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14)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14화(514/576)
제514화
나의 말에 직원들의 얼굴은 숙연해졌다.
[내가 너무 멋진 말을 했나?]그 순간 호세 에르난데스가 나를 냉정하게 쳐다봤다.
저건 내가 기대한 눈빛이 아닌데?
호세 에르난데스는 마른 입술에 침을 몇 번 바르더니 어렵게 말을 꺼냈다.
“새로운 대표님. 대표님의 말씀은 정말 멋집니다. 그동안 저희는 저희에게 이런 권리가 있는지도 모른 채 그냥 일만 해왔거든요. 그게 당연한 것인 줄 알고요. 하지만 대표님은 저희에게 이런 상식이 통하는 게 원래 회사라는 것을 말씀해주고 계십니다. 그런데….”
디에고는 옆에서 빠르게 호세 에르난데스의 말을 통역했다.
“대표님이 이 회사를 인수하게 됐단 사실을 알자마자 모두 걱정을 했답니다. 미국인이 회사를 산다는 것은, 돈지오를 또 어느 곳에 팔아먹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요.”
뜨끔.
가슴이 살짝 찔렸다. 아니, 많이 찔렸다.
그들의 예상대로 나는 이 회사를 짹짹이와 맞교환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최대한 표정을 숨긴 채 호세 에르난데스의 말을 듣기만 했다.
디에고가 옆에서 나는 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고, 한국인은 멕시코 사람들과 비슷한 점이 참 많다는 설명을 덧붙이는 것 같았지만, 그들에게 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모두 외국인일 뿐이었다.
이럴 때는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호세, 당신들의 걱정이 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업 하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이익이 남지 않는 회사는 필요가 없거든요. 하지만 이 조항만은 정확히 이야기하죠. 제가 이번 돈지오 데낄라를 인수할 때 걸었던 조건들과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고용 승계는 만약 제가 돈지오를 팔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디에고의 통역에도 불구하고 호세 에르난데스의 얼굴은 밝아지지 않았다.
아마 내가 이 회사를 절대 팔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하지 않아서인 것 같았다. 하지만 기업인에게 100%는 언제나 없었다.
호세 에르난데스와 오랜 직원들은 그래도 디에고의 설명으로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을 했고, 계약 조건에는 모두 만족했다.
호세 에르난데스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대표님, 전 대표님이 그저 저희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니었으면 해서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물론이죠, 호세.”
나는 호세 에르난데스의 손을 꽉 잡았다.
* * *
우리의 숙소는 돈지오 양조장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시내의 호텔이었다.
“여기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 머무셨던 호텔이 있는데요. 그곳으로 잡았습니다.”
삼전의 직원이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 머무신 호텔이 여기에 있다고요?”
나도 처음 듣는 정보였다.
“네,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 멕시코시티에 강연을 오셨다가 미국으로 입국하려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이미 일제 강점기 때라 대한민국 영사관이 없어서 일본 여권을 사용해야 했었습니다.
그러나 도산 안창호 선생님은 끝까지 자신의 조국은 대한민국이라면서 일본 영사관의 여권을 거부하셔서, 멕시코시티가 아닌 이곳에 머물면서 미국 영사관을 설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여러모로 이곳은 나와 대한민국과 인연이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돈지오 양조장의 근로자들과 긴 회의를 하는 동안 겨우 술에서 깬 전태국은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으아하! 술이 이제야 깨네. 성국아, 회의는 잘 끝났어?”
“네….”
“근데, 네 얼굴을 보니 잘 끝난 회의 같지 않은데?”
[서당 개, 이제 독심술까지 하는 건가? 원래 개는 주인의 심리를 잘 아는 법이니까….]나는 그냥 입을 다물고 조용히 호텔로 향했다.
돈지오를 인수하고 나면 모든 게 술술 풀릴 것만 같았는데, 기분이 영 찝찝했다.
* * *
멕시코 특유의 화려한 색채가 강한 호텔은 시내에서는 꽤 등급이 높은 호텔이었지만, 오래된 탓에 인테리어 자체는 올드한 느낌이 강했다.
프론트에서 직원에게 도산 안창호 선생님에 대해서 묻자, 직원은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한국분들이 저희 호텔에 종종 머무르실 때면 묻고 하시는 질문입니다. 안창호 선생님이 묵으셨던 20호실을 드릴까요?”
“부탁드릴게요.”
직원은 한국 사람들이 찾아올 때마다 묻는 질문이라 도산 안창호라는 사람을 아는 것 같았지만, 호텔 어디에도 도산 안창호 선생님에 대한 기록도 추억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애쓰신 분을 기리는 것은 대한민국 사람들의 몫이었다.
나는 데니얼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대한민국 대사관에 연락해서 제가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기록을 남길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하세요.”
“네, 대표님.”
그리고 나는 직원이 내민 20호실의 키를 받아들었다.
