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31)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31화(531/576)
제531화
양철수는 놀란 얼굴로 눈을 끔뻑였다.
“대표님, 저를 믿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너무 과분한 처사 같습니다. 지분 5%라니….”
나는 양철수가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보기를 응원했다.
저번 생에서는 나의 착실한 비서였고, 이번 생에서는 나의 착실한 직원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양철수도 스스로 주인공이 될 준비가 된 게 아닐까?
“양철수 대표님, 저 공짜로 돈 주는 사람 아닌 거 아시잖아요. 일이 그만큼 힘들 것이고, 신생 업체입니다. 솔직히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고요. 참, 연봉은 따로 협상할 겁니다.”
“대표님, 생각할 시간을 좀 더 주셔도 될까요?”
“물론이죠. 하지만 길게는 안 됩니다. 이번 주말까지 괜찮을까요? 제가 미국 들어가기 전까지 아버지 일은 마무리 짓고 가고 싶어서요.”
“네, 고민해 보겠습니다.”
“긍정적인 대답 기다리겠습니다.”
양철수는 일자로 입을 다물고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나는 이미 양철수의 대답을 알 것 같았다.
저번 생에서 내가 잘 알던 양철수의 얼굴이었다.
이미 대답은 정해져 있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겠다는 다짐 같은 거. 그게 지금 양철수의 얼굴에 보였다.
* * *
오랜만에 양철수까지 만나고 나니 밤이 깊었다.
삼전 호텔 창밖으로는 서울의 야경이 보였다.
어느새 다가온 데니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표님, 미국에서보다 더 바쁘신 것 같습니다.”
“한국에만 오면 할 일이 몰아치네요.”
“대표님, 일복이라는 게 있다는데. 대표님도 한국 사람들이 자주 본다는 사주 한번 봐보시죠. 한국 오신 김에요.”
“삼청동 이 선생이라고, 삼전에서 유명한 분한테 제 토정비결 매해 보는걸요.”
“뭐라고 하십니까?”
“제 뜻대로 살라고요.”
데니얼이 빙긋 웃었다.
“대표님, 그 말은 저도 할 것 같습니다. 대표님처럼 똑똑한 분한테는 조언이 필요 없단 말이잖아요.”
“꿈보다 해몽이 좋네요, 데니얼.”
그때, 전화가 울렸다.
그리고 발신자 표시를 보는 순간, 나는 얼음이 됐다.
“대표님, 왜 그러세요?”
“예정이 누나예요.”
“이런….”
데니얼이 혀를 찼다.
아나운서 소개팅에 구진성을 대타로 보낸 일로 구예정은 보나 마나 화가 났을 게 분명하다.
“대표님, 그래도 받으셔야 하는 거 아닐까요? 어차피 겪으셔야 하는 일이잖아요.”
[왜, 이런 건 비서가 대신할 수 없을까?]내 눈빛을 읽었는지 데니얼은 괜히 딴 데로 시선을 옮겼다.
나는 숨을 고르고 전화를 받았다.
– 전성국!
전화를 받자마자 구예정의 엄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네, 누나.”
– 너, 내가 왜 전화했는지 이미 알고 있지?
“누나. 소개팅 때문, 맞죠?”
– 잘 아네. 어떻게 진성이를 소개팅에 내보낼 수가 있니?
“죄송해요. 그런데 처음에 바람맞히신 분은 그분이에요.”
– 이야기는 다 들었어. 우선 처음에 못 나간 건 내가 대신 사과할게.
“괜찮습니다. 일이 있어서 못 나오신 건데요.”
곧 구예정이 말을 이었다.
– 근데, 진성이가 아무 말 안 해?
“아무 말도 안 하는데요.”
구진성에게 소개팅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 애가 좀 과묵한 편이긴 하지. 속내도 잘 안 드러내고….
이 점이 구진성이 전태국과 다른 면이기도 했다.
– 사실은 소개팅 말이야. 그거 작은어머니가 그 친구 소개해달라고 엄청 부탁했는데, 내가 그 친구 남자친구 있다고 거짓말하고, 너 소개해준 거란 말이야.
“그럼, 구진성 씨도 아는 분이었어요?”
– 작년 효진 그룹 가족 행사에 그 친구가 사회 봐줬거든. 그때 눈여겨보고 있었나 봐. 내가 얼마나 핑계 대느라 힘들었는데… 너는 그 소개팅을 하필 진성이한테 넘기니?
“죄송해요.”
– 근데 성국아, 그 친구 잠깐 보긴 봤지?
“네. 잠깐 스쳤습니다.”
잠깐치고는 꽤 큰 사고가 있기도 했다.
– 성국아, 그 친구 영 별로야?
“별로고 말고 할 것도 없어요, 누나. 저희 이야기한 것도 거의 없고. 저는 사람 외모보다는 됨됨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겪어봐야 아는 거잖아요. 그래서 소개팅이 좀 어려워요.”
