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06)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06화(506/576)
제506화
잭 더치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 성국, 조만간 우리가 직접 만나야 할 이유가 있을 것 같네.
“실리콘밸리로 오시게요?”
– 당연하지. 암튼 졸업 축하하네. 조만간 보자고.
잭 더치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다큐 감독이 눈을 반짝였다.
“성국, 지금 짹짹이로부터 어떤 제안을 받은 것 같은데요. 맞죠?”
“제안인지 함정인지 모르겠네요.”
나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호텔로 향했다.
* * *
호텔의 어두운 방에 앉아서 미래를 더듬었다.
짹짹이에 대한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다름 아니라 일론 머스트였다.
한때 나는 일론 머스트가 짹짹이에 싸지르는 말도 안 되는 글들을 보면서 일론 머스트에게 짹짹이를 사라고 부추기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그 짹짹이었다.
내가 일론에게 짹짹이를 사라고 부추길 때와 달리, 지금 나는 SNS 왕국을 완성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내 마음을 잭 더치는 이미 꿰뚫고 있는지도 모른다.
똑. 똑.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전태국의 목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성국아, 뭐 해? 지금 다들 술 한 잔씩 하는데. 어서 와.”
하지만 전태국의 말은 귀에 들이지 않았고, 술도 더 이상 당기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바로 짹짹이였다.
“형, 일 좀 보고 갈게요.”
“암튼 워커홀릭이야. 일 마치고 바로 와.”
전태국이 투덜거리며 방문 앞에서 사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른 김미소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울린 지 얼마 안 돼 김미소가 전화를 받았다.
– 대표님, 어쩐 일이세요? 졸업식이시잖아요.
“졸업은 끝났고,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대외비입니다. 아니, 저랑 김미소 씨만 알아야 하는 일입니다.”
– 네, 대표님.
“짹짹이의 대표 잭 더치가 저한테 짹짹이를 인수할 생각이 있는지 떠봤어요.”
김미소는 조용히 내 말을 들었다.
“아무래도 짹짹이를 팔고 싶은 모양인데, 지금 짹짹이의 전반적인 상황과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 사람 등등 다 조사해주세요. 가능하면 빨리요.”
– 알겠습니다. 근데, 하나 여쭤도 될까요?
“뭐죠?”
– 대표님도 짹짹이 인수에 관심이 있으신 거죠?
“물론이죠. 그러니까 상세하게 조사해주세요.”
– 네, 대표님.
김미소 비서는 급히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쨌든 오늘은 하버드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 * *
호텔 스위트룸에 가족들과 마크와 리미미 그리고 전태국 일행, 피터와 그레이스까지 모두 모인 상황이었다.
모두들 저녁부터 마신 와인 때문에 조금 취기가 오른 상태였다.
“성국, 어서 오게나.”
피터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짓을 했고, 피터의 옆에 앉은 그레이스가 나를 반겼다.
“성국아, 다들 너 어릴 적 이야기 하고 있었어.”
“그레이스, 살살해 주세요.”
“내가 본 애들 중에서 너만 한 천재는 없었다고 그 말 하던 중이야. 난 널 처음 본 순간부터 이 아이는 하버드 아니면 적어도 예일에 남들보다 일찍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레이스는 역시 사람 보는 눈이 있다니까.”
피터가 그레이스를 치켜세웠다.
“피터, 그레이스는 성국이가 자퇴할 줄은 몰랐잖아요.”
“태국, 그건 신만이 아는 일이지 않나?”
피터는 태국의 얼토당토않은 말에 적당히 응했고, 모두들 흥에 겨워 보였다.
부모님은 사이사이 지희와 민국이가 해주는 통역을 들으면서 적당히 이 분위기를 즐겼다.
나는 피터에게 조용히 다가갔다.
“피터,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흠… 안 그래도 아까 들어설 때부터 얼굴 표정이 굳어 있어서 뭔가 있겠구나 싶었는데…. 그 이야기가 궁금한데?”
“이제부터 할게요.”
피터는 나를 따라 나왔다.
* * *
저녁 식사 때 마신 와인도 깰 겸 나는 호텔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피터도 탄산수를 들이켰다.
“오늘은 좀 취하고 싶은 날인데, 자네 때문에 탄산수 마시고 있으니, 대화 끝나고는 술을 왕창 사줘야 할 거야.”
“피터, 그건 걱정 말아요. 샴페인은 이미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피터는 빙긋 웃더니 자세를 바로잡았다.
“성국, 할 이야기가 뭐지?”
“피터, 제가 인수하고 싶은 회사가 하나 있거든요.”
