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16)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16화(516/576)
제516화
나는 오전 일찍 일어나서 호텔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데낄라 지역이 특별한 관광 구역은 아니어서 호텔은 대체적으로 한산한 편이었다.
먼저 자리 잡은 데니얼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보였다.
“대표님, 이쪽이요.”
“데니얼, 아침은 서로 편하게 먹어요. 식사까지 상사랑 같이하는 거 불편하잖아요.”
“대표님, 전 혼자 먹는 게 더 별로라서요.”
데니얼이 싱긋 웃었다.
“참, 데니얼. 마케팅팀에 전달해서 데낄라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에 대한 보고서를 내가 미국 가기 전에 올리라고 해주세요.”
“네, 대표님. 근데… 대표님, 이번 주 토요일에 돌아가실 거잖아요. 너무 시간이 촉박하지 않은가 싶어서요.”
“그동안 마케팅팀이 한 일이 없는데, 이 기회에 열심히 해야죠. 이번 기회를 통해서 세 명 직원 중에 살아남을 사람과 아닌 사람도 좀 구분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대표님, 조식 자리부터 살벌하십니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빙긋 웃었다.
“일종의 체질 개선이죠. 그동안 돈지오 데낄라 직원들 보면 모두 인맥으로 들어온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 경우, 능력이 있든 없든 자신의 가진 인맥에 따라서 이 회사에 버티게 되는 거죠. 앞으로 돈지오에서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이때, 호텔의 매니저가 나를 발견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호텔 매니저의 영어는 능숙하지는 않았지만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네, 좋은 아침입니다.”
“저번에 말씀하신 도산 안창호 선생님 관련해서요. 저희 대표님이 따로 한번 만나 뵙고자 하십니다. 언제 시간 괜찮으실까요?”
나는 가만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짧은 시간 멕시코를 겪었지만, 정치와 경제 모두 합리적인 곳은 아니었다.
대표가 나를 다시 보자는 것은 내가 한 제안보다 다른 것을 원하는 경우인 것 같았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서 애쓰신 분의 역사를 그냥 사라지게 둘 수는 없었다.
“오늘 저녁, 이곳 레스토랑에서 뵙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호텔 매니저는 곧 사라졌고, 데니얼도 나랑 비슷한 인상을 받은 모양이었다.
“대표님, 너무 처음부터 금액을 제시한 것 같습니다. 100만 달러가 적은 돈이 아닌데, 더 요구할 것 같은데요.”
“제 생각도 그렇지만… 한번 만나보죠. 참, 데니얼. 이번에 새로 출시하는 데낄라요.”
“이요?”
“그거 어젯밤에 계획이 수정됐습니다.”
데니얼은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데니얼, 뭐가 그렇게 놀랍나요?”
“대표님이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는 경우를 많이 못 봐서요.”
“어제 새벽에 생각해보니까 보다는 라는 컨셉으로 친근하게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데낄라 브랜드를 만들어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도 보다는 가 더 나은 것 같아요.”
데니얼도 반색을 했다.
둘 다 내가 낸 아이디어였지만, 이 그렇게 별로인가?
“은 왠지 너무 뭐라고 할까. 뭔가 굉장히 있어 보여서, 접근하기도 힘들고… 딱, 대표님 같거든요.”
[내가 좀 그런 이미지이지…. 잘생기고, 능력 있고, 차갑고, 빈틈없는….]“뭔가 사람으로 치면 인간미가 안 느껴진다고 할까….”
[끄응….]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근데 는 친근하고 좋네요. 이름도 훨씬 쉽고, 북미 시장이나 아시아 시장을 겨냥하기에도 좋아 보입니다.”
“그래서 어제 새벽에 디에고 통해서 오늘 개발 회의할 거라고 오전 10시까지 회사에 모이기로 했으니, 데니얼도 서두르세요.”
“네, 대표님!”
데니얼은 막 나온 뜨거운 오믈렛을 후루룩 먹었다.
“참, 은 한정판으로 기획할 거예요. 제가 돈지오를 인수한 기념으로요!”
