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01)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01화(501/576)
제501화
실시간으로 촬영한 미셸 무어의 스토커 행위가 뉴스를 탔다.
앵커는 그동안 나에 대해서 언급했던 몇몇 언론의 기사들을 예로 들면서 이성을 잃은 스토커가 한 고발 때문에 전성국 대표가 도마에 오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업무 강도가 과하다는 말은 어제, 오늘 나온 말이 아닙니다. 이 기회에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스스로 기업 문화를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나와 전태국 그리고 마크와 데니얼, 이경수와 김미소는 그 뉴스를 보며 잠깐 말을 잃었다.
미셸 무어가 체포됐지만, 오늘 밤은 왠지 전태국의 집에 모두 모여있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우리는 전태국의 집에 머물러 있는 상태였다.
제일 먼저 마크가 혀를 찼다.
“아니, 스토커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실리콘밸리 기업 이야기는 왜 하는 거야? 이거 논점이 완전히 벗어났잖아.”
“미셸이 올린 고발장에 어쨌든 과도한 업무라고 했는데, 실리콘밸리 근무자들이 댓글로 자신들의 업무 환경에 대해서 동조하는 어조로 글을 올려서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데니얼이 자세하게 설명했다.
미셸의 고발장은 억측에 불과했지만, 많은 실리콘밸리 근무자들이 자신들의 업무 환경에 대해서 토로한 것은 사실이기도 했다.
전태국이 와인을 홀짝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 저런 말 하는 사람들은 80년대 삼전에서 한번 일해 봤어야 하는데….”
“태국, 너도 그때는 잘 모르잖아.”
“우리 아버지 말로는 그 시절에 토요일까지 근무하고, 야근은 수시도 하고, 일요일도 나와서 근무하는 게 평범한 일상이었다고 했어. 그땐 아버지뿐 아니라 모든 직원이 그랬다고. 한국에서는 지금도 야근과 주말 근무를 종종 한다고. 그래도 다들 잘 버텨. 왜냐하면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거든.”
그 말을 들은 마크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우리도 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뭘?”
“우리가 자율근무제를 도입해서 운영하고는 있지만, 여러 가지 불만들은 있을 수 있잖아.”
사람이 모인 곳에 불만이 없을 수는 없었다.
“마크, 기업이 커지다 보면 모두의 입맛에 맞는 운영은 할 수 없어. 중요한 건 기업에 맞는 인재를 구하는 거지.”
전태국은 와인을 홀짝이며 무심히 말했다.
나는 서당 개를 쳐다봤다.
서당 개의 말대로 기업이 커지다 보면 모두의 입맛을 맞춰줄 수는 없다. 서당 개의 말대로 기업이 추구하는 인재를 찾는 게 우선이었다.
나는 몸을 살짝 기울였다.
“성국, 네 생각은 어때?”
마크가 물었다.
“마크, 서….”
하마터면 전태국은 서당 개라고 부를 뻔한 것을 겨우 참았다.
“서? 뭐?”
“아니… 서울에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 태국이 형의 말대로 그렇다고. 마크, ‘페이스 노트’도 이제는 실리콘밸리의 공룡이 됐잖아. 우리가 일하는 방식, 그리고 회사 내의 자잘한 사건, 사고와 대처 방법. 그런 것들을 너튜브나 방송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제작해서 내보내면 어떨까 싶어서.”
마크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있다고 봐. 미셸이 아무리 스토커지만, 어쨌든 실리콘밸리의 업무 환경에 대한 이슈를 쏘아 올린 거잖아. 그 이슈를 정면으로 마주해야지, 회피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대표님 의견에 저도 동의해요. 한국식이든, 미국식이든 대표님이나 ‘페이스 노트’의 일하는 방식 등을 알려주시면 아마 모두들 이 기업이 추구하는 이상을 알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대표님이 ‘페이스 노트’ 어느 직원보다도 더 많은 일을 하고 계신 걸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도 있다고 봐요. 아마 대표님의 일상을 보면 이의를 달 사람들은 없을 것 같아요.”
김미소도 조용히 의견을 보탰다.
“흥미로운데?”
전태국이 와인을 쭉 들이켰다.
“데니얼, 내일 이런 프로그램 다룰 수 있는 방송국 알아봐요. 너튜브랑 동시에 올리는 방식으로 제안 넣고…. ‘페이스 노트’ 24시? 이런 식으면 어떨까 싶은데요.”
