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19)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19화(519/576)
제519화
멕시코에서의 마지막 밤은 환상적이었다.
대한민국 대사관과 멕시코 정부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역사가 담긴 호텔을 보존하는 데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했다.
마리아 카브레라는 이 소식에 눈시울을 붉혔고, 그녀의 자식들도 모두 기뻐했다.
그리고 돈지오 데낄라는 미국과 멕시코 그리고 대한민국의 영원한 우정을 약속하는 축하주로 계속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마크와 전태국 그리고 멕시코 유명 인사의 인스타그림에 모두 돈지오 데낄라가 등장했다.
인기 급상승 검색어에 돈지오가 등장할 정도였다.
한마디로, 모든 게 완벽한 밤이었다.
* * *
호텔을 떠나는 순간에도 마리아 카브레라는 직접 나와서 나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어젯밤 입었던 한복을 건넸다.
“전 대표가 이 한복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나는 손사래를 쳤다.
“이 귀한 것을 제가 받을 수가 없습니다. 한 번 입은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아니에요. 옷은 주인이 있는 법이에요. 전 대표가 이 옷을 입었을 때부터 옷이 주인을 찾은 느낌이었어요. 제발 받아줘요.”
귀한 옷이었고, 받는 것도 영광이었지만 내가 한복을 입을 일은 잘 없을 것 같았다.
“마리아, 호텔 리모델링 후에 도산 안창호 선생님을 기리고, 한국인들의 멕시코 이민 역사의 기록도 호텔 한 부분에 기록할 거잖아요.”
마리아 카브레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이 한복도 같이 전시하면 어떨까요? 한국의 전통 복식으로 소개도 하고, 마리아가 결혼할 때 입었던 사진이랑 제가 입었던 날의 사진이랑 같이 전시도 하면서요.”
마리아 카브레라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전 대표의 의견이 더 좋네요. 멕시코에서 한복 구하기도 힘들고… 전 대표가 입었던 한복을 전시하는 게 더 의미 있을 것 같네요.”
“그럼, 그래 주세요, 마리아.”
“전 대표는 젊은 사람이 참 생각이 깊어요. 전 대표, 미국 가서도 몸조심하고요. 너무 일만 하지 말고요. 식사 꼭 제때하고, 술은 많이 마시지 말고요. 알았죠?”
“네, 마리아.”
마리아 카브레라는 마지막 순간까지 진짜 할머니처럼 나를 챙겨줬다.
* * *
– 전성국 대표, 멕시코와 한국 그리고 미국의 가교가 되다.
– 대한민국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입은 전성국 대표의 자태에 모두 넋을 잃다.
다음 날, 멕시코를 비롯해 세계 각종 언론에서 내가 마리아 카브레라가 준 한복을 입은 사진이 대서특필됐다.
한복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모두들 입을 모아 한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내가 예상한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 삼전 후계자, 전태국 대표 판초 입고 데낄라 원샷!
– 외교는 이렇게 하는 것! 판초 전태국!
전태국의 이름 앞에는 판초가 마치 호처럼 붙어서 각종 뉴스를 도배했다.
판초를 입고 우스꽝스럽게 등장한 전태국은 일종의 밈이 되어 인터넷을 장악했다.
이정도면 확실히 전태국의 고유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
“성국아, 멕시코에서까지 내 흑역사가 남은 느낌이야.”
“흑역사가 아니라, 이제 사람들이 형을 친근하게 생각하게 될 거예요.”
“과연 그럴까….”
[서당 개, 앞으로 그렇게 될 거야. 청문회도 좀 나가야 할 거고….]앞으로 대한민국의 몇 년은 한 번도 겪지 못한 일들이 연이어 생길 것이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하기까지는 한 시간 정도가 남았고, 이제 다시 일하기 위해 잠시 충전할 시간이었다.
* * *
공항에 내리자마자 나와 마크 그리고 전태국은 경호를 받으면서 준비된 차로 따로 이동했다.
이미 도착해 있던 넷플렉스 다큐팀과 감독이 나를 반겼다.
“대표님, 멕시코 일정에 같이 못 가서 너무 아쉽습니다. 이제 돈지오도 인수하셨으니, 종종 가실 거죠?”
“그래야죠.”
돈지오 인수는 비밀리에 추진해야 하는 일이어서 넷플렉스 팀이 붙을 수가 없었다.
“대표님, 돈지오 인수에 대해서 여러 가지 비하인드가 풀리고 있던데, 들어보셨어요?”
“어떤 건가요?”
