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92)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92화(492/576)
제492화
전태국은 유쾌하게 웃으며 자신이 이코노미에서 찍힌 사진을 들이밀었다.
“성국아, 나보고 삼전의 마스코트래.”
“형의 배가 셔츠를 곧 뚫고 나올 것 같아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암튼 좋은 말을 안 해요. 이제 다이어트 시작할 거야. 이코노미 타니까, 술도 입맛에 안 맞고 저절로 다이어트 되는 것 같아서 다음에는 한국 갈 때도 한번 타보게.”
“흠… 그럼, 완전히 서민 친화적인 재벌 이미지는 만들어지겠네요.”
전태국이 손뼉을 딱 쳤다.
“우리 아버지가 귀족 재벌의 이미지였다면, 나는 그쪽으로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러시던가요….”
나는 ‘페이스 노트’ 캠퍼스의 최종 설계도면을 보면서 확인하고 있어서, 전태국의 이야기는 노이즈에 지나지 않았다.
어깨 너머로 설계도면을 보던 전태국이 물었다.
“와, 이게 ‘페이스 노트’ 캠퍼스야?”
“네….”
“진짜 대학 캠퍼스 같은데?”
“저희 콘셉트이긴 해요. 뭔가 살짝 부족한 것 같은데, 그걸 모르겠어요.”
내가 관자놀이에 손을 가져다 대자 전태국이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성국아, 내일 지희랑 데니얼이 스탠포드 투어 가는데, 같이 가보는 건 어때? 너도 대학은 다니다 말아서 캠퍼스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잖아.”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마크랑 저도 합류해야겠네요.”
* * *
데니얼은 아침 일찍부터 집에 커피와 샌드위치를 사서 왔다.
문벅스 대신 새로 바꾼 샌드위치 집은 대성공이었다. 특색있는 소스도 마음에 들었고, 야채가 듬뿍 들어있어서 문벅스보다 확실히 영양가 면에서 우수했다.
“대표님은 라떼에 칠면조 샌드위치. 지희 양은 아메리카노에 소고기 샌드위치입니다.”
“데니얼은 식사했어요?”
“전 한식파라서요. 아버지랑 아침 일찍 어머니가 끓여주신 된장찌개에 밥 먹고 왔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와 지희는 샌드위치가 맛없어졌다.
한식을 종종 사 먹긴 하지만, 외국에 오래 있다 보면 한식에 대한 갈증은 언제나 존재했다.
데니얼이 살짝 눈치를 살피더니, 얼른 물었다.
“언제 저희 집에 오셔서 엄마가 해주시는 밥 한번 하시죠. 엄마가 정말 한국 요리 잘하시거든요.”
“그럼,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저도요.”
지희도 대답했다.
데니얼은 우리 둘을 보면서 겨우 웃음을 참는 듯했다.
“두 분은 정말 어디에 내놔도 남매라는 것을 단번에 알겠는데요.”
“그 말도 참 싫어합니다. 저나 제 동생이나요. 데니얼, 이제 출발해볼까요? 참, 태국이 형이랑 이경수 씨도 이번 투어에 함께 가신다고 했는데….”
“한 차에 다 타긴 불편할 것 같아서, 9시에 학교 정문에서 뵙기로 했습니다. 마크 대표님도 시간 맞춰서 도착하신다고 했고요.
“그럼, 가보죠.”
* * *
제일 먼저 도착해 있는 것은 마크였다. 그것도 올리비아와 로즈를 데리고.
한 명은 유모차에, 한 명은 마크의 손에 매달려 있었다.
“삼촌!!!”
내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크 손을 잡고 있던 올리비아가 달려왔다.
“올리비아, 아빠랑 같이 온 거야?”
“응. 아빠가 삼촌 온다고 해서.”
올리비아는 이제 내 손을 꼭 잡았다.
마크가 다가오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성국, 미안. 미미는 회사가야 하는데, 베이비시터가 갑자기 펑크를 냈어.”
“괜찮아. 올리비아는 나에게 맡겨.”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정말 미미 없이 두 명을 감당하긴 힘들다니까….”
마크는 시작 전부터 이미 지친 표정이었다.
곧이어 전태국과 이경수가 탄 차가 도착했다.
차 문이 열리자마자 전태국은 잰스포츠 가방을 메고 차에서 내렸다.
요즘 한창 유행 중인 스냅백을 쓰고, 후드티까지 입은 모습이 전형적인 나이 많은 아저씨의 대학 나들이 차림이었다.
“지희야! 성국아!”
지희가 옆으로 다가오더니 속삭였다.
“오빠가 보기에 미국 사람들은 태국이 오빠를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평범한 학생으로 봐줄 것 같아.”
“단연코. 아니지!”
전태국은 잰스포츠 가방을 열더니 나와 지희에게 미리 준비한 스냅백을 하나씩 건넸다.
“이거 받아. 요즘 미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유행하는 모자래.”
“형, 전 됐어요. 모자가 안 어울려서요.”
“저도요.”
지희도 단칼에 거절했다.
