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03)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03화(503/576)
제503화
화면에서 막 내 기저귀를 가는 장면이 나왔다.
“아니, 저거 뭐야! 성국아, 너 기저귀 가는 장면도 나오는 거야?”
전태국이 소주를 마시며 경악했다.
정말 나의 흑역사가 다 나오고 있었다.
모자이크도 요즘처럼 자세히 처리하지 않을 때이고, 아기의 인권 따위도 없을 때였다. 중요 부위 노출은 없었지만, 온갖 장면이 다 나오기는 했다.
민국이와 지희도 보면서 웃었다.
“형, 형 아기 때 정말 귀여웠다. 어쩜 아이가 저렇게 해맑게 웃어? 지금이랑은 완전 딴판이잖아.”
[저거 다 계산된 웃음이야. 나 어릴 때도 시니컬했다고.]“성국이가 진짜 신기한 게, 카메라 앞에만 서면 저렇게 잘 웃었어. 평소에는 잘 웃지도 않던 아기가.”
엄마도 옛날 생각에 잠겼다.
[엄마, 그거야 돈 주니까 웃은 거지.]나는 이제 포기하고 소파 구석에 앉아 소주를 들이켰다.
넷플렉스의 다큐팀도 열심히 내 방송을 보는 가족들을 담았다.
아빠는 흐뭇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인 마트에 골뱅이가 있어서 사 왔어. 골뱅이 소면 하려고 하는데, 먹을 사람?”
“아버님, 저요!”
“아빠, 나두!”
“여보, 부탁해!”
여기저기서 모두 아빠의 골뱅이 소면을 외쳤고, 전태국은 얼른 냉장고에서 소주를 더 꺼내왔다.
“<다섯 남자와 아기바구니>가 이렇게 재미있는 건 줄 몰랐네. 성국이의 순수한 시절을 보는 것 같단 말이야.”
[서당 개, 나는 저 시절에도 순수하지 않았어.]나는 소주를 한 잔 들이켰다.
저 시절의 나는 순수하지 않았다.
삼전가의 후계자로 살다가 하루아침에 단칸방 고아 부부의 장남으로 태어났으니, 저땐 어서 성공해야겠단 악밖에 없었다.
오히려 나를 순수하게 만든 것은 젊은 엄마와 아빠였다.
그렇게 우리 가족들과 데니얼 그리고 전태국은 밤이 깊도록 나의 삼등신 몸매를 감상했다.
* * *
드디어 하버드로 향하는 날이 다가왔다.
나와 마크가 명예 졸업장을 받고, 연설을 하는 날은 수요일이었지만 가족과 나는 월요일 일찍부터 짐을 챙겨서 공항으로 향했다.
마크와 리미미 그리고 올리비아와 로즈는 이미 공항에 도착한 후였다.
주말에 마크와 리미미 가족들과도 바비큐 파티를 한 상태라 올리비아와 로즈는 민국이와 지희를 보자마자 달려가 안겼다.
리미미가 그런 올리비아와 로즈를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마크, 비행시간에 좀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아.”
“흠… 성국에게 동생들이 많다는 게 이럴 때 좋네.”
민국이와 지희는 각각 올리비아와 로즈를 맡았다.
마크가 홀가분한 얼굴로 다가왔다.
“성국아, 내 연설문 봤어?”
“응.”
“어땠어?”
“그냥 괜찮았어.”
“별로구나?”
마크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유명 인사들이 하는 졸업식 연설의 경우 시간이 지나도 회자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그런 유명 연설을 남긴 사람은 많지 않지만.
“마크, 그냥 편하게 해. 꼭 역사적인 순간을 남길 필요는 없잖아.”
“성국, 넌 편하게 안 할 거잖아. 엄청나게 준비했지?”
[당연하지….]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젠 내 표정만 보고도 마크가 한숨을 쉬었다.
“정말 못 말린다니까.”
“마크, 비행기나 어서 타자. 오랜만에 하버드 교정도 구경하고….”
“그래, 그러자….”
마크는 힘없이 비행기에 올랐다.
이때, 뒤에서 전태국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경수도 함께였다.
“비행기 못 타는 줄 알았네.”
“형, 우리보다 먼저 출발했잖아요?”
“내가 길을 잘못 들었는데. 트래픽에 걸리는 바람에… 한참 돌았어.”
전태국과 이경수는 하버드 구경한다며 나를 쫓아왔다.
