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30)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30화(530/576)
제530화
로비로 내려가자 데니얼이 기다리고 있었다.
“데니얼, 여기서 뭐 해요?”
“대표님께서 라운지에서 내려오신다는 연락을 좀 전에 전태국 부회장님께 받았거든요.”
“태국이 형이요?”
“네, 내려가니 집까지 잘 모셔다드리라고요.”
아무래도 서당 개가 교육 중인 모양이었다.
나는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여긴 한국이고, 밤에도 치안이 안전한 나라예요. 집에는 충분히 혼자 갈 수 있으니, 데니얼은 쉬어요. 오늘 춘천까지 고생 많았잖아요.”
“아닙니다. 댁까지 모셔다드리고, 저는 쉴게요. 대표님이 무사히 들어가는 것을 봐야죠. 그게 비서 일인데요.”
“그럼, 제가 집에 도착해서 전화할게요. 그 대신 현재 대한민국 배달 업체 현황과 업체 몇 군데 좀 알아봐 주세요. 회사 재정 조사도 부탁드리고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리고 나는 로비를 벗어났다.
한국은 이제 완연한 여름이었고, 걷기에는 습도가 제법 높았다.
아무래도 택시를 타야 할 것 같았다.
호텔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사이에 민국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 녀석이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우리는 흔한 남자 형제 사이들처럼 필요한 일 아니면 절대 서로 전화를 하지 않았다.
“민국아, 무슨 일이야?”
나는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물었다.
– 형, 부탁이 있어!
그리고 민국이도 주저 없이 용건을 이야기했다.
“뭔데?”
– 형, 미국에 언제 들어갈 거야?
“다음 주에.”
– 형, 그럼 주말에 프로그램 하나 찍으면 안 될까?
“프로그램?”
– 어, 그러니까 방송국에서 형이 들어온 거 어떻게 알고 제안이 여러 개가 왔거든. 근데 그중에 우느님 방송이 하나 있어.
우느님이라면 국민 예능인이라고 할 수 있는 우재석을 일컫는 말이었다.
“어떤 프로그램인데?”
– 방송국에서 우리 형제를 위해서 특별히 기획한 거래. ‘형제는 용감했다.’라고. 우느님이랑 보조 MC랑 같이 일종의 예능이 겸해진 토크쇼 같은 거야. 형, 나가자. 어?
민국이는 무척이나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중소돌이라서 대형 기획사들에 밀려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 섭외는 많지 않은 <세븐즈>였다.
그래서 <세븐즈>는 자체 예능이나 여행 프로를 하고 있었지만, 국내 공중파 방송에 대한 갈증이 있는 모양이었다.
– 형, 왜 대답이 없어?
“형이 내일 방송국 담당자랑 연락해볼게.”
– 하는 거야?
“아직 대답 안 했어.”
– 그럼, 연락은 왜 해?
민국이는 볼멘소리를 냈다.
“정확히 어떤 프로그램인지 알아야지. 너랑 내 이미지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면 나갈게.”
– 우느님이 하는 프로그램인데, 우리한테 나쁠 게 하나도 없지!
“그건 내일 전화해보고 판단할게. 기다려, 전민국.”
– 치이, 알았어. 결정 나면 바로 이야기해줘.
“알았어.”
툭.
전화가 끊겼다.
전화를 끊는다는 말도, 집에 잘 들어가란 말도 없는 형제들의 흔한 전화였다.
* * *
– 형, 연락해봤어?
– 형, 결정했어?
– 형, 왜 대답이 없어?
오전 내내 민국이는 쉼 없이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막 데니얼이 건넨 국내 배달 업체의 현황에 대한 자료를 보고 있었다.
“데니얼, 방송국이랑 연락해봤어요?”
“네, 대표님. 사실 제가 한국 사정을 잘 몰라서 구진성 씨에게 부탁했습니다.”
“구진성 씨도 미국에 오래 있어서 잘 모르긴 매한가지일 텐데요.”
“구진성 씨가 효진 관계자 통해서 알아보겠다고 해서 부탁했습니다. 아무래도 대기업이니, 방송국 사정은 더 잘 알 거 같아서요.”
[구 서당 개가 교육을 제대로 시키고 있는 모양이네.]나는 미국 가기 전까지 구진성을 전태국에서 완전히 맡겼다.
구진성을 효진 그룹의 후계자로 만드는 일은 미국에서 시작해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 배달 업체들의 현황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모두 출혈 경쟁이네요.”
