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40)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40화(540/576)
제540화
비공식적인 만남이었지만, 데니얼은 힐러리 클린의 보좌진들과 일정을 맞추느라 일요일 저녁에도 정신이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오후 6시 이후로 방문해 주시면 사람들의 시선을 조금 피할 수 있을 겁니다. 7시 이후면 더 좋고요…. 대표님에게 퇴근 시간은 따로 없습니다. 대부분은 더 늦게 퇴근하시거든요. 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데니얼은 전화를 끊고 정리된 상황을 보고했다.
“힐러리 클린 후보자가 내일 오후 8시경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머무는 시간은 1시간 내외일 것이고, 저녁을 준비해서 온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죠.”
“대표님, 근데 힐러리 클린까지 대표님을 만나는 이유가 진짜 대표님이 찍은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그 소문 때문인가요?”
“난 예측이라는 것을 하는 건데, 사람들은 마치 내가 예언가인 듯 이야기한다니까요.”
“사실은 저희 아버지도 엄청 궁금해 하십니다. 다음 대통령이요.”
데니얼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건 저도 모르죠.”
“대표님이 하시는 예측이요. 혹시 확실해지면 알려주세요.”
데니얼은 농담처럼 던졌다.
아직 집에 가지 않은 마크가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
“데니얼, 성국이가 앞날을 모른다는 것은 분명하잖아요. 자기가 언제 어떻게 연애할지 알지도 못하잖아요.”
“마크 대표님, 한국 속담에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거든요.”
“중? 스님이요?”
“네.”
마크는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아, 너 그런 거 아니지?”
“마크, 데니얼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야지.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은 자신이 잘하는 일도 스스로에게는 잘 못한다는 말이야.”
“아하… 그런 의미였구나. 난, 네가 또 머리 깎고 중이 되나 했지.”
[그럴 일은 절대 없다고! 난 속세가 좋아. 돈과 명예!]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마크를 쳐다봤다.
“마크, 집에 안 가? 리미미 씨 혼자 육아하고 있을 거잖아.”
“아, 그게… 사실은 나 쫓겨난 거야. 우리 싸웠어.”
나와 데니얼은 놀란 얼굴로 마크를 쳐다봤다.
마크와 리미미가 싸우다니….
두 사람이 사귀고 난 이후로 작은 트러블이야 언제나 있었지만, 마크가 집에서 쫓겨날 정도의 트러블은 한 번도 없었다.
“마크, 뭘 얼마나 잘못한 거야?”
“그게… 미미가 셋째를 가졌거든.”
부엌에서 물을 마시던 전태국이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뭐어?!”
“그게… 미미가 올해는 본사 이전도 있고, 올리비아랑 로즈 아직 어려서 셋째는 힘들다고 했거든.”
“마크, 너는 종종 잊는 거 같은데. 네가 같이 사는 리미미 씨는 ‘페이스 노트’의 핵심 개발자라고.”
“알지…. 근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
[그게, 왜 네 마음대로 안 되는데!!!]멋쩍은 얼굴로 마크가 서서 머리를 긁적였다.
놀란 전태국이 생수를 들고 나왔다.
“마크, 축하는 하는데… 그럼, 집에는 이제 못 들어가는 거야?”
“사실 장모님이 일주일 전에 오셨어. 미미가 셋째 임신 사실을 안 건 그저께고. 적절한 타이밍에 태국이가 파티 열어서 쫓겨나자마자 여기로 온 거지.”
“마크, 그럼 안 들어갈 거야? 어서 들어가서 리미미 씨한테 무릎 꿇고 빌어.”
나는 마크를 달랬다.
“성국아, 나도 자존심이 있다고. 그리고 미미도 다 알아. 내가 여기 있다는 거. 내가 달리 갈 데가 없잖아.”
전태국은 마크의 어깨를 토닥였다.
“마크, 정말 축하해. 근데… 이번에 아들이면 성국이란 이름 쓸 거야?”
“그럴 생각이야, 태국.”
“마크, 내 영어 이름인 윌리엄은 어때?”
[구 서당 개, 그럴 일 없어. 마크는 보나 마나 또 딸을 낳을 테니까.]나는 고개를 가로저었고, 동시에 마크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윌리엄, 미안. 우리 미미는 성국이가 아무것도 없이 태어나서 여기까지 온 걸 인간승리라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아들이 태어나면 성국이처럼 그렇게 자랐으면 하는 거고.”
“마크, 재벌 3세가 나처럼 인간답게 사는 것도 쉬운 건 아니야.”
전태국은 마크를 설득해 봤지만, 마크는 꿈쩍도 안 했다.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서재로 향했다.
