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13)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13화(513/576)
제513화
– 전 대표님도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그 지역 갱단과 연결된 사람이야 뻔하죠.
엔리케는 돈지오 대표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확실하다는 단초를 줬다.
“엔리케, 버락 오마하에게 전화를 한 통 할 겁니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 말에 엔리케가 놀라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 전 대표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역시 멕시코에서 미국 대통령의 이름은 쓸모가 많았다.
엔리케도 내가 버락 오마하와 개인적으로 매우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제가 비록 한국 사람이긴 하지만, 미국 기업의 대표입니다. 버락에게 이미 제가 멕시코에 온다는 사실을 알리긴 했지만,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그냥 간단하게 제 위치나 알리려고요.”
– 전 대표님, 무슨 말인지는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절대 걱정하지 마세요. 믿을 수 있는 특수부대를 그쪽 지역으로 당장 파견할 겁니다. 동시에 돈지오 대표의 출국을 금지시키고 당장 잡아들일 겁니다.
“네, 그렇게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돈지오 대표는 뒤끝이 꽤나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부실 경영이 결국, 가업을 팔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았지만,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채 남 탓만 하는 전형적인 루저였다.
그런 사람이 멕시코 금수저를 타고났다니….
세상은 역시 불공평했다.
전태국이 내 전화 내용을 듣고 있다가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성국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돈지오 대표가 내린 축복이 바로 이 축복인가 봐요. 제가 죽어서 데낄라 땅에 영원히 묻히는 거요.”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성국아,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
“어쩔 수 없잖아요. 그리고 걱정 마세요. 엔리케가 우리를 그냥 두지는 않을 테니까요. 여기에 삼전 후계자와 제가 있는데, 사고라도 일어났다가는 국가적 망신은 물론이고 경제적인 불이익도 감수해야 할 테니까요.”
원래 엔리케의 지지율은 바닥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스테파니 마요르 사건을 그나마 잘 정리해서 조금 상승한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또 다른 사고가 터진다면 엔리케의 지지율은 이전보다 더 크게 떨어질 게 분명했다.
“형, 어서 내려서 돈지오 양조장으로 가 봐요.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성국아, 난 걱정이 돼. 원래 멕시코 군인과 경찰은 비리투성이잖아. 본사에 연락해서 경호원이라도 보내라고 해야 할 것 같아.”
“그동안 비행기에만 있을 거예요, 그럼?”
“어쩌지….”
나는 디에고를 불렀다.
“디에고, 디에고가 여기에서 멕시코 사정을 잘 알 테니, 저 군인과 경찰을 믿어도 되는지 알려주세요.”
“우선 대통령이 직접 보낸 사람들이니, 어느 정도는 신뢰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 못 미더우시다면, 제 생각에는 저들에게 조금의 수고비를 좀 주신다면 어떨까요?”
“흠… 나쁘지 않은 생각 같네요.”
이때,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전태국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성국아, 내가 영화에서 보니까 돈 준 미국인들을 오히려 볼모로 잡아서 돈을 더 뜯어내고 그러던데?”
그 말에 디에고가 웃음을 참는 게 보였다.
“형, 그건 영화잖아요. 멕시코 경찰과 군인들이 부패하긴 했어도, 현직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하진 않을 거예요. 그리고 지금 또 특수부대가 온다고 하니, 저들이 우릴 볼모로 잡으면 그들이 구해주지 않을까요?”
전태국은 여전히 벌벌 떨었고, 그런 전태국을 디에고가 안심시켜줬다.
“걱정 마세요. 멕시코 사람들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 나쁜 사람들이 종종 있을 뿐이죠. 그건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잖아요.”
“형, 어서 가죠. 데낄라 한잔하고 긴장 풀게요.”
“하아… 그래, 가자 가. 데낄라나 어서 마셔야지.”
전태국은 여전히 근심 가득한 얼굴로 비행기에서 내렸다.
