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27)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27화(527/576)
제527화
아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성국아, 사람들이 그러더라. 네가 찍는 건 뭐든 다 되는 거라고. 네가 무조건 하라고 하니, 아빠가 든든하네.”
[아빠, 사실은 말이야. 난 미래를 안다고… 물론 저번 생에서 죽기 바로 직전까지지만.]나는 아빠의 빈 잔에 소주를 채웠다.
“아빠, 사람들은 항상 좋은 것만 봐서 그래…. 근데, 아빠… 보쌈 가게도 그렇고, 전다방도 그렇고. 배달 서비스 쪽을 좀 활성화시키는 게 어떨까?”
“배달을?”
아빠는 고개를 갸웃했다.
현재 <원아저씨 보쌈>의 경우에는 배달 업체에 따로 등록은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다.
배달에 신경쓰다 보면 매장 음식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아빠의 철학 때문이었다.
“글쎄… 아빠 생각에는 음식은 갓 했을 때가 가장 맛있잖아. 주방에서 바로 조리한 요리를 내놓는 게 아빠의 철학이라… 배달은 솔직히 생각해본 적이 없어. 전다방 같은 경우도 매장에서 식사한 고객들이 커피 한잔 편하게 마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구상한 거거든.”
“아빠 생각은 이해하는데. 앞으로는 배달이 더 중요해질 것 같아.”
이제 몇 년 후면 코로나가 세상을 지배하는 때가 온다.
몇 년 동안 사람들은 만남 자체도 할 수 없고, 식당에서 자유롭게 음식을 먹을 수도 없게 된다. 그 시간을 견디려면 배달은 필수였다.
“아빠 보쌈과 족발이 1인 가구를 겨냥해서 편의점에서 잘 팔렸잖아. 사람들이 이제는 직접 매장에 와서 먹기도 하지만, 배달시켜 먹는 일도 잦아질 거야. 이건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오는 것 같아.”
“흠… 우리 매장에도 배달 안 되냐는 연락이 많이 오긴 해.”
아빠는 소주를 쭉 들이켰다.
어떤 일이든 변화를 빨리 알고 받아들여야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살아남는 법이었다.
“그것도 한번 생각해보자.”
아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 시간 <원아저씨 보쌈>을 운영하면서, 아빠도 음식 장사라는 것이 열심히만 한다고 잘되는 게 아닌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참, 성국아. 수유 사장님 기억하지?”
“<원아저씨 보쌈> 수유 본점 사장님?”
“응.”
아빠와 우리 가족에게는 은인과도 같은 분이었다. 기억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다.
아빠가 잠실점을 낸 이후에 수유 사장님은 건강 문제로 사실상 가게를 접으셨다. 하지만 <원아저씨 보쌈>의 프랜차이즈화로 인해 일정 수익을 가져가셔서 생계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은 수유 사장님이 추천해준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있거든. 내가 전다방 같은 거 고민한다고 하니까, 수유 사장님이 요즘 잘 가는 곳인데, 장사가 안 되는 프랜차이즈가 하나 있다고 하시면서 알려주시더라고. 수유 사장님 보쌈 레시피 덕분에 아빠가 여기까지 온 거잖아. 수유 사장님 입맛은 믿어도 될 것 같아서.”
나도 수유 사장님 입맛은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아빠, 거기가 어딘데?”
“너, 시간 될 때 같이 가볼까?”
“한국에 들어온 김에 같이 가보면 좋을 것 같아.”
“서울에는 없고. 수유 사장님이 지금 계신 강원도 쪽에만 몇 개 있는 프랜차이즈래.”
“아빠, 당장 내일 가보자.”
“녀석 성격 급하긴.”
아빠는 빙긋 웃으면서 내 빈 잔에 소주를 따랐다.
* * *
늦은 밤, 구진성에게 메시지가 왔다.
술에 취해서 고개를 박은 구진성은 효진 그룹의 구수영 회장 담당 비서가 와서 챙겨서 집으로 갔다.
– 대표님, 구진성입니다. 낮에 제가 술에 취해서 결례를 범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에게 저지른 결례는 없었다.
머리를 박은 식탁에 결례를 저질렀을 뿐이지.
그러곤 연이어 메시지가 도착했다.
– 대표님, 내일부터 대표님이랑 같이 움직여도 될까요?
“흠….”
나는 턱을 매만졌다.
전태국 서당 개가 사라졌으니, 구진성 서당 개를 이용해볼까?
효진 그룹 역시 대한민국에서는 이름만 대면 아는 기업이었다.
나는 곧 메시지를 보냈다.
