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33)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33화(533/576)
제533화
촬영장 밖에는 데니얼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표님, 저도 숨죽이고 촬영하는 거 구경했어요. 아버님도 멋지고, 두 형제분도 멋지고. 방송 나가면 난리 날 것 같아요.”
“저나 민국이는 항상 주목받아서 익숙한데, 아버지가 걱정이네요.”
“아버님, 진짜 멋지세요. 저도 아버님처럼 나이 들고 싶습니다.”
데니얼도 어느새 아빠의 팬이 되었다.
나는 아빠에게 데니얼의 반응을 전했다.
아빠는 머쓱해 하면서도 오늘 방송이 나쁘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내가 너희들에게 폐가 되진 않았는지 모르겠네.”
“아빠 촬영 끝나고 봤잖아. 피디들이 아빠한테 명함 준 게 한 묶음이잖아. 참, 엄마한테는 여자 작가들이랑 같이 사진 찍은 건 비밀로 해. 엄마, 질투해.”
“알았어.”
그리고 이제 슬슬 나와 민국이가 빠져줄 때였다.
“아빠, 엄마가 삼전 호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아빠, 이렇게 멋지게 꾸몄는데. 오늘 저녁은 엄마랑 데이트해야지. 내가 태국이 형 통해서 예약해뒀으니까, 오랜만에 엄마랑 데이트해.”
“성국아….”
[아빠, 감동할 거 없어.]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 내가 아들을 잘 뒀구나.”
“아빠, 나도 잊지 마. 나도 엄마 보고픈 거 아빠한테 양보한 거야.”
민국이가 옆에서 종알거렸다.
“녀석, 너도 포함해서지. 내가 두 아들 덕분에 TV에도 다 나가고. 부모 복은 없지만, 자식 복은 있는 모양이다, 내가.”
나는 아빠에게 조용히 다가가 속삭였다.
“아빠, 계산은 다 해뒀으니 걱정 말고요.”
“녀석, 그 정도는 아빠도 이제 내.”
“그래도 내가 더 잘 벌잖아.”
아빠는 기분 좋게 웃으면서 차를 타고 떠났다.
이제 남은 건 데니얼과 나 그리고 민국이었다.
“민국아, 숙소로 데려다줘?”
“형아.”
“왜?”
“나 배고파.”
민국이는 분식 폭식 후에 정말 하루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뭐 먹고 싶어? 형이 다 사줄게.”
“형, 짜장면.”
짜장면이라면 삼전 호텔인데.
잠시 고민이 됐다.
괜히 부모님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데이트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였다.
옆에서 민국이의 말을 듣던 데니얼도 입맛을 다셨다.
“대표님, 짜장면은 삼전 호텔 아닐까요?”
[그럼, 어쩔 수 없지.]“단, 부모님과 겹치지 않게 조용히 먹고 오는 겁니다.”
“물론이지, 형.”
“대표님, 걱정 마십시오!”
* * *
아빠와 삼십 분 정도의 시간차를 둔 덕분에 우리는 무사히 삼전 호텔의 중식당에 도착했다.
하지만 예약을 하지 않은 탓에 자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매니저도 안타깝게 우리를 쳐다봤다.
“미리 연락을 주시죠. 오늘은 만석이네요. 죄송합니다. 혹시 좀 빨리 나가는 자리라도 찾아볼까요?”
“아닙니다. 저희가 연락도 없이 온 건데요.”
뒤돌아서려는 순간, 민국이가 내 옷자락을 잡았다.
“형아, 태국이 형한테 전화해볼까?”
데니얼도 말은 안 하지만 기대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삼전 호텔 짜장면은 모두 참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내가 대답도 전에 민국이는 이미 전태국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삼전 그룹의 후계자를 이렇게 쉽게 대하는 집안은 대한민국에 우리 집안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 민국이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안 들어도 어떤 내용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형이 스위트룸으로 오래. 짜장면 위로 가져오라고 하면 된다고. 형, 어서 가자.”
“그래, 가자. 가.”
또 이렇게 전태국을 보게 되는군.
전태국과 이제 슬슬 완벽한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계속 전태국과 엮였다.
* * *
“안 그래도 베이징덕이 먹고 싶던 차였거든.”
전태국은 삼전 호텔 스위트룸에 머물면서 부회장 승계를 위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더불어 서당 개 인수인계도.
“형, 오늘도 구진성 씨랑 있었던 거야?”
