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02)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02화(502/576)
제502화
마크는 내 말에 심호흡을 했다.
“성국… 내가 사람 앞에 서는 것을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알잖아.”
고등학교 시절부터 마크는 항상 그랬다.
남들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했고, 지금도 그랬다.
회사에서 중요 회의와 안건에 대한 의사 전달은 모두 내가 했고, 마크는 뒤에서 조용히 의견을 더할 뿐이었다.
나는 단호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마크, 이건 내 졸업식이 아니라 너의 졸업식이야. 너와 내가 함께 졸업하는 거고. 네 졸업식 연설은 네가 해야 하는 거야. 네 딸들도 그렇게 바랄 거야.”
“하아… 딸 이야기하면 내가 할 말이 없지.”
마크는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 올렸다.
이제 마크는 어엿한 가장이었고, 가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식들이었다.
나는 흔들리는 마크의 마음에 쐐기를 박았다.
“마크, 올리비아랑 로즈가 커서 아빠가 하버드 명예 졸업장을 받고 연설하는 모습을 보면 엄청 자랑스러워할 거야. 그 기회 놓칠 건 아니지?”
“성국, 정말 넌 사람을 꼼짝 못 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니까.”
마크는 맥없이 웃으며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카메라 한 대가 마크를 쫓았고, 나는 정신없이 또 일에 열중했다.
* * *
사무실의 불이 꺼지는 시간.
그 시간이 바로 나의 퇴근 시간이다.
아직 ‘페이스 노트’ 곳곳에서는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고, 샘과 애덤이 웃으면서 야식을 사 가지고 오는 모습도 보였다.
“성국, 근처에 한국식 치킨 파는 집이 생겨서 사 왔는데. 하나 먹을래요?”
“흠… 오늘은 좀 땡기네요.”
나는 샘과 애덤의 사무실로 향했다.
샘과 애덤은 띡똑의 일을 전담하기 시작하면서, 건물 안쪽에 따로 작업실을 마련했다.
애덤의 사무실답게 주변에는 식물로 가득했다.
치킨 봉투를 열자마자 애덤이 닭 다리를 건넸다.
“성국, 한국 사람들은 무조건 닭 다리잖아요.”
“샘이랑 애덤도 한국 있으면서 닭 다리의 맛을 알았잖아요. 다리 두 개밖에 없는데, 샘이랑 애덤이랑 드세요.”
“성국, 우리가 닭을 한 마리밖에 안 사 왔을 거라 생각하세요?”
샘이 배시시 웃었다.
그러고 보니 닭 봉투가 두 개나 됐다.
“샘, 애덤… 요즘 작업하는 데 어려움은 없어요?”
“우리가 항상 작업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그것 같아요. 성국의 기대?”
샘이 말을 하고는 멋쩍은 듯 웃더니, 말을 이었다.
“성국은 항상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잖아요.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그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긴 하지만, 어느새 포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면서 내 목표를 낮추잖아요. 하지만 성국은 절대 그런 법이 없어요. 100을 목표로 했으면, 100을 이뤄내고야 말잖아요.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요.”
샘의 이야기를 듣던 애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저는 그런 성국 덕분에 우리도 그동안 정말 많이 발전한 것 같아요. 저야 해고 위기 때 겨우 해고를 면한 직원이었는데, 이제는 핵심 인력이 됐잖아요. 맞죠, 성국?”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존 너튜브 팀에서 왕따 당하던 샘.
그리고 ‘페이스 노트’의 그림자 같은 존재였던 애덤이었다.
“두 사람이 실력을 숨기는 바람에 그런 거죠.”
나는 간만에 유쾌하게 웃으며 닭 다리를 뜯었다.
[역시… 치킨은 한국이야.]* * *
나는 조용히 ‘페이스 노트’ 사무실을 나섰다.
주차장까지 가는 길은 조금은 어둡고 조용했다.
“대표님, 이런 식으로 직원들과 소통 자주 하시나요?”
카메라를 든 다큐멘터리 감독이 물었다.
“샘과 애덤이랑은 자주 이야기해요. 한국에서는 같은 집에 살기도 했고, 지금도 근처에 살고 있어서 주말이면 바비큐도 같이 해 먹고요.”
“직원들과 너무 사적으로 친밀해지는 것도 일에 방해를 주지 않나요?”
“일에 방해를 줄 만한 사람과는 사적으로 친밀해질 일도 없거든요.”
내 대답을 끝으로 오늘의 촬영은 종료됐다.
포르샤 앞에 서자, 카메라 감독이 인사를 건넸다.
“대표님, 불편하실 수도 있는데 협조해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일정 맞는 날에 사무실 촬영은 계속될 거고요. 그리고 이제 곧 가족들 미국으로 오시죠?”