“사실은 잭 더치가 돈지오를 인수하려고 해서 대표님이 가로챈 거다. 뭐, 이런 루머던데요. 잭 더치가 짹짹이를 팔려고 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돈지오를 눈독 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루머가 아니고 사실이었다.
하지만 진실을 밝히기에는 아직 타이밍이 아니었다.
“그런 루머야 하루가 멀다 하고 생산되는 건데요, 뭐.”
“참, 데니스 샤젤 감독의 차기작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데요. 이번에도 그 영화 제작을 맡으시는 거죠?”
“네. 이제 곧 촬영에 들어갈 거예요.”
멕시코에 있는 동안 데니스가 곧 영화 촬영이 시작될 것이라고 연락을 해왔다.
“아마 이번 주말쯤 저희 집에 올 것 같아요. 그때 데니스와 영화 이야기하는 거 촬영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멋지네요.”
다큐 감독은 원하는 소스를 얻었고, 나는 준비된 차에 올라탔다.
* * *
“대표님, 미국에 온 게 실감이 나네요.”
차에 오르자마자 데니얼이 얼빠진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오자마자 다큐팀이 붙다니….”
“넷플렉스 다큐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죠.”
2017년 넷플렉스 다큐에 나에 대한 영화가 나올 예정이었다. 그전까지는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참, 대표님. 핸드폰 좀 확인해보세요. 일론 머스트가 대표님이랑 통화 안 된다고, 저한테까지 연락 왔습니다.”
무슨 일이지?
나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미국 땅에 내린 그 순간부터 자그마치 부재중 통화가 열 통이 와 있었다.
나는 얼른 일론 머스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 성국! 왜 이렇게 통화하기가 힘든 거야?
“일론, 저 방금 미국에 돌아왔어요.”
– 자네, 멕시코 공항에서 목격했다는 짹짹이가 수백 개야. 그거 보고 나도 시간 맞춰서 연락한 거라고.
일론은 나름 치밀한 구석이 있었다.
“일론,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 아, 그게… 성국, 나 주말에 자네 집으로 피신 좀 가면 안 될까?
“피신이요?”
일론이 피신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보니 짚이는 게 몇 개 있었다.
– 아, 그게… 내가 할리우드 여배우랑 잠깐 사귀었는데. 그 여배우가 결혼 전에 잠깐 만났는데. 근데 그 여배우가 남편이랑 불화가 생긴 모양인데, 그게 나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졌어.
역시 여자 문제였다.
[급하긴 급한가 보네. 말도 횡설수설인 걸 보니.]– 요즘 우리 집 근처에 파파라치가 장난 아니라서. 자네밖에 생각나는 사람이 없더라고.
“정말 그 여자랑은 끝난 거죠?”
– 물론이지!
“알았어요. 우리 집으로 피신 오세요.”
– 성국, 사실은 이미 공항이야.
역시 일을 벌이고 보는 일론 머스트다웠다.
나는 얼른 지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론 머스트에 데니스까지.
아무래도 지희가 집에 있기에는 공해와 같은 환경이었다.
– 큰오빠, 갑자기 왜 전화야? 오늘 오는 거 아니야?
“지금 가는 중인데, 어서 짐 싸서 미진이네 집으로 가. 가서 내가 돌아오라고 전화할 때까지 신세 좀 지고 있어.”
– 갑자기 왜?
“우선 일론 머스트가 오고 있고, 주말에는 데니스가 올 거거든. 두 사람 모두 같이 있어봤자, 너한테 좋을 게 없는 사람들이니까 미진이네 가 있어.”
– 방 부족하단 말을 그렇게 하는 거야?
지희는 뾰족하게 물었다.
하지만 이건 진심으로 지희를 위하는 오빠의 심정에서 나온 말이었다.
일론 머스트와 데니스 샤젤.
두 사람 모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천재들이었지만, 단 한 가지 약점이 있었다.
바로 여자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늑대들 사이에 지희를 둘 순 없었다.
“어쨌든 두 사람이 올 테니까, 미진이네 가 있어. 미진이한테는 내가 연락해둘게.”
– 지금 미진이 언니도 같이 있어. 짐 싸서 가 있을게.
나는 전화를 끊고 겨우 한숨을 돌렸다.
“대표님, 이번 주말도 정신없이 바쁘시겠습니다.”
“그러게요. 벌써부터 걱정이 되네요….”
* * *
일론 머스트는 신기한 눈으로 집을 훑었다.
사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원래 일론 머스트의 집이었다.
