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37)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37화(537/576)
제537화
전태국의 취임사 마지막은 이랬다.
“여러분, 저도 삼전의 미래는 모릅니다. 사실 제 미래도 잘은 모릅니다.”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이건 약속드립니다. 대한민국에서 삼전은 최고의 기업입니다. 이 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드리겠습니다!”
동시에 박수가 터졌다.
지켜보고 있던 마크도 박수를 쳤다.
“성국, 우리 태국이가 달라졌어.”
“대표님, 전태국 부회장님 완전 카리스마 있으신데요?”
[서당 개가 풍월을 제대로 읊었군.]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좀 제대로 했네.”
“성국아, 우리도 취임식도 하고 취임사도 좀 할까?”
“회사에 도움 되는 일이면 하고. 하지만 난 저렇게 취임식 하고 취임사 준비할 시간에 일을 더 하는 게 나은 것 같아. 차라리 저 날 휴가를 주던가….”
“그것도 좋은 생각 같은데.”
“근데 이미 우린 처음부터 CEO라 그럴 일이 없잖아.”
“내가 그걸 생각 못 했네….”
마크는 배시시 웃었다.
아무래도 전태국의 취임식과 취임사가 꽤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마크가 저 정도라면 여론도 호의적일 것 같았다.
“참, 마크. JNN 방송국에 정치부 기자 친구 말이야. 우리 학교 동창이라고 했나?”
“필립 고등학교 동창이야. 케이트 콜린스라고. 하버드 동기기도 해. 기억 안 나?”
기억에 없는 이름이었다.
마크는 얼른 ‘페이스 노트’에서 케이트 콜린스를 검색해서 보여줬다.
“고등학교 때는 좀 통통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완전 다르지?”
“흠…”
사진을 봐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크, 넌 어떻게 알아?”
“아하… 케이트랑은 초등학교도 같이 나왔어. 같은 동네에 살았거든.”
“근데, 필립 고등학교 내내 네가 케이트랑 알은척한 걸 본 적이 없는데?”
“그게… 그때 나나 케이트나 둘 다 사춘기에 너드 타입이라서 조용히 다녔어. 왜 그런 거 있잖아. 너드들끼리 알은척하면 끼리끼리 다닌다고 할까 봐 그냥 서로 남들 안 볼 때 알은척 정도 하고 다니는 거. 케이트가 오늘 저녁에 이쪽으로 온다고 하니까, 제발 얼굴은 익혀둬. 나름 JNN에서는 능력 있는 기자 같아.”
“알았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케이트의 ‘페이스 노트’를 찬찬히 살폈다.
보통 언론인의 ‘페이스 노트’는 자신의 포트폴리오이기도 했다.
케이트 콜린스의 ‘페이스 노트’에는 자기가 쓴 기사부터 시작해서 최근의 사진 그리고 어릴 적 사진들도 연달아 있었다.
물론 필립 고등학교 시절의 사진도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알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마크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마크, 내가 왜 케이트 콜린스를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하버드 갈 성적이었다면 같은 그룹에 속해서 공부했을 것 같은데….”
“성국, 넌 그때 제시가 완전히 방어하고 있었거든. 물론 너도 여자에게 관심이 없었지만, 제시가 네 주변에 벽을 쳐서 어떤 여자들 접근조차 못 하게 만들었잖아. 솔직히 난 그래도 네가 부러웠어. 제시가 우리 학교 최고 미인이었으니까.”
“대표님도 은근 보면 눈치가 참 없으세요.”
데니얼이 끼어들었다.
“데니얼, 오늘 저녁 레스토랑 끝내주는 데로 예약 부탁해요. 그리고 난 눈치가 없었다기보다는 여자한테 관심이 없었어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 * *
실시간으로 전태국의 기사가 올라왔다.
– 전태국 삼전 부회장 취임식에서 유머로 삼전 직원들의 환심을 사다.
– 유머를 겸비한 새로운 재벌 3세의 탄생인가?
– 전태국 삼전 부회장, 삼전에 다니는 것을 자부심으로 여기게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혀.
예상대로 기사들은 우호적이었다.
물론 대한민국의 기사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일은 드물었다. 대부분은 삼전의 돈을 먹고 기사를 쓰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SNS가 필요했다.
각종 SNS에 올라온 평가들 역시 전태국에게 호감을 표했다.
– 태어날 때부터 삼전 입사라니. 초고속 승진 아니고 30년 세월에 걸친 승진이라는 다이아수저의 이야기에 흙수저인 내가 왜 웃고 있냐?
