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09)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09화(509/576)
제509화
나는 전태국에게 부탁을 했다.
최대한 공식적으로, 그리고 성대하게 멕시코를 방문해 줄 것.
전태국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태연하게 대답했다.
– 안 그래도 아버지가 멕시코 공장에 문제가 많다고, 한번 가보라고 했어. 근데… 내가 너 도와주면 뭐 해줄 거야?
전태국은 이제 제법 조건을 달 줄 알았다.
“형, 절 도와주러 오는 거기도 하지만, 멕시코에서 국빈 대접도 받고 사진 좀 찍히면 그동안 사라졌던 전태국이 사실은 후계자 수업을 잘 이행 중이라는 기사 좀 뜨지 않겠어요?”
– 흠… 날 이용하려고 불렀지만, 결국 같이 이용하는 것이다. 상부상조, 이 말인 거지?
“어떤 의미에서는요.”
– 뭐, 멕시코 한번 가보지. 공장도 보고…. 자세한 이야기는 가서 하자.
* * *
전태국의 등장은 내가 말한 대로 최대한 공식적이었고, 성대했다.
삼전 측에서는 멕시코에 있는 삼전 공장 시찰을 목적으로 전태국이 방문할 것이라는 공문을 멕시코 정부에 보냈고, 공항에서부터 국빈급이 대우가 이어졌다.
치안이 불안정한 멕시코의 특성상 경찰과 군인들이 대대적으로 전태국을 호위했고, 전태국의 방문은 멕시코 뉴스에도 나왔다.
심지어 어느 채널에서는 헬기까지 띄워서 중계하고 있었다.
– 삼전의 후계자 전태국이 멕시코를 방문했습니다. 멕시코는 삼전과 오랫동안 경제적인 우호 관계를 맺고 있는데요. 이번 방문 역시 삼전의 투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태국 삼전 그룹 후계자는 오늘 하루 휴식을 취한 뒤, 내일 저녁 대통령과 만찬을 즐길 예정입니다.
뉴스를 보던 나와 데니얼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 삼전의 영향력이 이렇게 큰 줄 몰랐는데요. 근데… 대표님이 세계적으로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인데, 왜 뉴스에 한 줄도 안 나온 걸까요?”
“그거야 저는 조용히 비즈니스 관계 때문에 온 거고. 태국이 형은 저렇게 나와야 할 일이 있거든요.”
“대표님, 혹시 저렇게 떠들썩하게 나와야 한국에서도 전태국 대표님을 무게 있게 다루기 때문인가요?”
“어느 정도는요.”
삼전 측에서는 이미 전태국의 후계자 작업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멕시코 방문, 그리고 국빈 대접, 대통령과의 만찬 같은 이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스였다.
호텔 창밖으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전태국이 호텔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 * *
전태국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넥타이를 풀었다.
“성국아, 나 데낄라 한 잔만.”
“안 그래도 돈지오 데낄라 준비했어요.”
나는 돈지오의 데낄라를 전태국에게 내밀었다.
“오, 돈지오! 나도 이 데낄라 좋아해. 이번 기회에 멕시코에서 잔뜩 먹고, 좀 사 가야겠어.”
전태국은 데낄라를 쭉 들이켰다.
“캬아- 이제야 드디어 멕시코 온 기분이 나네.”
그러고 나자 룸서비스로 시킨 음식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멕시코 전통 요리부터 각종 다양한 요리들이 올라왔다. 거기다 인근 한식당을 검색해서 주문한 음식들까지.
전태국은 데낄라를 두 잔째 마시고는 나를 은근히 쳐다봤다.
“성국아, 아무래도 이상한데….”
“그 이상한 예감 맞을 거예요.”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전태국은 한식당에서 공수한 제육볶음을 제일 먼저 집으며 말을 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멕시코에서 하자고 했으니까. 그 자세한 이야기 좀 하자. 너, 대체 멕시코에서 뭐 하는 거야?”
“흠… 사실은 돈지오를 인수하려고 멕시코에 왔어요.”
“이 데낄라 회사를?”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네가 데낄라를 마시는 것도 몇 번 본 적이 없어서… 그런데, 데낄라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제가 데낄라를 좋아해서 돈지오를 사려는 건 아니고요. 사실은 사서 짹짹이의 대표 잭 더치에게 되팔려고 했거든요. 제가 짹짹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요.”
전태국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어? 그냥 짹짹이를 사면 되지. 너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잖아.”
“그렇긴 한데….”
