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39)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39화(539/576)
제539화
JNN의 기사가 나가고 난 뒤, 케이트 콜린스가 다시 ‘페이스 노트’를 찾았다.
오늘은 토요일이었고, 나는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해결하느라 주말도 없이 회사에 나온 참이었다.
케이트 콜린스는 첫 만남과 달리 한껏 꾸민 모습이었다.
“성국, 오늘도 일하는 거야?”
“할 일이 좀 많아서….”
“내가 쓴 기사는 다 봤지?”
나는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트, 한 나라의 운명을 바꾼 것 같은데. 기분이 어때?”
“대한민국 언론은 아직 침묵 중이던데. 과연 이걸로 한 나라의 운명이 바뀔까?”
“조만간 반응이 오겠지. 요즘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잖아. 국내에서 언론을 통제한다고 해서 모르지도 않고.”
이제 SNS는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언론은 당분간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침묵할 것이다.
하지만 외국, 그것도 JNN이 보도한 내용은 각종 SNS를 통해서 이미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침묵하는 언론을 질타하기 시작할 것이고, 언론과 정권의 줄다리기가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심이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언론도 더는 침묵하지 못한다.
“방송국에서는 정보원이 누구냐고 난리도 아니야. 난 당연히 아무 말 안 하고 있고….”
“케이트, 이제 더 큰 특종 한 번 터트려야 하지 않겠어?”
“도날드 트럼펫과 인터뷰하게 해주는 거야, 진짜?”
“약속이잖아.”
케이트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네가 약속을 잘 지킬 줄 몰랐어. 네가 도날드 트럼펫과 친분이 있다는 건 알지만, 사실 버락 오마하랑도 친분이 깊잖아. 그리고 민주당의 다음 대선 후보는….”
“알지. 힐러리 클린.”
힐러리 클린은 빌 클린 미국 전 대통령의 부인이었다.
빌 클린은 대통령으로서는 훌륭했지만, 지퍼 게이트라고 불리는 성추문에 휩싸여서 사생활이 도마에 올랐던 대통령이기도 했다.
그 당시 빌 클린을 떠나지 않고 곁은 지킨 힐러리 클린에 대해서 미국 사람들은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힐러리 클린은 남편이 대통령 자리를 떠난 이후에 오히려 정계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이제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 자리에 오를 예정이었다.
케이트 콜린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 민주당도 힐러리로 정해진 건 아니야.”
“공화당도 마찬가지잖아. 도날드 트럼펫이 유력 후보일 뿐이지.”
“너는 두 사람이 맞붙는다고 보는 거야?”
“그럴 것 같아.”
케이트 콜린스가 믿겨지지 않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넌 가끔 그럴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게 꼭 그렇게 이뤄지더라.”
“그냥 난 예측을 할 뿐이야.”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까지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미래였다.
“성국, 내가 오늘 여기 온 건 트럼펫 이야기도 할 겸이지만 너랑 밥 한 번 더 먹으려고 온 거야.”
케이트 콜린스는 자신감에 가득 찬 얼굴로 이야기했다.
[뭐지? 데이트 신청인가?]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케이트 콜린스가 물었다.
“오늘 저녁 어때? 내가 끝내주는 레스토랑 예약했는데.”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어쨌든 우리의 비즈니스 관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 핸드폰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나는 곧바로 메시지를 확인했고,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케이트, 대한민국의 두 재벌 후계자들이 오늘 저녁에 파티를 연다는데. 같이 갈래?”
케이트는 곧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전성국은 역시 고등학교 때도 접근하기 어려웠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네. 데이트 신청 거절을 이렇게 돌려서 하기야?”
“데이트 신청이었어? 나는 전혀 몰랐는데….”
나는 케이트가 민망해하지 않게 조금 눈치 없는 척을 했다.
“어쩔 수 없지. 오늘은 그 파티 가서 대한민국 앞으로의 정재계가 어떻게 돌아갈지 정보나 캐야겠어.”
나는 가방을 챙기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내 눈앞에는 다시 서당 개 두 명이 등장했다.
구 서당 개, 전태국.
뉴 서당 개, 구진성.
전태국은 아직 집을 못 구했다면서 삼전에서 당연히 구해줄 수 있는 호텔도 마다하고 우리 집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 구진성은 전태국이 쓰던 옆집을 빌리면서 이웃이 됐다.
전태국은 우리 집에서 익숙하게 바비큐 그릴에 고기를 올려놓고 있었다.
“성국아, 어서 와!”
[구 서당 개, 여긴 우리 집인데… 왜 네가 주인 같니?]이미 맥주를 마시고 있는 마크가 손을 흔들었다.
