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497)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497화(497/576)
제497화
제시와 애덤은 한동안 K-pop 이야기로 파티 시간이 가는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애덤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제시에게서 벗어나 나에게로 후다닥 걸어왔다.
“성국…. 제가 말을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어요.”
“애덤, 잘했을 거예요. 정식 인터뷰는 언제 하기로 했어요?”
“제시가 이쪽에 일 때문에 좀 더 머물 거라고 해서, 내일 저녁을 같이하기로 했어요.”
그 순간, 전태국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애덤, 이거 데이트 신청 아니야?”
“태국, 아닐 거야. 제시는 순수하게 K-pop 이야기만 물었거든.”
애덤은 손사래를 쳤다.
“애덤, 잘해봐. 이제 애덤은 실리콘밸리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연봉을 받는 개발자잖아.”
전태국은 한껏 애덤을 치켜세웠다.
“형, 애덤의 연봉이 높긴 하지만 제시 아버지의 사모펀드 규모를 볼 때면 제시가 연봉 때문에 애덤에게 눈웃음을 친 건 아니라고 봐요.”
“정말?”
“네, 제가 잘 알죠.”
이때, 애덤이 머리를 긁적였다.
“모두들 제가 솔로니까 제시라는 여자분이랑 엮어주시려는 모양인데요. 제시는 제 타입이 아니에요.”
그 순간, 잠시 정적이 흘렀다.
제시는 누가 봐도 객관적인 미인이었다.
애덤은 누가 봐도 실리콘밸리의 너드였고.
그런 제시를 자신의 타입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다니….
전태국도 의아한 모양이었다.
“애덤, 안 될 거라고 미리 그렇게 자기 타입 아니라고 발 빼지 마.”
“정말 아니에요. 제시는 제 타입이 진짜 아니에요. 저는 그러니까… 저랑 말이 잘 통하는 여자였으면 좋겠어요. 같이 걸 그룹도 좋아하고, 게임도 좋아하고요. 그런데 제시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잖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와 전태국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잠시 한숨을 쉬고는 애덤을 쳐다봤다.
“애덤, 그 말은 성별만 여자인 애덤을 원한다는 거잖아요?”
“성국… 그냥 이상형이 그렇다고요. 다들 이상형은 있잖아요.”
그때, 우리의 시야에 샘이 어떤 여자와 이야기하는 게 보였다.
샘은 그래도 애덤보다 연애 경력이 있었다.
한국 지사로 오게 된 것도 ‘페이스 노트’에서 수잔과 사내 연애를 하다가 깨져서 실의에 빠져서 온 것이었다.
“성국아, 샘은 왠지 오늘 파티를 계기로 우리 모임에서 빠질 것 같은데.”
“형, 저는 형과 애덤과 샘과 어떤 모임도 한 적 없거든요.”
“너는 아니라고 부인하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주말에 모여서 바비큐를 해서 먹는 그룹이야. 솔로 그룹….”
전태국은 쓰디쓴 얼굴로 샴페인을 들이부었다.
* * *
파티가 끝나자마자 전미진은 환호했다.
“성국아! 나 팔로우 수 3만 명이 넘었어! 우리 다음 주에 파티 한번 더할까?”
“미진아, 파티걸 이미지 만들 거 아니면 다른 아이디어를 생각해봐.”
“참, 성국아. 아까 지희가 그러던데… 지희 매니저를 구한다며?”
“응. 지희가 인플루언서로 활동할 계획이라서 내가 직접 매니저를 구해주기로 했어. 공부랑 일을 병행하기는 힘드니까.”
전미진의 눈이 반짝였다. 그 어느 때보다.
설마?
“성국아, 내가 말이야. 제안을 하나 해도 될까?”
[그 제안 안 하면 안 될까?]듣기도 전에 전미진이 하려는 제안이 뭔지 알 것 같았다.
“무슨 제안?”
“내가 지희의 매니저 역할을 하면 어때?”
“말도 안 돼. 넌 삼전가의 딸이고, 지금 뉴욕에서 대학을 다니잖아. 지희는 여기 스탠포드에서 공부 중이고. 거리도 멀고, 네가 지희의 비서 일을 한다고 하면 회장님께서 가만있지 않을 거야.”
“우선 학교는 걱정하지 마. 어차피 올해도 휴학할 생각이었어. 미국에 최대한 오래 있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잖아.”
“대학원이라는 좋은 제도도 있잖아.”
“성국아, 난 공부가 지겨운 사람이야. 그리고 네 말대로라면 난 삼전가의 딸인데, 학벌이 뭐가 그렇게 중요해?”
하긴….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전미진에게는 확실히 거절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미진아. 지희도 분명 반대할 거지만, 나도 반대야.”