– 암튼 성격 하고는…. 알았어. 난 아까운 친구라 아끼고 아껴서 너 소개해준 건데.
“죄송해요.”
– 대신, 미국 가기 전에 우리 보고 가야 한다. 알았지?
“네, 누나.”
나는 유쾌하게 전화를 끊었다.
옆에서 대화를 듣던 데니얼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대표님, 그럼 구진성 씨랑 원래 소개팅이 잡혀있던 분이었던 거예요?”
“그건 아니고요. 구진성 씨 어머니가 소개해달라고 했던 분이래요. 뭔가 일의 순서가 바뀐 것 같지만, 어쨌든 만나긴 했네요. 구진성 씨한테 잘해보라고 해야겠어요.”
“그럴 시간이 없으실걸요.”
“왜요?”
“지금 전태국 부회장님이랑 거의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있는 것으로 알거든요. 심지어 삼전 호텔에 새 비서와 함께 투숙하고 계십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서당 개 3년이면 훈장 노릇 하는 건가….]“대표님, 오늘도 집에 가서 주무실 거죠?”
“그래야죠. 한국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부모님과 함께 보내고 싶어서요.”
“오늘은 거절하지 마십시오. 집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거절할 힘도 없네요.”
나는 가방을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성국아, 이것 좀 먹어봐.”
“엄마, 이게 뭐야?”
엄마는 내가 들어가자마자 한약을 내밀었다.
“아무리 네가 20대라고 하지만, 일이 너무 많잖아. 엄마가 유명한 한의원 가서 지어온 거야. 간에 무리도 안 가고, 피로회복에 좋은 약재들로만 넣은 거야.”
“엄마, 씻고 나와서 먹을게.”
“먹고 들어가.”
엄마가 잡는 바람에 나는 어쩔 수 없이 한약을 쭉 들이켰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는 가족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참, 너 한약 먹는 동안은 술은 절대 안 된다. 알았지?”
“엄마, 먹여놓고 그런 말 하는 게 어디 있어?”
“엄마가 애만 셋을 키웠어. 이렇게라도 안 하면 너네들이 먹기나 했겠니?”
엄마는 빈 그릇을 보더니,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전흰둥이 곁에 와서는 꼬리를 흔들었다.
“전흰둥, 넌 엄마가 주는 거 잘 먹어. 알았지?”
“왈!”
이때, 현관문이 열리면서 민국이가 들어섰다.
“형, 언제 왔어?”
“너야말로 오늘은 숙소에서 안 자는 거야?”
“주말에 방송 촬영해야 하잖아. 숙소에서는 숙면을 취할 수가 없어서 푹 자러 집에 왔지. 형, 근데 살이 좀 더 빠진 것 같은데?”
“글쎄, 모르겠는데.”
우리 대화를 듣던 엄마가 소리쳤다.
“성국아, 봐. 너 얼굴이 너무 야위었어. 그리고 민국아, 들어올 때 치킨집에 들렀다 왔어?”
“어….”
민국이는 맥없이 손에 들린 치킨 봉투를 내밀었다.
“아까 민국이가 형이랑 먹는다고 치킨 시켜 놓으랬거든. 자기가 들어올 때 가지고 온다고….”
“엄마, 나 치킨 먹으면 안 될 것 같아.”
“갑자기 왜?”
어느새 주방에서 나온 엄마는 치킨 봉투를 열면서 물었다.
“명색이 아이돌인데, 형보다 뚱뚱하게 나오면 안 되잖아. 내가 형보다 키도 살짝 작은데….”
민국이는 내 옆으로 얼른 섰다.
“형, 키가….”
“요즘 안 재봐서 모르겠는데, 마지막으로 쟀을 때 184cm였어.”
“난 179cm란 말이야. 형, 몸무게는?”
“흠… 모르겠는데. 한 75kg 정도 되지 않으려나….”
민국이는 집 안에 있는 체중계를 가져오더니 얼른 내 앞에 놨다.
“형, 올라가 봐. 어서!”
나는 피곤해서 아무 말 없이 체중계에 올라갔다.
“헐… 72kg이잖아! 나랑 똑같잖아. 키는 나보다 큰데….”
민국이는 울상이 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형, 오늘 밤에 치맥할 거지?”
“치킨은 먹을 건데, 맥주는 못 마셔. 한약 먹어서….”
“형… 내가 안 먹고 빼는 것보다 형이 많이 먹어 찌는 게 더 빠를 것 같아. 내가 주말까지 형 먹고 싶은 거 다 사 가지고 올 테니, 꼭 먹고 바로 자야 해. 응?”
“민국아, 난 평소대로 먹을 테니까 너도 며칠이지만 다이어트해 봐.”
“할 거라고! 나도!”
민국이는 투덜거리면서 자기 방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본 엄마가 얼른 닭 다리를 내게 물렸다.