“자네가 인수하고 싶은 회사가 있다고? ‘페이스 노트’는 잘 나가고. 인스타그림의 성장세는 무섭고, 띡똑은 SNS의 신성인데. 또 다른 회사를 원한다고? 참, 너튜브도 있었지. 자네가 지금 운영하는 회사가 몇 개인지는 아는 건가, 성국?”
“정확히 알죠. 하지만 이 회사가 빠진다면 앞니가 빠진 거나 마찬가지예요.”
피터는 내 말에 탄산수를 마저 마시곤 나를 빤히 쳐다봤다.
“도대체 그 회사가….”
그러더니 피터는 불현듯 뭔가를 떠올렸다.
“설마… 짹짹이를 말하는 건가, 성국?”
“네, 피터.”
나와 피터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피터는 놀랐고, 나는 피터가 정신을 차릴 만큼의 시간은 기다려줄 수 있었다.
침묵은 몇 분간 계속됐다.
피터는 탄산수를 연신 들이켜며 생각에 잠기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드디어 피터가 입을 열었다.
“성국, 솔직히 생각지 못한 일이라….”
그러곤 다시 말을 삼켰다.
내가 피터의 입장이라고 해도 그랬을 것이다.
피터는 월가에서도 냉철하기로 소문난 투자자이다. 그런 그가 보기에 짹짹이는 이제 한물가기 시작한 SNS에 불가했다.
그런 SNS를 내가 인수하고 싶다고 말하다니… 그 점을 이해하기 힘든 모양이었다.
탄산수를 연거푸 마시던 피터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성국, 제발 나 좀 이해시켜줄 수 있을까? 도대체 왜 짹짹이를 인수하고 싶은 건가?”
“SNS 왕국을 건설하고 싶거든요.”
“SNS 왕국?”
“네. ‘페이스 노트’는 인맥 기반의 SNS이고 인스타그림은 사진 위주. 그리고 띡똑은 짧은 동영상 위주로 모두 자신을 표출하는 SNS예요. 하지만 저희에게 부족한 게 딱 하나 있죠. 바로 가장 원시적이고 단순한 텍스트 위주의 SNS요.”
“흠… 결국, 자네는 어떤 SNS든 다 사 모으겠단 의미이지? 그리고 SNS의 제왕이 되고 난 이후에는 다른 계획이 있는 거고?”
“짹짹이까지 가지게 된다면 중국의 자체적인 SNS를 제외하면 저는 세상의 SNS 이용자를 80프로 가까이 알게 되는 거죠. 피터, 세상은 물론 석유로도 움직이고, 가전도 필요해요. 하지만 이제 그에 못지않게 SNS가 필요한 세상이 된 거잖아요.”
피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는 그 80%를 통해서 SNS 왕국 그 이상을 꿈꾸는 거군?”
“네, 피터. 제가 상상하는 미래는 그 SNS를 바탕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거든요.”
피터는 탄산수를 마셨다.
“술이 확 깨는데… 결국, 자네는 짹짹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고. 그 인수전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싶은 거지?”
“네, 피터.”
피터는 역시 냉철한 투자자답게 내 의중을 한 번에 꿰뚫었다.
“성국, 뉴욕으로 돌아가자마자 짹짹이 인수에 대해서 검토해보겠네. 하지만 긍정적인 결론이 날 거란 예상은 말게.”
“당연하죠, 피터. 그리고 당연한 말이겠지만, 은밀히 진행해주세요.”
“물론이지. 그럼, 이제 들어가서 자네가 준비한 샴페인을 마셔볼까?”
“네.”
나는 피터와 함께 호텔 방으로 다시 향했다.
* * *
아침 일찍 김미소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젯밤 늦게까지 술을 마신 이후라 오늘은 평소보다 늦게까지 침대 위에 있었다.
“네, 김미소 씨.”
– 대표님, 혹시 제가 일찍 전화를 했나요?
“괜찮습니다.”
– 대표님이 말씀하신 짹짹이요. 아직까지 수면 위로 오른 이슈는 크게 없습니다. 솔직히 짹짹이가 최근에 경영이 악화됐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위기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흠… 그래서 짹짹이를 팔려는 걸까요?”
– 그것도 있지만, 제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잭 더치가 다른 사업에 투자할 사업 자금이 급히 필요해서 짹짹이를 팔려고 한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사업이요?”
미간이 저절로 구겨졌다.
다른 사업을 위해서 자신이 세운 회사를 판다고?
정말 CEO로서 자질이 없는 사람이었다.
– 제가 간단하게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잭 더치가 데낄라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서 짹짹이를 팔려고 한다고 합니다.
“하아… 겨우 데낄라 회사요?”
– 네에, 대표님. 참, 그 데낄라 회사는 돈지오입니다. 남미의 대표적인 데낄라 회사거든요.
돈지오라….
나도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아는 데낄라 회사였다.
남미의 오래된 회사이기도 했고, 데낄라 중에서 고급술이기도 했다.
