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28)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28화(528/576)
제528화
한 시간 후, 우리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커피와 과일주스를 마저 마셨다.
수유 사장님은 구진성이 효진 그룹의 후계자란 사실을 아시고는 놀라셨지만, 별반 다르게 대하진 않으셨다.
그리고 카페를 나올 때, 우리는 친절한 여자 사장님으로부터 이 카페 프랜차이즈 대표 연락처까지 받아 나왔다.
나는 바로 연락할 생각으로 전화번호를 눌렀다.
그러자 수유 사장님이 얼른 나를 말렸다.
“성국아, 이건 네가 전화 걸면 안 될 것 같은데.”
“왜요, 사장님?”
“너 같은 거물이 프랜차이즈 인수한다고 하면, 그 대표가 망해가더라도 비싸게 부르지. 나 같이 이름 없는 사람이 연락해야 해.”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수유 사장님은 나에게 번호를 건네받자마자 얼른 전화를 걸었다.
“네, 제가 이 프랜차이즈에 관심이 있어서요. 찾아보니 춘천 지역에만 현재 한 세 군데 있던데요. 네… 아, 그럼요…. 네, 그럼 어디로 찾아가면 될까요?”
수유 사장님은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나를 쳐다 봤다.
“그 대표가 자기는 근처 대학교 지점에서 일한다고, 그리고 와서 이야기하자네. 근데… 내 생각에는….”
수유 사장님은 나와 데니얼을 위아래로 훑었다.
“성국이는 유명해서 알아볼 수 있을 것 같고. 비서는 말 시키면 딱 미국 사람 같고…. 나랑 네 아버지랑 가야 하는 게 맞는데, 우리 둘이 잘할 수 있겠지?”
이때, 구진성이 나섰다.
“제가 따라가도 되겠습니까?”
“자네가?”
수유 사장님도 조금 놀란 눈치였다.
구진성 덕분에 에어컨은 빨리 고쳤지만, 그전에 구진성이 보여준 행동들은 조금은 어수룩했기 때문이다.
“저는 효진 그룹 관련해서 기사 나간 것도 없습니다. 인지도도 없어서 말 안 하면 아무도 모를 거고요. 제 생각에는 저같이 조금 어수룩한 사람이 가서 이야기해야 그 대표도 자기 생각에는 가장 큰 금액을 말할 것 같습니다.”
구진성은 자신의 의견을 소신 있게 이야기했다.
“어수룩한 사람에게 가장 큰 금액을 부를 테니, 두 대표님은 그 이상은 안 부를 거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으실까요? 제가 비싸다고 거절하면, 아마 그 대표도 가격을 내릴 거고요.”
“흠….”
나는 턱을 매만졌다.
구진성의 논리가 아주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요?”
“어떻게, 성국아?”
“관심 있는 두 업체에서 따로 가는 겁니다. 구진성 씨 혼자 가고. 그다음에 아버지랑 사장님이랑 같이 방문하는 거죠. 구진성 씨 같은 경우는 따로 전화는 하지 않고 바로 가서 물어보는 거고요.”
“의심하지 않을까?”
“의심할 수도 있죠. 하지만 전다방이 그렇게 급한 건 아니니까, 안 되면 다른 프랜차이즈를 찾는 것으로 하고 해봐도 좋을 것 같은데요.”
그 순간, 구진성이 벌벌 떨며 내 팔을 잡았다. 떨림이 내 팔까지 전달됐다.
“대표님, 저 혼자 가란 말씀이세요?”
“진성 씨, 진정해요. 대신 제가 데니얼을 잠시 빌려드리겠습니다. 지금부터 구진성 씨는 연기를 하는 겁니다. 돈 좀 있는 집안의 외아들이고, 미국에서 공부하고 들어와 할 일도 없고. 카페나 해보고 싶은 한량 정도로요.”
“그게…. 제가 연기가 될까요?”
“평소처럼만 해주세요. 조금 어수룩한 한량으로 보이는 것으로요.”
“대표님, 제가 그렇게 보이나요?”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구진성은 호흡을 고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평소대로 해보겠습니다!”
* * *
나와 수유 사장님 그리고 아빠는 근처 다른 카페에서 먼저 협상하러 간 구진성을 기다렸다.
그런데 구진성이 한 시간이 지나도록 카페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빠, 너무 길어지는 것 같은데요.”
나는 걱정스레 카페 쪽을 쳐다봤다.
“구진성 씨도 다 생각이 있겠지.”
아빠는 말은 그렇게 해도 초조한 듯 보였다.
그렇게 또 한 시간이 흘렀다.
그제야 카페에서 구진성과 데니얼이 나오는 게 보였다.
두 사람은 한숨 돌리더니, 데니얼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내게 전화를 했다.
“데니얼, 미팅은 잘했어요?”
– 그게….
데니얼은 그만 말을 삼켰다.
“무슨 일 있나요?”
– 그게….
“데니얼, ‘그게’만 하지 말고, 말을 해봐요.”