“네, 모두 제 졸업식 보러 오는 거라서 다음 주에 들어오실 거예요. 제가 이사한 집도 처음 와보시는 거거든요. 부모님은.”
“그럼, 그때도 촬영 부탁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짧게 인사를 마치고 나는 차에 올랐다.
* * *
나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데니얼과 함께 가족들을 기다렸다.
데니얼은 두 손에 꽃다발도 든 채였다.
“대표님, 제가 다 긴장이 돼요. 대표님, 가족분들은 처음 뵙는 거잖아요.”
“저희 가족들 평범해요. 그리고 꽃다발은 좀 오버 같은데요. 저희 부모님 그래도 저 보러 몇 년에 한 번씩은 오셨어요.”
“대표님은 평범이라는 기준을 모르시는 것 같아요. 제가 자료 조사를 싹 했거든요. 대표님 아버님은 고아 출신으로 보쌈 신화를 이룩하셨고, 그 보쌈집 체인점이 내실 있는 것으로 유명하던데요. 그리고 어머님은 대표님 어릴 적에 아역부터 시작해서, 엔터테인먼트 운영까지 하시고. 이제는 패밀리 비즈니스 제작사도 운영 중이시잖아요. 그리고 또.”
데니얼은 잠시 숨을 돌렸다.
“동생인 민국 군은 <세븐즈>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지희 양이야 말하면 입 아프죠. 똑똑하고, 이쁘고, 자기 일 잘하고요. 대표님, 이런 가족이 평범하다고 할 수는 절대 없는 법이에요.”
“그냥 다들 자기 밥값하고 사는 정도에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자 데니얼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도 사실 가족들이 뿌듯하시죠?”
“좀 더 잘해야 뿌듯할 것 같은데요? 민국이는 아직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가수도 아니고, 지희도 아직까지 사시 패스도 못 했어요. 정말 제가 뒷바라지할 일이 아직도 한가득이라고요.”
“대표님은 정말 만족을 모르시는 것 같아요.”
이때, 가족들이 멀리서 나오는 게 보였다.
이제 40대 후반으로 접어든 아빠와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듬직한 아빠였고, 아름다운 엄마였지만 세월은 비켜 갈 수 없었다.
그 뒤로 민국이가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했다.
[미국에서 몇 명이나 알아본다고….]민국이는 아무래도 연예인병에 걸린 모양이었다.
데니얼은 나 대신 손을 번쩍 들었다.
“여기요! 대표님, 여기 계십니다!”
나를 발견한 엄마가 빠른 걸음으로 오더니 촉촉해진 눈가로 내 얼굴을 쑥 훑었다.
“성국아, 밥은 제때 먹고 있는 거야?”
“엄마, 걱정 마. 데니얼이 식사 시간 때마다 잘 챙겨주고 있어.”
“근데 왜 이렇게 마른 거야?”
“엄마, 요즘 운동 중이라 그래. 몸은 더 좋아졌어.”
엄마는 여느 때처럼 따뜻하게 나를 걱정해주셨고, 아빠는 뒤에서 묵묵히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민국이는 여느 때처럼 촐싹거렸다.
“엄마, 형네 집 진짜 좋아. 어서 가자. 옆집에 태국이 형 사는데, 태국이 형이 나 간다니까 오늘 바비큐 파티한다고 했어. 배고파 죽겠어.”
“넌 기내식 그렇게 먹고도 또 배고파?”
“아빠도 참.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나는 민국이를 한눈에 훑었다.
3집 활동을 얼마 전에 끝냈다더니, 얼굴에 살이 조금 오른 모습이었다.
“전민국, 너 살이 좀 오른 것 같은데? 요즘 너무 먹고, 연습 게을리하는 거 아니야?”
“형, 이럴 때도 좀 있는 거지. 그리고 이거 다 우리 찍고 있는 거지?”
민국이는 카메라를 발견하고는 머리를 매만졌다.
나는 부모님께 이 사실을 미리 알려드렸지만, 부모님들은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아직은 조금 어색해 보였다.
“중요한 일 있는 날 위주로 찍는 거고. 사이사이 저에 대한 인터뷰도 따로 진행할 거예요. 너무 걱정 마세요.”
“응, 그래. 우리 아들 다큐를 찍는다니, 믿어지지가 않네. 아빠는.”
아빠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아빠, 이따가 아마 아빠한테 저 어린 시절이나 집안 사정 같은 거 물어볼 거예요. 그때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세요.”
“알았어, 아들.”
[아빠, 오늘은 사연팔이 제대로 해봐!]* * *
“아버님! 어머님!”
전태국이 두 팔 벌려 부모님을 환영했다. 그것도 우리 집에서.
“제가 공항 못 나가 죄송해요. 오전에 일 때문에 아버지랑 회의를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태국 군, 바쁜데 항상 신경 써줘서 고맙네.”