– 저거 다 고도의 콘셉트임.
– 그래도 호감이다. 삼전 가전 급 사고 싶어짐.
내가 기사를 확인하는데, 마크에 옆에서 살짝 속삭였다.
“성국아, 케이트 왔어.”
“어?”
내가 고개를 든 곳에 케이트가 서 있었다.
큰 키에 구릿빛 피부. 갈색 머리가 지적으로 보이면서도 건강해 보였다.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서 케이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케이트, 이게 얼마 만이야.”
케이트는 내 손을 잡으면서 빙긋 웃었다.
“성국, 내 조사 좀 한 모양이네. 네가 내 이름을 알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그거야 마크가 알려줬지.”
“여전히 솔직하네.”
우리는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케이트는 내가 보고 있던 기사에 흥미를 보였다.
“뭐 보고 있던 거야? 한국 뉴스야?”
나는 일부러 케이트에게 전태국의 기사를 내밀었다.
“삼전 그룹이라고. 알지?”
“응. 우리 집에도 삼전 TV가 있어.”
“거기가 이제 재벌 3세 체제를 갖추기 시작했거든.”
“아하, 재벌? 대한민국에서는 기업 경영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더라. 안 그래도 나도 동아시아 정치와 경제에 관심 많은데, 다음에 언제 한번 인터뷰하게 해줘.”
자연스럽게 나는 케이트의 관심을 끌어냈다.
“물론이지. 곧 미국에 들어올 거야. 아마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함께….”
케이트 콜린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성국, 이렇게 인사도 채 마치기 전에 용건부터 말하는 거야? 이렇게 멋진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나온 김에 한 거야. 근데, 케이트 정말 몰라보겠어.”
“성국, 말은 바로 하라고. 너 같은 인싸가 나 같은 아싸를 어떻게 알겠어?”
“마크랑은 친구라며?”
“인싸 친구를 둔 마크가 고등학교 때는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
우리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갔다.
“그 시절의 성국이는 뭐랄까. 약간 팝스타나 무비스타 같은 존재였어. 동경하지만 가까이 갈 수 없는…. 제시와 마크라는 보디가드가 항상 곁에 있었거든.”
“그것보단 그땐 내가 어려서 여자나 남자관계에 전혀 관심이 없었어.”
“지금도 우리보다 한참 어리잖아.”
케이트는 고등학교 친구답게 짓궂게 놀리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고 나니,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 한 병이 거의 다 비어가고 있었다.
마크가 빙긋 웃었다.
“동창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하니 좋다. 케이트, 호텔 잡았지?”
“당연하지. ‘페이스 노트’의 두 CEO 만나러 간다니까, 회사에서 법카로 좋은 호텔 잡아줬어. 그런 의미에서 2차는 내가 살까? 어때?”
아직 나는 케이트에게 본격적인 이야기조차 꺼내지 못했다. 2차는 꼭 가야 하는 자리였다.
“좋지!”
마크도 흔쾌히 찬성했다.
* * *
2차는 케이트가 묵고 있는 호텔의 라운지로 갔다.
마크가 화장실을 간 사이에 케이트가 은근히 물었다.
“성국, 마크에게 나를 소개해달라고 했다며?”
“정확히 말하면 영향력 있는 언론사의 아는 기자를 한 명 소개해달라고 했지.”
“맞아. 나도 그렇게 들었어. 네가 그렇게 말했다는 건… 뭔가 흘릴 이야기가 있단 의미 같은데, 내 말이 맞지?”
역시 케이트 콜린스는 기자답게 예리했다.
“정확해. 하지만 정보원이 나인 것은 공개되면 안 될 것이고.”
“약속해!”
케이트 콜린스는 장담했다.
“만약 정보원이 나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나는 너를 파멸시킬 만큼 소송을 걸 거야. 미국은 소송이 자유로운 나라이고, 나는 소송에 쓸 천문학적인 돈이 있거든.”
“성국, 고등학교 때 지금이나 너는 참 무섭게 협박 잘하는 것 같아.”
[내가 또 케이트를 협박했던 적이 있었나?]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마가리타를 한 모금 마셨다.
“성국, 너는 기억 못 하나 본데… 고등학교 때, 네가 어리다고 놀리는 애들이 있었어. 아마 학기 초라서 네가 더 작고, 그때는 네가 얼마나 천재인지 아무도 모를 때였던 것 같아.”
조금 기억이 날 것 같은 일이었다.