2015년인 현재까지는 배달비 자체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코로나 시대가 오고, 배달이 일상화되면서 배달비도 따라 오를 것이다.
거기다 신생 업체들은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서 배달비 무료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었다.
나는 턱을 매만졌다.
평점과 리뷰도 모두 높기만 했다.
“평점과 리뷰가 낮은 업체가 없네요.”
“저도 그게 이상해서 찾아봤더니, 평점과 리뷰를 잘 써주면 서비스를 주더라고요. 그리고 나쁜 리뷰를 남기면 해당 업체에서 삭제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다들 배달 전문 업체들이라 진짜 맛집들은 찾기도 쉽지 않고요.”
“만약 이런 상황에서 제가 배달 업체를 인수한다고 해도, 여기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겠네요.”
“그럴 것 같습니다, 대표님.”
아무래도 내가 하나 만드는 게 더 편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일은 내가 잘 아는 사람이 해줬으면 했다.
“데니얼, ‘페이스 노트’ 한국 대표로 있는 양철수 씨랑 오늘 저녁에 약속 잡아주세요.”
“네, 대표님.”
깨톡.
깨톡.
깨톡.
깨톡.
좀 잠잠하던 민국이의 메시지가 또 연달아 왔다.
– 형, 왜 답이 없어?
– 형, 나 속 터져 죽어!!!
– 동생 위해서 프로그램 한번 나가주라, 형.
– 우느님 보고 싶다, 형.
“데니얼, 얼른 구진성 씨한테 연락해서 방송에 대해서 알아봤는지 알아보세요.”
“네, 대표님.”
* * *
전태국이 해맑은 얼굴로 걸어오고, 그 옆에 구진성이 같이 따라왔다. 그리고 구진성 뒤에는 젊은 남자가 한 명 있었다.
전태국이 하루 사이에 뭔가 서당 개 시스템을 구축한 것 같았다.
“성국아, 한국 와서도 매일 보니 좋네.”
“형, 안 바빠요?”
“아버지 출장 가서 이번 주까지 한가해. 다음 달에나 부회장 승격할 건데, 그 전에 좀 놀기도 놀아야지.”
내 시선이 자연스레 구진성 뒤에 선 남자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남자가 얼른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효진 그룹 경영기획팀 사원 이건주입니다.”
“제가 좀 미숙한 부분들이 많아서 회장님에게 부탁드렸습니다. 미국까지 같이 갈 겁니다, 대표님.”
전태국에게 박상희 비서가 있다면, 이제 구진성에게는 이건주 비서가 생긴 모양이었다.
전태국으로 옆으로 슬그머니 오더니 속삭였다.
“성국아, 내가 좀 소스를 줬어. 혼자 하기 힘든 일도 많고, 너한테 같이 배운 직원이 있으면 한국 들어와도 도움이 될 거라고.”
“고마워요, 형.”
“인수인계는 완벽하게 하고 가야지.”
전태국은 뿌듯한 얼굴로 구진성과 이건주를 쳐다봤다.
“방송국 일은 어떻게 됐나요, 구진성 씨?”
“이건주 씨가 방송국 통해서 알아보니까 ‘형제는 용감했다.’라고 건전한 기획이더라고요. 지금은 파일럿이긴 한데, 반응이 좋으면 이후에도 연예계 가족들 초대해서 이야기 듣는 형식으로 정규 프로그램 전환할 거라고 합니다. 만약 지금 촬영하면, 대표님과 민국 군 편은 추석 때 특집으로 나갈 거라고 합니다.”
추석 특집으로 나가는 거라….
항상 명절 때 부모님과 보내지 못해서 섭섭했는데, 이런 프로그램이라도 찍고 가면 마음이 편할 것 같긴 했다.
“참, 그리고 효진 그룹에서 광고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혹시라도 대표님과 가족에 대해서 불명예스러운 내용이 들어가면 광고 바로 빼서 실력행사 하려고요.”
[뉴 서당 개, 참… 적응이 빠르네.]하루 사이 성장한 구진성의 모습을 전태국은 뿌듯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성국아, 삼전에서도 당연히 광고 넣을 거야. <세븐즈>가 우리 핸드폰 모델이잖아. 우리도 실력행사는 효진만큼 해줄 수 있어.”
“그럼, 출연하죠. 민국이가 지금 애타게 기다리고 있거든요. 구진성 씨, 바로 방송국이랑 촬영 날짜 조율해주세요.”