“지희가 그러던데. 자기 매니저는 자기가 직접 면접 볼 거라고. 그럼 학교 문제. 집 문제 그리고 지희가 오케이 한다면 내가 지희 매니저 해도 되는 거지?”
“우선 나는 반대야. 지희도 반대일 거야.”
“그래도 지원은 자유잖아. 그치?”
“그래, 지원은 해봐. 어차피 안 될 거니까.”
전미진은 근처에 있던 김미소를 불렀다.
“김 비서.”
“이제 김 비서 아닐 텐데, 전미진?”
“흠… 김미소 씨, 뉴욕에 있는 강 비서한테 연락해서 이리로 바로 오라고 해. 내가 할 일이 좀 있거든.”
김미소는 조금 당황한 얼굴로 전미진을 쳐다봤다.
“아가씨, 강 비서는 결혼 준비로 정신이 없거든요. 바쁜 일이신가요?”
“급한 일이야. 그리고 강 비서가 결혼해?”
“네. 다음 달 넷째 주 토요일이요. 아가씨한테는 이미 일정 보고 들어갔을 텐데요.”
“그랬나….”
부리는 아랫사람 결혼까지 챙길 인성의 전미진이 아니었다.
“봐, 전미진. 비서 결혼 일정도 모르면서 어떻게 지희 매니저를 한다는 거야?”
“이제 알았으면 된 거지. 암튼, 김미소 씨. 강 비서 통해서 다른 비서를 보내든 지원해줄 사람 보내라고 하세요.”
“네, 아가씨.”
전미진은 뒤돌아서다가 멈칫하더니, 다시 김미소를 쳐다봤다.
“김미소 씨, 내가 여기 일주일 동안 머물 호텔 좀 알아봐 줘. 오늘 밤만 예약했는데, 적어도 일주일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그러겠습니다.”
그러곤 전미진은 뒤도 안 돌아보고 걸어갔다.
“김미소 씨가 고생이 많네요.”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그리고 아가씨가 고생한다고 주말 아르바이트 비용도 두둑하게 주셨어요.”
김미소는 역시 뭐든지 허투루 하는 법이 없었다.
“근데, 대표님. 전에 백악관에서 봤던 제시라는 분이요. 아까 애덤이랑 이야기 나누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내일 저녁에 애덤이랑 K-pop 관련해서 인터뷰를 더 진행하기 위해서 저녁 식사하려고 하는데, 나와줄 수 있냐고 물었는데. 제가 나가도 되는 자리일까요?”
좀 의외의 질문이었다.
제시가 왜 김미소를 저녁 식사 자리에 부른 거지?
이때, 아직 파티장을 떠나지 않은 제시가 보였다.
“김미소 씨, 제가 이유는 직접 물어볼게요.”
“네, 알겠습니다.”
* * *
“제시, 여기 근처에 호텔 잡았어?”
“응. 당연히. 이런 좋은 파티가 있는데, 늦게까지 즐기고 싶어서.”
“내일 애덤이랑 저녁 식사하기로 했다면서?”
“응.”
그러더니 제시는 주변을 살폈다.
“성국아, 내가 전에 백악관에서 본 네 비서도 같이 나와달라고 했어.”
“그분은 이제 내 비서 아니야. ‘페이스 노트’ 정식 직원이야.”
제시는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때 너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을 줄 알았더니. 아무 일도 없나 봐?”
[이건 뭔 수작이지?]나는 제시에게서 슬쩍 떨어졌다.
“원래 그렇게 일하기로 되어 있었어.”
“아하….”
제시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더니 주변을 다시 살폈다.
“사실은 애덤이 나한테 푹 빠진 것 같아서. 좀 부담스러워서 같이 저녁 먹자고 한 거야.”
[흠…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 건가.]제시는 객관적으로 매력적이고, 능력도 있고, 아름답기까지 한 여성이다. 하지만 종종 자신감이 지나쳐서 문제였다.
“제시, 미안한데… 애덤은 그저 K-pop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좋았을 뿐이야. 내가 알기로는 애덤은 제시처럼 화려한 스타일 안 좋아해.”
하지만 제시는 콧방귀를 꼈다.
“남자들 다들 그래. 내가 너무 잘나서 부담스럽다고. 그런데 내가 좋다고 하면 싫다는 사람 없었어.”
“애덤은 아닐걸. 겉과 속이 똑같은 사람이거든.”
“그럼, 우리 내기할까?”
“뭘 걸고?”
그 말을 하는 순간, 나는 제시가 원하는 대답을 했다는 것을 제시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고 깨달았다.
“만약 애덤이 나에게 넘어오면, 나를 ‘페이스 노트’에서 일하게 해주는 건 어때?”
