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08)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08화(508/576)
제508화
디에고의 말에 나와 데니얼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돈지오를 사기 위해서였다.
물론 돈지오를 사서, 잭 더치에게 넘기고 짹짹이를 사려는 속셈이었다.
현재 짹짹이를 내가 무턱대고 사려고 든다면 잭 더치는 얼토당토않은 금액을 부를 게 뻔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팔짱을 낀 채 고민에 빠졌다.
“디에고, 근데 궁금한 게 있어요. 현재 돈지오의 재정 상태가 최악이던데요. 이미 매물로 내놓은 상태고요. 솔직히 멕시코 내부에서 돈지오를 인수할 회사는 많아 보이지 않아서요.”
“대표님 말씀이 맞을 겁니다. 멕시코 사람들도 돈지오의 경영자들이 무능한 건 다 알거든요.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브랜드인데, 지금의 경영자는 돈지오에서 번 돈으로 다른 사업만 잔뜩 벌이기 바쁘거든요.
그래도 돈지오가 팔릴 위기라고 한다면, 국민들이 돈지오 회사에 기부를 해서라도 살리려고 할 거예요. 솔직히 지금 돈지오의 대표가 돈지오를 매물로 내놓은 데는, 그런 국민성을 이용하려는 것도 한몫하는 겁니다.”
“국민들의 동정심을 이용해서 기업도 살리고, 돈도 융통하겠다는 말이네요.”
“제 분석에는 그렇습니다. 돈지오 외에 멕시코의 기업들이 종종 그런 식으로 살아난 경우가 있거든요.”
돈지오의 대표가 돈지오를 매물로 내놓은 것은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어차피 국민 브랜드인 만큼 해외에 매각될 수도 있다는 기사가 나가면 국민들이 어떻게든 돈지오를 살리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런 동정심을 이용해서 정치권에서도 각종 혜택을 받을 수도 있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돈지오를 무턱대고 인수하다가는 멕시코 사람들의 공공의 적이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분명 내가 운영하는 각종 SNS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었다.
“흠… 디에고, 내가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어떤 부탁이요?”
“디에고가 말한 대로 돈지오를 외국인이 사면, 그것도 나 같은 동양인이 사면 반감이 클 것 같아서요.”
“살 수만 있다면요.”
그 말인즉슨, 살 수도 없다는 의미였다.
“디에고, 그렇다면 좀 다른 방법을 찾고 싶은데요.”
“도와드릴 수 있는 건 뭐든 돕겠습니다.”
“이 일만 잘 도와주신다면, 저 역시 디에고에게 확실한 보상을 할 겁니다.”
내 말에 디에고의 얼굴이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하지만 일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보상도 없을 거고요.”
“전 대표님을 도와서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 될 것 같습니다.”
“디에고, 내일 점심때 돈지오를 만나기 전까지 돈지오 대표의 약점을 모두 알아봐 주세요. 물론 우리도 따로 움직이겠지만, 디에고가 멕시코 사람들의 정서로 해석해줄 필요가 있거든요.”
“걱정 마세요, 대표님. 제가 경영 대학원에서 논문 준비하는 게 바로 멕시코 토착 사업에 대한 거거든요. 돈지오의 흥망성쇠가 어떻게 보면 멕시코의 기업들이 겪는 수순이라서 자료는 많이 수집해 뒀습니다.”
디에고는 열의를 보였다.
“그럼, 디에고. 오늘은 멕시코식 건배사나 알려주세요. 내일 써먹게요.”
“물론이죠. 자, 모두 잔을 드시고요.”
디에고는 데낄라로 가득 찬 잔을 들어올렸다.
“맨 처음은 아리바(ARRIVA, 위로), 아바호(ABAJO, 아래로), 알센트로(AL CENTRO, 앞으로), 아덴트로(ADENTRO, 안으로) 이렇게 외치면서 입에 털어 넣으면 됩니다!”
나와 데니얼은 디에고의 가르침에 따라 잔을 높이 들고 외쳤다.
“아리바(ARRIVA, 위로)! 아바호(ABAJO, 아래로)! 알센트로(AL CENTRO, 앞으로)! 아덴트로(ADENTRO, 안으로)!”
* * *
호텔 레스토랑에서 만난 데니얼은 숙취에 시달리고 있었다.
“대표님, 괜찮으세요?”
“어제 전 적당히 마셔서요.”
디에고가 건배사를 알려준 이후로 데낄라를 여러 잔 마셨지만, 나는 일찍 자리를 떴다.
하지만 데니얼은 디에고와 함께 그 이후에 꽤나 달린 것 같았다.
“대표님이 가시고 디에고랑 필 받아서 좀 많이 마셨더니, 속이 너무 안 좋네요.”
“아침 든든히 먹어요. 이따 점심때도 아마 좀 마셔야 할 거예요.”