데니얼이 얼떨결에 모자를 받아들었다.
“대표님, 저는 모자 잘 어울립니다. 제가 쓸게요.”
“데니얼, 괜찮아. 저 두 남매에게는 말로 항상 혼나고, 거절당해서 이런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아. 그리고 대강 예상은 했는데… 맨날 적중하네.”
“그래도 저 주세요. 여기 나무도 잘 없고 해서 모자 쓰면 좋거든요.”
“그럼, 데니얼이 써요.”
“감사합니다.”
다행히 데니얼이 모자를 받아들었고, 나머지 하나는 올리비아가 썼다.
“올리비아, 여기 햇살이 강해서 모자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응, 삼촌!”
곧 전태국이 건넨 스냅백을 쓴 데니얼이 앞장섰다.
마치 우리는 스냅백을 쓴 관광 가이드가 이끄는 스탠포드 투어단처럼 스탠포드 대학에 입성했다.
* * *
“이 시간이면 학생들이 수업을 듣기 위해서 뛰는 게 보일 거예요. 워낙 학교가 넓어서 다들 교실 찾아가는 것에도 정신이 없거든요.
특히 개강 때는 더욱 그렇고요. 한 번은 프랑스어 수업이라 교실에 갔는데 텅 비어 있는 거예요. 여기가 아닌가 하고 서성이고 있는데, 다행히 저 같은 학생이 한 명 더 있더라고요. 근데, 알고 보니 교수님이 첫날 수업 캔슬했는데, 저랑 그 친구만 몰랐던 거였어요.”
데니얼은 자신의 경험담까지 곁들여서 학교 구석구석을 설명했다.
올리비아는 다리가 아픈지 칭얼거리는 바람에 로즈와 함께 유모차에 올라탔다.
유모차를 미는 마크의 얼굴은 더욱더 무거워지고 있었다.
“성국, 우리 학교 교정도 넓었었는데… 그땐 아무 생각 없이 다닌 것 같단 말이야. 근데, 오늘은 왜 이렇게 힘이 들지?”
“네가 딸 둘을 유모차에 태우고 가니까 그렇지. 나이도 그때보다 늘었고….”
“아무래도 돌아가자마자 운동을 해야 할 것 같아.”
이때, 유모차에 탄 올리비아가 마크를 올려다봤다.
“아빠, 여기가 아빠 학교야?”
“아빠는 동부에 있는 하버드라는 대학을 다니다가…”
그 말을 하다가 마크는 나를 쳐다봤다.
“성국, 이럴 땐 뭐라고 하지? 졸업했다고 하나….”
“마크, 우리 명예 졸업장 언제 수여 받는 거지?”
“이번 학기 졸업식이라니까… 아마 5월 말이나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때 상세한 일정은 다시 연락 준다고 했어.”
나는 올리비아를 보며 웃었다.
“올리비아, 아빠랑 나랑은 올해 동부에 있는 하버드를 졸업할 거야. 올리비아도 그때 같이 가자.”
“정말? 근데 아빠, 대학 아직 졸업 안 한 거였어?”
“대학은 좀 늦게 졸업하는 사람도 많아, 올리비아.”
우리는 다시 데니얼의 스탠포드 투어에 집중했다.
곧 내 시야에 넓은 광장이 보였다.
“여기는 저희 학교의 가장 큰 광장 같은 곳인데요. 지금은 학생들이 좀 적네요. 평소에는 여기에 학생들이 바글바글하거든요. 수업 가는 학생들. 수업 기다리는 학생들. 집에 가는 학생들. 여기서 다 만난다고 보면 돼요. 구석구석에 서서 파티 같은 것도 논의하고요. 여기서 헤어지면 어쨌든 공평하게 서로 갈 길 가게 되거든요.”
그 순간, 나는 걸음을 멈췄다.
그 바람에 내 뒤를 따라오던 전태국이 내 등에 이마를 콕 찍었다.
“성국아, 갑자기 멈추면 어떻게 해.”
나는 그대로 다시 광장을 한번 휙 둘러봤다.
데니얼의 말대로 넓은 광장을 중심으로 스탠포드의 각 건물로 가는 길들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만나고 흩어진다.
“마크, 나 찾은 거 같아.”
“뭘?”
“우리 회사 도면의 문제점을.”
“그게 뭔데?”
“광장이 없다는 거야. 캠퍼스에!”
나는 얼른 핸드폰을 열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설계도면 담당자에게 전송했다.
– ‘페이스 노트’ 캠퍼스에는 광장이 필요합니다.
* * *
해답을 찾은 이후로 나는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스탠포드 교정을 거닐었다. 많은 학생들이 큰 캠퍼스 때문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게 보였다.
“마크, 우리 ‘페이스 노트’ 캠퍼스는 자전거를 이용할 정도는 아니겠지?”
“건물 다 합치면 꽤 되니까, 공유 자전거 시스템도 도입할까?”
“공유 자전거 괜찮을 것 같아.”
마크와 나는 ‘페이스 노트’ 캠퍼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쉴 새 없이 냈지만,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올리비아도 마크의 바지를 잡아당겼다.
