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42)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42화(542/576)
제542화
힐러리 클린은 내가 태블릿을 거두자, 별 대수롭지 않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전 대표님, 지금은 SNS의 시대잖아요. 전 대표님이 제 편에만 서주신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누구의 편도 아닙니다.”
“아직 결정을 못 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안 하시는 건가요?”
“전 결정을 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네요, 후보자님.”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자 힐러리 클린은 금세 싫은 기색을 드러냈다.
“사실 전 대표 같은 외국인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 게 무리이긴 하죠.”
[힐러리,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힐러리 클린은 만약 자신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외국인으로서 미국 내 기업을 운영하는 나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렇다면 당근을 줘볼까?
“후보자님, 전 후보자님이 이번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실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말요?”
힐러리 클린은 금세 또 태세를 전환했다.
여러모로 힐러리 클린은 대통령감은 아니었다.
“후보자님, 후보자님은 제가 후보자님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길 바라시겠지만. 오히려 제 지지가 역효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이죠?”
“제가 버락 오마하를 우연치 않게 지지했지만, 그런 지지가 연속되면 사람들은 의심을 하거든요. 제가 영향력을 이용해서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려고 든다든지요.”
힐러리 클린은 재빨리 머리를 굴리는 게 보였다.
정치인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역풍이었다.
힐러리 클린은 얼른 생글생글 미소를 지었다.
“전 대표, 우선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그래도 제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거라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꼭 그렇게 되실 겁니다.”
[대통령은 못 될 거야, 힐러리.]나와 힐러리 클린은 기분 좋게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 * *
“휴우….”
힐러리 클린이 돌아가고, 나는 사무실에 서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태블릿을 힐러리 클린에게 넘기려는 내 계획은 무산됐다.
이게 얼마나 큰 정보이며, 앞으로의 국제 정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 모르는 정치인은 대통령 후보감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도날프 트럼펫 같은 망나니에게 이 태블릿을 넘길 수는 없었다.
도날드 트럼펫은 분명 태블릿을 받자마자 자신의 SNS에 올려서 대한민국을 조롱거리로 만들 사람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미래도 참 답답했다.
물론 버락 오마하에게 태블릿을 건넬 수도 있었지만, 임기가 얼마 안 남은 버락 오마하에게 태블릿을 넘기기엔 변수가 많았다.
그렇다면 케이트 콜린스와 버락 오마하를 적절히 이용하는 수밖에….
똑. 똑. 똑.
생각에 빠진 사이에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누구지?
내가 묻기도 전에 문밖에서 리미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리미미입니다.”
“들어오세요, 리미미 씨.”
곧 문이 열리면서 리미미가 들어왔다.
나는 얼른 미소를 환하게 지었다.
“리미미 씨, 축하드려요.”
“하아….”
그리고 리미미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장님, 이 문제 좀 상의드리려고요.”
“그건 마크랑 상의해야 하는 문제 아닌가요?”
“저의 임신과 출산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 중이거든요.”
리미미는 사실 누구보다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페이스 노트’의 초창기 멤버이고, 지금도 여전히 핵심 개발자였다.
“리미미 씨의 고민이 뭔지는 알 것 같지만, 임신과 출산 때문에 걱정하실 것 없어요. 회사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 확실히 보조할 거니까요.”
“저희 회사가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 다른 회사보다 복지가 좋은 건 사실인데요. 제가 하나 더 건의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회사 내 데이케어나 프리스쿨을 만드는 게 어떨까요? 엄마 입장에서는 아무리 아이들을 믿을만한 사람에게 맡기고 왔다고 해도 회사에서 일하는 내내 걱정이 되거든요.”
그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페이스 노트’의 규모가 커진 건 몇 년 사이이기 때문에 대부분 미혼이 많았고, 경력직의 경우에는 오히려 아이들이 다 커서 중간 단계의 케어가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미미 씨, 좋은 생각이네요. 회사에서 운영하는 데이케어나 프리스쿨, 본사 이전할 때 공간을 한번 빼보죠. 회사 복지 비용도 늘리고요.”
