀 말도 안 되잖아. 대신, 형이랑 태국이 형한테 기생하는 콘셉트로 가는 거야. 우리 멤버 모두!”
나는 민국이를 다시 봤다.
[이 녀석, 언제 이렇게 성장한 거지?]민국이는 자신들의 이미지를 잘 알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도 알았다.
“형, 지금 조금 놀랐지?”
“조금.”
나는 순순히 인정했다.
동생의 성장을 보는 것은 어쨌든 기쁜 일이었다.
나는 얼른 지갑에서 카드 한 장을 꺼냈다.
“자, 이것부터 받아.”
“형… 신용카드까지 주는 거야?”
“<세븐즈> 멤버들이랑 마트 가서 바비큐 할 거 사는 것부터 찍어. 카드 긁는 순간부터 내가 전화해서 닦달할 테니까.”
“와, 제대로 기생충 콘셉트인데… 형, 원래도 그랬잖아.”
“리얼리티는 진실성이 생명이야.”
[나 왕년에 리얼리티 예능 스타였어, 전민국.]민국이는 고개를 끄덕하곤 내 카드를 받았다.
* * *
오후 다섯 시.
나는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
내일이 주말이기도 했고, 오늘 저녁 바비큐 파티 전에 긴밀하게 나눠야 할 이야기가 있었다.
곧 마크와 리미미가 올리비아와 로즈를 데리고 들어왔다.
“성국아, 올리비아 좀 맡아줘.”
“아저띠!”
이제 말을 제법 하는 올리비아는 혀 짧은 소리를 내며 내게 달려왔다.
“아저띠, 올리비아랑 놀아줘.”
“아저씨가 올리비아 아빠랑 할 이야기가 있는데, 어쩌지?”
때마침 데니얼 강과 김미소도 도착했다.
김미소는 자연스럽게 올리비아의 손을 잡았다.
“올리비아, 언니랑 놀자. 어때?”
“조아!”
데니얼은 얼른 로즈를 안아 들었다.
“로즈, 너는 이 오빠랑 놀자.”
사실 김미소와 데니얼의 오늘 임무는 올리비아와 로즈를 돌보는 것이었다.
마크와 리미미와 긴밀하게 할 이야기가 있었고, 베이비시터를 부르기에는 보안이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나는 마크와 리미미에게 맥주를 건넸다.
“두 사람 다 맥주죠?”
“성국, 우리 이렇게 부른 이유 알 것 같기는 한데….”
마크는 맥주를 마시면서 나를 쳐다봤다.
“브래드 때문이지?”
“응.”
“낮에 데니얼이 뤄즈진에 대해서 묻던데, 그것도 연관된 거죠, 사장님?”
“맞아요, 리미미 씨.”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어쨌든 우리 회사의 중요 이사 한 명이 중국의 공산당과 연결된 사건이었다.
만약 이 사건이 공개적으로 터진다면 ‘페이스 노트’에 악영향이 끼칠 게 분명했다.
미국에서 제일 논란이 되는 사건은 언제나 개인 정보 유출과 공산당에 관한 부분이었다.
이 문제는 태어날 때부터 미국인인 마크가 제일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했다.
“성국, 브래드를 어서 쳐내야 할 것 같아. 미국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공산당이야. 공산당이 ‘페이스 노트’ 간부와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은 개인 정보 유출이나, 안보 위협 등 별말을 다 쏟아낼 거야.”
“그렇겠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지금 매우 심각한 상황을 마주한 것이었다.
“정말 브래드! 무슨 생각인 거야?”
“내 생각에는 말이야… 물론 이건 나의 추측이야.”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이미 ‘페이스 노트’나 인스타그림 같은 인기 SNS는 손에 넣기에는 어렵잖아. 하지만 띡똑은 달라.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도 못했고, 이제 막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으니까.”
“그렇죠, 사장님.”