“당연하지. 내가 인수인계할 게 한두 개니. 오늘은 너에 대한 사사로운 정보 있잖아.”
사사로운 정보?
“대표님이 엠마 왓튼가 왜 헤어졌는지, 같은 정보를 들었습니다. 나중에 미국 가서 혹여라도 칸에서처럼 마주치면 안 되잖아요.”
구진성은 오늘 배운 내용을 아주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봐, 성국아. 내가 다 가르친 덕분이지?”
“형, 짜장면이나 먹죠. 짜장면 불어요.”
우리는 모두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짜장면과 전태국이 시킨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창밖은 어둑해졌고, 남자만 여섯 명 모인 이 방 안에는 후루룩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역시 짜장면은 삼전이지….]* * *
전재형 회장은 막 공항에 도착했다.
마중 나온 양 비서가 얼른 차 문을 열었다.
“회장님, 댁으로 모실까요?”
“태국이 지금 어디 있지?”
“삼전 호텔에 머물고 계십니다.”
“그리로 가지.”
전재형 회장은 차에 앉아 준비된 따뜻한 차를 마셨다. 평소와 달리 무척이나 굳은 얼굴이었다.
양 비서는 얼른 전재형 회장의 심기를 살폈다.
“회장님, 이번 해외 순방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태국이 부회장 취임식은 언제지?”
“다음 달 5일입니다.”
“흠….”
전재형 회장은 생각에 잠겼다.
이번 해외 순방은 대통령과 함께한 것이었다. 삼전 그룹을 비롯해서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 대표들이 함께했다. 그리고 점점 더 압박이 심해지고 있었다.
“태국이를 당장 만나야겠어. 그리고…. 성국이도 부르게.”
“네, 대표님.”
그 순간, 구수영 회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효진의 구수영 회장은 이미 실질적인 업무에서는 은퇴한 상태로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거기다 최근에는 건강도 안 좋아져서 그룹 일에서는 거의 손을 뗐다.
전문 경영인 체제로 돌아가던 효진 그룹이 최근에 구진성의 후계 수업이 시작됐단 이야기는 친한 경영인들은 다들 아는 사실이었다.
전재형 회장은 어렴풋이 구수영 회장이 왜 전화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전화벨이 다시 울리기 전에 전재형 회장은 전화를 받았다.
“회장님, 전재형입니다.”
– 허허, 순방은 잘 다녀왔는가?
“뭐, 아시다시피….”
전재형 회장은 말끝을 흐렸다.
구수영 회장도 이미 보고를 받았을 터였다.
– 자네도 고생이 많았겠어.
“저만 고생한 것도 아닌 것을요.”
– 우리가 얼마나 정치인들 눈치 보는지, 아마 일반 사람들은 생각도 못 할 것이야.
구수영 회장의 낮은 한숨이 전해졌다.
구수영 회장은 전재형 회장보다도 연배가 훨씬 높았다.
삼전 그룹에서는 전주신 회장이 겪은 군사 정부 시절을 구수영 회장은 직접 다 겪은 인물이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구수영 회장이 의중을 드러냈다.
– 자네 생각에는 어떤가? 이번에만 납작 엎드리면 될 것 같은가?
“언제나 그렇죠. 가장 작은 것을 내어주고, 가장 큰 것을 받을 준비를 해야죠.”
전재형 회장은 은유적으로 이야기했다.
이번 대통령 해외 순방에는 대통령의 비선실세들이 함께했다. 정부 요직에는 없지만, 실질적으로 대통령을 쥐고 흔드는 인물들.
물론 어떤 정부에서든 비선실세는 존재했다. 대부분 대통령 최측근의 인사들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정부 요직에 있었고, 어느 정도 행보도 예상이 됐다.
하지만 이번 비선실세는 달랐다. 도대체가 예상이 되지 않았다.
– 전 회장, 그들의 속내가 뭐든가?
“이번 올림픽입니다.”
– 허허. 올림픽 하나에 드는 예산은 못 해도….
“조 단위입니다.”
– 우리 한번 만나야겠네. 우리 애들은 다치지 말아야 할 텐데….
“저도 그 걱정입니다. 회장님이나 저나 이제 막 후계 구도를 짰는데, 이건 저희가 해결해주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 나도 그 생각이야. 애들에게 똥물을 뒤집어씌울 순 없지.
“네, 회장님. 조만간 찾아뵙겠습니다.”
두 사람은 몇 마디 안부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전재형 회장은 전화기를 손에서 내려놓지 못한 채 양 비서를 쳐다봤다.
