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38)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38화(538/576)
제538화
오랜만에 보는 김미소 씨는 미국 생활에 꽤 적응한 모습이었다.
한국에서보다 활기찼고, 조금 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나는 김미소 씨에게 구진성과 비서 이건주를 소개했다.
“여기는 구진성 씨요. 앞으로 마케팅팀에 합류할 겁니다. 김미소 씨가 좀 도와주세요. 그리고 여긴 구진성 씨의 비서 이건주 씨입니다.”
김미소도 구진성이 효진 그룹의 후계자인 사실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회사에 왜 왔는지도.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미소입니다.”
구진성과 김미소는 짧게 인사를 나눴고, 우리는 곧 한국 대통령의 방미를 준비했다.
“대표님, 이번 대통령 방문 일정입니다. 오후 한 시 도착해서 세 시까지 머무실 예정입니다. 인솔은 전태국 삼전 부회장님이 하실 겁니다. 대표님과 마크 대표님 모두 나오시길 바라는데요. 어떻게 연락드릴까요?”
“흠…”
나는 턱을 매만졌다.
VIP랑 최대한 사진을 안 찍히고 싶어서였다.
[역사에 남게 될 텐데….]하지만 내가 나가지 않으면 어쨌든 얼마 남지 않은 정부지만 해코지를 당할 수도 있었다.
국내에도 내가 관련된 기업들이 있었고, 아버지의 일도 있었다.
“대표님, 어떻게 연락드릴까요?”
김미소가 재차 물었다.
“둘 다 나간다고 연락하세요.”
어차피 나가야 하는 자리였다.
최대한 웃지 않고, 뒤로 빠지면 아마 나중에 전성국은 이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정도의 기사는 나갈 수 있었다.
“대표님, 그리고… 조사해달라고 하신 구선태 씨요.”
김미소 비서는 구선태에 대해 조사한 내용이 담긴 태블릿을 내밀었다.
이때, 구진성이 조금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대표님… 이 사람이 여기 왜 있나요?”
“구선태 씨, 아세요?”
“네… 그게….”
구진성이 땀을 흘리는 것을 보니, 말하기 뭐한 이야기인 것 같았다.
“구진성 씨, 저랑 잠시 따로 이야기하시죠.”
“네, 대표님.”
* * *
나는 구진성과 ‘페이스 노트’의 정원을 거닐었다.
“구진성 씨, 아까 구선태 씨 얼굴 보자마자 조금 놀라시던데요?”
“네… 그게… 어디서 본 사람 같아서요. 근데 확실하지는 않아서….”
“어디서 보셨는데요?”
구진성이 구선태를 볼 일이 있었나?
“좀 오래전 일인데요. 십 년도 전에 누가 저희 효진 그룹의 사생아라고 하면서 사기를 친 일이 있었거든요. 심지어 제 아버지 이름과 저까지 거론하면서요.”
“그게 구선태 씨였나요?”
“이름도 같고. 그때 조사해서 얼굴도 알아봤는데, 십 년 세월이 지나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조금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아마 구진성의 추측이 맞을 것이다.
김미소 비서가 조사한 구선태의 행적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그 사람은 어떻게 하셨나요?”
“저희가 어떻게 대응하기도 전에 사기죄로 금방 구속됐다고 들었습니다. 구속됐을 때, 변호사가 가서 적절하게 조치를 취한 이후에는 저희 일가의 이름을 팔고 다니는 사기는 안 친 것 같습니다.”
재벌들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루머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사기꾼들은 자신이 어느 재벌가의 사생아라는 이야기를 참 애용했다.
재벌을 실제로 접할 일이 별로 없는 일반인들은 사기꾼들의 이야기에 잘 속아 넘어갔다.
솔직히 그런 일은 너무 많아서 저번 생에서는 거의 취급도 하지 않았다.
전재형 회장의 사생아라고 사기 치고 다닌 사람만 해도 수백 명은 족히 됐다.
“효진 그룹 일가의 사생아라고 사칭하는 사람은 꽤 많을 텐데, 그중에서도 어떻게 구선태 씨를 기억하시는 거죠?”
십 년도 지난 일을 구진성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그, 그게… 사실은 구선태가 저와 친한 동창에게 사기를 치다 걸렸거든요.”
구진성은 그제야 과거의 일을 털어놨다.
“제 고등학교 동창인데, 자기 여동생이 만나는 남자가 좀 이상하다고요. 아마 구선태는 만나는 여자의 오빠가 제 동창이라는 것을 꿈에도 몰랐을 겁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방학이라 한국에 잠시 들어왔을 때, 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나타나 자기소개를 하자, 태연하게 웃던 그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서요.”