“사장님, 고맙습니다. 그리고요. 이번에 아들이면 사장님 이름 써도 되죠?”
“그렇게 하세요.”
나는 포기한 듯 이야기했다.
어차피 이번에도 딸일 게 분명했다.
그 순간, 나는 다른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리미미 씨….”
“네, 사장님.”
“리미미 씨 아직도 해킹하거나, 그런 거요. 실력 충분하죠?”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리미미가 우리 회사에 입사한 이유는 제일 실력 좋은 해커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꼬리 안 잡히게 할 수 있죠?”
“뭐 때문에 그러시는데요?”
“자료를 좀 유출하려고요.”
“어떤 자료인데요? 미국 정부가 알면 가만히 안 둘 자료면 안 될 텐데요, 사장님.”
“미국 정부는 상관없을 것 같고, 한국 정부가 좀 화가 날 것 같긴 한데요. 어차피 알아야 하는 자료거든요.”
리미미가 슬쩍 웃더니, 손가락을 풀었다.
“사장님, 이게 태교에 좋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엄마는 무척 해보고 싶네요. 어떤 건가요?”
리미미는 호기심을 보였다.
오랫동안 개발자로 일하긴 했지만, 리미미의 실력이 어디 갔을 리는 없었다.
최근에도 ‘페이스 노트’를 해킹하려는 해커들을 상대로 방어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한 상태였다.
나는 리미미에게 태블릿을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사장님?”
“여기 대화 하나를 명성대학교 홈페이지에 올리고 싶거든요.”
“명성대학교라면… 한국에 있는 대학교 아닌가요?”
“네, 맞아요.”
“한국에 있는 학교 홈페이지 해킹은 껌인데요, 사장님.”
리미미는 자신감을 보였다.
학교 홈페이지는 특별한 자료가 없어서 크게 보안이 중요한 곳도 아니었다.
나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제일 민감한 부분 중 하나를 건드리기로 했다. 그건 바로 교육이었다!
“리미미 씨, 한번 해볼까요?”
“사장님, 데이케어나 프리스쿨, 꼭 만들어 주실 거죠?”
리미미도 이젠 제법 자본주의 사회의 거래에 능해졌다.
“약속하죠, 리미미 씨.”
* * *
전재형 회장은 출근하자마자 양 비서의 보고를 받았다.
“회장님, 오늘 명성대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녹취가 하나 올라왔는데요. 한 번 확인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학 홈페이지에 올라온 녹취가 삼전과 무슨 상관이라도 있다는 건가?”
“앞으로는 상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게시판에 올라간 지 30분 만에 삭제되긴 했는데, 이미 다 퍼진 후였습니다.”
양 비서는 녹취 내용을 전재형 회장에게 들려줬다.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우리 딸, 이번에 승마 특기생으로 명성대학 가야지.
– 아, 네.
대답하는 존재는 불분명했지만, 명성대학교 관계자 같았다.
– 내가 우리 딸, 명성대학교 보내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지?
천박한 목소리.
누구든 하대하는 태도.
바로 VIP의 비선실세인 채순심이었다.
자신에게 하던 말투가 떠올라 전재형 회장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전재형 회장은 잠자코 녹음을 더 들었다.
명성대학교에 자신의 딸을 승마 특기생으로 보내려는 작전을 짜는 내용이었다.
전재형 회장은 양 비서를 쳐다봤다.
“누가 올린 거지?”
“그게…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자유게시판은 명성대학교 학생들만 쓸 수 있는데, 새벽에 해킹당한 것 같다고 하네요. 해외 IP라 추적해도 소용도 없고요. 전문가 소행 같다고 합니다.”
전재형 회장은 누구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이건 분명 구선태의 태블릿에서 나온 것이었다.
“구선태는 어떻게 됐나?”
“현재는 저희 측 사람들과 미국에 있습니다.”