[싸게 사려고 그랬지!]나는 속으로 이 말을 씹어 삼켰다.
이때, 옆에서 데니얼이 속도 모르고 끼어들었다.
“잭 더치가 돈지오를 사고 싶어서 짹짹이를 매물로 내놓은 상태거든요. 근데 대표님이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보니 짹짹이를 인수하는 것보다, 잭 더치의 성격상 인수하려는 돈지오를 싸게 사서 돈지오와 짹짹이를 맞교환하는 게 더 싸게 먹힐 거라고 생각하신 겁니다.”
“데니얼의 설명을 듣고 나니 이해가 되네. 내가 아는 전성국이라면 한 푼이라도 아끼는 거래를 할 사람이고.”
[내가 그렇게 짠돌이 이미지인가?]내 눈썹이 치켜 올라가는 것을 본 전태국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성국아, 너 속으로 지금 구시렁거리지?”
“형, 우리 빨리 사업 이야기하고 술이나 마시죠.”
“말 돌리기는… 알았어. 사업 이야기부터 해보자. 내가 멕시코에서 할 일이 뭐야?”
“형은 지금 모습 그대로 국빈 대접을 받으면서 언론에 계속 얼굴을 비추면 돼요. 나머지는 제가 할게요.”
전태국은 이번에는 김밥을 집어 먹었다.
“멕시코에서 한식이라니. 감격스러운데…. 성국아, 그러는 동안 넌 뭘 하게?”
“전 돈지오를 궁지로 몰려고요.”
나는 데낄라를 한 잔 더 마시고 말을 이었다.
“삼전 멕시코 공장은 인권이 무시당하는 멕시코 안에서도 상당히 인식이 좋은 회사잖아요. 직원들의 복지도 좋고, 인권에 대해서도 존중하고요.”
“그거야 기업하는 사람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
“그 당연한 걸 멕시코 기업들은 하지 않고 있거든요. 돈지오도 마찬가지고요. 노동자들이 종종 파업을 하거나, 항의하기도 하지만 갱단을 동원해서 무마시키기 일쑤예요. 언론과 정치계도 그들의 돈을 받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현실은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요.”
전태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삼전이 멕시코에서 인기가 많다고 들었어. 월급도 월급이지만, 복지도 좋아서.”
“돈지오는 그런 면에서 전형적인 멕시코의 회사예요. 인권 유린. 복지의 사각지대. 그에 비해 배부른 경영진들. 현재 돈지오는 회사를 매각하려고 하지만, 속셈은 국민기업이라는 타이틀로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서 자신들의 배만 더 불리려는 거예요.”
전태국은 빈 잔에 데낄라를 채웠다.
“나쁜 놈들이네. 돈지오로 돈 벌어놓고는, 국민들의 혈세를 또 등쳐먹으려는 수법이잖아.”
“그렇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멕시코 국민들에게 돈지오의 실체를 철저하게 알리려고요.”
“그러려면 정치와 언론이 쉽게 다룰 수 없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게 멕시코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삼전의 후계자인 나다?”
[서당 개, 이제는 제법 돌아가는 판을 읽는 재주가 생겼는데?]나는 고개를 끄덕했다.
“돈지오가 낮에 저에게 협박을 좀 하고 갔거든요. 자신들이 멕시코 갱단을 움직일 수 있다고요.”
전태국의 작은 눈이 커졌다.
“성국아, 그건 나도 무서워.”
“형이 무서워할 일이 아니죠. 형은 지금 국빈 대접을 받고 있잖아요. 삼전의 후계자가 멕시코에서 피습이라도 받으면, 이건 국제적인 망신이고요.”
“그렇긴 한데… 갱들이 그런 걸 알까?”
“형, 지금 호텔 창밖을 봐요. 경찰과 군인이 족히 백 명은 넘게 이 호텔을 에워싸고 있어요.”
“근데 성국아… 네가 멕시코에 정식으로 방문했단 사실을 알려도, 이 정도 대접을 받을 텐데. 어쩌면 나보다 더 국빈 대접을 받을 거잖아.”
“제가 원하는 건, 제가 돈지오를 살 거라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으면 하거든요.”
왜냐하면 돈지오를 산 다음에 나는 바로 잭 더치에게 넘길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기업을 외국인, 특히 너 같은 젊은 동양인이 사서 히피 미국인에게 바로 넘길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 멕시코 사람들이 더 광분할 것이기 때문이지?”
전태국은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인 듯 한국식 치킨을 먹으며 물었다.
[서당 개, 내가 안 본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 거야?]나는 잠시 전태국을 쳐다봤다.