“하아, 네…. 근데, 대표님. 설마 어제도 일하신 거예요?”
“돈지오의 재정 상태에 대해서 다시 자료를 좀 훑어봤어요. 디에고가 밤늦게 보낸 자료도 좀 보고요.”
“디에고도 대단하네요.”
데니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데니얼, 정신 차려요. 여긴 무서운 멕시코잖아요.”
“네, 대표님!”
데니얼은 커피를 쭉 들이켰다.
그리고 나는 마저 자료를 훑었다.
돈지오의 경영자들은 대체로 부패한 경영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기업의 부채는 많고, 심지어 임금 체불 등의 문제도 최근에는 터진 모양이었다.
회사의 복지 수준도 처참했다.
여직원들은 결혼하면 퇴사를 권고받았고, 임신한 여직원들은 대놓고 한직으로 몰아서 회사를 다니지 못하게 만들었다.
정치권에 돈을 대는 거야 너무 일반적인 루트였고, 대표는 해외에 각종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흠… 뭔가 터트려볼 만한 게 있을 것 같은데….”
“대표님, 근데 국민 기업은 원래 건드리는 게 아니잖아요. 약점이 보이나요?”
“약점이 너무 많아서 곤란한데요. 이 약점 중에서 멕시코 시민들이 울분을 사게 하는 것을 찾아 건드리면 될 것 같은데….”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표님, 어디 가세요?”
“계획을 좀 수정해야 할 것 같아서요.”
“대표님, 오늘 돈지오 대표 만나는 거 취소할까요?”
“아니요, 오늘 일정은 그대로 진행하죠.”
나는 커피를 쭉 들이켜고는 호텔 방으로 향했다.
오늘 당장 멕시코로 달려와 줄 사람이 한 명 필요했다.
* * *
나는 후드티를 매만지면서 디에고가 알려준 건배사를 조용히 되뇌었다.
“아리바(ARRIVA, 위로)! 아바호(ABAJO, 아래로)! 알센트로(AL CENTRO, 앞으로)! 아덴트로(ADENTRO, 안으로)!”
데니얼이 옆에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대표님, 정말 이 작전이 통할까요?”
“통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해보는 데까지는 해봐야죠. 그래야 짹짹이를 조금이라도 싸게 사죠.”
나는 데니얼의 옆에 선 디에고를 쳐다봤다.
“디에고, 제가 돈지오 대표랑 점심을 먹을 동안 스테파니 마요르를 찾아가 주세요.”
스테파니 마요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디에고의 눈이 커졌다.
“대표님… 혹시 제 보고서에 있던….”
“네, 맞아요. 돈지오 공장에서 일하던 임산부요.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결혼 이후에도 공장에서 근무했는데, 임신을 이유로 회사에서 계속 한직으로 발령받다가 결국 유산했더군요.”
디에고는 그 여자의 예를 들면서 현재 멕시코 기업이 가진 문제점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대표님, 근데… 이 여자 사건은 돈지오 측에서 돈으로 막아서 그때 당시에도 크게 이슈도 못 됐어요.”
“네,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제 상황이 바뀌었잖아요.”
디에고가 영문을 알 수 없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디에고, 그땐 돈 없는 노동자들이 스테파니 사건을 옹호했지만, 이제는 제가 나섰잖아요. 돈지오보다 더 돈 많은 제가요.”
그래도 디에고의 얼굴은 밝아지지 않았다.
“대표님, 대표님이 아무리 돈이 많고, 그래서 언론을 매수할 수 있다고 해도… 멕시코의 정치인들까지는 어쩌지 못하실 거예요.”
“디에고, 그건 걱정 말아요. 어서 스테파니나 찾아주세요. 나머지는 저한테 맡겨주시고요.”
“네, 대표님.”
디에고는 썩 밝지 않은 얼굴로 호텔 방을 나갔다.
“대표님, 디에고의 말이 어느 정도 맞지 않나요? 대표님이 돈으로 매수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을 것 같아서요. 여긴 멕시코잖아요.”
“그래서 제가 다른 사람을 한 명 더 불렀어요. 멕시코에요.”
“네? 그게 누군데요?”
“저녁에 보세요. 지금 날아오고 있으니까요.”
* * *
돈지오의 대표는 멕시코 사람 특유의 콧수염을 기른 중년이었다.
그는 능숙한 영어로 말을 걸었다.
“제가 미국에서 대학까지 나왔거든요. 이렇게 만나게 돼서 반가워요, 전 대표. 나도 ‘페이스 노트’ 열심히 한답니다. 돈지오 마케팅도 그쪽으로 하고요.”
“멕시코의 오랜 역사를 가진 데낄라 회사의 대표께서 ‘페이스 노트’를 하신다니, 제가 다 영광입니다.”
“소문대로 미남에, 매너도 좋으시네요.”
우리는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에 자리에 앉았다.