“전 대표에게는 내가 직접 전화하지. 자네는 태국이에게 전화하게나.”
“네, 회장님.”
* * *
짜장면을 다 먹고,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나와 전태국의 전화가 동시에 울렸다.
그리고 나와 전태국은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회장님인데?”
“양 비서 아저씨인데?”
전재형 회장은 나에게, 양 비서는 전태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스위트룸의 식탁에서 일어나 거실로 향했다. 그리고 둘 다 서울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섰다.
“네, 회장님, 전성국입니다.”
내가 전화를 받자 전재형 회장은 다짜고짜 물었다.
– 혹시 지금 당장 시간 되나, 전 대표?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일 같았다.
“지금 삼전 호텔에 있습니다.”
– 혹 태국이도 같이 있나?
“네, 대표님.”
– 잘됐네. 1시간 후에 도착하니, 거기서 보지.
내가 전화를 끊자, 이미 전화를 마친 전태국도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아버지가 너랑 같이 보자는데?”
– 네, 저도 전화 받았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지? 대통령이랑 해외 순방 가신 건데… 거기서 뭔가 일이 있었나….”
대통령이랑 같이 순방을 갔다고?
[그렇다면…. 이제 슬슬 이 정부의 위기가 시작되는 건가.]아직은 2015년이다.
이 정부 비선실세의 국정 논란 사건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는 것은 2016년 중반 이후이다.
몇 년 앞으로 다가온 동계올림픽을 핑계로 정재계를 뒤흔드는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도 아직까지 이 정부가 어떻게 될지는 모를 것이다.
이 정부의 앞날은 나만 알고 있다!
* * *
구진성과 이건주도 구수영 회장의 부름에 따라서 급히 자리를 이동했다.
전재형 회장과 구수영 회장이 급히 움직이는 이유는 후계 구도에 대한 걱정 때문인 것 같았다.
이제 막 후계 구도에 오른 두 사람이 이번 정부와 긴밀하게 대화하기에는 사회적인 경력도, 정치적인 눈치도 달렸다.
“태국이 형, 고마워! 멤버들이랑 잘 먹을게!”
“민국아, 짜장면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내 이름 대고 먹어.”
“응! 걱정 마!!!”
멤버들에게 줄 짜장면과 각종 요리를 잔뜩 포장한 민국이와 데니얼도 방을 빠져나갔다.
이제 나와 전태국만 남았다.
전태국이 평소와 다르게 무겁게 입을 열었다.
“성국아… 왜 오늘 좀 기분이 이상하지?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 같단 말이야.”
[당장은 아니고, 아마 내년쯤….]나는 말을 아꼈다.
“아버지가 너랑 나를 동시에 부를 때면 언제나 심상치 않은 일이 있을 때잖아.”
[전태국, 역시 눈치는 빨라.]“왜, 넌 말이 없어?”
“회장님 오시면 말을 들어보죠.”
“그래….”
때마침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전태국이 문을 열자마자 전재형 회장이 들어섰다.
“위스키 어떤가?”
“좋습니다.”
“태국이, 넌?”
“저도요.”
곧 양 비서가 위스키가 든 크리스탈 잔 세 개를 대령했다.
전재형 회장은 늘 마시던 습관대로 얼음을 넣은 위스키를 반쯤 쭉 들이켰다. 그러고는 숨을 토해내며 나를 쳐다봤다.
“전 대표, 자네는 미국의 주요 정보기관들과도 라인이 있으니, 대한민국이 현재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정보기관과 상관없이 아는 문제였다.
“그렇게 아는 건 아니지만, 밖에서 보면 보이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이 정부 말일세. 이대로 얼마나 갈 것 같은가?”
그 순간, 전태국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아빠, 우리나라 망해?”
“걱정 마요, 형. 우리나라 안 망해요. 80년대도 아니고, 쿠데타 같은 것으로 정부가 바뀔 일도 없고요.”
“그런데, 아빠 말은 무슨 의미야?”
나는 차갑게 이야기했다.
“이번 정부는 아마 스스로 망할 겁니다.”
내 말을 들은 전재형 회장이 전태국을 쳐다봤다.
“태국아, 다음 달에 취임식 하는 대로 미국으로 가라. 그리고 조용해지면 돌아와. 더러운 건 피하는 게 상책이야.”
나는 전재형 회장의 지금 이 말에서 남아 있는 그의 부성애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재형 회장의 예상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