“민국이 마음 바뀌기 전에 얼른 먹어.”
“응, 엄마.”
나는 갓 튀긴 닭 다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곧 민국이가 방문을 쾅 닫는 소리가 들렸다.
[민국아, 며칠 살 뺀다고 네가 날 이길 거라는 생각은 아예 접어둬.]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 * *
KGB 방송국 회의실에서 <형제는 용감했다> 기획 회의가 열렸다.
담당 피디와 조연출, 작가들과 국민 MC 우재석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우재석은 연신 나와 민국이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정말 제가 이런 말씀 잘 안 드리는데요. 신은 불공평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형제가 이렇게 잘 생기신 거예요?”
“그런 말 자주….”
그 순간, 민국이가 치고 나갔다.
“감사합니다. 근데 형이나 저나 일만 해서 그런 말 들어도 실감이 안 나요.”
그러더니 내게 속삭였다.
“형, 잘난 척은 위험해.”
“난 잘난 척이 아니라 진실을 이야기하는 건데?”
소곤거리는 우리는 본 피디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두 분이 사이도 좋으신가 봐요?”
“그럴 리가요.”
나는 민국이가 말릴 사이도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럼, 안 좋으세요?”
“남자 형제들 있으시면 아실 텐데요. 적당히 무관심 한 편이에요. 서로 필요할 때만 연락하고요.”
“하하하. 저희가 원한 게 바로 그런 이야기입니다. 전 대표님.”
나는 민국이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민국아, 너보다는 내가 방송을 더 잘 알아.”
[나 한 살 때부터 카메라 앞에 선 사람이라고!]서로 힘들 때 의지하고 힘이 되는 형제.
이제 그런 진부한 콘셉트는 요즘 세상에 안 통했다.
심지어 나처럼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인재에게는.
여자 작가가 유심히 우리를 번갈아 보더니 질문을 던졌다.
“저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전성국 대표님이 어릴 적부터 민국 씨를 엄청 훈련시켰다고 하더라고요.”
“흠… 제가 봤을 때, 민국이는 머리는 좋은데 전형적으로 노력을 안 하는 타입이었거든요. 공부에는 흥미도 없었고요. 그래도 얼굴은 부모님 닮아서 봐줄 만해서 제가 어릴 적부터 아이돌로 기획해서 길렀습니다. 요즘은 아이돌도 영어를 잘해야 해서 방학마다 어학연수 시키고요.”
“어머, 그럼 미래를 내다보고 민국 씨를 아이돌로 키우신 거네요?”
여자 작가가 신기한 듯 물었다.
물론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대놓고 이야기할 순 없었다.
“아이돌이 꽤 큰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니까요.”
“하아… 형 말이 맞아요. 저, 이 이야기 여러 군데에서 했는데요. 제가 기억하는 형의 첫 모습은 그거였어요.”
“뭔데요?”
“전민국, 밥값 해야지!”
“밥값이요?”
우재석이 흥미로운 눈으로 물었다.
“저희 집에 태어난 이상 누구든 자기 먹을 밥값을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어릴 적부터 형이 저 엄청 가르쳤어요.”
민국이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이 회의실에서 웃지 못하는 건 나와 민국이뿐이었다.
[이게 뭐가 웃기다고 다들 웃는 거야? 태어났으면 밥값을 해야지.]내가 어깨를 으쓱하자, 작가 한 명이 물었다.
“전성국 대표님은 하고 싶으신 이야기 있을까요?”
“이야기라… 전 저희 아버지 이야기를 좀 더 했으면 해요. 이야기든 자료 화면이든지요. 아버지는 지금도 여전히 아침에 나가서 밤에 들어오시거든요. 저나 민국이나 다 밥값을 하는데도, 아버지는 평생 저희에게 성실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아, 맞다. <원아저씨 보쌈> 본점이 아버님 가게죠?”
이야기가 자연스레 <원아저씨 보쌈>으로 흘렀다.
“네. 아버지도 원래 수유에서 민속 주점을 하시는 사장님을 만나서 지금의 가게를 이루셨거든요. 현재도 동업 관계시고요. 그래서 자신처럼 어려운 소상공인을 많이 돕고 싶어 하세요.”
나는 은근히 미끼를 던졌다.
내 이야기를 듣던 피디가 흘리듯 이야기했다.
“아버지도 이번에 같이 출연하시는 게 어떨까요?”
“한번 여쭤볼게요. 아마 마다하지 않으실 거예요. 가족끼리 추억 남기는 일이니까요.”
“아버님이 직접 자랑스런 아들들에게 요리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작가가 아이디어를 냈고, 나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모든 게 내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아빠도 슬슬 방송에 얼굴을 알릴 타이밍이었다.
<원아저씨 보쌈>뿐 아니라 전다방과 춘천 닭갈비까지 은근히 홍보하면서, 아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갈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