점심시간이었지만, 당연히 돈지오 데낄라가 테이블 위에 올랐다.
나는 돈지오 대표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일부러 어색한 멕시코 말 몇 마디를 했다.
“제가 건배사를 해도 될까요? 어제 멕시코에 와서 배웠거든요.”
“물론이죠!”
돈지오의 대표는 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나는 디에고에게 배운 건배사를 외쳤다.
“아리바(ARRIVA, 위로)! 아바호(ABAJO, 아래로)! 알센트로(AL CENTRO, 앞으로)! 아덴트로(ADENTRO, 안으로)!”
“퍼펙트하네요!”
돈지오의 대표는 내 건배사에 환하게 웃으며 데낄라를 단숨에 들이켰다.
* * *
데낄라 몇 잔을 마신 후에, 돈지오의 대표는 나를 차분하게 응시했다.
“전 대표가 나를 만나자고 하는 이유를 내가 한번 맞춰볼까요?”
“멕시코 사람들은 그런 능력도 있나요?”
“멕시코 사람이라 있는 능력이기도 하지만, 나도 이쪽 바닥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잖아요. 비즈니스맨이 감각이라고나 할까….”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이 예상하는 이유는 뭔가요?”
“돈지오를 사고픈 게죠?”
“흠…. 어떻게 아셨어요?”
“돈 많은 사업가들이 날 만나자는 이유는 뻔하거든요.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도 뻔하고요. 돈 많은 사업가들은 자신들이 평소에 좋아하던 술이나 축구 클럽 같은 것을 그냥 사들이기를 원하잖아요. 내 말이 맞죠?”
나는 잠시 생각하는 척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대표님, 솔직히 전 데낄라 안 좋아합니다.”
돈지오의 대표가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안 좋아한다고요?”
“네, 사실 데낄라를 즐겨 마시지도 않고요. 꼭 가지고 싶다, 이런 생각도 없거든요.”
“그럼, 전 대표처럼 바쁜 사람이 미국에서 일부러 여기까지 와서 나를 만나자고 한 이유가 뭔가요?”
돈지오의 대표는 능숙하지 않은 비즈니스맨처럼 자신의 속내를 쉽게 드러냈다.
“저는 관심 없지만, 제가 돈지오 회사에 무척 관심 있는 사람을 좀 알아서요.”
돈지오의 대표는 몇 번 크게 웃더니, 나를 무시하듯 쳐다봤다.
“전 대표, 말장난 마세요. 지금 싸게 사려고 수작 부리는 것 같은데, 난 그런 것에 속아 넘어가지 않아요. 그리고 사람들은 국민 기업이라 해외 매각은 절대 안 된다고 하지만, 이건 제 회사인 것을요. 비싸게 부르면 얼마든지 팔 생각이 있습니다.”
“흠… 전, 돈지오를 살 생각이 없는데요.”
“전 대표, 지금 나랑 장난합니까? 네에?”
돈지오 대표의 표정이 험악해지더니, 거침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대표, 당신이 단단히 착각하는 모양인데요. 멕시코에서 당신은 외국인일 뿐이에요. 여긴 악명 높은 갱들은 당신처럼 돈 많은 외국인을 참 좋아하거든요. 경찰들도 마찬가지고요.”
드디어 돈지오의 대표는 본색을 드러냈다.
돈지오의 경영진이 정치와 갱단과 연결된 것이야 너무 뻔한 이야기였다.
나는 데낄라를 쭉 들이켰다. 그리곤 돈지오의 대표를 쳐다봤다.
“대표님, 우물 안 개구리라는 한국 속담이 있거든요. 우물에 사는 개구리는 우물이 전부인 줄 안다는 말이거든요. 당신처럼요.”
“뭐라고?!”
돈지오의 대표는 버럭 화를 냈다.
그럴수록 나는 차분해졌다.
“돈지오를 해외 기업에는 절대 매각하지 않을 겁니다. 국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내 장담하건데, 당신한테는 절대 안 팔아!”
돈지오 대표는 큰소리를 치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대표님, 저 사람 무척 화난 것 같은데요. 저희한테 해코지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요?”
“걱정 마세요. 저는 저 사람보다 돈도 많고, 멕시코 정치권을 꼼짝 못 하게 할 사람도 여러 명 알거든요. 그중 한 명이 지금 날아오는 중이고요.”
“대표님, 그 사람이 대체 누군가요?”
데니얼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나는 아침에 두 군데 전화를 걸었다.
한 곳은 버락 오마하였고, 나머지 한 곳은 전태국이었다.
“지금 날아오는 사람은 바로 태국이 형이요.”
“전태국 대표님이요? 그분이 멕시코 정치권을 어떻게 꼼짝 못 하게 한단 말씀이세요?”
“멕시코에는 삼전 공장이 아주 크거든요.”
나는 남은 데낄라를 쭉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