“어, 케이트도 같이 왔네? 케이트, 오늘 온다는 소리 안 했잖아.”
[그거야 나한테 데이트 신청하려고 왔으니까, 그렇지.]케이트 콜린스는 모른 척 맥주를 집어 들었다.
“갑자기 오게 돼서…. 성국이랑 할 이야기도 있고.”
“성국이한테 데이트 신청하러 온 건 아니지?”
마크가 눈치 없이 묻자 케이트 콜린스가 맥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입을 열었다.
“마크, 너는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눈치 없는 건 똑같네.”
“설마… 진짜 성국이한테 데이트 신청하러 온 거야?”
“완전 열심히 꾸몄는데, 마크도 참 눈치가 없어.”
옆에서 전태국이 한국말로 종알거리더니, 나를 쳐다보며 한국말로 물었다.
“어쩐지 단번에 온다고 하더니… 데이트 신청 거절하려고 그런 거지?”
“형, 고기 타겠어요.”
“아차!”
전태국은 얼른 그릴 위의 고기를 뒤집었어.
나는 케이트 콜린스에게 전태국을 소개했다.
“여기가 그 유명한 삼전 그룹의 부회장 되시는 전태국이라고 해.”
“그날 대통령 보좌하시는 거 봤어요. 반갑습니다. JNN의 케이트 콜린스라고 합니다.”
“전태국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삼전 뉴스 살살 다뤄주세요.”
“이거 로비인가요?”
“그런 셈이죠.”
전태국은 잘 익은 고기를 접시에 담아 케이트에게 내밀었다.
케이트는 접시를 받으며 빙긋 웃었다.
“이 정도 뇌물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케이트 콜린스는 꽤 재치가 있는 친구였다.
[내가 그걸 왜 고등학교 때는 몰랐지?]어느새 마크가 옆으로 다가왔다.
“성국아, 내가 생각해보니까… 케이트 굉장히 괜찮은 거 같아.”
“무슨 말이야?”
“너, 연애 안 한 지 오래됐잖아. 케이트 정도면 지성과 미모를 갖추고 성격도 좋아. 원래 고등학교 시절을 너드로 보낸 애들이 착하다고. 나처럼….”
마크는 옆에서 케이트 콜린스의 칭찬을 곁들였다.
“난 연애하기에는 시간이 없어.”
“성국아, 물론 네가 1분 1초도 쪼개서 사는 것을 알지만, 연애도 해야지. 나도 바쁘지만 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있잖아. 이렇게 주말에는 미미 허락받고 너희들이랑 놀기도 하고.”
내 말의 의미는 연애에 한눈팔기에는 내가 아는 미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삼전 그룹의 회장에 오르는 순간 심장마비로 죽은 게 2022년이다.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 7년.
그 7년 안에 내가 해야 할 일은 동생들을 정말 제대로 밥벌이하게 만드는 것이었고, 두 서당 개의 후계자 계승식까지 봐야 했다.
엄마, 아빠 사업도 안정권에 올려야 했고….
정말 할 일이 산더미였다.
마크가 내 손에 시원한 맥주를 쥐어 줬다.
“성국아, 속으로 종알거리지 말고 오늘은 좀 쉬어. 미국 와서 하루도 못 쉬었잖아.”
나는 마크를 지그시 쳐다봤다.
“마크, 그러니까. 내가 왜 미국 와서 하루도 제대로 못 쉬었을까?”
“그거야….”
마크가 말끝을 흐리며 배시시 웃었다.
“네가 나 없는 동안 어떤 결정도 안 내리고 있어서 결재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잖아.”
“성국아, 근데 난 정말 너 없이 결정을 못 내리겠어.”
나는 한숨을 낮게 내쉬었다.
“마크, 내가 한국에서 군 생활하는 동안 잘해왔잖아.”
“그때도 너랑 화상회의 해서 다 결정했잖아. 근데 이번에는 짧게 간다고 하고는 바빠서 화상회의도 제대로 못 했잖아.”
나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니 앞으로 남은 7년 동안 사람 만들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나는 마크의 어깨에 손을 둘렀다.
“마크, 내가 너 때문에 연애할 시간이 없는 거야….”
“성국아, 그래도 난 네가 내 곁에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 너도 결혼해서 아들, 딸 낳고 바로 옆집에 평생 같이 살자.”
“마크, 술이나 마셔.”
나와 마크는 맥주병을 부딪쳤다.
2022년 이후의 일은 솔직히 나도 예측할 수가 없었다.
마크의 바람대로 내가 미국에 계속 살지.
아니면 또 다른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지.