어째 미국에만 오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띵동!
이때,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요일 저녁 7시.
케이트 콜린스는 예약해둔 호텔로 돌아갔고, 지희는 전태국과 마크 때문에 시끄럽다며 전미진의 집으로 가버렸다.
전태국이 갑자기 호들갑을 떨었다.
“성국아, 혹시 강도 아니야?”
“형, 강도가 초인종 누르는 거 봤어요?”
“그런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형, 이미 형 의전팀이 주변에 쫙 깔려 있잖아요.”
하지만 조금은 걱정이 됐다.
이곳은 미국이고,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나라이다. 종종 알 수 없는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는 인터폰 화면을 봤다.
거기에는 구선태가 있었다.
“구선태?”
내 말에 전태국과 마크 그리고 데니얼이 동시에 인터폰을 확인했다.
구선태는 케이트 콜린스가 낸 기사 속 태블릿의 주인공이었다.
그의 태블릿 덕분에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의 비선실세들의 얼굴이 언론에 공개됐다.
동시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사기꾼과 알 수 없는 인물들로 이뤄진 비선실세를 두고 있다는 것이 온 세상에 공개됐다.
“성국아, 이 사람… 그 사람 아니야? 대통령 비선실세라는 사람….”
“네, 그런 것 같아요.”
“설마… 너 때문에 자신의 존재가 밝혀졌다고 생각하고, 너 죽이려는 거 아니야?”
전태국은 과한 상상을 했다.
“형, 그럼 절 위해서 대신 나가주실래요?”
“성국아, 나도 목숨은 하나야.”
데니얼이 손을 번쩍 들었다.
“대표님, 제가 나가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저 태권도 유단자잖아요.”
데니얼은 말릴 사이도 없이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
나도 얼른 데니얼 뒤를 따랐다.
“데니얼, 내가 갈게요!”
내가 뒤따라 잡기도 전에 데니얼이 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대문 밖에는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며 구선태가 서 있었다.
“저 좀 도와주세요, 대표님.”
* * *
나는 구선태에게 위스키를 내밀었다.
구선태는 위스키를 몇 모금 마시더니, 그제야 숨을 돌렸다.
“구선태 씨, VIP 일행에서 벗어난 거예요?”
“네….”
구선태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사이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나와 전태국 그리고 데니얼은 구선태를 둘러쌌다.
“사실은 진심으로 도움이 필요해서 여기까지 찾아왔습니다.”
“저희 집은 어떻게 아셨죠?”
“대통령 기밀문서에 전성국 대표님에 관한 신상 조사도 있었습니다. 미국 집 위치도요.”
이번 정권은 쓸데없는 것에 꼼꼼한 모양이었다.
“구선태 씨, 혹시 위협 같은 거 받나요?”
사실 구선태가 무사한 것도 이상했다.
구선태의 태블릿을 통해서 세상에 현 정권의 무능함과 비선실세가 다 드러났으니. 하지만 한국 언론에서는 의혹은 있으나 아직 정확한 증거가 없다고 흘려보냈다.
구선태 태블릿에서 발견된 기밀문서는 실수로 나간 것이고, 구선태의 ‘페이스 노트’에서 발견된 인물들은 대통령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었다.
불은 지폈지만, 아직 제대로 불이 붙지는 않았다.
구선태은 안정을 찾은 후에 우리를 쳐다봤다.
“저 좀 진짜 살려주세요. 정말 모든 정보 다 드리겠습니다.”
전태국이 나를 쳐다보며 일부러 영어로 말했다.
구선태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VIP와 동행할 때 알아봤다.
“성국아, 이게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야?”
“글쎄요. 근데… 구선태 씨는 죽지는 않을 거예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구선태 씨가 가진 정보를 미국도 원할 거니까요.”
모든 나라의 정치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
국민들은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을 알기도 했고, 때로는 영원히 모르기도 했다.
저번 생에서 대한민국의 현 정권이 무너진 데에도 물론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이 있었다.
이번 생에서는 내가 그 보이지 않는 손이 될 모양이었다.
* * *
VIP 일행에서 빠져나온 구선태는 긴장이 풀려서인지 위스키 몇 잔을 연거푸 마셨다.
거실에는 나와 마크, 전태국 그리고 데니얼. 막 도착한 구진성과 이건주까지 다 함께였다.
구선태는 빈 위스키 잔을 전태국에게 내밀었다.
“저… 위스키 한 잔만 더 주세요.”
“구선태 씨, 내가 삼전 부회장이라는 사실은 잘 알죠?”