“김미소 씨, 고마워요. 나머지는 이제부터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 네, 대표님. 무사히 돌아오세요.
“네, 김미소 씨.”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러곤 피터에게 전화했다.
피터 역시 어젯밤 늦게까지 술을 마신 탓에 졸린 목소리를 전화를 받았다.
– 성국, 지금 몇 시인 줄 아는 거지?
“피터, 잭 더치가 돈지오라는 데낄라 회사를 인수하려고 짹짹이를 팔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 돈지오? 나도 마셔본 데낄라 같은데….
“돈지오 인수금액 알아봐 주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제가 그 회사 인수하고 싶습니다.”
– 자네가?
피터의 놀람이 전화기 너머로도 들렸다.
“성국, 짹짹이를 그냥 인수하면 되는 거 아닌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인가?”
– 피터, 이 방법이 짹짹이를 가장 빨리 인수하는 방법이에요.
나는 단언했다.
잭 더치라는 인간을 조금만 알면 알 수 있는 해법이었다.
잭 더치는 실리콘밸리의 히피였다. 자기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고 결정했다.
그런 잭 더치가 꽂힌 데낄라 회사라고 한다면 사도 나쁘지 않을 회사일 테지만, 그것보다 잭 더치와의 거래에서 가장 유리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한 수이기도 했다.
나는 전화를 끊고 긴 숨을 내쉬었다.
내가 SNS의 제왕이 되는 순간도 얼마 남지 않은 느낌이었다.
* * *
드디어 집에 돌아왔다.
물론 혼자가 아니었다.
부모님과 민국이, 그리고 지희가 함께였다.
[흰둥이까지 있었으면 완벽한데….]흰둥이는 먼 비행 거리 때문에 한국의 애견호텔에서 지내고 있었다.
아빠는 기지개를 쭉 켜더니 주방으로 걸어갔다.
“성국이 집에 오니까, 내 집에 온 거 같네. 다들 피곤하지? 저녁은 간단하게 김치볶음밥 어때?”
“아빠, 최고!”
민국이는 하트를 크게 그렸고, 지희와 엄마도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는 나를 뒤돌아봤다.
“성국아, 넌 어때?”
“좋아요, 아빠.”
하지만 내 머릿속은 이미 김치볶음밥 따위가 들어올 틈이 없었다.
잭 더치와 짹짹이로 가득 찼기 때문이었다.
나는 얼른 방으로 들어와서 노트북을 켰다.
피터는 내가 알려준 돈지오 데낄라 회사의 재무 상태를 조사한 메일을 보냈고, 잭 더치가 원하는 기업 인수 금액 등도 상세히 조사해서 보냈다.
돈지오 데낄라 회사의 재무 상태는 좋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이긴 했지만, 운영진들이 썩어서 기업 이윤을 내기에 최악의 구조였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이용해서 잭 더치는 돈지오 회사를 인수하려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이 판에 끼어드는 수밖에.
나는 피터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이어지는 사이에 엄마가 다가오더니 나를 빤히 쳐다봤다.
“성국아, 바쁜 일이야?”
“어… 엄마.”
“아빠의 김치볶음밥을 먹지 못할 정도로 바쁜 일이야?”
그 말에 나는 아빠가 만든 김치볶음밥이 이미 식탁에 오른 것을 깨달았다.
“그, 그게….”
“성국아, 네가 세상에서 누구보다 바쁘다는 것은 알지만. 아빠가 직접 만든 김치볶음밥을 먹을 시간은 뺄 수 있지 않아?”
“…….”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성국아, 우린 곧 한국으로 돌아가잖아. 엄마랑 아빠는 너랑 몇 분이라도 더 이야기하고 싶고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의 말대로 지금 이 순간 제일 중요한 건 짹짹이도 아니고, 가족이었다.
나는 과감히 전화를 끊었다.
“엄마, 어서 가서 밥 먹어요.”
“그래, 성국아. 그리고 엄마가 부탁하는 건데… 제발 밥 잘 챙겨먹어, 알았지?”
“알았어요, 엄마.”
엄마는 돌 때처럼 내 엉덩이를 팡팡 내려쳤다.
“엄마, 나 이제 다 컸어.”
“성국아, 네가 모르나 본데. 엄마한테 넌 항상 애야.”
그 말과 동시에 엄마는 내 엉덩이를 더 내려쳤다.
하지만 싫지 않았다.
항상 나를 아이처럼 봐주는 부모님이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기 때문이다.
[잭 더치, 짹짹이 인수 건은 우선 김치볶음밥 먹고 생각할게.]나는 얼른 식탁에 앉아 반숙 계란 프라이가 올라간 아빠의 김치볶음밥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아빠를 향해 외쳤다.
“잘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