“네, 대표님!”
그리고 나는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민국이에게 연락을 했다.
– 방송 출연하자.
곧 답이 왔다.
– 형아! 형아! 형아! 사랑해!
[이럴 때만 사랑하는 형이지….]* * *
“대표님, 라운지로 이동하시죠. 양철수 대표님, 도착하셨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나는 그제야 노트북에서 눈을 뗐다.
한국에 있지만, 미국 본사 일도 봐야 했고, 거기다 아버지 사업 확장까지. 쉴 틈이 없었다.
나는 뻐근한 목을 풀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표님, 한국에 와서도 쉬지를 못하시네요. 미국에서보다 더 바쁘신 것 같아요.”
사람들은 기업의 대표라고 하면 직함만 걸고, 얼굴만 내밀고 다니는 줄 알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알아야 직성이 풀렸고, 이런 성격은 저번 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저번 생에서는 삼전이 돌아가는 모든 방식을 알 수 있었지만, 그때도 과로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이제 또 다른 일을 하러 가보죠!”
* * *
내가 라운지에 들어서자 멀리서 양철수가 일어나는 게 보였다.
[양 비서, 오랜만이야.]저번 생에서는 내 비서였지만, 이번 생에서는 한국에 있는 내 사업을 관리했다.
전재형 회장을 모시는 양 비서의 성품을 그대로 물려받아 헌신적이고, 신뢰할만한 사람이었다.
한국 지사의 사업들이 잘 정비되고 있는 것도 양철수 덕분이었다.
“대표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양 대표님도요.”
“대표님이라뇨,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전태국과 동갑인 양철수는 이번 생에서 나에게 형뻘이었다.
“대표님이 대표님이죠.”
“그래도 아랫사람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겸손했다.
우리는 앉아서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나눴다.
“대표님 소식이 안 올라오는 날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각종 SNS에서 대표님 행적이 마치 연예인처럼 올라오거든요.”
그사이 양철수는 좋은 여자도 만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결혼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참, 대표님. 어제 연락받기로는 식품 회사를 만드신다고요?”
우리는 본격적으로 일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버지 보쌈 체인점을 기반으로 해서 <전다방>이라고 카페 프랜차이즈도 오픈할 계획이거든요. 그리고 닭갈비 체인도 고려 중이고요. 앞으로는 외식도 외식이지만, 1인 가구가 늘면서 밀키트 사업이 점차 확장될 것 같고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식품 회사를 하나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리고 저희 업체 전문 배달 업체를 하나 만들었으면 해서요.”
“현재 있는 배달 어플을 쓰시지 않고요?”
양철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알아봤더니 업체들끼리도 출혈 경쟁 중이고, 그런 배달 형식이나 리뷰 같은 게 아버지 회사의 음식 퀄리티를 지켜내지 못할 것 같아서요. 체인점들도 결국 경쟁하게 될 거니까요.”
“그렇긴 합니다. 저도 종종 이용하지만, 편할 뿐이지 맛집은 아니니까요. 대표님, 그럼 식품 회사뿐 아니라 담당 전문 배달 업체까지 설립을 고려 중이신 거죠?”
나는 양철수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양철수 대표님, 이 일을 한번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제, 제가요?”
“물론 지금 하시는 일을 계속하신다고 해도 저는 불만이 없습니다. 양 대표님 덕분에 한국 지사들이 안정적으로 잘 굴러가고 있으니까요. 다만, 아버지 사업인 만큼 믿고 맡길 분이 필요해서요.”
“아하….”
양철수는 고민하는 눈치였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건 언제나 어려운 문제였다.
[양 비서, 그래서 내가 미끼를 하나 준비했지.]“양 대표님, 당분간은 어려우시더라도 현재 회사 일과 이 일을 병행하시는 게 어떨까요? 사업 초기라 시스템을 새로 만들려면 조금 시간은 걸릴 겁니다.”
“그렇긴 한데….”
양철수는 여전히 고민했다.
“양 대표님, 지금 한국 지사 대표지만 월급 대표잖아요.”
그 순간, 양철수의 눈빛이 바뀌기 시작했다.
양철수는 현재 ‘페이스 노트’ 아시아 지부의 총괄이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월급 사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만약 이 사업을 책임지고 운영해주신다면, 지분 5% 드리겠습니다!”
[양 비서, 저번 생에서는 비서였지만 이번 생에서는 주인공 한번 되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