“그럼요. 그리고 삼전에서 이번 정권의 비선실세를 위해서 한 일도 잘 알죠.”
그 순간, 모두가 침묵에 휩싸였다.
구선태는 도대체 어디까지 아는 걸까?
전태국은 조용히 구선태의 빈 잔에 위스키를 따랐다. 그러고는 또 몇 모금 마시더니, 전태국을 쳐다봤다.
“몇 해 전에 채순심이라고 만난 적 있죠?”
“그랬던가….”
전태국은 기억을 더듬었지만, 그 자리에는 나도 있었다.
나는 조용히 구선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 채순심의 딸이 승마로 명성대학교를 들어갔어요.”
명성대학교는 들어가기 어려운 명문 대학교였다.
그리고 드디어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을 구선태에 말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교육으로 이룬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뒤지지 않는 학구열과 그로 인한 입시 스트레스를 전 국민이 겪고 있었다.
“구선태 씨, 지금 채순심이라는 그 여자의 딸이 명성대학교에 들어간 것에 문제가 있단 말이죠?”
내 질문에 구선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태국을 쳐다봤다.
“삼전에서 말을 사준 것으로 압니다.”
“우리가? 그랬던가….”
전태국은 여전히 기억을 더듬더니 손바닥을 탁 쳤다.
“아하! 그 이상한 아줌마랑 딸? 성국아, 그 아줌마가 자기 딸이랑 나랑 너랑 어떻게든 엮어보려고 했잖아.”
[그걸 이제 기억하는 거야, 전태국?]채순심.
국정농단의 주역이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녀는 부모이기도 했다.
“채순심의 딸이 승마로 대학을 갈 수 있었던 것은 다 정권의 힘 때문이었어요. 모든 게 조작됐거든요.”
“그걸 명성대학 교수들이 봐줬고요? 단지 실력자의 비선실세라는 이유로요?”
“네. 누구든 채순심이랑 가까워지고 싶어 했으니까요. VIP와 통하려면 채순심을 안 거칠 수 없거든요.”
전태국이 구선태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구선태 씨,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요?”
“그게…. 제가 채순심 씨랑….”
구선태는 거기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구선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다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 * *
구선태는 채순심 모녀에 대한 비리가 가득 든 태블릿을 그대로 나에게 넘긴 후에는 서재 방에 마련된 간이침대로 가서 쓰러졌다. 긴장이 어느 정도 풀린 듯 보였다.
우리는 모두 구선태가 건넨 태블릿을 훑었다.
태블릿 안에는 대통령실에서만 볼 수 있는 기밀문서가 가득했고, 채순심과 주고받은 메시지도 그대로 있었다.
“근데, 구선태는 왜 이런 것을 우리한테 넘기는 거야?”
전태국이 의문을 제기했다.
“태국아. 아마… 구선태도 채순심에게 붙어서 기생하려던 사람 중 한 명이었겠지. 그런데, 눈 밖에 난 게 아닐까?”
구진성의 예상은 정확했다.
“나도 구진성 씨 생각이랑 같아요, 형. 아마 중심에서 밀릴 일이 있었겠죠.”
구진성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대표님, 근데…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죠? 저랑 태국이는 나설 수 없는 입장인데요.”
“미국 사람이 나서면. 거기다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나서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우선… 구선태 씨를 저희가 보호하고 있으면 말이 나올 수 있으니까 내일 당장 어딘가로 도피시키죠. 그전에 우리랑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했다가는 인생을 다시 살기 힘들 거라는 조건으로 계약서도 작성하고요.”
구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 또 오늘 하나 배우네요. 꼬리 자르기를 잘하란 말씀이죠?”
[응, 뉴 서당 개.]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태블릿을 챙겼다. 그러자 전태국이 물었다.
“성국아, 이거 누구 주게? JNN에 직접 넘기게?”
“내 생각에는… 내일 날 방문할 사람에게 주면 어떨까 싶어.”
그 순간, 데니얼의 눈이 커졌다.
“힐러리라면… 대표님, 아마….”
나는 데니얼의 말을 이었다.
“아마 태블릿을 미국 정보부에 넘길 것이고. 그들이 판단할 겁니다. 현 대한민국 정권을 무너뜨릴지 아닐지.”
“대표님, 이건 너무 위험한 도박 아닌가요? 미국이 대한민국의 독재를 놔둔 것은 너무 유명한 일이잖아요.”
“그래, 성국아.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잖아.”
뉴 서당 개와 구 서당 개 모두 걱정했다.
하지만 나는 자신 있었다.
“걱정 마세요. 내 예측에 의하면 미국은 한국의 현 정권이 필요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