“츄스루우는 중국 본토 출신이지만,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오래 사업을 했고. 심지어 국적은 싱가포르야. 츄스루우를 앞세워서 띡똑을 인수할 계획을 세운 것은 중국 정부. 그리고 얼굴마담이 된 것은 츄스루우. 띡똑이 미국 내 가입자 수가 증가하고, 영향력이 생기면 그걸 이용해서 정보도 빼가고 여론도 조작하려는 속셈이겠지. 이제 세상은 SNS로 돌아가잖아.”
내 말에 마크와 리미미 모두 얼굴이 어두워졌다.
‘페이스 노트’는 나와 마크 그리고 리미미에게 인생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장님, 어쩌죠? 뤄즈진, 제가 개인적으로 알아보니까. 중국 내에서도 영향력이 굉장한 사람이더라고요.”
마크가 이마를 짚었다.
“성국, 이건 정부 측 인사에게 조용히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만약 네가 츄스루우를 몇 번 더 만난다면 괜히 너까지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야. 넌 엄밀히 말해서 외국인이잖아.”
“흠… 버락한테 아무래도 연락을 취해야겠어.”
나는 맥주를 마셨다.
이때, 띠링 메시지가 알람이 울렸다.
– 핫마트 2,098달러 결재.
“민국이 이 녀석, 바비큐 하는데 무슨 200만 원 넘게 써!”
나는 곧바로 민국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국처럼 고기가 싼 나라에서 고기를 대체 얼마나 산 거야!!!”
– 형, 미안… 우리 사람이 일곱 명이잖아. 거기다 방 대표님도 있고. 형, 이따 고기 맛있게 구워줄게.
뒤에서 <세븐즈> 멤버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 대표님, 저희가 청소도 다 할게요!
– 도비가 되어드리겠습니다!
나는 한숨을 길게 내뱉고 전화를 끊었다.
* * *
바비큐 파티가 한창이었다.
고기에 일가견이 있는 방무혁이 바비큐 기계 앞에서 연신 고기를 구웠고, 조금 늦게 합류한 전태국과 이경수도 마크와 리리미 그리고 데니얼과 김미소와 함께 열심히 고기를 먹고 있었다.
<세븐즈> 멤버들은 로즈와 올리비아의 일일 베이비시터도 자처했다.
나는 조용히 서재 방으로 향했다.
내가 오늘 민국이의 바비큐 파티를 허락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내 움직임을 브래드 영과 츄스루우가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주말 저녁, 오랜만에 만난 동생과 함께 하는 바비큐 파티.
브래드 영과 츄스루우는 내가 그저 주말을 즐기고 있을 것이라 여길 게 분명했다.
달칵.
나는 문을 잠그고 버락 오마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이어지더니 버락 오마하가 뒤늦게 전화를 받았다.
– 성국, 어쩐 일인가?
버락 오마하의 목소리는 언제나 유쾌했다.
뒤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버락 오마하도 가족들과 저녁 중인 모양이었다.
“긴히 상의드릴 일이 있어서요.”
– 설마 도날드 트럼펫 이야기는 아니지? 요즘 각종 언론에서 자네가 도날드 트럼펫을 비공식적으로 지지하는 거 아니냐고 연일 다루더라고.
“버락 아시잖아요. 저는 될 사람 편이라는 거….”
– 그 말은 우리 민주당이 이번 대선에서 패배할 거라는 말로 들리는데.
“미래는 알 수 없죠.”
나는 알지만.
“버락, 오늘 연락드린 일은 좀 다른 일이라서요.”
– 무슨 일?
“미국의 안보와 관련된 일입니다.”
– 중요한 일인가 보군. 잠시만.
그 말에 버락 오마하가 조용한 곳으로 이동하는 게 전화기 너머로 느껴졌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버락 오마하가 입을 뗐다.
– 성국, 미국의 안보와 관련된 일이라니. 도대체 무슨 일인가?
