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22)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22화(522/576)
제522화
일론은 그대로 그레이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이 닫혔다.
“일론, 저러고 들어가면 어떡해?”
놀란 우리는 얼른 일론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론, 잘된 거예요?”
– 봤잖아. 하하하.
일론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 그레이가 내가 선물한 반지를 받았어. 성국, 데니스… 그리고 삼전의 후계자 전태국! 모두 고마워. 난 오늘 밤, 여기서 보낼 것 같아.
“일론,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아까 뭐라고 하면서 그레이에게 청혼한 거예요?”
나는 진심으로 궁금했다.
짹짹이로 청혼을 한 일론에게 가운뎃손가락 이모티콘을 보낸 그레이가 마음을 바꾼 그 한 마디.
– 뭐, 별거 아닌 말이긴 했는데…. 내가 쏘아 올린 우주선의 첫 승객이 당신과 우리의 아이가 될 거라고 했어.
확실히 일론은 승부사였다.
“멋지네요, 일론. 그 마음 변치 말기를 바랄게요.”
– 참, 나는 결혼식 전까지 여기서 지낼 것 같은데… 자네들은 어디서 지낼 거야?
그 순간 우리는 모두 데니스를 쳐다봤다.
“데니스의 집이요. 데니스도 이제 성공한 영화감독이잖아요.”
* * *
데니스는 분명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룬 영화감독이었다.
<채찍>은 제작비의 12배가 넘는 수익을 냈고, 영화감독에게 돌아간 몫도 상당했다.
그런데 데니스의 집은 LA의 작은 투룸이었다.
[이걸 알뜰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물론 LA의 안전한 동네에 있는 투룸도 월세가 장난 아니게 비싸긴 하지만 여전히 데니스는 제대로 된 가구도 없이 살고 있었다.
“데니스, 방이 두 개밖에 없다고 말을 했어야지.”
제일 먼저 투정을 부린 것은 전태국이었다.
“성국이 집이 좋긴 하지만… 우리 나이에 이 정도 집에서 사는 사람도 흔치 않아. 다들 스튜디오에서 산다고. 그리고 방에는 더블베드가 있고, 이 소파는 펴면 침대가 되는 거야. 소파 베드에서 두 명은 충분히 잘 수 있어. 이불은 좀 더 있으니까, 한 명은 다른 방 바닥에서 자도 되고….”
전태국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호텔 예약할 걸… 난 일론이 뻥 차이고, 우리는 일론을 위로하면서 밤새 클럽에서 술 마실 줄 알았지.”
“형, 그냥 여기서 자죠. 형, 이런 경험 많지 않잖아요.”
“성국아, 너도 별로 없잖아.”
“형, 전 하버드에서 데니스랑 기숙사에서 살았단 말이죠. 그전에는 마크랑도 살고요.”
이때, 데니스가 빙긋 웃으면서.
“우리 오늘 기숙사 분위기 좀 내볼까?”
그러더니 냉장고에서 맥주를 잔뜩 꺼내왔다.
“데니스, 촬영 전에 이래도 되는 거야?”
“촬영 시작하면 이럴 수 없으니까… 일론 결혼식 전까지만, 봐주세요. 제작자님.”
데니스는 맥주를 따서 건넸다.
오늘 같은 날 맥주라면 사양할 수 없었다.
일론이 드디어 세 번째 결혼을 하게 됐고, 나는 업을 하나 던 것 같아서 어느 때보다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성국아, 근데… 너, 정말 연애 안 할 거야?”
데니스가 조심스레 물었다.
보통 이런 말을 먼저 꺼내는 경우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였다.
“데니스, 만나는 여자 있구나?”
내 말에 데니스가 배시시 웃더니 실토했다.
“사실은 영화 작업하면서 만났어.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일론이 저렇게 큰 사고를 치는 바람에 틈이 없었네.”
“누군데?”
“현장을 맡아주는 PD 중에 한 명이야.”
“일하면서 연애도 한 거야, 데니스? 대단한데!”
전태국의 두 눈에는 부러움이 가득했다.
나는 데니스의 맥주병에 내 병을 부딪쳤다.
“데니스, 이번에는 영화도 성공하고 사랑도 성공하길 바라.”
그 말에 데니스는 멋쩍게 웃었다.
일론도 결혼하고, 데니스도 사랑에 빠졌다. 물론 마크는 이미 두 아이의 아버지였다.
