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05)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05화(505/576)
제505화
전지성.
22살에 아빠가 되었다.
가정을 이루는 것은 보육원에서 자라면서 매일 꾸던 꿈이었다.
작지만 일을 마치고 들어와서 누울 수 있는 작은 방.
그리고 나를 기다리는 가족.
하지만 가장의 무게는 무겁기만 했다.
그래도 착하고 예쁜 아내와 잘생기고 귀엽고 똑똑한 아들 덕분에 힘이 났다.
옹알이도 남들보다 빠르고, 얼굴도 학교에서 알아주던 미인이었던 제 엄마를 닮아서 누가 봐도 잘생겼단 이야기를 들었다.
하루 종일 보쌈집 주방에서 발이 퉁퉁 붓도록 일해도, 저녁에 유통기한 임박한 골뱅이를 들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운 이유였다.
아직 목도 못 가누는 성국이는 방실방실 웃어댔고, 아내는 내가 한 골뱅이 소면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칭찬을 했다.
그때 알았다.
삶은 불행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보육원에서 자란 나나 아내를 불행하다 여겼다.
불행한 고아 부부의 미래도 당연히 불행할 거라 예언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아내와 바동거리는 성국이를 보면서 느꼈던 것 같다.
지성은 과거를 떠올리며 담담히 그 시절의 이야기를 꺼냈다. 평생 하지 못한 이야기였다.
앞에서는 통역을 들은 넷플렉스의 다큐 감독은 촉촉해진 눈으로 지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행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미래도 당연히 불행할 거라고 여기셨단 말이죠?”
“네. 아마 보육원에서 자란 사람들이라면 모두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고등학교 마치자마자 돈 몇 푼 쥐여 주면서 세상에 나가라는데… 그게 마치 불행의 티켓을 주는 것 같았거든요.”
“그럼, 그때는… 아들이 하버드를 다니고, 세계적인 기업의 CEO가 되고, 이렇게 명예 졸업식장에서 멋진 연설을 할 것이라고는 기대도 못 하셨겠네요?”
“당연하죠.”
지성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그냥 그런 상상은 했어요. 이 녀석은 내가 못 한 공부 다 시켜줘야지. 그럼, 서울대는 갈 수 있지 않을까. 똑똑한 녀석이라면 변호사나 의사 정도는 돼서 잘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상상이요.”
“그 상상을 뛰어넘은 거네요.”
“네, 성국이는 언제나 제 상상을 뛰어넘는 아이였어요. 정말 언제나요….”
* * *
나와 가족들은 모두 아빠가 다큐 감독과 들어간 호텔 방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엄마도 걱정이 한 가득이었다.
“니네 아빠 또 옛날이야기 잔뜩 하는 거 아닌가 몰라. 감동해서….”
“엄마, 아빠가 또 그 옛날 수유리 단칸방 이야기한다는 것에 내가 백 달러를 걸지!”
민국이는 호언장담하며 백 달러까지 걸었다.
지희도 고개를 저었다.
“왠지 인터뷰가 길어지는 것이 영 불길한데….”
그 순간이었다.
문이 달칵, 열리더니 아빠와 다큐 감독이 나란히 나왔다.
아빠는 생각보다 담담한 얼굴이었는데, 다큐 감독의 눈가가 붉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나는 애써 웃으며 감독에게 다가갔다.
“감독님, 인터뷰 괜찮았나요?”
“네… 아버님의 진심이… 통역이지만 전달되더라고요. 이 인터뷰는 정말 제가 잘 살려볼게요.”
[흠… 사연팔이가 미국에서도 통하는 건가?]나는 잠시 턱을 매만졌다.
이때, 감독이 내게 작게 속삭였다.
“성국, 성국은 정말 행운아예요. 좋은 부모님을 뒀잖아요.”
“물론 그렇게 생각하고 있긴 해요.”
“참, 이제는 주변 인물들 인터뷰 좀 슬슬 시작하려고요. 삼전의 후계자랑 친하시던데, 맞죠?”
“네.”
나는 이제 그냥 인정하기로 했다. 전태국과의 관계를.
우리는 친한 사이이고, 서로 적절하게 아주 잘 이용해 먹는 관계라고.
* * *
“졸업식 끝나면 좀 한가하게 맥주나 마실까, 했더니 인터뷰가 계속이라 긴장을 놓을 수가 없네.”
마크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면서 맥주를 마셨다.
전태국 다음 인터뷰는 바로 마크였다.
“너 때문에 우리가 다 고생하는 거니까, 오늘 저녁은 맛있는 거 살 거지?”