구선태는 꽤 간이 큰 사기꾼인 모양이었다. 그러니 현재 대통령 곁에도 있는 거겠지만.
“구진성 씨, 이번에도 한번 만나 보실래요?”
“네에?”
구진성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저는 VIP를 에스코트해야 하니까, 구진성 씨가 구선태 씨를 안내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효진의 후계자가 되면 사실 껄끄러운 상대를 만나야 하는 일도 많으실 겁니다. 과거의 적에게 웃어야 할 때도 있을 거고, 협상 테이블에서는 절대 의중을 드러내면 안 되니까요.”
[뉴 서당 개, 이제부터 후계자 수업 시작이야.]내 말에 구진성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 * *
대통령 도착 한 시간 전.
‘페이스 노트’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VIP가 방문할 장소는 대외적으로 공개된 장소라 따로 우리 측에서 보안 문서를 없애거나 할 필요는 없었지만, 많은 직원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불편함은 있었다.
곧 케이트 콜린스가 사진 기자들과 함께 도착했다. 물론 다른 언론사의 기자들도 많았지만, 케이트가 할 일은 따로 있었다.
나는 케이트 콜린스와 짧게 눈인사를 나누고 구진성에게 다가갔다.
구진성은 조금 긴장된 얼굴이었다.
“아마 구진성 씨를 보면 구선태가 조금은 당황할 겁니다. 제가 오늘 해야 할 일 중의 하나가 VIP의 ‘페이스 노트’ 계정을 만들어 드리는 거거든요. 그때, 자연스럽게 제가 태블릿을 사람들에게 찾을 겁니다.”
이것도 자연스러운 상황 연출을 위해서 이미 설정한 일이었다.
원래 설정대로라면 이미 태블릿을 들고 있던 직원 한 명의 태블릿을 자연스레 내미는 것이었다.
“그때, 구진성 씨가 구선태의 손을 들게 해주세요. 그럼, 마크가 자연스럽게 그 태블릿을 건네받아서 ‘페이스 노트’ 계정을 만들 테니까요.”
“네, 대표님.”
구진성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오늘 구진성이 하는 행동 하나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꿀지도 모른다.
마크가 평소처럼 체크 셔츠를 입고 나왔다.
“성국, 우리 평소처럼만 하면 되는 거지?”
“응. 그리고 내 생각에는 마크, 네가 대통령 ‘페이스 노트’ 개설을 도와주는 게 좋을 것 같아.”
“네가 안 하고?”
마크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마크, 네가 해야 나중에 어떤 해코지도 안 당하지.]미국인인 마크가 구선태의 태블릿으로 자연스럽게 계정을 만들다 언론에 국가의 중요한 문서가 노출되는 것이 내가 짠 계획이었다.
이걸 만약 내가 직접 한다면 두고두고 회자 될 일이었지만, 마크가 하면 한글도 모르는 사람이라 크게 이슈가 될 일이 없었다. 그저 실수로 국정 농단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일 뿐이었다.
“마크, ‘페이스 노트’의 실질적인 개발자가 직접 프로그램을 알려주는 게 좋잖아. 그게 더 의미 있을 거라고 이미 VIP 측에도 전달했어.”
“그러지, 뭐…. 근데, VIP는 영어 잘하셔?”
“걱정 마. 옆에 통역관도 있을 거고, 태국이 형이랑 김미소 씨도 있잖아.”
“태국이가 이럴 때 보면 정말 대단한 집안 아들이라는 게 실감 난다니까.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에 있는 거잖아.”
마크는 아무것도 모른 채 주절거렸다.
그리고 미리 도착한 경호원들이 경호 라인을 다시 정리하는 게 보였다.
어쩌면 오늘 내 생각대로 일이 안 굴러갈 수도 있었다.
구선태 태블릿을 안 내밀 수도 있었다. 물론 플랜 B는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다만 플랜 B는 실행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 *
– 성국아, 이제 니네 회사 보인다! 곧 만나자!
구 서당 개의 톡이 도착하고 나서 얼마 후, 드디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페이스 노트’에 도착했다.
여장부 인상의 대한민국 최초 여자 대통령이었다.
의전팀들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나와 마크도 의전팀의 지시에 따라서 VIP를 맞이했다.
나는 일부러 마크를 VIP 옆에 배치했다. 그러곤 VIP에 설명했다.
“이 친구가 저랑 ‘페이스 노트’를 만든 마크 주크버스입니다. ‘페이스 노트’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청년이 이런 멋진 사업을 하다니, 너무 멋집니다.”
몇 마디 칭찬과 격려의 말이 오갔다.
그리고 드디어 쇼타임이 시작됐다.