데니얼은 말 대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정판도 잘 팔리면 계속 출시할 거라고!]나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 * *
회사에 들어서자 호세 에르난데스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맞았다.
“대표님, 좋은 아침입니다.”
호세는 짧은 영어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었다.
“호세도요.”
“대표님, 지금 막 3년 숙성한 데낄라 꺼냈는데, 한잔하시죠. 참, 이 녀석이 제 아들인데요. 멕시코시티에서 대학을 다닙니다. 전공은 영문과이고요. 이 녀석이 대표님 얼굴 한번 뵙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나왔어요. 제 통역도 해줄 겸해서요.”
호세 에르난데스의 아들은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전 산체스 에르난데스입니다.”
그러고는 호세 에르난데스의 말을 성실히 통역했다.
나는 호세 에르난데스가 건넨 데낄라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한 번에 넘겼다.
“양조장에서 먹는 데낄라는 정말 맛있네요. 호세, 만약에 데낄라 투어 프로그램이 생기면 호세가 안내를 맡아주는 건 어떨까요?”
“제가요?”
아들이 통역을 해주자, 호세 에르난데시는 조금 놀란 듯했다.
“호세를 겪어보니, 이야기도 잘하시고… 그리고 우리 양조장에 대해서 제일 잘 알잖아요.”
“제가 영어를 못하는데요.”
“그건 걱정 마세요. 전체적인 프로그램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맡겠지만, 술에 대해서는 호세가 말해주고 통역해주는 식으로 해도 되니까요. 호세가 짧은 영어라도 몇 마디 더 배우면 좋고요. 물론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호세의 월급에도 변화가 생길 겁니다.”
내 말에 호세가 환하게 웃었다.
[역시 돈이 좋지….]그 순간, 호세의 입에서는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대표님, 돈지오를 팔지 않을 생각이시죠?”
[흠… 읽혔나….]“당분간은요.”
호세 에르난데스는 내 빈 잔에 데낄라를 다시 가득 채웠다.
“대표님, 회사가 잘 운영만 된다면 투어 프로그램이든, 저희보고 관광객들 앞에서 춤을 추라고 해도 뭐든 할 테니 걱정 마세요!”
“호세도 한잔 받으세요. 그리고 그 말 꼭 지키세요.”
“네, 대표님!”
나와 호세 에르난데스가 데낄라를 원샷하려는 순간,
“잠깐!”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껴줘, 성국아!”
나와 같이 돈지오 양조장에 출근한 전태국이었다. 차로 뒤따라오더니, 이제 막 도착한 모양이었다.
[서당 개, 분위기 파악은 여전히 안 되네….]나는 짧게 한숨을 뱉고는 전태국을 뒤돌아봤다.
“형, 이건 저와 호세의 약속 때문에 마시는 거니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서당 개, 기다려~]전태국은 그제야 상황을 이해하고 뒤로 빠졌다.
“호세, 그럼… 우리 약속은 약속이죠?”
“물론이죠, 대표님!”
호세와 나는 데낄라를 원샷했다.
* * *
마케팅팀은 그사이 정신을 조금 차린 모양이었다.
급하게 전달했지만, 과 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숙지를 하고 있었다.
“대표님, 는 아무래도 젊고 대중적인 맛을 기반으로 해야 할 것 같아서 개발팀이랑 올해 안으로 출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술의 소비가 많아지는 것은 연말이죠. 저는 시제품이 이번 가을 전에 나왔으면 하는데요. 돈지오의 양조장을 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조금 더 팀원들을 푸시했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간 맞추느라 제품이 엉망인 건 제가 용납할 수 없으니, 알아두시고요.”
“네, 대표님!”
동시에 나는 데낄라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 담당자 한 명을 배정했으면 합니다. 미국의 테네시주 위스키 투어랑 프랑스 와이너리 투어 등 유명한 투어들도 직접 가서 보고 투어 프로그램을 짜서 출시에 맞춰서 함께 진행했으면 하는데요.”
“대표님, 저희 인력으로는 현재 좀 힘들 것 같은데요.”
마케팅팀에서 의견을 제일 활발하게 내는 직원 한 명이 대답했다.
