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20)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20화(520/576)
제520화
“성국, 여기 위스키 더 없어?”
“두 사람은 이야기 계속 나누세요. 전 준비할 테니까요.”
일론은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데니스, 이건 너무 멋지지 않아. 지구인으로서 처음으로 우주에서 지구를 본 사람이잖아.”
나는 조용히 위스키를 대령했다.
그리고 데니스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더 들었다.
데니스는 이미 일론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성국, 너 정말 이 이야기에 관심 없어?”
“데니스, 넌 이제 <드림랜드>로 세계적인 감독이 될 거야. 다음 영화는 다른 제작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공평한 거지.”
나는 애써 한 발을 뺐다.
일론 머스트는 빙긋 웃었다.
“데니스, 만약 닐 암스트롱에 대한 영화를 진짜 만들게 된다면. 내가 전폭적으로 지원할게. 우리 회사 있잖아. 스페이스Z!”
이 말에 데니스는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LA로 돌아가는 대로 한번 추진해볼게요.”
나는 이 장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다큐 감독에게 가서 조용히 속삭였다.
“아무래도 이 프로젝트는 망할 것 같단 말이에요.”
“왜요, 전 대표님?”
“그냥 제 직감이 그래요.”
내가 이렇게 슬쩍 흘리듯 말하면, 아마 감독은 이 장면을 삭제하지 않고 내보낼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내 직감이 맞는지 틀리는지 궁금해하면서 데니스의 세 번째 작품을 기다릴 것이다.
이때, 데니스가 나를 불렀다.
“성국아, 우리 이야기도 좀 해야지.”
“이제야 <드림랜드> 이야기야?”
“미안. 닐 암스트롱 이야기에 푹 빠져서.”
데니스는 멋쩍게 웃었다.
[봐주지. 나의 선견지명이 얼마나 대단한지 사람들에게 알릴 일이니까.]* * *
데니스는 촬영을 앞두고 아직도 <드림랜드>의 엔딩을 두고 고민 중이었다.
많은 감독들이 엔딩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찍으면서 바꾸는 경우도 있고, 여러 개를 찍어두고 선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론도 위스키를 홀짝이면서 우리 옆에 있었다.
“참, 이 이야기는 절대 비밀입니다.”
데니스는 주의를 줬다.
“데니스, 난 내 일밖에 관심 없는 사람이야.”
일론은 건성으로 대답하는 듯했지만, 이건 사실이었다.
세상에 일론만큼 자기밖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어떨 때 일론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꼭 벽을 보고 대화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물론 넷플렉스의 다큐팀은 우리의 이 회의 장면도 모두 찍고 있었다. 하지만 넥플렉스의 내 다큐는 <드림랜드> 개봉 이후가 될 터였다.
이때, 다큐 감독이 잠시 끼어들었다.
“성국, <드림랜드>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좀 알려주시겠어요? 저번에 데니스 인터뷰 보니까 <채찍>과 <드림랜드> 모두 성국과 하버드 기숙사에서 이야기하다가 탄생한 이야기라고 하던데요.”
“맞아요. 제가 감독은 되고 싶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를 때 성국이 여러모로 아이디어도 줬어요. 성국에게 같이 시나리오를 쓰자고까지 했다니까요.”
“성국의 대답은요?”
“보시다시피 거절이죠. 성국은 그때 제 영화를 제작하고 싶단 이야기만 했거든요.”
“자신보다 한참 어린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 뭐라고 생각했어요, 데니스?”
“또라이거나 천재거나. 그렇게 생각했죠. 지금 보니, 천재가 맞았고요. 물론 대단한 또라이기도 합니다.”
“지금 여긴 또라이 세 명이나 있는 거야?”
일론의 말에 우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잠시 <드림랜드>의 시작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는 데니스의 고민으로 넘어갔다.
“난, 솔직히 모든 영화나 드라마들이 해피엔딩인 게 이해가 안 돼. 특히 거대 자본이 들어가면 다들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잖아.”
“데니스, 예외도 있잖아. 남자 주인공이 죽는 그 <타이타닉의 비극> 같은 영화.”
“성국, 그렇지!”
데니스는 좋은 예를 찾았다는 듯이 박수를 쳤다.
“나는 사실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거든. 꿈을 좇아서 만난 아무것도 없는 젊은이들이 사랑에 빠져. 자신들이 정말 재능이 있는지 고민하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또 실패하면서 자존감이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태에서. 이들은 무명 시절 서로에게 의지가 되지만, 점점 꿈이 실현되면서 서로의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하는 거지.”