“아빠, 배고파.”
마크와 나는 그제야 시간을 확인했고, 데니얼도 머쓱한 얼굴로 우리를 쳐다봤다.
“두 분이 너무 열심히 이야기 중이라 못 끼어들었는데, 식사하고 마저 둘러보시는 게 어떨까요?”
“대찬성입니다!”
전태국이 손을 번쩍 들었다.
* * *
데니얼이 우리를 안내한 곳은 경영대 쪽 학교 식당이었다.
“제가 먹어본 곳 중에서 여기가 제일 괜찮습니다.”
스탠포드의 학생 식당은 여느 대학과 비슷하게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픽업해서 계산한 후에 먹는 시스템이었다.
모두 줄을 선 가운데, 갑자기 밥을 먹던 학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왜들 그러지?
그 순간, 여학생들 몇이 나에게 다가왔다.
[이런… 또 나를 알아본 모양이군.]나는 최대한 태연하게 샐러드를 하나 집어 식판에 놨다.
이때, 화장기 없는 얼굴의 수수한 여학생이 가까이 다가왔다.
“저… ‘페이스 노트’ 전성국 대표님, 맞으시죠?”
[역시… 이놈의 인기는….]“네, 맞습니다.”
그 말과 함께 학생들의 비명 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저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제 ‘페이스 노트’에 올리게요.”
동시에 사진 요청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지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잽싸게 식판을 들고 자리를 잡았고, 데니얼은 비서답게 학생들을 진정시켰다.
“대표님은 지금 스탠포드 투어 중이시거든요.”
“데니얼, 괜찮아요.”
그리고 나는 여러 학생들과 사진을 찍었다.
주변에서 나를 찍는 사람들도 여러 명이었다.
이때, 한 여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학생도 이리로 와서 사진 같이 찍죠.”
그런데 그 순간, 여학생은 고개를 강하게 젓더니.
“저는 대표님께 건의 사항이 있어요.”
“건의사항이요?”
“저도 ‘페이스 노트’ 사용자인데요. 뭐, 요즘 이거 안 하면 왕따 당하는 거나 비슷하니까요. 근데 요즘 들어서 가짜 계정이 너무 많아요. 이상한 사용자들이 친구 추천도 막 하고요. 대표님, 이런 문제점 해결하실 계획 같은 건 없으세요?”
동시에 이곳저곳에서 질문들이 쏟아졌다.
“저도 질문이요. 요즘 들어 정말 가짜 계정이 너무 많아요.”
“대표님, 저희 이거 보안은 확실한 것 맞죠?”
학생 식당은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고, 아무래도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았다.
나는 마크를 불렀다.
“마크, 스탠포드에 온 김에 자료 조사 좀 하고 가야겠는데?”
“오랜만에 현장의 소리 한번 들어보지.”
그리고 나는 학생들을 향해 외쳤다.
“지금은 다들 식사하러 오셨으니까요. 식사하시고, 1시간 후에 광장에 모여서 저랑 마크와 질의응답 시간 가질까 하는데 어떠세요?”
여기저기서 좋아요를 외쳤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페이스 노트’에 이 사실을 알렸다.
– 1시간 후, 스탠포드 대학교 경영대 광장에서 마크와 함께 학생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관심 있는 학생들은 모두 참여해주세요!
* * *
한 시간 후, 경영대 앞쪽 광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이 학생들로 가득 찼다.
데니얼은 급하게 마이크를 구해왔고, 나와 마크는 졸지에 학생들 앞에 섰다.
“성국아, 나 엄청 떨리는데….”
“걱정 마, 마크. 내가 있잖아.”
그리고 우리는 학생들과 수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중에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도 있었고, 현재 ‘페이스 노트’의 문제점 개선을 위한 질문과 대책. 심지어 ‘페이스 노트’ 취업 설명도 있었다.
1시간 정도 예상한 대화는 결국 3시간이 넘어서야 겨우 끝이 났다.
마이크를 놓자마자 마크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성국, 나는 이런 게릴라 행사는 안 될 것 같아….”
그 순간, 나는 마크를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봤다.
“성국, 너 또 무슨 아이디어 떠올랐지? 지금 딱 그 눈빛인데?”
“마크, 우리 ‘페이스 노트’ 캠퍼스에도 이런 게릴라 강연, 공연, 행사들 하는 거 어때? 회사를 다니면서도 학교 생활하듯이 즐기기도 하고, 편하게 의사소통의 장도 되고.”
“좋긴 한데… 성국, 난 다시는 마이크 안 잡고 싶어.”
이때, 올리비아가 다다다다 뛰어오더니 마크를 꼭 껴안았다.
“아빠, 오늘 너무 멋있었어!”
“정말?”
“응, 사람들이 아빠랑 삼촌 엄청 좋아해.”
그 말을 들은 마크는 나를 보더니 눈을 찡긋했다.
“성국, 아무래도 네 말을 들어야 할 것 같아.”
[역시 딸 이기는 아빠는 없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