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43)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43화(543/576)
제543화
어둑한 밤,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안에서는 밝은 빛이 새어 나왔다.
아마 전태국이 있는 모양이었다. 전태국은 호텔이 지겹다면서 거의 우리 집에 머물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전태국이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나왔다.
“성국아, 왔어?”
“형, 그게 뭐예요?”
“요즘 심심해서 요리를 해보려고.”
전태국은 아직 삼전 지사에 출근하지 않고 있었다.
“오늘 저녁은 김치볶음밥이야. 맨날 외식하거나 고기를 구워 먹었더니 상큼한 김치볶음밥이 땡기더라고. 참, 지희한테도 전화해봐. 언제 올 거냐고? 아니다, 내가 해야지.”
그러더니 전태국은 자연스레 지희에게 전화를 했다.
“어, 지희야. 오빠가 김치볶음밥 하니까, 집에 와서 저녁 먹어. 미진이는 절대 데리고 오지 마.”
전태국은 다정한 오빠처럼 전화를 끊고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전태국의 뒷모습을 잠시 쳐다봤다.
[지희한테 왜 다정하지? 수상한데….]저번 생에서 전태국과 전미진의 연애와 결혼이 중요했던 이유는 딱 하나이다. 바로 정재계의 혼맥을 형성하는 중요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형, 지희랑 따로 연락 자주 해요?”
나는 최대한 은밀하게 물었다.
나와 지희는 친남매답게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
“가끔 하지. 왜?”
“서로 친해 보여서요.”
“성국아, 너 지금 설마… 질투하는 거야? 내가 친오빠인 너보다 지희랑 다정해서?”
“그건 아니고요.”
[나 지금 의심하는 거야, 구 서당 개. 혹시 흑심 품었나 해서….]나는 애써 태연한 척을 했다.
“성국아, 난 지희 보면 좀 짠하더라고. 지희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네가 맨날 너무 더 잘하라고 밀어붙이잖아. 그러니까 나라도 잘해줘야지.”
[내 말은 그걸 왜 구 서당 개가 하냐는 말이야.]나는 팔짱을 꼈다. 눈은 자연스럽게 가늘어졌다.
“성국아, 너도 지희한테 좀 다정하게 대해.”
“형, 형도 미진이한테나 좀 다정하게 굴어요.”
“미진이가 지희 발뒤꿈치라도 쫓아왔으면 내가 잘해주지. 쯧쯧쯧.”
전태국은 혀까지 찼다.
아무래도 앞으로 전태국과 지희를 최대한 떨어뜨려 놔야 할 것 같았다.
이번 생에서 전태국과 사돈 같은 것은 맺어서도 안 되고, 맺을 일도 없었다!
이때,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누구지?
발신자에 일론의 이름이 떴다.
나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일론, 오랜만이에요.”
– 성국아, 너 혹시 이번 주말에 시간 돼?
“무슨 일인데요?”
– 지미 엡스틴이라고, 뉴욕의 거물 투자자가 있거든. 그 사람이 너랑 식사 자리 한번 마련해달라고 하네.
지미 엡스틴?
익숙한 이름인데….
순간, 머릿속에 엡스틴 문서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지미 엡스틴은 미국의 거물 투자자로 수많은 유명 인사들에게 접근해서 성 접대를 했다. 그리고 그것을 빌미로 자신의 사업을 확장했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지미 엡스틴이 성 접대에 이용한 여자들 대부분이 아무것도 모른 채 그의 섬으로 향했다는 점이었다. 이 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자살한 여자들도 있었다.
“일론, 내가 묻는 질문에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요.”
– 성국, 내가 언제는 안 솔직했어?
[종종 너무 솔직해서 문제긴 하지.]나는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일론, 혹시 그 사람이 초대한 파티 같은 것에 참석한 적이 있어요?”
– 안 그래도 오늘 지미가 자기 섬으로 놀러 오라고 초대하긴 했어. 사실은 나도 오늘 지미를 처음 만났거든. 유명 투자자에 미국 정재계에 인맥이 장난 아닌 사람이라고 해서 식사 한번 같이했는데, 내가 너랑 친한 거 이미 알더라고.
일론이 자신의 짹짹이에 나랑 있는 사진을 수시로 올리니, 당연히 그 정도는 알 것이다.
– 식사하면서 이야기해보니, 사람은 솔직하고 유쾌했어. 너도 만나보면 앞으로 도움 될 것 같아서 내가 한번 자리를 주선한다고 했어. 그랬더니, 이번 주말에 일이 있어서 샌프란시스코에 간다고 바로 약속 잡아달라고 하더라고.
“알았어요. 우선 식사나 한번 하죠.”
– 오케이! 내가 바로 약속 장소 잡아서 보낼게.
나는 전화를 끊고 바로 케이트 콜린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케이트는 곧 전화를 받았다.
“케이트, 아직 떠난 거 아니지?”