“당연하지. 그레이스랑 피터도 온다고 했어.”
피터가 처음에 나를 데리고 간 근처의 햄버거집을 예약하려고 잠시 생각했지만, 그랬다가는 무슨 욕을 먹을지 몰라서 근처의 고급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근데… 태국이가 너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지 정말 궁금한데?”
“흠… 나도 궁금하긴 해.”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는 조금 예상이 됐다.
마크는 연설처럼 나를 인생의 동반자로 여길 것이고, 동생들이야 밥값 하라고 소리치는 악독한 형으로 알 테니까. 하지만 좀처럼 전태국의 마음은 알 수 없었다.
* * *
감독은 살짝 긴장한 전태국에게 맥주를 내밀었다.
“맥주 한잔하시겠어요?”
“좋죠.”
전태국은 맥주를 마시면서 긴장을 조금 풀었다.
“그럼, 인터뷰 시작해볼게요. 혹시 전성국이라는 사람을 처음 봤을 때 기억하세요?”
“당연하죠.”
전태국은 잠시 미소를 짓고 말을 이었다.
“제 생일 파티에 초대했거든요. 그때 당시 성국이는 <다섯 남자와 아기 바구니>랑 광고 등으로 유명한 아기 모델이었거든요. 유명한 사람들을 생일 파티 같은 데 초대하는 거야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아기 때 이미 만나신 거네요?”
“그렇죠. 성국이는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성국이를 처음 봤을 때가 저는 아직도 기억나요. 마치 저를 원수처럼 노려봤거든요. 아마 그 어린 나이에도 저 같은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하하하.”
전태국은 유쾌하게 웃었다.
* * *
“태국이 웃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데? 대체, 뭐라고 인터뷰하는 걸까?”
마크는 전태국의 인터뷰가 매우 궁금한 모양이었다.
“나중에 내 다큐 나오면 봐. 그럼, 다 알게 되겠지.”
“암튼 겸손이랑은 담을 쌓았다니까. 참, 우리 연설한 거 기사 뜬 거 봤어?”
마크는 핸드폰으로 기사를 검색해서 내밀었다.
“다행히 내 연설도 평가가 좋아.”
– ‘페이스 노트’ 두 대표의 하버드 명예 졸업식 연설. 마크 주크버스는 감동을, 전성국은 비전을 제시하는 명연설이었다.
“흠… 그러네.”
“뭐야, 약간 못마땅한 거 같은데?”
“내 연설이 더 나았으니까.”
마크는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저었다.
“내가 정말 인터뷰 질문에 없더라도 이 말만은 꼭 하고 말 거야. 전성국이라는 사람을 딱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지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안다고!”
* * *
마크는 바로 앞에 카메라가 있는 것만으로도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은데, 감독과 카메라맨이 자신을 뚫어지게 보고 있자 더 미칠 것만 같았다.
감독이 마크에게 질문했다.
“전성국 대표를 가장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잖아요. 어떤 사람인가요, 동료이자 친구로서요.”
“흠… 그건 분명한 것 같아요. 성국이는 지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알거든요.”
마크의 말에 감독이 슬쩍 웃었다.
“죄송해요. 편하게 말하세요.”
“웃으셔도 돼요. 진실이거든요. 근데 사실은 성국이는 세상에서 제일 잘난 게 맞거든요. 제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성국이를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이에요. 전성국은 세상에서 제일 잘난 것도 맞고, 그걸 본인도 제일 잘 안다! 이거예요.”
마크는 배시시 웃었다.
“그런 친구이자 동료가 곁에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이세요, 마크?”
“흠… 사람들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여기기도 하고, 항상 성국이의 그림자인 저를 안타깝게도 여기지만, 사실 전 너무 편해요. 성국이는 누구보다 저를 잘 알거든요. 나서기 싫어하고, 수줍어하고, 사람들과 의사소통도 서툴고요. 그런 저 대신 성국이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비전을 제시하고, 회사를 이끌어줘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래밍만 할 수 있도록요.”
마크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었다.
“말하다 보니까, 성국이에게 더 고맙네요.”
* * *
마크와 감독이 같이 나왔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인터뷰는 여기까지죠, 감독님?”
“네. 가족들 인터뷰는 저희가 직접 한국에 가서 좀 더 따려고요.”
“그럼, 식사하러 가시죠.”
마크는 부끄러운 듯이 쭈뼛쭈뼛 내 곁에 와서 섰다.
“마크, 혹시 내 욕했어? 왜 그렇게 얼굴이 붉어졌어?”