* * *
다행히 전태국이 영화에서 보던 멕시코는 없었다.
우리를 보호하는 군인들과 경찰은 직업의식이 투철한 사람들이었다. 물론 디에고가 얼마간의 수고비를 뿌리긴 했지만.
우리는 준비된 방탄 차량을 타고 곧장 돈지오의 양조장으로 향했다.
방탄 차량에 탄 이후에도 전태국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성국아, 우리 이대로 납치당하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일부러 한국말을 했다.
전태국의 말에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나와 삼전의 직원뿐이었다.
“형, 만약 이대로 납치된다면 그건 운명이죠.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난 그냥 멕시코시티에 있을걸.”
“형이 돈지오 데낄라를 양조장에서 직접 마셔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너무 궁금하잖아. 양조장에서 직접 마시는 데낄라는 무슨 맛인지….”
그 말에 순간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디에고, 여기 데낄라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이 있나요?”
“투어 프로그램이요?”
“미국 테네시주 같은 경우는 유명한 버번 위스키가 많아서 직접 양조장을 돌며 버번 위스키의 이야기도 듣고, 술을 직접 마셔보는 투어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프랑스에 와이너리 투어가 있듯이요.”
“제가 알기로는 멕시코는 아직 그런 투어 프로그램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대표님.”
“흠….”
이때, 창밖으로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지면서 데낄라의 재료가 되는 블루 아가베가 보였다.
디에고가 설명을 덧붙였다.
“멕시코의 전통 술을 사람들은 그냥 데낄라로 아는데요. 사실 데낄라는 현재 계시는 할리스코주의 데낄라 지방에서, 거기다 블루 아가베 혹은 데낄라 아가베로 불리는 창밖의 저 아가베를 가지고 생산한 술에만 붙는 이름이에요. 프랑스의 샴페인처럼요.”
“디에고, 해설이 훌륭한데요.”
내 칭찬에 디에고가 빙긋 웃었다.
“대표님, 제가 대표님과 만난 게 여행 가이드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그러고 보니 디에고는 나와 데니얼의 여행 가이드였다.
운명이란 참 묘한 데가 있었다.
별거 아닌 인연이 길게 이어지기도 했다.
나는 잠시 전태국을 흘깃 봤다.
저번 생의 인연이 끈질기게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디에고가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대표님, 저기가 바로 돈지오 양조장이네요!”
블루 아가베밭 사이로 돈지오의 양조장이 보였다.
* * *
차량이 멈추자 멕시코의 마른 흙먼지가 일어났다.
그 먼지 때문에 잠시 시야가 흐려졌다.
그때 요란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뭐지?
“성국아, 이게 무슨 소리야?”
겁먹은 얼굴로 전태국이 내 어깨를 잡았다.
나도 약간 긴장이 됐다.
정말 영화에서처럼 이미 양조장을 지역 갱단들이 점령하고 있는 건가?
그 순간, 디에고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 걱정 마세요. 저건 멕시코 전통 악기 소리예요. 양조장 직원들이 대표님을 환영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흙먼지가 가라앉으면서 시야가 밝아졌다.
정말 디에고의 말대로 양조장의 직원들이 멕시코의 전통 악기를 두드리면서 우리를 환영하고 있었다.
전태국은 그제야 안심한 듯 미소를 지었다.
“성국아, 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봐.”
* * *
풍채가 좋은 나이 지긋한 남자가 우리를 맞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여기 양조장을 책임지고 있는 호세 에르난데스입니다.”
호세 에르난데스.
이미 조사를 마친 직원이었다.
10대 후반부터 돈지오의 양조장에서 일하면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었다. 양조장의 책임자이기도 했다.
돈지오의 경영자들이 엉망으로 경영하는 동안 양조장에서 묵묵히 술을 만들어온 기술자였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이 기술자들이었다.
“저는 전성국이라고 합니다.”
“이야기는 익히 들었습니다.”
우리 사이에서 디에고가 열심히 통역했다.