– 지금 공항인데.
케이크 콜린스는 구선태의 태블릿을 들고, 회사로 복귀 중이었다.
“혹시 이번 주말에 다시 올 수 있어?”
– 성국, 지금 나한테 데이트 신청하는 거야?
“미안하지만, 아니야.”
– 성국, 빈말이라도 그렇다고는 못 하는 거야?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 암튼, 알았어. 이번 주말에 무슨 특종이라도 있는 거야?
“지미 엡스틴이라고 알지?”
– 어, 들어봤어. 억만장자이고, 뉴욕 금융계의 거물이잖아. 정재계 인맥도 장난 아니고. 그 사람은 왜?
“이번 주에 내가 지미 엡스틴을 만날 거 같거든. 일론이랑 함께.”
– 일론? 일론 머스트?
“응.”
내 말을 듣던 케이크 콜린스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 대박! 성국아, 너 설마… 지미 엡스틴의 섬에 초대받은 거야?
“아직은 아니야. 이번 주말에 저녁 식사하기로 했어. 근데, 일론 말로는 자기한테도 그 섬에 놀러 오라고 했대.”
– 나도 그 소문만 들었는데… 거기서 성 접대가 이뤄진다고.
“어때? 다시 올 만큼 혹할 일이지?”
– 당연하지. 우선 구선태의 태블릿을 공개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좀 발칵 뒤집어 놓고, 이번 주말에는 미국을 한번 발칵 뒤집어 봐야겠네. 성국아, 네 덕분에 나 스타 기자 되는 거 아니야?
“스타 기자가 되시려면 우선 취재가 공정해야겠지?”
– 당연하지! 이번 주말에 봐!
나는 전화를 끊고는 숨을 돌렸다.
지미 엡스틴이 나한테까지 마수를 뻗치다니….
엡스틴의 결말은 처참했다.
엡스틴은 감옥에서 자살한다. 그리고 그의 섬에 다녀간 유명 인사들의 명단을 문서로 남긴다.
그 문서에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정재계 인사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엡스틴의 의해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더는 나오면 안 됐다.
내가 조금만 더 일찍 기억을 떠올렸다면 피해자들이 좀 더 줄었을 텐데….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성국아, 김치볶음밥 다 됐어.”
때마침 지희도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전미진도.
전미진을 본 전태국이 툴툴거렸다.
“미진이 데리고 오지 말라고 했잖아.”
“나도 오고 싶어서 온 거 아니거든. 지희가 같이 오자고 해서 온 거지.”
그리고 전미진과 전태국은 만나자마자 으르렁거렸다.
지희가 전미진을 알아서 대동한 것을 보니 왠지 마음 한편이 편안해졌다.
[지희야, 앞으로도 전태국한테는 철벽 단단히 쳐야 해. 알았지?]* * *
일론은 어젯밤부터 우리 집에 와있었다. 안 본 사이 일론은 살이 꽤 찐 모습이었다.
“성국아, 오늘 저녁 가야 하는 식당은 드레스코드 있는 거 알지?”
지미 엡스틴이 예약한 식당은 후드티에 데님은 입고 갈 수도 없는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알죠. 일론, 근데 살이 많이 쪘네요?”
“결혼했더니, 마음이 편안해졌나 봐.”
“다행이네요.”
이 결혼도 얼마 안 가겠지만.
“성국, 나랑 주짓수 배우지 않을래?”
“일론, 일론은 텍사스에 있는데 어떻게 같이 주짓수를 배워요?”
“내 말은 같은 공간에서 배우는 게 아니고, 지금부터 같이 배워보자는 거야. 안 그래도 요즘 살이 쪄서 고민이긴 하거든. 그리고 나중에 우리 둘이 주짓수로 배틀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너튜브에도 올리고.”
“생각해 볼게요.”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주짓수는 저번 생에서도 접해보지 못한 운동이었다. 하지만 재미있을 것도 같았다.
나중에 혹시 짹짹이를 두고 일론이랑 대결을 할 때 주짓수로 한판 붙어도 될 것 같았다.
“근데, 성국. 지미 엡스틴 말이야. 좀 이상한 소문 도는데, 그건 알고 있어?”
“어떤 소문이요?”
“나도 만나자마자 섬에 초대했잖아. 근데, 그 섬에 다녀온 사람들한테 파티 재미있었냐고 물으면 별말을 안 하더라고.”
그거야 당연했다.
그 섬에서 한 짓은 떠들고 다닐 일이 아니라는 걸 그들도 아는 것이었다.
일론은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내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그 섬에서 마약이나 뭐 그런 파티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사실은 그것보다 더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성국, 넌 만약에 오늘 만나서 식사하는데 지미가 섬에 초대하면 갈 거야?”
“전 그런 파티는 관심도 없는데요. 오늘 약속도 솔직히 지미 엡스틴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서 한번 만나보는 것뿐이에요.”