한 명씩 한 명씩, 서로의 짝을 찾고,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도 점점 나이를 먹고 있단 거겠지?]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맥주를 마저 마셨다.
이제 유부남이 된 일론과 사랑에 빠진 데니스.
어쩌면 이렇게 편하게 데니스의 좁은 집에서 맥주를 마실 날도 앞으로는 많지 않을지도 몰랐다.
* * *
전재형 회장은 기사에 난 일론 머스트의 파파라치 사진을 보고 있었다.
양 비서가 곁에서 친절하게 설명을 곁들였다.
“회장님, 원래 일론 머스트는 아플폰을 쓰는데, 전태국 도련님이 청혼을 도와주는 조건으로 삼전폰으로 바꿨다고 합니다. 파파라치들도 미리 포섭한 파파라치들이라 핸드폰 사진을 잘 찍었고요.”
“내 생각에는 태국이의 생각이 아니라, 성국이의 생각 같은데?”
“일정 부분은 그렇습니다. 그래도 도련님이 결단을 내려서 일이 진행됐고, 오늘 각종 언론에서 일론 머스트가 쓰는 삼전폰에 대해서 기사를 썼습니다.”
전재형 회장은 기사들을 확인했다.
– 세계적인 부호 일론 머스트가 쓰는 삼전폰. 가격은 814달러.
– 일론 머스트가 청혼하기 위해 삼전폰으로 피앙세인 그레이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양 비서가 전재형 회장의 심기를 조심스레 살폈다.
“회장님, 도련님에게 전화 한 통 해주시죠. 칭찬도 해주시고요.”
“흠… 그보다는… 이제 태국이가 돌아올 때가 된 것 같은데.”
그 말에 양 비서의 눈이 번쩍 뜨였다.
e삼전이 망하면서 도망가듯 떠난 미국이었다. 그런데 다시 돌아오라는 것은.
“대표님,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도련님을 후계 구도에 올리시는 겁니까?”
“그동안 물밑 작업해둔 것들도 대충 정리됐고. 태국이도 제 몫은 하는 거니까. 이 기사에 연이어서 이런 내용도 하나 국내 언론에 내보내지.”
“말씀만 하십시오.”
“일론 머스트의 삼전폰 사용은 전태국 부회장의 노력 덕분.”
부회장이라는 말에 양 비서는 다시 한번 전재형 회장을 쳐다봤다.
“회장님….”
“이제 부회장 자리 맡아야지. 그럴 때가 됐고. 미국에 연락해서 귀국 일정 잡게.”
“네, 대표님!”
양 비서는 바로 회장실을 나섰다.
이제 드디어 삼전에 전태국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 * *
방문을 열고 나가자, 전태국이 부스스한 얼굴로 창가에 서 있었다.
“형, 벌써 일어났어요?”
“어… 한국에서 전화가 와서….”
어젯밤, 우리는 밤새도록 맥주를 마시며 데니스의 연애 이야기를 시작으로 인생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들을 이야기하느라 새벽에야 겨우 잠들었다.
그런데 전태국이 아침 일찍 저러고 있는 것 보면 한국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모양이었다.
“형, 한국에 무슨 일 있어요?”
“그게… 아버지가 이제 슬슬 한국으로 들어오래. 그리고 나보고… 삼전의 부회장 자리를 맡으래.”
전태국은 믿어지지 않는 얼굴이었다.
나는 턱을 매만졌다.
삼전도 드디어 전태국의 시대를 열 모양이었다.
“형, 드디어 정식으로 삼전의 후계 구도에 오른 거네요.”
“그렇긴 한데… 믿겨지지가 않아.”
“형, 지금처럼만 해요.”
“지금처럼?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전태국의 목소리가 조금은 울적했다.
아무래도 왕관의 무게가 아직 전태국에게는 버거운 모양이었다.
“형이 한 게 왜 아무것도 없어요? 미국에 있었지만, 멕시코 공장도 방문하고 국위선양도 하고. 그리고 판초도 입으면서 캐릭터도 만들었잖아요. 거기다 일론의 손에 삼전폰에 들려주고요. 형이 한 일은 삼전이 매년 수백억을 쏟아붓는 광고보다 더 큰 일이라고요.”
“근데… 그거 다… 네가 만들어준 거잖아.”
전태국은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서당 개, 알고 있었어?]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맞는 말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전태국에게는 응원이 좀 필요할 것 같았다.