호세 에르난데스는 자식들이 모두 ‘페이스 노트’를 한다면서 자식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도 전했다.
“대표님, 호세가 그러는데. 자신이 여기서 일한 덕분에 딸과 아들은 지금 모두 대학을 다닌다고 하네요.”
나는 환영을 나온 양조장의 근로자들을 훑었다.
앳된 얼굴부터 시작해서 호세처럼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까지. 연령도 다양했다.
아마 이들은 모두 여기에서 일하면서 집안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을 것이었다.
“대표님, 우선 양조장부터 훑어보시죠!”
호세 에르난데스는 우리를 양조장 안으로 인도했다.
데낄라의 제조 과정을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전태국과 삼전 직원도 신기하게 이곳저곳을 훑었다.
그리고 드디어 시음 시간이 다가왔다.
호세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막 양조장에서 가져온 데낄라를 우리 앞에 내놓았다.
“돈지오가 요즘 말이 많지만, 그래도 전 돈지오의 맛만은 절대 변하지 않았다고 자부합니다.”
호세는 우리 앞에 놓인 빈 잔에 데낄라를 쭉 따랐다.
“자, 어서 드셔보세요. 단숨에요. 그게 데낄라거든요!”
호세의 말에 따라서 우리는 모두 데낄라를 단숨에 들이켰다.
“캬아! 한 잔 더요!”
제일 먼저 데낄라를 마시고 잔을 턴 전태국은 빈 잔을 호세 앞으로 내밀었다.
“이 양반 술맛을 좀 아시네.”
“역시 양조장에서 직접 마시는 술만큼 맛있는 술은 없는 것 같단 말이야.”
전태국은 연거푸 데낄라를 들이켰다.
나는 조용히 삼전 직원의 어깨를 잡았다.
“숙취해소제 좀 미리 준비해주세요.”
“네, 대표님.”
* * *
양조장 투어가 끝날 때쯤에 전태국은 이미 흥에 겨워서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삼전 직원은 데낄라도 한 잔밖에 못 마시고, 전태국을 챙기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대표님, 이쪽으로요.”
“데낄라는 역시 돈지오네. 우리도 데낄라 회사 하나 인수하자고 아버지한테 말해야겠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표님, 양조장 직원들과 회의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디에고. 참, 공장 직원들에게 말 좀 해주세요. 태국이 형한테 데낄라 더 이상 주지 말라고요.”
“네, 대표님.”
* * *
호세 에르난데스를 비롯한 양조장의 오랜 직원들이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우선 저희가 드린 자료는 다 보셨죠?”
내가 직원들에게 보낸 자료는 임금 인상을 비롯한 복지에 대한 것이었다.
디에고는 곧 내 말을 통역했고, 호세 에르난데스가 대표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호세 에르난데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실 그동안… 저희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조차 저희는 잘 몰랐습니다.”
호세 에르난데스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돈지오의 양조장에서 일하고, 그 돈으로 가족을 부양한다는 생각으로 자신들이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몰랐다는 게 호세 에르난데스의 말이었다.
“호세 그리고 직원분들. 여러분들 덕분에 그동안 돈지오가 양질의 데낄라를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에 맞는 대우를 여러분께 해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직원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보시면서 부족하거나, 실정에 안 맞는 게 있으면 편하게 디에고에게 말씀해주세요.”
“근데… 정말 남자도 육아 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건가요?”
옆에 있던 남자 직원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었다.
“물론입니다.”
“연차는 물론, 휴가도 보장되고요?”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그동안 대우받지 못한 근로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연신 디에고에게 질문을 했다.
디에고가 설명했지만, 근로자들은 반신반의한 얼굴이었다.
“여러분….”
내가 입을 떼자 돈지오 근로자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나만 바라보고 있는 돈지오의 근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했다.
“그 문서에 적힌 내용은 다 지켜질 것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제부터 그 내용이 돈지오의 상식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