“최근에 띡똑을 인수하려는 중국계 사업가 한 사람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츄스루우라고 중국에서도 유명한 샤오롱의 전직 CEO였던 사람입니다.”
– 계속 말해보게.
“츄스루우가 띡똑을 인수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기에, 아무래도 이상해서 제가 뒷조사를 조금 했거든요. 그런데 츄스루우가 중국 공산당 간부랑 만나는 걸 확인했습니다.”
– 중국 공산당 간부?
“네, 버락.”
버락 오마하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 성국, 이 일은 국가적으로 다뤄야 할 것 같은데.
“버락,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 무슨 조건?
“이 일에 아무래도 저희 회사 이사 한 명이 연결된 것 같습니다.”
– 그렇겠지. 어느 집단이든 나라의 안전은 생각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좇는 놈들이 있으니까.
“이게 만약 밝혀진다면 저희 ‘페이스 노트’ 이미지에도 악영향일 것 같아서요.”
– 흠….
버락 오마하는 내가 하는 말의 뜻을 분명히 알 것이다.
– 그 말인즉슨, 이 일을 비공식적으로 처리해달란 말이지?
“네, 어떤 언론에서 알아도 안 될 것입니다. 대신.”
– 대신?
“제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 듣던 중 반가운 이야기이네. 우선 가족들과 저녁 후에 참모진들을 모아서 이 일을 논의 후에 연락 다시 하겠네. 물론, 모든 건 비밀일세.
“네, 버락.”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가서 바비큐 파티를 즐겼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 * *
다음 날 일찍, 미국 국가정보장실 소속의 사람이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에브리함 숀이라고 합니다.”
그는 청소부 차림이었고, 이름도 물론 가명일 것이다.
에브리함이 방문한다는 것은 이미 버락 오마하에게 직접 연락을 받은 후였다.
“안녕하세요, 전성국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전 대표님 너무 잘 알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뼈가 있는 것 같았지만, 나는 모른 척 넘어갔다.
“오는 길에 집 부근 다 확인했는데, 감시는 없었습니다.”
“옆집이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삼전 그룹의 후계자가 살아서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전태국 덕분에 보안이 저절로 철저했다.
“VIP께서 이번 작전은 직접 관리하실 겁니다. 그리고 저희의 작전의 최종 목표는 츄스루우를 통해서 뤄즈진이라는 중국 공산당 간부를 잡는 것입니다. 뤄즈진을 잡으면 중국 쪽에서 접촉한 기업들과 실리콘밸리에 숨어있는 협조자들을 모두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에브리함은 일부러 진공청소기를 돌리면서 이야기를 했다.
“제가 뭘 하면 될까요?”
“대표님은 띡똑을 팔 의향이 있는 것처럼 츄스루우와 지금처럼 접촉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건 어렵지 않네요.”
“그리고….”
에브리함은 사방을 재빨리 훑더니 작게 이야기했다.
“이번 작전명은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 서부에서 하는 것이라 ‘서부 전선 이상 없다.’입니다. 기억해두세요. 이걸 아는 사람은 버락 오마하와 저, 그리고 전성국 대표님뿐입니다.”
“네, 기억하겠습니다.”
나는 자연스럽게 에브리함이랑 멀어졌다. 그리고 평소처럼 커피를 마셨고, 진공청소기 소리에 잠을 깬 민국이가 나와서 투덜거렸다.
“형, 청소 부른 거야?”
“응, 잠들 더 자.”
“시끄러워서 못 자겠어.”
“그럼, 청소나 돕던지. 어제 200만 원 쓰면서 그랬잖아. 집안일 돕겠다고.”
에브리함은 적절하게 민국이의 손에 먼지떨이를 건네줬다.
“집이 많이 크네요. 혼자 역부족인데, 좀 도와주시죠.”
“아… 형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민국이는 투덜거리며 먼지를 털기 시작했다.
나는 정원에 나와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맑은 캘리포니아의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제 곧 이곳에서는 포탄 없는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