전태국이 뒤에서 한 잔 더 하자며 나를 불렀지만, 나는 오늘 혼자이고 싶었다.
* * *
어둑한 방에서 돈지오의 데낄라를 한 잔 마셨다.
호세 에르난데스가 양조장에서 갓 담아준 데낄라였다.
그래서인지 뒷맛도 깔끔하고, 향도 훨씬 풍부했다.
나는 창가에 의자를 대고 앉아서 무심히 창밖을 바라봤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은 이 창밖을 보면서 나라의 독립을 걱정하셨겠지….]나는 지금 나는 돈지오에 대해서 생각했다.
내가 이 회사를 사려고 했던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짹짹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멕시코에 있던 이 짧은 시간에 나와 돈지오 사이에 연결고리가 생긴 것만 같았다.
나는 또다시 데낄라를 쭉 들이켰다.
이때, 우연처럼 잭 더치에게서 전화가 왔다.
잭 더치는 짹짹이 문제 때문에 곧 얼굴을 보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나는 최대한 고요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잭, 오랜만이에요.”
– 성국, 어디 외국이라도 갔나?
“그건 왜요?”
– 짹짹이에 자네가 멕시코시티에서 대통령을 만났다는 이야기가 뜨기에… 물어보는 거네.
“일이 있어서요.”
나는 돈지오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잭은 어디에요?”
– 나야, 언제나 회사의 내 사무실이지.
잠깐!
회사의 사무실이라고?
잭 더치는 짹짹이의 최대 주주이자 경영자이긴 했지만, 히피스러운 그답게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은 던져주고 자신은 보통 하와이에서 서핑을 주로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회사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 성국, 내가 사무실에 있다고 하니, 왜 아무 말이 없는 건가?
“잭이 사무실에 있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거든요.”
– 다들 그런 반응이네….
“심지어 얼마 전에 짹짹이를 팔겠다고 했잖아요.”
– 그랬지….
그랬지?
말투가 어딘가 모르게 미심쩍었다.
“잭, 그사이 마음이라도 바뀐 거예요?”
– 흠… 솔직히 그래.
뭐라고?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화상통화가 아니라 다행인 순간이었다.
– 자네에게 짹짹이를 매물로 내놨다고 이야기하고, 일론에게도 전화를 걸었거든.
당연히 예상한 일이었다.
일론 머스트는 공공연하게 짹짹이를 인수하겠다고 사방팔방 떠들고 다녔다.
– 그랬더니, 일론도 엄청 관심을 보이더라고. 그래서 그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네. 내가 겨우 멕시코의 데낄라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서 짹짹이를 파는 건 바보 같은 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 말일세. 참, 내가 돈지오라는 데낄라 회사 인수하기 위해서 짹짹이 팔려고 했던 건 자네도 모르던 일이지?
“네, 잭.”
나는 모른 척했고, 잭 더치는 다음 말을 이었다.
– 짹짹이만 손에 넣으면 SNS의 제왕이 되는 자네나, 짹짹이를 통해서 항상 아무 말 대잔치나 하는 일론이 이토록 원하는 짹짹이인데. 내가 너무 나의 짹짹이를 과소평가하고 팔려고 한 것 같아서 말일세.
“잭, 그래서 결론은 냈나요?”
– 내가 여기 사무실에 있는 거 보면 모르겠나? 그리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미국 기업가가 멕시코에 가서 국빈급의 경호를 받고 있다고 들었네만.
그건 내 이야기가 분명했다.
– 나 같이 이슈도 안 되는 인물이 갔다가는 총 맞아서 죽을 것 같아서 말일세. 난 파도는 무섭지 않지만, 총은 무섭거든.
“잭….”
나는 낮은 목소리로 잭을 불렀다.
– 말하게, 성국.
“잭, 당신은 내가 돈지오를 인수했단 것을 이미 다 알고 전화한 거죠?”
내 질문에 전화기 너머로 웃음소리가 들렸다.
– 하하하. 내가 연막을 너무 쳤나…. 성국, 자네는 자네를 항상 과소평가한다니까.
잭 더치는 몇 번 더 웃더니 설명을 했다.
– 자네가 세계 어느 곳에 있든 짹짹이에는 자네에 대한 목격담이 하루에서 수백, 수천 개가 올라온다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자네가 가자마자 삼전이 갑자기 멕시코를 방문하고. 거기다 돈지오 양조장에서 부당 대우를 받은 여직원이 나와서 인터뷰하고… 뭔가 수상하단 느낌이 들기 시작했거든. 왜냐면 나도 돈지오에 관심이 많으니까!
“그래서요?”
– 그래서 자네의 움직임을 주시했지. 그랬더니, 데낄라로 갔더군. 돈지오의 양조장에…. 그래서 깨달았지. 자네가 한 발 앞서서 돈지오를 샀다는 것을.