“나도 그렇긴 했는데… 그 섬에 호기심도 생긴단 말이야.”
나는 일론의 어깨를 꽉 잡았다.
“일론, 이제 한 집안의 가장이잖아요. 그런 호기심은 넣어둬요.”
[나중에 자식한테 부끄러운 아버지 되면 안 되지, 일론.]“알았어. 이따가 적당히 거절하자고.”
그리고 나는 조용히 지미 엡스틴이 예약한 레스토랑을 케이트 콜린스에게 전송했다.
곧 케이트에게서 답이 왔다.
– 성국, 나랑 잠시 먼저 만나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내가 ‘페이스 노트’ 사무실로 갈게.
– 그러자.
나는 얼른 답을 했다.
아무래도 케이트가 나에게 부탁할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일론, 레스토랑에는 혼자 갈 수 있죠?”
“무슨 소리야? 오늘 약속 안 나가겠다고?”
“그게 아니고요. 회사에 일이 생겨서 회사에 들렀다 가야 할 것 같아서요.”
“난 또 도망가는 줄 알았네. 알았어, 이따 레스토랑에서 만나. 저녁 6시야. 늦으면 안 돼.”
“네, 일론.”
* * *
나는 케이트 콜린스를 만난 후에 레스토랑으로 바로 가기 위해서 슈트 차림으로 회사에 나갔다.
주말이지만, 회사에 나와서 일하는 직원들이 나를 보곤 놀랐다.
“성국, 오늘 멋진데요? 파티라도 가요?”
“식사하러 가는데, 이렇게 입으라네요.”
나는 어깨를 으쓱하곤 사무실로 들어갔다.
케이트 콜린스는 잠시 후에 도착했다. 그러더니 나를 보고 직원들과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나 멋있다고?”
“성국, 암튼 너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네가 멋있는 것을 너무 잘 아는 게 탈인 거 알지?”
“그런 소리는 너무 많이 들어서. 참, 왜 보자고 한 거야?”
“성국, 내가 회사에 돌아가서 지미 엡스틴에 대해서 조사해 봤거든. 내 정보원들을 다 돌려서. 그러다가 모델 한 명을 만났어.”
“모델?”
“지미 엡스틴의 섬에 다녀온 모델.”
드디어 케이트 콜린스가 이 사건의 실마리를 잡은 모양이었다.
케이트 콜린스는 말을 이었다.
“그 모델이 지금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데, 그 이유가 지미 엡스틴의 섬에서 당한 일 때문이래. 지미 엡스틴이 후원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접근해서는 자연스럽게 그 섬에 초대하는데, 그 섬에서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거야. 내가 들은 소문이 사실이더라고. 너도 짐작하고 있었지?
“대충.”
“그 지미 엡스틴이 지금 너한테도 접근하는 거고?”
“나랑 일론.”
케이트 콜린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이제는 너와 일론 같은 유명 인사들까지…. 성국아, 진짜 이건 빨리 제대로 취재해서 세상에 알려야 해.”
“그래서 내가 너한테 소스를 준 거잖아.”
[케이트 콜린스, 잘 부탁해.]그때, 케이트 콜린스의 눈이 커지면서 나를 쳐다봤다.
[왜 저런 눈으로 보지?]“성국, 내가 정말 너에게 큰 부탁 하나만 할게.”
“무슨 부탁?”
“오늘 지미 엡스틴이랑 저녁 먹으면 아마 너도 섬에 초대할 거야.”
“아마도. 일론에게는 이미 했거든. 그리고 우리는 오늘 둘 다 바쁘다며 거절할 거야.”
“안 돼! 절대 안 돼!”
“무슨 소리야, 케이트?”
“지미 엡스틴이 초대하면 그 섬에 제발 가!”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케이트 콜린스를 쳐다봤다.
“케이트, 지금 나보고 그 섬에 가서 성범죄자와 어울리라는 말이야?”
“그게 아니라. 그 섬을 취재할 방법이 이것밖에 없거든! 성국아, 제발 도와줘라. 네가 그 섬에 소형 카메라를 달고 들어가기만 하면 돼. 더 이상 지미 엡스틴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해야지. 제발 도와줘라. 제발!!!”
[하아… 어쩔 수 없지.]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단, 내가 섬에 들어가서 그런 행위들을 목격하면 바로 경찰이 출동해야 할 거야.”
“내가 노력은 해볼게. 근데 워낙 지미가 거물이고. 그 일대 판검사는 물론 경찰들도 다 접대를 받은 것 같아서, 그게 걱정이야.”
“그럼, 내가 바로 버락에게 연락해둘게.”
“미합중국의 대통령?”
“그 정도는 출동해야 지미 엡스틴을 잡지. 그리고 이 스캔들이 터지면 미국 전체에 영향이 있을 텐데 버락도 미리 알아야 하지 않겠어?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