“형, 전재형 회장님이 형한테 그러셨다면서요. 넌 능력이 부족하니, 사람을 골라 쓸 수 있는 법만 배우라고요. 또… 스스로 뭘 하려고 하지 말고, 좋은 의견을 들어서 네 것처럼 하라고요.”
“그랬지….”
전태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 제 의견을 따른 게 아니라. 제 의견이 좋아서 골라 들은 거예요. 그 말은, 형이 이제는 좋은 의견과 아닌 것. 좋은 사람과 아닌 사람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단 말이고요. 그리고 그 정도면 삼전의 부회장 자리에 올라도 된단 의미고요.”
“성국아….”
평소와 달리 묵직한 목소리로 전태국이 나를 불렀다.
“네, 형. 말하세요.”
“성국아, 고마워. 이 말은 해야 할 것 같아서. 내가 여기까지 온 건, 다 네 덕분인 것 같아.”
물론 내가 서당 개를 삼전의 부회장 자리에 올리기 위해서 부단히 애쓴 것은 맞았다.
그래도 서당 개가 내 노력을 이렇게 잘 알아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형, 축하해요. 드디어 삼전의 부회장이 되신 거요.”
뒤늦게 방문을 열고 나온 데니스가 우리를 보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둘이 아침부터 싸웠어?”
그 말에 나와 전태국은 미소를 지었다.
그만큼 오늘 아침의 전화 한 통은 전태국 인생을 바꾸는 것이었다.
오늘을 기점으로 세상에 전태국이 삼전이 후계자라는 사실을 못 박는 동시에, 이제부터는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들 열에 한 명은 어떻게든 삼전과 관련된 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전태국의 손에 이제 그들의 생계가 달려있다.
[서당 개, 드디어 왕좌에 가까워진 거. 축하해!]* * *
일론은 아침부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턱시도를 입고 땀을 비 오듯 흘리는 통에 벌써 두 번째 셔츠를 갈아입고 있었다.
“일론, 세 번째 결혼인데. 그래도 긴장돼요?”
“물론이지. 결혼을 한 때마다 긴장돼. 다시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일론, 결혼 가지고 농담하지 마요.”
[네 번은 제발 오지 않길 바라, 일론.““미안.”
일론은 멋쩍은 얼굴을 하더니, 얼른 셔츠를 갈아입고 샴페인을 한 모금 마셨다.
“이제 좀 진정되네.”
그리고는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성국, 신랑 들러리가 너무 멋있어서 시선을 모두 빼앗기겠는데?”
“일론, 나랑 다니면 항상 있던 일인데요. 새삼스럽게 뭘 그래요?”
“결혼식 날만큼은 나도 주인공이고 싶다고. 들러리 중에서 제일 멀리 서주길 바라.”
“노력해볼게요.”
그리곤 우리는 결혼식이 열리는 정원으로 나갔다.
초대된 사람들은 몇 없었다.
둘 다 조용히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스페이스Z가 있었던 마셜 제도로 떠날 예정이었다.
일론 머스트는 살짝 긴장한 얼굴로 섰다.
사회를 보는 마크가 신랑 입장을 알리자 일론 머스크는 큰 보폭으로 정원을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흰색이 아닌 본인의 이름과 같은 그레이 색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레이에게 다가갔다.
평범한 결혼식과는 다른 형식이었다.
일론 머스트와 그레이는 성혼선언문을 낭독했고, 곧 정식으로 결혼반지를 주고받았다.
마지막으로는 달달한 키스까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너튜브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내가 일론 머스트의 결혼식을 열어주는 조건으로 일론의 전기 영화도 만들 것이지만, 그건 10년 후의 일이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너튜브의 조회 수였다.
나는 팔짱을 낀 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때, 데니얼이 내게 다가왔다.
“대표님, 한국에서 전화가 왔는데요.”
“누구요?”
“효진 그룹의 비서팀이랍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나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전성국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안녕하세요, 효진 그룹 구수영 명예 회장님 비서 김인중입니다. 다름 아니라, 구수영 회장님이 건강이 좀 안 좋으셔서요. 대표님을 찾고 계십니다.
구수영 회장의 나이도 칠순을 넘은 지 몇 해가 지났다.
그 나이에는 어떤 위험이든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드디어 효진 그룹에도 후계 구도 문제로 바람이 불 것 같았다.
“네, 바로 일정 잡겠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행복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일론과 그레이에게 박수를 보냈다.
누군가의 인생이 새로운 챕터에 들어선 순간, 누군가는 자신의 마지막 챕터를 살아가는 거. 그게 바로 인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