데니스는 <드림랜드>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그렇잖아. 일과 사랑이 같이 가긴 항상 어려운 일이잖아. 일을 위해서는 어느 순간, 사랑을 포기해야 할 때가 있고. 내가 원한 건 A인데, 상대가 원한 건 B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하잖아.”
“데니스, 난 우선 사랑이 영원하다는 것을 믿지 않아.”
이 순간에 일론이 끼어들었다.
나는 잠시 놀랐다.
일론이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은 정말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일론, 그렇죠? 사랑은 영원하지 않아요. 순간이잖아요.”
“데니스, 난 현실적인 결말을 원해. 아니, 나라면 그럴 것 같아. 아무리 사랑이 중요해도, 내 꿈도 중요하다고. 난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
[일론, 간만에 좋은 말 하는데.]어쩌면 지금 일론은 자신의 변호를 원하는지 몰랐다.
수많은 여자들과 만나고 바람피우고 그런 자신을.
“성국, 너는 어때? 네가 제작자잖아.”
데니스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다.
해피엔딩이 아닌 엔딩은 모두가 기피하기에, <드림랜드>의 제작자인 나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의 끝을 알고, 그리고 데니스를 그만큼 믿었다.
“데니스, 난 이 영화를 너와 함께 시작한 사람이야.”
데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채찍>도 그렇지만, 난 제작자로서 너를 전적으로 신뢰해.”
그 말에 데니스는 살짝 감동 먹은 얼굴이었다.
[데니스, 너무 감동 먹지 마. 돈 벌어다 준 영화의 감독은 당연히 신뢰해야지.]“성국, 고마워.”
“고마울 건 없어. 너는 지금까지 너를 계속해서 증명해왔잖아. 나는 <드림랜드>에서도 네가 원하는 엔딩을 했으면 좋겠어. 아마 할리우드의 모든 사람들이 해피엔딩을 원할 거야.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뮤지컬 영화에서 새드엔딩이라니! 이러면서 너를 몰아갈 거야. 하지만 난 네가 말한 어떤 엔딩이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
“성국.”
데니스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데니스가 직면했던 수많은 위기를 이미 알 것 같았다.
스태프들조차 데니스가 쓴 엔딩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을 것이다.
어쩌면 모두가 원하는 엔딩은 분명히 해피엔딩일지도 모른다.
“데니스, 네가 원하는 엔딩을 쓰려면 하나는 기억해둬야 할 거야.”
“그게 뭔데?”
“그 엔딩이 영원히 기억에 남을 수 있게, 그 전까지의 이야기가 모두 설득력이 있어야 한단 말이지.”
“네 말은 그 엔딩에 배신감이 느껴지지 않게, 앞의 이야기가 탄탄해야 한다는 말이지?”
“응. 엔딩을 위한 엔딩이 아니라, 그 영화를 보고 나서는 사람들이 모두 이해하는 엔딩이어야 한다는 말이야. 데니스, 자신 있어?”
데니스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곤 위스키를 한 모금 마셨다.
“성국, 자신 있어.”
“그럼, 네 뜻대로 밀고 나가. 누가 뭐라고 하면 말해. 내가 다 막아줄게.”
데니스는 감동 먹은 얼굴로 나를 꼭 껴안았다.
[데니스, 이 영화의 엔딩은 꼭 이거여야 한다고. 해피엔딩이라니 말도 안 돼!]일론이 끼어들었다.
“성국, 카메라 있다고 너무 멋있는 척하는 거 아니냐?”
[난 멋있는 척한 거 아니고, 진짜 멋있는 건데. 일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 * *
다큐팀도 모두 돌아가고, 데니스와 일론만이 남았다.
이때, 데니스가 나를 심각한 얼굴로 쳐다봤다.
“성국, 스티븐 스필버스 감독이랑 요즘 연락해 봤어?”
“요즘 돈지오 인수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갑자기 왜?”
“스티븐 스필버스가 너를 모티브로 영화 만들잖아.”
“어, 알지. 나도 많이 도와줬어.”
스티븐 스필버스가 제작을 맡고, 감독과 각본가가 이미 붙은 상태였다.
“근데, 시나리오 초고가 나왔는데. 좀 이상한 이야기가 돌아서.”
“어떻게?”
“네가 좀 악역처럼 그려지나 봐.”
“악역?”