“이 일로 명성대학교가 뒤집어지겠군.”
“이미 명성대학교 학생회에서 진상 규명을 학교 측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잘해도 들어가기 힘든 명성대학교를 권력을 이용해서 들어간 것은 명성대학교 학생뿐 아니라 전 국민의 분노를 일으킬 것이다.
전재형 회장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전성국은 사람들이 어느 지점에 분노하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전성국을 어릴 적에 자기 사람으로 만들지 못한 게,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
“양 비서, 구선태는 필요할 때까지 철저히 보호하게. 외부에 절대 노출되지 않게.”
“근데, 회장님….”
“말하게.”
“명성대학교 채순심 모녀의 입시 비리가 터지면 저희 삼전도 무사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양 비서, 이번 일로는 우리뿐 아니라 정재계가 다 무사하지 못할 거야. 명성대학교 입시 비리는 이번 사건의 시작에 불과하네.”
양 비서의 미간이 모아졌다.
비록 대학 게시판에 올라온 녹취지만, 이건 분명 작은 일이 아니다.
이 일을 캐고 들어가면 채순심이 나올 것이고, 채순심을 파고 들어가면 채순심이 이런 권력을 휘두르는 뒷배경으로 VIP가 언급될 것이다.
길고 긴 세월 동안 숨어있던 권력의 이면이 막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 * *
– 명성대학교 학생들 부정 입학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일주일째 총장실 점거 투쟁!
대한민국의 언론들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페이스 노트’를 방문한 케이트 콜린스에게 나는 태블릿을 내밀었다.
“이걸 정말 나에게 그냥 주는 거야?”
“그냥 주는 거 아닌데.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제대로 불이 지펴졌으니, 부채가 필요해서 주는 거야.”
“성국….”
케이트는 내 이름을 불렀다.
“왜, 케이트?”
“나는 네가 천재라고는 생각했거든.”
[그거야 세상이 다 아는 이야기인데? 그리고 케이트, 나 천재 아니야. 나 엄청난 노력가야.]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이렇게 전략가일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미국 언론과 정치권을 이용해서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거잖아, 지금.”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려. 이 태블릿이 미국 정치인들에게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은 모양이거든.”
“하지만 그들도 주목하고는 있어. 대한민국은 미국에게 없어서는 안 될 우방국이니까. 다들 대한민국 국민들이 어디까지 가나 지켜보고 있거든. 과거에도 독재 정권에 끊임없이 도전했지만, 좌절된 때도 많았잖아.”
“그땐 모든 게 차단된 사회였거든. 서울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도 언론만 장악하면 지방 사람들은 모르는 문제였고. 하지만 지금은 다르잖아. SNS가 마치 사람 몸속의 혈관처럼 사회 곳곳에 퍼져있고, 그로 인해서 사람들은 그동안 차단됐던 정보를 누구보다 빠르게 접할 수가 있어.”
“그니까, 세상이 너를 주목하는 이유기도 하잖아. 정보를 장악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거니까.”
케이트는 진지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 이건 내가 너한테 주는 충고의 메시지일 수도 있어. 네가 말한 대로 요즘 세상은 SNS로 움직이잖아. 기자들도 SNS를 통해서 기사 소스를 얻고, 인터뷰도 하고 하니까. 그런 SNS를 장악하고 있는 사람이 너라는 거야.”
“그 말은….”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앞으로 지금보다 세상은 너를 더 주목할 거고.”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은 나를 더 견제하겠지.”
“맞아. 그냥 난 네가 이 무게를 감당할 준비가 됐는지 궁금해서….”
나는 턱을 매만졌다.
내가 아는 미래의 정보는 나와 우리 집안을 일으켜 세웠고, 더 나아가 세상을 바꿀 정도의 가치도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런 미래의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상이 나를 공격할 수도 있단 말이었다.
“케이트, 걱정하지 마.”
인생 두 번 사는 나를 이길 누군가는 세상에 없었다. 당분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