그걸 눈치챈 전태국이 배시시 웃었다.
“성국아, 이경수 씨가 다 자문해줬어. 네가 다급히 나 찾는다고 하니까, 안 그래도 이경수 씨가 요즘 네가 이래저래 뛰어다니는 게 영 수상해서 자기가 경제적 지식을 다 동원해서 추리했다고 하면서 나보고 단단히 마음먹고 멕시코로 가라고 했거든.”
“근데, 이경수 씨는 왜 같이 안 왔어요?”
“멕시코 무섭대.”
그 말에 데니얼이 빙긋 웃었다.
“와보니까, 생각보다 그렇게 무서운 나라는 아닌 것 같아요.”
“흠… 그건 두고 보자고, 데니얼. 내 생각에는 전성국 때문에 무서운 나라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거든.”
“두 사람 모두 걱정 마세요. 위험한 일이 생기면 버락이 전화 한 통 해주기로 했어요.”
“역시! 나보다 나아.”
전태국이 감탄하며 데낄라를 들이켰다.
우리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에 핸드폰이 울렸다. 디에고였다.
나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디에고, 찾았어요?”
– 네, 대표님. 스테파니 마요르 찾았어요. 근데요… 자신이 그 일로 아이도 유산하고, 실직도 하고… 나서기가 두렵다고 하네요.
나는 얼른 전태국을 쳐다봤다.
“형, 삼전 공장에 직원 한 명 채용해줄 수 있죠?”
“무슨 사연인데?”
“돈지오 공장에서 임신했다는 이유로 한직으로 밀려나다가 유산한 여직원이에요. 그 여직원을 삼전이 채용한다면, 아마 멕시코에서 삼전의 이미지는 더 좋아질 거예요.”
“정말 공익적인 일이네. 이런 좋은 일에 내가 빠질 수 없지.”
나는 얼른 디에고에게 말했다.
“디에고, 스테파니 마요르에게 말하세요. 우리에게 협조하면 삼전 멕시코 공장에 바로 취업할 수 있다고요.”
– 네, 대표님!
* * *
그날 밤, 늦게 스테파니 마요르는 호텔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해 둔 방에 들어간 스테파니 마요르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나는 스테파니 마요르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애썼다.
“저는 전성국이라고 해요. ‘페이스 노트’의 공동 대표고요.”
“대표님, 제가 대표님 사진도 보여주고. 대강은 다 설명했습니다.”
디에고는 적절하게 나와 스테파니 마요르 사이에서 통역을 했다.
“스테파니가 자신이 할 일이 뭔지 정확히 대표님에게 듣고 싶다고 해서요. 그리고 자신을 어떻게 지켜줄 수 있는 지도요.”
나는 신중한 자세로 스테파니 마요를 쳐다봤다.
“스테파니, 내 얘기 잘 들으세요. 아마 내일 아침에 스테파니를 삼전 측에서 고용한다는 기사가 나갈 거예요. 물론 스테파니가 제 제안을 승낙할 경우에만요.”
스테파니 마요르는 디에고의 통역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스페인어로 말하는 것은 못 해도 듣는 건 잘하는 데니얼이 옆에서 디에고의 통역을 세세히 체크하고 있었다.
“삼전 측은 고용을 발표하면서 언론에 국민기업 돈지오의 민낯을 대대적으로 알릴 거예요. 스테파니가 회사에서 당한 대우, 그리고 현재 돈지오가 재정적 위기를 국민기업 이미지를 통해서 탈피하려는 수작까지요. 스테파니가 해줄 역할은 아마 그 이후에 언론에서 원하는 몇 번의 인터뷰에 등장해서 돈지오에서 당한 부당한 대우를 이야기만 하면 돼요.”
디에고는 곧 스테파니 마요르의 말을 통역했다.
“대표님, 스테파니는 자신이 몇 번 그렇게 했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지역 갱단의 협박이었다고 합니다. 언론도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고요.”
“디에고, 스테파니에게 말하세요. 이번에는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요. 지금 협조한다고 이야기한다면 내일 아침 뉴스에 내가 이야기한 내용이 나갈 거라고요. 만약 아침 뉴스에 돈지오의 부당 해고와 그로 인한 유산 관련 보도가 나가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이 호텔을 나가도 된다고도요. 이만하면 충분한 거래 같은데요?”
디에고가 스테파니 마요르에게 통역을 하자 스테파니 마요르는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스페인어로 말했다.
“당신을 한번 믿어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