“성국, 인테리어가 아주 멋진데. 젊은 감각이 더해졌다고 할까…. 모던하고, 조금은 차갑고… 자네처럼.”
이미 일론의 손에는 위스키가 들려 있었다.
“난 게스트룸을 쓰면 되나?”
“그러세요. 참, 내일 데니스도 올 예정이에요.”
“데니스한테 나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생각 없는지 물어봐야지.”
참, 사람은 변하지 않는 존재였다.
일론의 자기애는 여전했다.
“그리고 일론… 넷플렉스에서 현재 저에 대한 다큐를 제작 중이거든요. 아마 데니스 차기작 때문에 와서 촬영할 거예요.”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한 건 아니지?”
“다행히 일론한테 전화 걸기 전에 정해진 일이에요.”
“아무래도 난 마크네나 가서 애들이나 봐야겠어.”
일론은 위스키를 쭉 들이켰다.
그리고 나는 진짜 이번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었다.
저번 생에서도 일론과 이 여배우의 이야기는 본 적이 있었다.
유명 남자 배우과 결혼한 여배우가 결혼 생활 중에도 일론과 관계를 유지했다는 내용이 두 사람의 이혼 소송 중에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 일론도, 이 여배우도 두 사람의 관계는 여배우가 결혼하기 전부터 끝났다며 이슈를 부인했었다.
“일론, 우리 집에 머무는 대가로… 제가 질문을 해도 될까요?”
“뭐든.”
“대신 진실만을 말해줘야 해요.”
“흠… 아무래도 이번 일에 대한 것 같은데….”
“맞아요, 일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론, 그 여자 배우가 결혼한 후에도 만난 게 맞죠?”
“그게….”
“일론,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우리 집에서 못 재워줘요.”
내 말에 일론은 쓴웃음을 지었다.
“성국, 사실은 맞아. 맞는데… 그 여자 배우랑 그 남자 배우랑은 결혼하자마자 최악의 상황이었어. 서로 으르렁거리고. 그 여자 배우는 울면서 나한테 전화하고. 위로해주다 보니… 자네도 이제 다 커서 알지 않나. 남녀 관계라는 게, 이상하게 꼬일 때가 있는 거….”
“그 여배우가 결혼한 상황에서 만난 거네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교통사고 같은 일이야. 내가 전혀 예측할 수 없이 진행된 일이라니까….”
일론은 역시 여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문제가 많았다.
“일론, 알았어요. 그리고 진실을 말해줘서 고마워요.”
“여기서 쫓겨나면 갈 곳도 없다고.”
“주변의 많은 여자들은 어쩌고요?”
“성국, 나도 가끔은 여자가 필요 없을 때도 있어.”
일론 머스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위스키를 마셨다.
* * *
다음 날, 데니스가 집에 오자마자 일론은 쉼 없이 수다를 떨었다.
“데니스, 우주인 이야기 한번 해보는 거 어때?”
“우주인이요?”
데니스는 음악과 영화를 좋아할 뿐, 우주 같은 과학 분야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내가 최근에 닐 암스트롱의 전기를 읽었거든. 그게 정말 끝내줘.”
일론은 스페이스Z의 창업자였다. 그런 그에게 닐 암스트롱은 영웅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일론이 참 잘하는 게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사람을 설득하는 기술.
“닐 암스트롱이란 사람이 달에 도착한 최초의 사람이잖아. 최초라는 의미가 주는 느낌을 나는 영화를 통해서 관객들도 알았으면 좋겠거든.”
데니스는 일론의 말에 조금씩 설득당하고 있었다.
“일론, 그 전기 저도 읽어봐야겠네요.”
그리고 나는 정확히 선을 그었다.
“데니스, 난 아무래도 그 영화에는 관심이 안 가는데?”
데니스는 천재 감독이었고, LA를 배경으로 하는 이번 영화까지는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조금 처참한 성적을 거둔다.
“성국, 이건 진짜 된다니까! 날 믿어봐.”
일론은 흥분해서 이야기를 계속했고, 데니스는 이미 그쪽으로 마음이 기운 상태였다.
그리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데니스, 친구지만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이제 데니스는 내가 아니어도 밀어줄 인맥들이 무궁무진했다.
그리고 이 역사적인 장면을 넥플렉스의 다큐팀이 담고 있었다.
데니스 샤젤의 다음 영화가 될 우주비행사의 이야기에 시작이 사실은 일론 머스트였다는 것을.
그리고 적절하게 손절하는 나까지.
아마 이 다큐를 볼 때쯤 사람들은 내 선택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