우리 가족 다섯, 마크 가족 넷. 거기다 군식구 둘. 심지어 전미진과 비서 둘은 이미 하버드 근처 호텔을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 * *
가족들이 호텔에 짐을 풀고 쉬는 동안 나와 마크는 단둘이 하버드로 향했다.
졸업식 일정에 대해서 할 이야기도 있었고, 오랜만에 학교를 둘러보고 싶기도 했다.
5월의 하버드는 어느 때보다 생기 있었다.
졸업을 맞이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행사들이 곳곳에서 열렸다.
마크가 우리의 명예 졸업식을 알리는 안내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성국아, 우리 명예 졸업장 수여식이랑 연설 안내 게시판이야. 하버드를 정식으로 졸업했으면, 못했을 일이겠지?”
“아마도.”
마크의 말대로 다른 대학생들처럼 학교를 마쳤다면, 우리에게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마크는 핸드폰을 꺼내더니,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우리 딸들 크면 보여줘야지. 아빠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는 거.”
“마크, 아마 딸들도 크면서 자연스레 알 거야. 네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그러면 더 좋고….”
마크와 나는 커피를 사서 교정에 앉았다.
학생들이 큰 책가방을 들고 오고가는 게 보였다.
“성국아, 나랑 너랑 저렇게 다닌 게 정말 엊그제 같은데….”
우리는 잠시 학생들을 보면서 감상에 잠겼다.
그때, 한 학생 무리가 우리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중 한 남학생이 쭈뼛쭈뼛 대표로 다가왔다.
“저… 혹시 ‘페이스 노트’ 대표님들 맞죠? 마크 주크버스랑 전성국!”
나와 마크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제가 전성국이고, 이쪽이 마크예요.”
내가 대답을 하자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와, 정말 팬이에요!”
[뭐, 이런 일은 너무 흔해서….]나는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만졌다.
사인해 달라거나, 사진을 찍어달라고 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때, 정말 팬이라고 외치던 남학생이 마크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마크 대표님이 한 프로그래밍 너무 좋아하거든요. 그거 따라서 저도 여러 가지 만들어 보고 했어요. 저희 컴퓨터 쪽 사람들에게는 마크 대표님이 워너비예요.”
“제가요? 성국이 말고요?”
마크는 놀란 눈으로 나를 잠시 쳐다봤다.
나는 꺼내려던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남학생들은 단체로 마크에게 몰려가더니,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샘과 애덤 그리고 마크와 함께 있다 보면 자주 듣는 컴퓨터 관련 용어들이 여기저기서 뛰어나왔다.
[이렇게 소외감 느껴보기도 오랜만이네….]나는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멀리서 여학생 한 무리가 다가왔다.
마크에게 너드 같은 남학생들이 붙는다면, 여학생들은 분명 나를 발견할 것이다.
“어머, 전성국 대표 아니야?”
“대박. 한국 사람이 어쩜 저렇게 잘생겼지?”
“성국 대표 남동생도 아이돌이잖아. 나 요즘 K-pop에 완전 빠졌는데, 남동생도 진짜 잘생겼어.”
이런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나는 괜히 머리를 뒤로 넘겼다.
여학생들은 예상대로 내 주변으로 와서 사진을 요청했다.
“저희랑 같이 사진 한 장만 찍어주세요.”
“물론이죠.”
그리고 나는 환하게 웃었다! 그 어느 때보다!
* * *
교정에서 수많은 하버드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사인도 하고,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다가왔다.
사방은 어둑해지고 있었다.
이때, 한 여학생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전 제니 프롬이라고 하는데요. 역사 전공하는 3학년이에요. 저희 기숙사에서 오늘 파티를 하거든요. 혹시 오실 수 있어요?”
“그게….”
마크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내와 두 딸을 둔 유부남은 당연히 고민될 일이었다.
“성국, 어떻게 하지?”
“난 오랜만에 대학가의 정취를 느껴보고, SNS에 대한 대학생들의 의견도 직접 듣고 싶은데. 마크, 리미미 씨한테 허락받아 봐.”
우리를 하루 종일 쫓아다니던 넷플렉스 다큐팀도 우리가 하버드 여학생의 초대에 응할 것을 은근히 바라는 것 같았다.
“잠시만요. 전화 좀 하고요.”
마크는 뒤로 가서 리미미와 전화 통화를 마치고 곧 돌아왔다.
“리미미 씨가 뭐래?”
“10시까지만 들어오래.”