나는 묵묵히 회의를 지켜보고 있는 디에고의 의견이 궁금했다.
“디에고,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표님, 우선은 저와 마케팅 팀원들이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습니다. 투어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우선 저와 직원 한 명이 중심적으로 짜보고, 나머지 직원들은 새로운 라인 출시에 집중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제 조금씩 일의 체계가 잡혀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디에고와 마케팅 팀원을 쳐다봤다.
“저는 이번 주에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물론 종종 화상회의도 하고, 시간이 나면 직접 오기도 할 거지만, 이제부터 이곳의 책임자는 디에고이니, 인력 문제와 스케줄은 모두 책임자인 디에고와 이야기해주세요.”
마케팅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회의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마케팅 팀원 한 명이 나를 불러 세웠다.
“대표님….”
“더 할 말이라도 있나요?”
“시간이 촉박해서…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는데요.”
“편하게 말하세요.”
“대표님이 돈지오를 인수하신 것을 세상에 선포하는 의미로 멕시코시티에서 파티를 열면 어떨까 해서요. 돈지오가 사실 스테파니 사건 때문에 이미지 실추한 것도 있고, 외국 사람에게 돈지오가 팔린 것에 아직도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거든요.”
나는 턱을 매만졌다.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였다.
“근데… 너무 화려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흠… 제가 한국인이고, 멕시코 이민의 역사가 100년이 넘은 것으로 압니다. 한국대사관에 문의해서 이번 돈지오 인수를 한국와 멕시코의 연대로 콘셉트를 잡으면 어떨까요?”
“대표님, 바로 한국대사관에 연락해서 파티 기획해보겠습니다. 삼전 후계자도 와있고, 멕시코 대통령도 이미 우호적이라 그런 부분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추진해 보죠. 토요일에 떠나니, 금요일 밤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금요일까지는 딱 3일이 남은 상황이었다.
* * *
돈지오 인수를 하고 난 뒤의 일정이 휘몰아쳤다.
생각보다 일은 많았다.
새로운 라인의 출시 회의도 길어졌고, 돈지오의 구조조정 문제도 팔짱만 끼고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디에고가 생각보다 잘해주고는 있었지만, 내가 결정을 해야 할 일도 많았다.
여러 팀과의 모든 회의가 끝나자, 저 멀리 해가 지고 있었다.
디에고도 녹초가 된 상태였다.
“대표님은 정말 어떻게 매일 이런 일들을 하고, 결정을 내리시는지 모르겠네요.”
“디에고,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아요. 그리고 디에고도 너무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인력이 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고용하세요.”
“네, 대표님. 이제 호텔로 가시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아주 중요한 미팅이 하나 더 남았거든요.”
* * *
호텔 레스토랑에 도착하자 레스토랑은 텅 빈 상태였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서 손님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텅 빈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뒤따르는 데니얼에게 조용히 물었다.
“데니얼, 조금 이상한데요. 여기 대표가 혹시 지역 갱단의 사람인가요?”
갑자기 잊고 있던 공포가 엄습했다.
멕시코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경찰과 군인들이 사방에서 경호하고 있었지만, 멕시코의 갱단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근처에서 아가베 농장을 오래 한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름은 마리아 카브레라라고… 여성분이십니다. 지역 갱단과의 연계성은 없다고 들었습니다.”
이때, 호텔 매니저가 나이가 지긋한 여자의 팔을 잡고 레스토랑 안으로 걸어왔다. 여자는 적어도 칠순은 넘어 보였다.
그런데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었다.
호텔 매니저가 여자를 소개했다.
“대표님, 저희 호텔의 대표님이신 마리아 카브레라 씨입니다.”
마리아 카브레라는 천천히 입을 열더니.
“안. 냥. 하… 세요.”
어색한 한국말로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곧 마리아는 빙긋 웃더니, 내 손을 잡고 스페인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한국분이십니다. 어머니가 항상 말씀하셨어요. 너는 멕시코 사람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람이기도 하다고요. 절대 제 뿌리를 잊으면 안 된다고요.”
나는 오늘 처음 본 마리아 카브레라가 왜 익숙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1905년 멕시코로 이민 온 한국인의 후손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