– 내일 춘천에 갈 일이 있어서요. 아버지와 함께하는 개인적인 일인데, 괜찮으세요?
내 메시지를 보자마자 구진성이 답변이 왔다.
– 방해 안 된다면 같이 가겠습니다. 제가 아침에 대표님 모시러 가겠습니다.
나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 * *
아침 9시.
약속 시간에 구진성은 자신의 차를 가지고 지하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와 나 그리고 데니얼은 구진성의 차를 보자마자 낮은 한숨을 뱉었다.
구진성의 차는 10년은 족히 넘은 SUV였다.
[이거 혹시 콘셉트인가?]내가 아리송해하는 사이에 데니얼이 옆에서 종알거렸다.
“대표님, 구진성 씨요. 사실은 효진 그룹에서 버린 자식. 뭐, 그런 거 아닌가요?”
“그럴지도요….”
나를 발견한 구진성이 얼른 차에서 내려서 꾸벅 인사를 했다.
“대표님, 제 차로 모시겠습니다.”
“구진성 씨, 오늘 저희는 좀 멀리 가야 하는데. 차가 연식이 좀 돼 보이네요.”
“제가 스무 살에 면허 따자마자 첫 차로 산 거거든요. 그사이에 거의 미국에 있어서 많이는 안 탄 차입니다. 거의 새 차나 마찬가지예요.”
그 말인즉슨, 10여 년 동안 거의 세워둔 차란 말이었다.
아빠가 빙긋 웃으면서 나섰다.
“제 차 타고 가죠. 성국이가 미국 들어가면서 자기가 타던 차를 주고 가서 내가 타거든요. 10년 동안 거의 서 있던 차보다야, 자주 타던 차를 타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아, 그런가요…. 사실은 부모님께 말씀드리니까, 기사 딸려 보내주신다고 했는데… 대표님이 불편해하실까 봐 제가 거절했거든요.”
[구진성 씨, 그런 거절은 제발 넣어둬.]아무래도 전태국에게 며칠 보내서 교육시킨 후에 구진성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아빠는 내가 타던 포르샤로 걸어갔다.
“자, 다들 서둘러요. 춘천 가는 길은 항상 좀 막힙니다.”
“네에!”
* * *
건강 때문에 춘천으로 거처를 옮기신 수유 사장님이 이미 나와 계셨다.
내가 옹알이할 때부터 본 수유 사장님은 그때도 이미 중년의 나이셔서, 이제는 노년에 접어드신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웃을 때는 서글서글한 인상이 그대로였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수유 사장님은 나를 보더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성국이에요. 잘 계셨죠?”
“길 가다 지나치면 모르겠어. 어릴 적에도 이쁘더니. 크니까 인물이 아주 훤하네. 꼭 자네 젊을 때 같아.”
“사장님도. 저보다 성국이가 더 잘생겼죠.”
“그렇긴 한데. 아빠도 인물 어디 안 빠지지.”
수유 사장님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나는 비서인 데니얼과 구진성도 소개했다.
“이쪽은 제 비서고요. 여기는 제 회사에서 일하는 구진성 씨라고 합니다.”
“성국이가 미국에서도 엄청 성공한 사업가란 이야기는 늘상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더 대단하네. 정말 대견하다. 대견해.”
수유 사장님은 내 등을 토닥였다.
“사장님이 추천한 커피 프랜차이즈가 있다고 성국이한테 이야기했더니, 같이 봤으면 해서요.”
“그래야지. 이런 건 잘나가는 사업가가 봐야지.”
우리는 수유 사장님을 따라서 작은 주택가에 위치한 카페로 향했다.
카페는 춘천의 번화가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자주 가는 카페인데, 손님이 별로 없더라고. 근데 맛은 또 있어. 그래서 내가 물어보니까 프랜차이즈라고 하는 거야.
내가 이런 프랜차이즈 본 적이 없다고 하니까, 이 근처 대학가에서 조금 잘돼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대. 그런데 거의 망하고 몇 개 안 남았다고 하더라고. 우리 전 사장이 카페에 관심 있어 하기에, 내가 가서 다시 물어보니까, 요즘 조금 힘들어하는 눈치야.”
수유 사장님은 그사이에 나름 조사까지 해둔 상태였다.
우리는 곧 카페에 들어갔다.
* * *
수유 사장님이 들어서자 카페 주인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상냥하게 인사했다.
“오늘은 손님들이랑 같이 오셨네요?”
“서울에서 온 손님들이에요. 내가 여기 커피 맛있어서 데리고 왔어요.”