“그건 정식으로 지원하면 될 일인 것 같은데. 제시 정도의 이력이라면 ‘페이스 노트’에는 과분할 수도 있고. 혹시 사심이 포함된 지원이라면 곤란하지만.”
“사심이 포함된 지원이지, 당연히. 이제 나도 나이도 있고, 내 인생의 마지막 미련을 한번 테스트해 보고 싶거든.”
[역시 사람은 안 바뀌는군….]하지만 이번 내기는 나도 자신이 있었다.
제시가 바뀌지 않은 것처럼, 애덤도 바뀌는 사람이 아니었다.
“좋아. 대신 내일 약속에서 김미소 씨는 빼주고, 만약 내기에 이긴다면 제시는… ‘페이스 노트’도 나도 영원히 포기해주길 바라.”
“좋아.”
제시는 쿨하게 대답하고 자리를 떴다.
* * *
애덤과 제시의 저녁 약속 5시간 전.
조금은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애덤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고 확신했지만, 제시의 말대로 금발의 미녀가 접근했을 때 한없이 약해질 수도 있었다.
나와 제시는 저녁 약속 전까지는 애덤과 어떤 연락도 하지 않기로 이미 약속한 상태였다.
이때, 게스트룸에서 지희가 태블릿을 들고나왔다.
“큰오빠, 오늘 매니저 이력서가 새로 들어온 게 있어서. 한번 검토해봤으면 좋을 것 같아.”
“누군데?”
“큰오빠도 잘 아는 사람이야.”
“설마, 전미진?”
“응.”
지희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에 지희의 매니저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이력서를 보낼 줄은 몰랐다.
[서당 개 남매가 이렇게 부지런할 리가 없는데….]“전미진이 직접 작성한 이력서야?”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 나를 어떻게 서포트할 건지가 중요하지.”
지희는 전미진이 작성한 이력서를 내밀었다.
전미진의 짧은 약력이 적혀 있었다.
“학교야 다 돈으로 다닌 데고.”
“큰오빠,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마. 미진이 언니도 정식으로 나의 매니저에 지원한 사람이니까.”
나는 다시 전미진의 이력서를 읽어 내려갔다.
그중에 눈에 띄는 내용이 있었다. 지희를 어떻게 서포팅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었다.
– 저는 아시다시피 삼전가의 딸입니다. 제가 지원한다는 것은 곧 뒤에 수많은 삼전가의 인력들이 저를 서포팅 할 것이고, 이 서포팅은 그대로 전지희 양이 받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지희가 손가락으로 이 부분을 탁 짚었다.
“큰오빠, 난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어. 미진이 언니 능력은 나도 믿을 수 없을 것 같아. 언니가 객관적으로 이룬 업적은 없으니까. 하지만 미진이 언니가 내 매니저가 된다면, 나는 삼전의 사람들을 내 매니저로 두게 되는 효과를 받을 거잖아. 매니저 월급 많지도 않을 텐데.”
나도 혹하는 부분이기는 했다.
내가 서당 개를 옆에 두고 있는 이유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성급하게 결정은 하지 말자. 이력서 들어오는 걸 더 보고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아니면, 미진이 언니에게 하루 정도 내 매니저 일을 맡겨보는 게 어떨까? 솔직히 미진이 언니가 너무 엉망이면, 아무리 삼전 사람들이 수습한다고 해도 나도 신경쓰일 것 같아서….”
“그거 좋은 아이디어인데? 내일 당장 연락해서 날짜 잡자.”
“응!”
* * *
저녁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제시와 애덤은 아마 한참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중일 것이다.
나는 괜히 수영장 부근을 정신없이 오갔다.
애덤에 대한 믿음은 확고했지만, 애덤도 남자니까….
제시가 ‘페이스 노트’에서 일하게 되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러면 애덤과 불편해질까 봐 걱정이 됐다.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제시였다.
“여보세요.”
– 성국, 내가 이상해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뭔데?”
– 애덤이 지금 화장실 갔는데, 내가 저녁 먹고 술 한잔하자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걸 그룹 쇼케이스 라이브 봐야 한다고 안 된다고 하는데… 이거 그냥 튕기는 거지? 내가 부담스러워서?
제시의 목소리는 조금 격앙돼 있었다
“아쉽지만. 제시, 애덤은 겉과 속이 똑같은 사람이야. 진짜 걸 그룹 쇼케이스를 라이브로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걸 거야. 그래도 애덤이 K-pop 인터뷰는 잘해줄 거야. 걱정하지 마.”
– 말도 안 돼!!! 내가 다시 도전해 볼 거야!
“제시, 얼마든지. 우선 내기는 내가 이긴 걸로 알게.”
나는 전화를 끊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애덤에 대한 나의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