VIP는 흐뭇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요즘 사람들이 다 ‘페이스 노트’를 한다는데, 나는 없네요. 두 분을 만난 김에 나도 여기서 ‘페이스 노트’를 개설해 볼까, 하는데요. 두 분이 도와주시겠어요?”
이때도 나는 슬쩍 마크를 앞으로 밀었다.
“마크가 ‘페이스 노트’의 프로그램을 처음 만들었습니다. 마크가 ‘페이스 노트’의 개설을 도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VIP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변을 살폈다.
“내가 태블릿이 없는데… 혹시 빌려주실 분 있으세요?”
그리고 그 순간, 예정된 사람보다 먼저 구선태가 손을 번쩍 들었다.
VIP는 구선태를 보더니 손을 내밀었다.
“좀 빌려주시겠어요?”
그 말에 구선태는 직접 자신의 태블릿을 내밀었다. 구선태가 긴장한 기색이 보였지만, 이건 나만 아는 것이었다.
이 상황을 기자들이 동영상과 사진으로 담고 있었다. 특히 케이트 콜린스는 태블릿 화면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마크는 아무 의심 없이 구선태의 태블릿을 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구선태의 태블릿에는 기밀문서가 떡하니 띄워져 있었다. 구선태는 기밀문서를 보고 있던 참이었던 모양이었다.
한글을 모르는 마크가 잠시 당황하는 사이에 사진과 동영상으로 기밀문서를 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VIP는 지금 이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마크는 태블릿을 보더니 빙긋 미소를 지었다.
“‘페이스 노트’ 앱이 이미 깔려있네요.”
마크가 ‘페이스 노트’ 앱을 열자마자 구선태의 ‘페이스 노트’가 펼쳐졌다.
거기에는 비선실세로 이름난 채순심 모녀와 함께 한 구선태의 사진부터 국정 농단의 주역들과 함께한 사진이 주르륵 터져 나왔다.
외신 기자들은 아무 생각 없이 그 장면을 화면에 담고 있었다.
그때, 비서관 중 한 명이 다가오더니 얼른 마크 손에 들린 태블릿을 빼앗아 들었다.
“으악!”
마크는 너무 놀라서 잠시 비명을 질렀고, 그 바람에 이 장면은 그대로 기자들의 카메라와 핸드폰에 담겼다.
한마디로, 호미로 막을 일이 가래로 막아야 될 판이었다.
나는 슬쩍 놀란 척 마크와 VIP를 챙겼다.
“무슨 일이신가요? 괜찮으세요?”
동시에 비서 한 명이 다가오더니, 우리를 막아섰다.
“오늘 ‘페이스 노트’ 방문은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그리고 기자들을 향해서 소리쳤다.
“여기서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 모두 압수하겠습니다.”
나는 슬쩍 팔짱을 낀 채 이 광경을 쳐다봤다.
[여긴 대한민국이 아니고 미국이라고….]케이트 콜린스는 모든 동영상과 사진을 이미 회사에 전송했을 터였다. 그리고 거기에는 한국어 통역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 * *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VIP와 일행들은 모두 ‘페이스 노트’ 사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JNN의 뉴스 속보가 터졌다.
– 대한민국 대통령의 기밀문서가 평창 올림픽 위원회 중의 한 명인 남자의 태블릿에서 포착!
– 이 남성은 과거 효진 그룹의 사생아라며 사기를 친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
– 현 대한민국 대통령은 비선실세 문제로 그동안 수없이 의심을 샀지만, 실제적인 증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
– 침묵한 대한민국 언론 대신 미국의 언론이 나서다!
내가 기사를 보고 있자, 구진성이 다가왔다.
“대표님… 대표님이 그러셨잖아요. 이번 정권은 스스로 무너질 거라고요…. 혹시… 대표님… 진짜… 미래라도 보시나요?”
“구진성 씨도 효진 그룹의 후계자로서 남들은 얻지 못하는 정보를 얻듯이, 저는 미국에서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거짓말이다. 저번 생에서 다 본 거라 기억할 뿐이다.
“그 정보들을 이리저리 맞춰보면 대략적인 결과가 보일 뿐이에요.”
“아하….”
구진성은 역시 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구진성 씨, 저도 궁금한 게 있는데요. 어떻게 구선태가 손을 그렇게 빨리 들게 만들었어요?”
“그, 그게… 구선 옆구리를 세게 쳤어요.”
“네에?”
“제가 옆에서 말을 걸어도, 제가 효진 그룹 자제인 것을 기억도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옆구리를 쳤습니다.”
구진성은 세상 순진하게 웃었다.
어쨌든 구진성의 한 방이 역사를 만들어낸 건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