“감사해요. 근데 이제 저희도 다음 달이면 가게 닫아요.”
“이런…. 내 아지트가 사라지는 거네.”
수유 사장님은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제가 있는 동안 맛있게 내려드릴게요.”
우리는 곧 주문을 했고,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주위를 둘러봤다.
특색이 있는 인테리어도 아니었고, 메뉴도 다른 프랜차이즈와 크게 차이점은 없었다. 하지만 곧 나온 커피 맛은 꽤 괜찮은 편이었다.
나는 조용히 구진성을 바라봤다.
구진성도 어쨌든 재벌가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전태국처럼 어릴 적부터 세계의 맛있는 음식은 다 접했을 것이다.
나는 은근히 구진성에게 물었다.
“구진성 씨, 커피 맛 어때요?”
“아… 그게… 대표님, 제가 커피를 못 마십니다. 써서요.”
구진성은 커피를 내려놓더니 배시시 웃었다.
“근데 커피는 왜 시키신 거예요?”
“다들 시키셔서….”
“허허. 젊은 친구가 우리가 다 시키니 뭐해서 시켰나 보네. 여기 과일 주스도 괜찮아요. 그거 먹어요. 내가 살게요.”
수유 사장님이 카드를 건네자, 구진성은 얼른 가서 과일주스를 시켰다.
[눈치가 없는 건가….]나는 어제의 내 결정이 조금씩 후회되기 시작했다.
전태국과 달리 융통성도 없고, 거기다 눈치도 없다니….
재벌답지 않은 소탈함과 우직함은 비즈니스에서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
곧 딸기 주스를 가져온 구진성은 해맑은 얼굴로 딸기 주스를 쭉 들이켰다.
“이 집 딸기 주스 잘하는데요.”
[딸기 주스야 어디나 맛있지. 딸기가 우선 맛이 없을 수 없는 과일이고, 거기다 시럽도 잔뜩 넣을 텐데….]“여기 딸기 주스는 다른 비법이 있는 것 같은데요, 대표님. 제가 커피를 못 마셔서 과일 주스만 마시는데, 여기 건 맛이 달라요. 한번 드셔보세요.”
얼마나 다른지 먹어볼까?
나는 구진성이 내민 딸기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순간 눈이 번쩍 뜨이면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국아, 갑자기 왜 그래?”
“아빠, 여기 과일 주스도 잘하는 것 같아요. 종류별로 다 시켜보게요.”
“어, 그래… 안 그래도 여기가 좀 더운데. 우리도 시원한 과일 주스 한 잔씩 하자.”
이때, 여사장이 미안한 얼굴로 우리를 쳐다봤다.
“좀 더우시죠?”
“에이콘 고장 났어요?”
“찬바람이 어제부터 잘 안 나오고, 나와도 찔끔 나오고 그러네요. AS 신청했는데, 요즘 여름이라고 엄청 밀렸다고 한 2주 후에나 올 수 있다는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장사도 잘 안 되는데, 에어콘 때문에 더 안 되고 있어요. 저희 이러다 그냥 문 닫겠어요.”
여사장은 하소연을 했다.
나는 천장에 달린 에어콘을 살폈다. 효진 그룹에서 나오는 제품이었다.
[새 서당 개 좀 써먹어 볼까?]나는 과일 주스도 종류별로 시킨 다음에 구진성을 살짝 쳐다봤다.
“구진성 씨.”
“네, 대표님.”
“여기 에어컨이 효진 그룹 거네요.”
[구진성, 이게 진짜 테스트야. 이 말을 알아들으면 우리랑 같이 ‘페이스 노트’로 가는 거고, 아니면….]그 순간, 구진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핸드폰을 꺼냈다.
내 말의 뜻을 알아듣긴 한 모양이었다.
구진성은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면서 잠시 가게를 빠져나갔고, 수유 사장님이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저 사람 어디에 전화 거는 거야?”
“들어오면 물어보죠, 사장님.”
그리고 곧 구진성이 자리로 돌아오더니 해맑게 웃었다.
“대표님, 제가 아버지께 직접 전화 드렸습니다. 아버지가 전자 쪽 담당하고 계시거든요. 그랬더니, 지금 당장 수리기사님을 보내주신다고 합니다.”
[구진성 서당 개, 최종 합격!]눈치가 아주 없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수유 사장님의 눈이 커지더니,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저 친구가 하는 말이 무슨 소리야?”
“그게… 저 친구가 효진 그룹 후계자거든요.”
나는 구진성을 그렇게 소개했다.
[효진 그룹 후계자! 내가 제대로 한번 만들어 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