“그런 말씀 하면 섭섭하죠. 제가 그 집에서 얻어먹은 보쌈과 술이 얼마인데요.”
“오늘 저녁에는 보쌈 좀 해보려고 했는데, 바비큐 한다며?”
“아버님, 그럼 보쌈해요! 아버님 보쌈 정말 오랜만에 맛보고 싶어요. 바비큐야 내일 하죠.”
“여기서 제일 가까운 마트가 어딘가?”
“아버님,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저랑 당장 마트 가시죠.”
“그럴까?”
아빠는 짐을 놓자마자 전태국과 함께 마트로 떠났다.
엄마는 감회에 젖은 얼굴로 집안을 곳곳 하나하나 살폈다.
“집이 참 좋네. 혼자 주택에 산다고 해서, 사실 엄마는 걱정이 많이 됐거든.”
“엄마, 이 동네는 보안 좋은 동네야. 경찰들도 수시도 돌고, 집집마다 보안 장치도 철저하고. 그리고 옆에 태국이 형이 살잖아. 걱정 마요.”
엄마는 내 손을 꼭 잡았다.
“우리 아들이 언제 이렇게 커서 이런 좋은 집도 장만하고…. 참, 엄마가 가방에 네 비디오 다 챙겨왔어.”
설마 <다섯 남자와 아기 바구니>?
엄마는 가방을 꺼내면서 다큐 제작진에게 한국말로 설명했다.
“성국이가 어릴 적에 한국에서 유명한 아기였거든요. <다섯 남자와 아기 바구니>라는 육아 리얼리티 프로그램 주인공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어린 나이부터 성국이는 다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성국이가 이 프로그램 나가고 유명해지면서 저희가 단칸방에서 집도 얻고, 남편 가게도 잘 풀리기 시작했거든요.”
엄마도 사연팔이를 시작했다.
다행히 다큐 제작진들은 엄마의 말을 흥미로워하는 것 같았다.
엄마는 가방에서 그동안 녹화한 <다섯 남자와 아기 바구니>를 틀기 위해서 비디오테이프가 들어갈 기계를 찾았다.
“성국아, 비디오 플레이어 없어?”
“엄마, 요즘은 비디오 안 보잖아.”
“그러게… 그래도 다 이걸로 너 나오는 거 녹화해뒀는데….”
“아마 방송국에 문의하면 다 있을 거야.”
이때, 데니얼이 나섰다.
“대표님, 저희 집에 비디오 플레이어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이민 오시고, 한국이 그리워서 비디오 엄청 빌려 보셨거든요. 제가 당장 저희 집에 가서 가져올게요!”
“데니얼, 그럼 부탁해요.”
데니얼은 말이 떨어지자마자 비디오 플레이어를 가지러 떠났다.
* * *
오랜만에 부엌에서 아빠의 보쌈 냄새가 났다.
“미국 재료들이라 한국 맛이 제대로 날지 모르겠네.”
아빠는 걱정스레 보쌈을 가지고 나왔지만, 아빠의 보쌈 맛은 변하지 않았다.
“아버님, 보쌈에는 역시 소주죠?”
전태국은 소주도 들고 왔다.
그리고 막 비디오 플레이어 설치를 마친 데니얼이 가족들에게 소리쳤다.
“비디오 플레이어 설치했습니다. 다들 모여서 저희 <다섯 남자와 아기 바구니> 봐요!”
[하아… 나의 흑역사가 또 펼쳐지겠군.]나는 소파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학교를 마치고 온 지희까지 합세해서, 엄마와 아빠 그리고 민국이와 지희, 전태국과 데니얼이 모두 소파에 앉았다.
“성국아, 한잔해야지?”
“네, 아빠.”
나는 두 손으로 아빠가 주는 소주를 받았다.
아빠는 전태국에게도, 그리고 이제 성인인 민국이에게도, 데니얼에게도 소주를 따라줬다.
“여보, 나도 줘야지.”
엄마의 재촉에 아빠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우리 성국이 어렸을 때, 내가 가게에서 남은 골뱅이 가져와서 당신이랑 야밤에 소주 한 잔씩 했잖아. 오늘 그날 생각나네.”
“여보, 우리 성국이 꾹이라고 부르던 거 기억나?”
“당연하지. 그때 엄청 귀여웠는데….”
아빠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흠, 아빠 또 감상에 젖네.]나는 얼른 비디오를 틀었다.
“자, 다들 저의 어린 시절을 보시죠. 이걸로 제가 이 집안을 일으켜 세웠잖아요.”
내 말에 모두들 웃음을 터트렸다.
아마 다들 꿈에도 모를 것이다.
내가 이 집안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얼마나 애썼는지….
나는 팔짱을 낀 채 삼등신인 나를 흐뭇하게 쳐다봤다.
[어릴 때도 참 잘생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