– 구진성 대표님이 프랜차이즈를 인수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네에?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가격만 맞춰보기로 한 거잖아요.”
– 그게… 가격이 너무 싸다면서, 자기가 사서 저희에게 되파는 형식이 좋을 것 같다고요.
나는 머리를 잡았다.
구진성은 알뜰한 게 아니라, 그냥 돈에 대한 관념이 없는 것이었다.
* * *
아빠와 수유 사장님이 그 후에 카페를 가셨지만, 이미 이야기 나누는 회사가 있다면서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고 한다.
구진성이 제시한 금액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돌아온 수유 사장님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토닥였다.
“성국아, 일이 뜻대로 안 되긴 했지만. 구진성 씨도 나름 애를 쓴 거잖아.”
나는 구진성 씨를 맥없이 쳐다봤다.
“구진성 씨, 카페요. 도대체 얼마에 사기로 하셨어요?”
“어… 비법이랑 이런 거 저런 거 다 해서… 15억이요.”
15억?
15억이라고?!
나는 한숨을 낮게 내쉬었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딱 5억 더 비싸게 사셨네요.”
지방에서 망해나가는 카페의 비법까지 사는데, 15억이라니!
하지만 마음을 다스렸다.
어차피 효진 그룹의 후계자에게는 5억 정도는 대수롭지 않은 돈일 테니.
구진성은 내 얼굴을 살피더니, 미안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세상 물정을 잘 몰라서요. 15억이면 싼 줄 알고.”
[이래서 재벌들이 사업을 하면 안 돼! 지들이 입고, 먹고 한 것들이 비싸니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안다고!]물론 나 역시 저번 생에서는 그랬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단칸방부터 올라와 보니 천 원 한 장도 귀했다.
그래도 화를 낼 수는 없었다.
다 나와 아버지를 생각해서 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니에요. 구진성 씨는 저희 생각해서 그런 거잖아요.”
“제가 카페 인수하자마자 팔겠습니다. 10억에요.”
“구진성 씨는 효진의 후계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밑지는 장사를 한다고요? 적어도 밑은 지지 말아야죠.”
덕분에 나는 저 카페를 5억이나 더 주고 사게 생겼다.
무거워진 분위기에 수유 사장님이 말을 꺼냈다.
“10억이든, 15억이든. 우리 전 사장도 그렇고 성국이도 그렇고. 그 정도 능력은 되잖아. 15억에 사서 배로 벌면 되지! 좋게 생각하자고. 맛있는 카페 인수한 거잖아.”
“그래, 성국아. 수유 사장님 말이 맞아. 좋은 커피 만드는 체인점을 인수한 거니, 저걸 우리가 더 마케팅 잘해보자. 분명 성공할 거야.”
[아빠, 5억이면… 커피 원두만 해도 얼마인데!]나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성국아, 아저씨가 맛있는 요리해줄게. 우리 집에 가서 저녁 먹고 올라가.”
수유 사장님의 말에 겨우 구겨졌던 미간이 펼쳐졌다.
* * *
“사장님, 이건 춘천 닭갈비잖아요.”
수유 사장님은 춘천까지 내려온 우리를 위해서 춘천 닭갈비를 준비하신 모양이었다.
“춘천 닭갈비는 맞는데. 이건 내가 레시피를 새로 개발한 거야. 근처에 엄청 유명한 집이 있어서 와이프랑 많이 다녔거든. 근데 항상 내 입맛에 뭔가가 부족한 거야. 그래서 내가 소스를 좀 더 다르게 해서 구웠더니, 와이프랑 식구들이 이거 해달라고 맨날 난리야.”
수유 사장님의 설명까지 들으니 더 기대됐다.
“사장님, 어서 만들어주세요!”
아빠도 수유 사장님의 신메뉴에 눈이 번쩍였다.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수유 사장님은 팔을 걷어 올리더니, 양념이 잘 밴 닭갈비를 굽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유 사장님의 닭갈비가 나왔다.
모양으로 봐서는 여느 닭갈비가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았다.
“자, 어서 먹어들 봐요.”
그 말에 우리는 동시다발적으로 닭갈비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입을 열었다.
“너무 맛있어요.”
“저두요!”
“미국에서는 못 먹어본 맛이에요! 딜리셔스!”
나와 구진성 그리고 데니얼까지 모두 감동했다.
이때 나와 아빠의 눈이 딱 마주쳤다.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사장님, 우리 이 닭갈비요.”
“뭐 하나 해보자고?”
수유 사장님도 이제 눈치가 빤했다.
“네!”
아빠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글쎄…. 이거 소량으로만 해봐서. 이런 건 식당에서 팔려면 대량 레시피를 개발을 해서 해야 하는데….”
이제 내가 나설 차례였다.
“사장님, 이제 아버지랑 같이 다시 사업해보시는 거 어떠세요? 건강도 많이 좋아지셨잖아요.”
“그게 무슨 말이니, 성국아?”