“흠… ‘페이스 노트’ 24시, 흥미로운데요. 번외로 전성국 대표의 24시도 따로 찍어도 좋을 것 같아요.”
이경수도 의견을 냈다.
이때, 뉴스에서 또 다른 속보가 터졌다.
– 미셸 무어, 전성국 대표의 스토커 이전에 레오나드로 비카프리오 스토커 혐의로 체포된 전력 확인.
그 뉴스를 본 전태국이 나를 봤다.
“성국아, 네가 레오나드로 비카프리오 급인가? 그 정도로 잘생겼나?”
“전 대표님이 잘생기긴 했잖아요. 키도 크고. 물론 제가 말한 것은 전성국 대표님이에요.”
이경수가 농담처럼 말을 던졌다.
마크도 옆에서 피식 웃었다.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성국이 덕분에 많은 것을 얻어먹어서 하는 말이 아니고, 성국이는 누가 봐도 잘생겼지. 그걸 본인도 너무 잘 안다는 게 문제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 순간, 모두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봐. 또 어깨 으쓱했어! 저거 성국이가 속으로 잘난 척할 때 하는 포즈잖아.”
전태국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태국. 나 저거 엄청 많이 봤어. 자기는 티 하나도 안 난다고 하지만, 표정에서 다 드러나.”
“그러니까. 나 처음 봤을 때 눈빛을 아직도 기억한다니까. 나 완전 벌레 보듯 했어!”
[서당 개, 너는 나 아니었으면 아직도 벌레지. 그나마 개로 신분 상승한 거야.]전태국이 나를 보며 또 손가락질했다.
“성국이 또 혼자 속으로 뭐라 했다. 맞지? 저 표정? 저 어깨 들썩거림?”
“종종 턱을 매만지거나,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를 때도 잘 지켜봐야 해요.”
김미소도 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맞아! 자긴 하나도 안 들킨다고 생각하지만, 성국이 다 표난다니까. 우리가 그냥 모르는 척해주는 거야, 성국아.”
마크의 말에 나는 실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먼저 잘게요. 피곤해서요.”
내가 방으로 걸어가는 내내 뒤에서 내 이야기하는 게 들렸다.
“자기 이야기하니까, 먼저 자리 뜨는 것 좀 봐.”
“학교만 일찍 다녔지, 아직도 어린 애 같은 데가 있단 말이야.”
“마크, 내 생각에는 어릴 적에 천재라고 너무 우쭈쭈 해줘서 저렇게 된 것 같아.”
그리고 키득거리는 소리들.
하지만 그들의 대화가 기분 나쁘게 들리지는 않았다. 악의가 없는 놀림이었다.
다만 내가 놀라운 건 모두들 나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방문을 닫고, 어둠 속에서 조용히 다짐했다.
[이제 앞으로 절대 안 들키게 혼잣말할 거야!]* * *
마케팅팀에서 ‘페이스 노트’ 24시 제안을 하다가 우연하게도 넷플렉스의 역제안을 받았다.
김미소가 이 일은 직접 달려와서 알렸다.
“대표님, 넷플렉스에서 저희 제안 듣더니, 다른 제안을 하나 해서요.”
“어떤 제안이요?”
“대표님을 중심으로 한 다큐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하네요. 한 4부작 정도 되는 것으로요.”
“테마가 저라고요? 실리콘밸리나 ‘페이스 노트’가 아니고요?”
“네.”
김미소는 얼른 대답하고는 넷플렉스 측에서 보낸 제안서를 내밀었다.
넷플렉스는 자체 제작 미드로 재미를 보고 나서 자체 제작을 계속 늘리는 추세였고, 특히 다큐 부분은 좋은 퀄리티의 작품이 많이 나왔다.
“대표님, 넷플렉스의 제안서예요. 한번 보세요. 이미 기획팀 내부에서 대표님의 다큐에 대해서 논의 중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넷플렉스의 제안서를 찬찬히 훑어봤다.
“흠….”
넷플렉스의 다큐 초점은 백 퍼센트 나였다.
마크와 필립 아카데미에서 ‘페이스 노트’의 전신인 ‘페이스 페이퍼’를 만든 일부터 시작해서 현재의 ‘페이스 노트’를 만들기까지 나의 행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다.
‘페이스 노트’ 본사의 현재는 4부 후반부에 조금 다뤄질 것 같았다.