* * *
일요일 아침부터 시끄럽게 핸드폰이 울렸다.
내 침대 옆에는 결국 집에 가지 못한 마크가 잠들어 있었고, 바닥에는 옆집에 살지만 술에 취해 걷지 못한 구진성이 쓰러져 있었다. 물론 그 옆에는 다정하게 구 서당 개, 전태국도 있었다.
어젯밤, 간만에 미국에서 뭉친 우리는 늦게까지 예전 이야기를 하며 술을 마셨고 아무도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목소리마저 갈라졌다.
– 전성국 대표님, 맞으시죠?
“네, 맞는데요.”
– 일요일 아침일 텐데, 제가 좀 무례하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교양 있는 미국 중부 억양의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시죠?”
– 소개가 늦었네요. 안녕하세요, 전 힐러리 클린이라고 합니다. 아마 제 이름은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어제 케이트 콜린스와 이야기를 나눈 민주당 다음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이었다.
힐러리 클린이 무슨 일로 나에게 전화를 한 거지?
“물론 익숙한 이름이시죠. 근데, 저한테 어떻게 전화를 하신 거죠?”
– 전화번호는 백악관 담당자들에게 받았어요. 제가 이번 주에 실리콘밸리를 방문하는데, ‘페이스 노트’를 방문해도 될까요?
“‘페이스 노트’ 본사를요? 그런 것이라면 회사를 통해서 연락을 주시죠.”
– 공식적인 방문 말고요. 이건… 비공식적인 방문입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옆에 놓인 생수병을 집었다. 그리고는 물을 벌컥 마셨다.
힐러리 클린이 ‘페이스 노트’를 비공식적으로 방문한다고?
“언제 방문 예정이시죠?”
– 내일이요.
“그렇게나 빨리요?”
– 빨리 만나 뵙고 싶어서요. 그러면 이유가 될까요?
“저를 보고 싶어 오시는 건 아닐 거고요.”
– 그건 만나서 이야기하죠, 우리.
힐러리 클린은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힐러리 클린이 나를 비공식적으로 보자는 건 어떤 의미이지?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 * *
지희가 머무는 게스트룸에서 나온 케이트 콜린스의 몰골도 어제와 사뭇 달랐다.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나는 갓 내린 커피를 케이트 콜린스에게 내밀었다.
“땡큐, 성국. 일찍 일어났네?”
“응, 아침에 전화가 와서…. 힐러리한테.”
케이트 콜린스는 커피를 막 마시다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힐러리? 힐러리 클린? 민주당 대선 유력 후보 말이야?”
“응.”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케이트가 커피잔을 내려놓고 웃기 시작했다.
[왜 웃는 거지?]내가 의아하게 보자, 그제야 웃음을 멈춘 케이트가 나를 쳐다봤다.
“성국, 그 소문이 진짜인가 봐.”
“무슨 소문?”
“너는 미국 사람들이 사랑하는 SNS를 움직이는 사람이잖아.”
“그 SNS의 대표일 뿐이지.”
그리고 짹짹이도 못 가지고 있다.
“그렇긴 하지만, 네가 여태까지 밀었던 후보들이 다 대선 당선이 됐단 말이야.”
“버락 오마하의 인기는 워낙 타의 추종을 불허했잖아.”
“성국, 자신의 영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마. 대선 후보 토론도 중계해놓고는…. 그때, 네가 버락 오마하의 편을 안 들어줬으면, 솔직히 버락 오마하의 재선이 가능했을까, 하는 의견도 있어.”
“그건 소수 의견일 뿐이고. 나는 버락 오마하의 편을 들어준 게 아니라 팩트만 따지고 든 거야.”
케이트 콜린스는 좀 전과 다르게 눈을 반짝였다.
“미국 시민도 아니고, 아시아계지만 세계 최고의 SNS 기업을 운영하는 천재. 거기다 빌 게이트, 찰리 잡스, 일론 머스트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인이자 셀럽인 네가 찍은 후보가 대통령이 될 거라는 것이 이 바닥의 속설이야. 힐러리 클린은 그래서 너를 만나러 오는 거고.”
조금 예상은 한 일이었다.
케이트가 조심스레 물었다.
“성국, 솔직히 도날드가 대통령 되는 것보다야 힐러리가 낫지 않아? 어떻게 생각해?”
“그건 미국 국민들이 생각해야지.”
나는 어깨를 으쓱하곤 커피를 쭉 마셨다.
대한민국도 미국도 내년에는 정치적인 변화가 휘몰아칠 것이다.
[이번에는 두 나라의 대선으로 내 SNS들 좀 띄워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