“아버지 사업이 이제 좀 커지는 것 같거든요. <원아저씨 보쌈>뿐만 아니라 전다방도 생기고. 거기다 닭갈비까지 생긴다면….”
“이건 아직 개발 중이야.”
수유 사장님이 손사래를 쳤다.
“혼자 개발하지 마시고, 아버지랑 같이 회사에서 개발하셔서 사업화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이 기회에 ‘원식품’이라고 하나 만들어도 되고요….”
“난, 그러려고 한 게 아닌데….”
수유 사장님은 조금 망설여지는 느낌이었다.
아빠가 지원사격에 나섰다.
“사장님, 예전에 민속 주점 하실 때요. 사람들이 모두 사장님 보쌈 기가 막히다고 해도 귓등으로 안 들으셨잖아요. 제가 진짜 여러 번 설득해서야 보쌈집으로 업종 변경하신 거잖아요.”
“그땐… 내가 뭘 몰랐지.”
“사장님은 지금도 모르세요. 이렇게 맛있는 닭갈비를 두고, 그냥 주변 사람들만 먹이시게요?”
“이게 대량으로 만들어 본 적도 없고….”
“사장님, 저희 수육도 그랬잖아요. 사장님이 좋아해서 만들어놓고 먹던 거, 손님들에게 팔기 시작하면서 대박 난 거잖아요.”
수유 사장님은 고심에 찬 얼굴로 우리를 둘러봤다.
“이게 그렇게 맛있나?”
그 말에 우리는 모두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네에!”
* * *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아빠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
수유 사장님과 함께 닭갈비 레시피를 체계적으로 개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성국아, 네 말대로 우리 식품 회사 하나 차려야겠어. 사장님이랑 오랜만에 다시 일할 수 있다니, 막 기분도 좋고. 아빠가 그러네.”
아빠는 오랜만에 수유 사장님과 다시 일할 생각에 더 행복해하는 것 같았다.
“아빠, 내가 내일 법적인 문제 해결해서 알려줄게.”
“근데, 너 그런 거는 누구 통해서 하는 거야?”
사실 그동안은 내가 말만 흘리면 전태국이 이런 일을 다 알아서 해줬다.
그런데 이제는 전태국 서당 개는 사라졌으니…
뒤를 슬쩍 돌아봤지만, 구진성 서당 개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아빠, 걱정 마. 양 비서님 기억하지?”
“당연히 기억하지.”
“양 비서님 아들이 우리 회사 한국 법인 대표잖아. 부탁해야지, 뭐.”
아무래도 이번 한국 방문에는 오랜만에 양철수 대표도 만나야 할 것 같았다.
이때,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누구지?
이 번호는 나를 바람맞힌 소개팅녀였다.
나는 잠시 고민 끝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저는 저번에 예정 언니 소개로 전화 드린 사람인데요.
“네, 말씀하세요.”
– 아직 한국 계시다고 들어서요. 실례가 안 된다면, 오늘 시간 되세요?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서울에 도착하면 대충 오후 9시 전후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소개팅에 나가는 건 영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그 순간, 오늘 온갖 사고를 친 한 사람이 떠올랐다.
* * *
잠에서 막 깬 구진성은 얼떨떨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대표님 대신 소개팅에 나가라고요?”
“예정 누나가 해주는 건데요. 어차피 상대가 저인지는 모르거든요. 그냥 가볍게 한잔하고 오세요. 다음 주에 미국 들어가는데, 기분 전환도 하고요.”
“어, 근데… 예정 누나가 알면 화낼 텐데요.”
“괜찮아요, 제가 일이 바빠서 그랬다고 하면 다 용서해줄 거예요.”
나는 빙긋 웃고는,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구진성이 총총걸음으로 따라왔다.
“대표님은 근데, 어디 가세요?”
“태국이 형이랑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뉴 서당 개랑 있다 보니, 구 서당 개가 그립기도 했다.
오늘 카페 인수 건이랑 해서 삼전 쪽에 부탁할 일도 있었다.
이때, 구진성이 조금은 작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대표님….”
“네에?”
“제가 많이 부족하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사실은… 아까 카페 일로 사고치고 조금 알아봤습니다.”
구진성은 진지한 어투로 계속 말을 이었다.
“태국이가 사람 된 것도 다 대표님 덕분이지만, 태국이가 진심으로 대표님 많이 도와드렸다고요.”
“…….”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 제가 많이 부족하겠지만… 제가 태국이 자리 대신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구진성의 말에 진심이 느껴졌다.
나는 빙긋 웃으면서 구진성의 어깨를 잡았다.
“오늘은 소개팅부터 마무리 잘하세요.”
“네, 대표님! 뭐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구진성은 90도로 고개를 숙이더니, 약속 장소로 향했다.
나는 구진성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인생을 바꿀 기회가 자주 오지 않는다. 그 기회를 잡을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구진성은 아무래도 그 기회를 지금 잡은 것 같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미국 가기 전까지 전태국에게 구진성의 과외를 좀 부탁해야 할 것 같았다.
[구 서당 개, 인수인계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