“그때, 애들 몇 명이 너를 놀렸거든. 엄마한테 돌아가라는 둥. 니네 나라로 가라는 둥. 그랬더니, 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그랬어.
지금 너희들은 정당하게 너희들과 똑같이 시험을 통과한 어린 동급생을 차별하고, 인종차별적인 발언까지 했으니까 당장 학교 운영 위원회에 가서 너희들을 인종차별주의자로 신고할 거라고 협박하더라고. 나는 그때 속으로 정말 너를 완전 응원했어.”
다민족이 모인 미국에서 인종차별만큼이나 예민한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이 말도 덧붙였어. 인종차별 했다는 낙인이 찍히면 너희들이 아무리 SAT를 잘 본다고 해도 미국 어디에서도 너희들을 받아주는 대학은 없을 거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널 놀리는 애들이 손을 모으고 싹싹 빌었잖아.”
“그리고 난 게네들이 다시는 이런 발언을 할 수도 없게 서약서도 받았지.”
나도 그때 일이 기억났다.
원래 남을 놀리는 것들은 철저하게 밟아주지 않으면 또다시 그러기 마련이었다.
“그때, 나 완전 속 시원했어. 나도 너드 같다고 종종 놀림 받아서 어떤 기분인지 대충 알거든. 그 이후에 난 널 수업 시간마다 지켜봤는데, 그 이후에 넌 완전 인싸가 돼서 내가 접근 못 했지.”
“지금 케이트 콜린스는 나보다 더 인싸 같던데? 야망도 있어 보이고….”
케이트 콜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왜 이렇게 살도 쫙 뺐겠어? JNN에서 취재만 하고 싶진 않거든.”
그 말은 JNN의 한 꼭지를 차지하는 앵커가 되고 싶단 의미였다.
“케이트, 이번 소스로 넌 아마 동아시아의 이슈를 하나 잡게 될 거야.”
“그리고?”
“이 이슈가 매끄럽게 터진다면, 내가 다음 대통령과의 독점 인터뷰를 주선할게.”
“다음 대통령?”
케이트 콜린스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2016년, 내년에는 미국에 대선이 있다. 버락 오마하는 재임을 했기 때문에 공화당과 민주당 양 진영에서 새로운 후보를 고심하던 때였다.
“성국, 너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예측해?”
“어느 정도.”
“누가 대통령될 것 같아?”
“도날드 트럼펫!”
내 말에 케이트 콜린스의 눈이 커졌다.
“요즘 서서히 붐이 일긴 하지만 사람들은 대놓고 TV 쇼의 주인공인 도날드를 지지하진 않잖아.”
“도날드를 지지하면 인종차별주의자에, 저학력자라는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이 도날드 지지를 대놓고 하지 않을 뿐이야. 아마 이 샤이 트럼펫의 표들이 다음 선거를 좌지우지할 거야.”
“샤이 트럼펫! 그 단어 멋진데? 내가 그 단어 써도 될까?”
“물론이지. 대신.”
내 말에 케이크 콜린스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대신 모든 일에는 대가가 있다? 그 말 하려고 했지?”
“당연하지.”
케이트 콜린스가 손을 내밀었다.
“성국, 우리의 거래는 완전히 성립된 거지?”
“물론. 그리고 이 거래의 어떤 조건이라도 어길 시에는 평생 넌 소송에 시달리는 불운의 기자가 될 거야. 물론 도날드 트럼펫과의 개인 인터뷰도 물 건너갈 거고.”
“정보원의 보호는 확실히 할게. 기자의 명예를 걸고서!”
나는 케이트 콜린스가 내민 손을 잡았다.
* * *
전태국은 대한민국 대통령과 함께 미국에 도착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방미 목적은 미국 산업 시찰이었다. 그리고 막 부회장으로 취임한 전태국은 미국으로 도망칠 겸 대한민국 대통령의 방미를 옆에서 보좌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페이스 노트’ 본사 방문 일정은 이틀 후였다.
이번 방문 때 안내는 한국어와 영어에 모두 능통한 김미소 씨가 맡기로 했다.
김미소 씨는 나에게 ‘페이스 노트’ 방문 인단을 내밀었다.
“대표님, 이번 대통령님 방문 때 같이 오시는 관계자들입니다.”
익숙한 정치인들부터 낯선 이름도 몇 보였다. 그중 눈에 띄는 이름이 보였다.
구선태. 직함은 평창 올림픽 준비 위원이었다.
앞으로 국정 농단 사건으로 커질 이번 일의 키맨을 찾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