“네가 그러니까. 동양에서 온 천재가 어떻게 사람들을 조종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지. 뭐, 그런 이야기인 것 같아.”
[맞는 이야기인데?]나는 데니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사람들이 그래서 이거 인종차별 아니냐. 뭐, 이런 이야기가 도는 것 같아.”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분명히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대중 매체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 중 하나였다.
“이유는?”
“만약 백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소년이 이렇게 성장했다고 해도 이렇게 다룰까.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나 봐.”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스티븐 스필버스에 대해서 다 안다고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어떤 요소가 흥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나는 스티븐이라면 아마 백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도 지금처럼 다룰 것 같은데.”
사실 저번 생에서 ‘페이스 노트’ 창업자를 다룬 영화에서 그랬다.
백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천재.
하지만 의사소통에 서툴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오랜 친구도 저버리는 인물.
최연소 억만장자가 됐지만, 세상에 고립당하는 그런 인물이었다.
“데니스, 스티븐에게 연락해보겠지만, 난 스티븐이 나를 연쇄살인마 정도로만 다루지 않는다면 어떤 시각이든 괜찮다고 봐.”
“성국은 역시 대인배야.”
일론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나라면 당장 명예훼손 같은 걸로 걸 거야.”
“일론, 찰리 잡스에 대해서도 다양한 영화들이 나오잖아요. 찰리의 천재적이고 광적인 면도 있지만, 그런 그의 면모 뒤에 고뇌도 있고요. 그가 왜 그렇게 됐을까, 우리는 수많은 해석을 하고 알고 싶어 하잖아요. 저는 사람들이 저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해석하는 거 상관없어요. 악역이라고 해도, 아마 저에게는 그런 부분도 있을 테니까요.”
“멋진데. 성국, 이런 이야기는 아까 다큐팀 있을 때 했어야 했는데.”
일론이 응수했다.
[내 말이.]나도 조금은 아쉬웠다.
조금 더 대인배처럼 보일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보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데니스는 희미하게 웃었다.
“성국, 정말 넌 대단해. 난 내 영화에 달린 악플 하나만 봐도 바들바들 떨리는데, 넌 각종 SNS에 노출되고 악플이든 선플이든 언제나 이슈를 만들고 다니잖아. 그런데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심지어 너에 대한 영화에 대해서 어떻게 다루든 상관없단 그 태도까지.”
[데니스, 이게 인생 2회차의 여유야.]이때, 핸드폰을 보고 있던 일론이 벌떡 일어났다.
“성국, 비서에게 연락이 왔는데. 아무래도 파파라치가 여기까지 쫓아온 것 같아. 나, 내일 거처를 또 옮겨야 할 것 같은데. 어디로 가지?”
“일론, 그냥 이 기회에 괜찮은 여자를 만나는 게 어때요?”
“흠. 사실은 말이야. 이미 만나고는 있는데.”
일론의 여자관계는 정말 내 생각을 언제나 뛰어넘었다.
“그 여자가 임신을 했거든.”
나와 데니스는 동시에 놀라서 일론을 쳐다봤다.
“일론! 여자친구가 임신한 사이에 그 여자 배우를 만난 거예요?”
“우리가 결혼한 사이도 아니잖아!”
나는 그 순간 일론에게 해야 할 제안이 하나 떠올랐다.
“일론, 숨는 것보다는 다음 주 주말에 여기서 파티를 열면 어떨까요?”
“파티?”
“당신과 새 여자친구의 결혼식이요.”
“당신이 여기 와있는 이유도 설명될 것이고, 그 여자친구와 결혼을 공표하면 아마 그 여배우와의 스캔들도 잠시 잠잠해질 거잖아요.”
“이슈를 이슈로 덮자는 말이구나?”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론. 한 10년 후쯤에요. 일론에 대한 영화를 제가 제작하고 싶은데, 어때요?”
“성국, 자네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도 없는데. 그 영화 심히 걱정되는데?”
“감독은 데니스가 할 거예요.”
아마 10년 후쯤이면 데니스도 삽질 좀 하다가 정신 차릴 것 같았다.
일론은 턱을 매만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 두 사람이 내 영화를 만든다면, 그건 믿고 봐도 될 것 같아.”
“일론, 내일 계약서 작성하죠! 대신, 이번 결혼식은 내가 모든 것을 다 책임질게요. 이게 영화의 계약금입니다!”
일론은 환하게 미소 지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네. 성국, 고마워!”
[하아, 드디어 일론까지 장가보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