역시 리미미 씨는 남다른 면이 있었다.
“그럼, 오랜만에 우리도 파티 가볼까?”
“좋지!”
* * *
기숙사 문을 열자 이미 그 안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나와 마크의 등장에 여학생, 남학생 가릴 것 없이 소리를 질렀다. 이미 대부분이 술에 흥건히 취한 상태였다.
그리고 곧 나와 마크의 손에도 맥주가 들렸다.
요란한 음악 소리.
여기저기서 토론하고 떠드는 소리.
이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서로에게 구애하는 커플들.
나와 마크는 한동안 맥주를 마시면서 대학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특히 SNS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연령층이기도 했다.
“전 ‘페이스 노트’ 친구 추천이 너무 불편해요. 요즘엔 광고성 추천도 너무 많고요. 너무 거름망이 없는 것 같아요.”
“차라리 전 그래서 요즘 인스타그림을 더 많이 해요.”
“인스타그림은 그냥 보여주기식이잖아. 깊이가 없어. 감성팔이들만 존재할 뿐이잖아.”
“요즘 띡똑이 신선하던데.”
모두들 요즘 유행하는 SNS에 대해서 한마디씩 내놨다.
나와 마크가 고민하는 부분들도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페이스 노트’ 공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요즘은 ‘페이스 노트’에 자신의 정보와 일정 등이 노출되면서 많은 문제가 됐다.
나는 맥주를 쭉 들이켜고, 마크의 어깨를 툭 쳤다.
“마크, 우리는 이제 슬슬 나갈까?”
“그래. 호텔까지 걸어가면 대충 10시 될 거 같아.”
* * *
마크와 나는 오랜만에 어둑한 교정을 걸어갔다.
“마크, 아까 학생들이랑 이야기해보니까 어땠어?”
“흠… 우리가 하는 고민들이 그대로 보이는 것 같아서 좀 걱정이 됐어. ‘페이스 노트’ 사용자 수가 많아질수록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잖아. 광고나, 가짜 계정도 많고. 심지어 알림 때문에 공해라는 말도 하고….”
우리는 잠시 아무 말도 없이 걸어갔다.
주변은 조용했고, 밤공기는 조금 쌀쌀했다.
“마크, 아무래도 우리 다음 스텝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아.”
“다음 스텝?”
“응. ‘페이스 노트’ 그다음 말이야.”
마크는 숨을 길게 뱉었다.
마크에게 ‘페이스 노트’는 자식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런 ‘페이스 노트’의 인기가 사그라든다고 해서 버릴 수는 없는 존재였다.
“성국, 꼭 그래야만 할까?”
“‘페이스 노트’를 버리자는 게 아니야. 자정 작업을 계속해야겠지만, 인기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단 거야.”
“그렇긴 하지….”
마크의 말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뭐든 흥하면 쇠하는 법이었다.
‘페이스 노트’는 지금 정점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쇠할 수밖에….
“성국, 넌 생각하는 거 있어?”
“글쎄… 고민 중이야. 짹짹이를 사들일까도 고민 중이고….”
이때, 넷플렉스 다큐 감독이 잠시 멈췄다.
“전 대표님, 그런 내용 다 나가도 돼요?”
“괜찮습니다. 어차피 이 다큐가 나갈 때쯤에는 제가 다 하고 있을 일일 테니까요.”
내 말에 감독은 빙긋 웃었다.
“역시 우리 같은 사람은 따라가질 못하겠네요. 계속 쫓아갈게요. 편하게 이야기하세요.”
나와 마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성국, 짹짹이도 이제 한물갔다는 말이 나오잖아. 다들 인스타그림이랑 띡똑으로 넘어가는 추세잖아.”
“마크, 내가 꿈꾸는 건 SNS 제국이야.”
“그냥 SNS를 싹쓸이하겠다고?”
“아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페이스 노트’, 인스타그림, 띡똑과 짹짹이가 합쳐지면 우리 SNS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할 거야. 그 망을 바탕으로 우리는 뭐든 할 수 있어. 은행 업무도 볼 수 있고, 쇼핑도 할 수 있고, 주식도 사고팔 수 있을 거야. 어느 날, 문득 사람들은 핸드폰의 한 아이콘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할 거야. 이 아이콘을 삭제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거든.”
나의 다음 목표는 바로 이것이었다.
SNS의 왕국을 건설하고, 이 왕국 안에서 사람들이 먹고, 놀고,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게 메타버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