“성국아, 내가 너한테 못한 말이 있는 것 같아.”
“뭔데?”
“고맙다고.”
“그걸 이제 알았어?”
마크는 내 어깨를 손으로 토닥였다
“다음에 인터뷰할 때는 그런 말도 해야겠어. 전성국에게 고맙다는 말은 하면 절대 안 된다고!”
“마크, 넌 정말 나 아니었으면 실리콘밸리 구석에서 착취당하고 있었을 거야.”
“그래, 네 말이 다 맞다. 맞아. 근데 밥은 뭐 사줄 거야?”
“너랑 나랑 돈 없던 신입생 시절에 맨날 지나가면서 본 그 식당 있잖아.”
마크의 눈이 커졌다.
“돈 많이 벌면 저 식당에서 꼭 스테이크 사 먹겠다고 다짐하던 그 집?”
“응.”
“성국아, 우리 성공했나 봐.”
“당연하지.”
나와 마크는 아웅다웅하면서 어릴 적에 성공하면 꼭 오자고 했던 스테이크 집으로 향했다.
* * *
스테이크 집의 구석 대부분은 우리 가족과 마크의 가족, 그리고 전태국과 전미진 일행과 다큐 팀이 차지했다.
피터와 그레이스의 모습도 보였다.
이때, 다큐 감독이 나와 마크를 쳐다봤다.
“오늘 졸업하신 두 주인공께서 한마디씩 하시죠.”
마크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고개를 젓고 있었다.
“저는 단상에서 내려올 때 다짐했어요. 다시는 어느 자리에서도 나서지 않겠다고요.”
그 말에 모두들 웃었고, 리미미는 마크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럼, 전성국 대표님이 한마디 해주시죠. 이 자리는 모두 전성국 대표님을 보기 위해 모인 자리이기도 하잖아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와인을 들었다.
“제가 오늘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은데요.”
“무슨 소리야. 항상 많이 하잖아!”
전태국이 웃으면서 소리쳤다.
“뭐, 사실이긴 하네요. 그래도 오늘 저와 마크의 졸업식에 모두들 참석해주셔서 감사하고, 다큐 촬영에도 임해주셔서 더 감사하고요. 건배사는 아주 짧게 하겠습니다.”
“이미 긴데….”
민국이가 옆에서 투덜거렸다. 하지만 굴할 내가 아니었다.
“그냥 이 말만 드릴게요. 지금까지의 전성국보다 앞으로를 더 기대해달라고요.”
나는 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
* * *
호텔로 다시 돌아가는 길, 다큐 감독은 와인에 취해서도 카메라를 잡고 말을 걸었다.
“성국, 이제까지 성국도 대단한데. 앞으로를 더 기대해달라고 아까 건배사 했잖아요. 솔직히 앞으로 더 이룰 일이 있나 싶어요. 앞으로의 전성국한테는 일도 일이지만, 분명 사생활도 포함되겠죠? 많은 여자들이 전성국 대표가 어떤 여자를 만날 것인지 궁금해하거든요.”
“저는 일이 우선이라서요.”
나는 짧게 대답했다.
“이런, 여자들이 좋아하는 내용의 답이네요. 어떨 때 보면 전성국 대표는 아이돌 같아요.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지만, 손에 잡히지는 않는.”
취한 감독은 주저리주저리 말을 뱉었다.
이때, 내 핸드폰이 조용히 울렸다.
누구지?
발신자표시에 잭 더치의 이름이 떴다.
짹짹이의 창업자이자 대표.
김여나 선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기 위해서 경쟁했던 그 잭 더치였다.
“잭 더치?”
내 말에 감독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카메라를 다잡았다.
“짹짹이 맞죠?”
“네.”
나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허스키한 잭 더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 성국, 나 기억하지?
“물론이죠, 잭. 어쩐 일이세요?”
– 자네 하버드 졸업한 거 축하도 하고… 그리고 좀 재미있는 제안을 하나 하려고.
뭐지?
– 자네 혹시 짹짹이 관심 있나?
나는 대답 대신 빙긋 미소를 지었다.
관심 있냐고?
당연히 관심 있다!
하지만 모든 비즈니스에서 적극적인 구애는 최악의 협상 기술 중 하나이다.
자신의 속내를 너무 드러내기 때문이다.
나는 최대한 냉정하게 이야기했다.
“잭, 제가 겨우 짹짹이를 관심 있게 보겠어요?”
이 말인즉슨, 나는 지금 짹짹이를 살 준비가 되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