“제안서는 흥미롭지만, 너무 저에 대해서 다루는 것 같네요. 거기다 저를 동양에서 온 천재 소년 정도로 취급하는 앞부분은 인종차별적인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대표님, 내용은 여러 가지 면에서 조율 가능하다고 넷플렉스 담당자가 말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원하는 내용도 적극 반영하겠다고 어필했고요. 넷플렉스 측에서 대표님을 주인공으로 하는 다큐는 지금부터 시작해서 1년 정도 기획 개발하고, 그 이후에 주변 인물 인터뷰를 진행할 것이라도 덧붙였습니다.”
“이 부분은 한번 확인해보죠. 스티븐 스필버스 감독이 저를 모델로 영화 준비 중이거든요. 그 시기랑 맞아떨어지면 좋을 것 같아서요.”
김미소의 눈이 반짝였다.
“넷플렉스는 지금부터 시작하면 2017년 하반기에는 넷플렉스에 방영 가능할 것 같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김미소가 나가고 나는 스티븐 스필버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티븐 스필버스가 푸근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 성국, 오랜만이야. 최근에 스토커 사건까지 있었던데, 괜찮은가?
“네, 괜찮습니다. 그 여자도 잡혔고요.”
– 할리우드에서 자네 이야기가 한창이야. 레오나르도 비카프리오를 이긴 전성국 대표라고. 허허.
스티븐 스필버스의 웃음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감독님, 혹시 저를 모델로 한 영화요.”
– 안 그래도 자네에게 이야기할 타이밍이 온 것 같아서 연락하려고 했는데, 마침 자네가 먼저 연락이 온 거네.
“넷플렉스에서 다큐 제안이 와서요. 저에 대한 다큐요.”
– 언제 방영이 목표인가?
“2017년 하반기 목표인데, 아직 제가 승낙한 상황은 아닙니다. 제 영화가 얼마나 기획, 개발됐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비슷한 시기에 영화가 개봉하면 시너지가 발생할 것 같아서요.”
– 나도 지금 그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리네. 우선 대본은 나왔고, 남자 주인공 캐스팅을 준비 중이라고 말하려고 했네. 아무래도 자네처럼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이 해줬으면 하니까. 잘하면 넷플렉스 다큐 방영과 개봉 시기가 비슷하게 갈 수도 있을 것 같고….
“감독님, 안 되면 비슷하게 조율하면 되죠.”
– 맞지! 늙으니, 머리가 잘 안 돌아가네. 하하하.
스티븐 스필버스는 유쾌하게 웃었다.
– 성국, 그럼 우선 내가 이번 주말에 자네가 있는 곳으로 가겠네. 그리고 대본은 미리 보내놓을 테니 읽어보고.
“네, 감독님.”
나는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잠시 응시했다.
2017년 하반기 혹은 2018년 상반기.
나에 대한 영화와 다큐가 나올 수 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대한민국. 그리고 고아 부모. 그 밑에 태어난 장남.
나는 정말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서 이제는 저번 생의 업적을 모두 뛰어넘고 있었다.
삼전의 부회장으로 청문회 불려 다니며 립밤 바르다 사진 찍히고, 치킨 시켜 먹다 사진 찍힌 게 저번 생의 내 역할이었다.
그런데 이번 생에서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었다!
그 순간, 어깨가 살짝 또 올라갔다.
나는 의식적으로 주변을 휙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럴 때는 기분 좋게 어깨 좀 올려도 되겠지?
나는 한껏 어깨를 으쓱하며 미소를 지었다.
[전성국으로 다시 태어나길 잘했어.]* * *
– 넷플렉스 ‘전성국’ 대표의 다큐 제작 돌입!
– 스티븐 스필버스, 전성국 대표를 모델로 한 영화 <페이스 페이퍼> 제작 돌입!
– 현재 미국은 전성국이라는 아이템에 열광하는 중. 이 시대의 아이콘!
언론에서는 나를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추켜세웠고, 드디어 하버드 명예 졸업식 시간이 다가왔다.
마크가 긴장한 얼굴로 사무실로 들어왔다.
“성국아, 하버드 졸업식에서 연설문 준비하라고 했는데. 했어?”
“해야지. 2주 후잖아.”
“성국아, 나 못하겠는데. 너만 하면 안 될까?”
“마크, 너랑 나랑은 ‘페이스 노트’ 공동 대표야. 같이 해야지.”
그리고 이 장면을 넷플렉스 다큐팀에서는 촬영하고 있었다.
이제부터 내 인생은 <다섯 남자와 아기바구니> 촬영 때와 같이 모든 것이 카메라에 담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