이제 더는 속내를 숨길 수가 없었다.
잭 더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잭… 만약 제가 돈지오를 당신에게 파는 대신에 당신의 짹짹이 지분을 원한다면요?”
– 물론 그것도 내가 예상한 것일세.
잭 더치는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다.
– 자네 같은 주도면밀한 인간이 멕시코에 일도 없이 갈 일은 없으니까. 그래서 아무래도 내가 돈지오에 관심 있다는 것을 자네가 알아챈 것 같았거든.
나는 잠자코 잭 더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성국, 그래서 내가 정말… 며칠을 고민해봤는데… 이번에 짹짹이는 팔지 않을 걸세.
그 순간, 내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금 내가 어떻게 돈지오를 샀는데, 이제 와서 짹짹이를 안 판다고!!!]“잭, 그 이유를 알고 싶은데요. 저와 일론이 노리는 대단한 짹짹이라는 사실 빼고, 안 파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 아까도 말하지 않았나. 난 파도는 안 무서운데, 총은 무섭거든. 생각해보니, 데낄라 양조장을 인수하면 나도 지역 갱단의 총질 좀 받겠더라고. 자네처럼 머리 좋게 삼전을 방패 삼고, 대통령을 구워삶을 능력이 나는 없거든.
나는 일부러 낮은 한숨을 쉬었다.
잭 더치는 내 일거수일투족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돈지오를 포기한 사람치고는 꽤 집요했다.
잭 더치는 지금 좀 더 비싸게 짹짹이를 팔려고 수작을 부리는 것 같았다.
잭 더치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 그래서 아무래도 내 의사를 자네에게 빨리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성국, 돈지오 계약서에 아직 사인한 건 아니지?
사인했다.
그것도 아주 진하게!
– 대답이 없는 것을 보니… 내 우려가 맞는 것 같은데. 성국, 이런 말이 있지 않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돈지오 데낄라는 내가 맛본 데낄라 중에서도 최고네. 그런 회사를 가지게 된 자네가 나는 무척이나 부럽다는 사실만 알아주게.
“잭, 만약 제가 돈지오와 더불어 다른 협상 카드를 내민다면요? 지분 가치를 좀 더 쳐준다든가, 그런 거요.”
– 흠… 그럼, 고려해볼 만하지 않을까, 성국? 얼마나 고려하는지 물어봐도 될까?
잭 더치는 내가 던진 미끼를 물었다.
역시 잭 더치의 목적은 돈이었다.
이제 잭 더치에게 받은 대로 갚아줄 차례였다.
“잭, 돈지오를 인수하면서 여러 가지로 알아가다 보니, 짹짹이보다 돈지오가 더 가치 있는 것 같아서 지금 당장 팔 생각은 없습니다. 지고 있는 짹짹이에게는 관심이 사라졌네요. 잭, 잘 안 나가는 사무실에도 나가고 하는 거 보니, 그만큼 짹짹이 경영이 어려운 것 같은데…. 피할 수 없으면, 즐기세요. 일론에게 전화해 보시던가요.”
나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속 시원하게 미소를 지었다.
잭 더치가 운을 띄워준 덕분에 나야말로 돈지오를 매각할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 * *
다음 날, 데니얼은 일정에 대해서 브리핑을 시작했다.
“대표님, 아침 일찍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 머무신 호텔이라면 자신들이 외교적인 부분은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했습니다.”
“여기 호텔 대표랑 약속 잡아주세요. 제 요구는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 머무신 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고, 간단한 기록을 호텔에 남길 텐데… 보답의 의미로 리모델링이 시급해 보이는 이 호텔에 100만 달러를 기증하겠다고요.”
“네, 대표님…. 그리고 대표님, 오늘 돈지오 양조장 회의실에서 돈지오 마케팅팀이랑 회의가 있습니다.”
“몇 시죠?”
“오전 11시입니다.”
“그럼, 오후 2시로 미루죠. 대신 새로운 데낄라 브랜드를 하나 출시해야 할 것 같은데, 회의 전까지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라고 하세요.”
데니얼이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대표님, 돈지오… 잭 더치에게 파실 거 아닌가요?”
“잭 더치가 못 살 것 같대요, 돈이 없어서… 그럼, 제가 돈지오를 제대로 키워봐야죠. 참, 새로운 브랜드는 저를 모티브로 해야 한다는 것도 알려주세요.”
이제 몇 년 후면 할리우드의 유명인들이 앞다퉈 자신들의 데낄라 브랜드를 출시한다.
그걸 내가 조금 일찍 할 뿐이다.
데니얼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대표님, 돈지오를 다른 기업에 매각 안 하시고 직접 운영하실 작정이세요?”
“네. 그리고 이렇게 된 이상… 돈지오도 세계 1등 데낄라로 만들려고요.”
나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