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44)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44화(544/576)
제544화
나는 지미 엡스틴과 만나기로 한 레스토랑에 제시간에 도착했다.
나는 레스토랑에 도착하기 전에 일론에게 지금의 상황을 대충 설명했다.
일론과 함께 지미 엡스틴의 섬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쓸데없는 모험심이 강한 일론은 내용을 다 듣더니 유쾌하게 나와 함께 지미 엡스틴의 섬에 가기로 했다.
나는 슈트의 주머니를 다시 확인했다. 케이트 콜린스가 건넨 녹음기가 숨어 있었다.
[완전 007작전이 따로 없군.]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레스토랑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지미 엡스틴의 이름을 대자 매니저가 레스토랑 안쪽 깊숙한 곳으로 안내했다.
저번 생에서 몇 번 와본 레스토랑이었다.
철저한 예약제. 그리고 드레스 코드를 지켜야만 들어갈 수 있는 최고급 레스토랑.
지미 엡스틴은 자신의 재력을 이런 식으로 하나씩 과시했다.
매니저가 프라이빗한 공간 쪽으로 이동하더니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이미 도착한 일론 머스트와 지미 엡스틴이 있었다. 두 사람은 이미 샴페인을 한 잔씩 하고 있었다.
지미 엡스틴이 나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전 대표님을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꿈만 같네요.”
지미 엡스틴은 과장되게 다가오며 악수를 청했다.
나도 가면을 쓰고 지미 엡스틴의 손을 꽉 잡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전성국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전 대표님을 모르는 사람은 없잖아요.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할리우드 배우가 들어선 줄 알았네요. 아니지, 뉴욕의 런웨이를 걷는 모델 같기도 하고요. 안 그런가, 일론?”
“지미, 우리 얼평은 자제하자고요. 성국이랑 있으면 우리 모두 오징어란 말이야.”
“미안, 미안. 잘생긴 사람 보니까 나도 모르게 저절로 칭찬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어요.”
지미 엡스틴은 너스레를 떨며 빈 잔에 샴페인을 가득 채워 나에게 건넸다.
“전 대표님, 어서 한잔하시죠. 제가 오늘 이 집의 최고급 샴페인 열병을 미리 사뒀습니다.”
“편하게 성국이라고 부르세요.”
지미 엡스틴의 능글맞은 얼굴 뒤에 있는 나에 대한 경계를 하나씩 허물어갔다.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나는 자연스레 지미 엡스틴이 내민 샴페인을 마시며 자리에 앉았다.
최고급 샴페인이었고, 이 가게에서 판다면 아마 한 병에 백만 원은 호가할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적당히 분위기를 풀면서 지미 엡스틴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참, 성국. 나도 편하게 지미라고 불러요. 일론과도 나이 차이가 나는데, 편하게 서로 이름 부른다면서요?”
“일론과는 워낙 어릴 적에 만났거든요.”
“일론이 그 일화도 이야기해줬어요. 박람회장에서 만나서 일론에게 전기차 사업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꼬마가 바로 성국이었다면서요? 어릴 적부터 역시 남달랐군요. 나는 이런 사람들이 정말 너무 부러워요. 천재와 천재의 만남이라니…. 두 사람은 나중에 분명 역사가 될 거예요.”
지미 엡스틴은 머리가 어질어질하게 나와 일론을 띄웠다.
“지미, 그만 해요. 성국이는 그런 칭찬 너무 많이 들어서 새롭지도 않을 거예요.”
“그렇긴 하겠네요. 자, 그럼. 오늘 우리 식사도 즐겁게 하면서 천천히 샴페인을 마셔 봐요. 차들은 다 두고 왔죠?”
“물론이죠.”
나와 일론은 지미 엡스틴과 샴페인 잔을 부딪쳤다.
* *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벌써 샴페인이 여섯 병째 들어왔다.
지미 엡스틴은 자신의 과거를 무용담처럼 들려줬다.
다행히 나와 일론이 술을 마시며 말실수할 틈도 주지 않을 만큼 지미 엡스틴은 말이 많았다. 오히려 오늘 같은 날에는 지미 엡스틴의 헛소리를 듣는 게 나았다.
“제가 사실은 고등학교 밖에 안 나왔거든요. 대학을 다니긴 했는데, 아시잖아요. 미국의 대학 학비가 얼마나 비싼지. 그래서 살짝 이력을 고치고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그게 훨씬 돈이 되는 거예요.”
나는 사이사이 물을 마시면서 샴페인을 최대한 자제했다.
처음에는 서로 잔을 채우며 샴페인을 마셔댔지만,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른 뒤에는 다른 사람의 잔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그때 우연치 않게 월가의 유명한 투자자의 아들을 과외할 기회가 생겼거든요. 그게 제 운명을 바꾼 거죠. 안 그랬으면 전 그냥 애들이나 가르치며 늙었을 겁니다.”
지미 엡스틴은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고는 샴페인을 원샷했다.
“지미, 정말 당신이야말로 자수성가한 사람이네요. 그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거짓말을 해서.]“지금의 억만장자가 된 거잖아요.”
나의 칭찬에 지미 엡스틴은 함박미소를 짓더니 말을 이었다.
“성국, 당신 같은 천재에게 칭찬을 다 받다니… 내가 기분이 너무 좋네요. 혹시 다들 다음 주말에 시간 어떠세요?”
지미 엡스틴이 서서히 본색을 드러냈다.
“성국, 난 괜찮은데. 자넨 어때?”
일론은 생각보다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 해냈다.
“스케줄 확인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나는 일단 튕겼다.
너무 쉽게 덥석 무는 것도 의심스러웠다.
“지미, 내일 비서랑 일정 봐서 연락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저희 섬은 주말마다 오픈하거든요.”
주말마다 그곳에서 수많은 여자들이 이용당한다는 의미였다.
“일론, 만약 제가 다음 주에 안 되면 다시 시간 맞춰봐요. 혼자 가지 말고요.”
“당연하지. 성국아, 네가 없으면 재미가 없잖아.”
일론은 적당히 응수했다.
* * *
지미 엡스틴은 기다리고 있는 차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이때, 우리 앞으로 익숙한 차 한 대가 다가왔다.
차창이 내려가자 케이트 콜린스가 얼굴을 내밀었다.
“성국, 어서 타!”
“일론, 제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 JNN의 케이트 콜린스예요. 우선 타죠.”
나는 일론에게 케이트 콜린스를 소개하고는 얼른 차에 올라탔다.
우리가 타자마자 케이트 콜린스는 주위를 살핀 후에 우리 집으로 향했다.
“성국, 세 사람이 식사하는 동안 내가 주변을 싹 조사했는데 다행히 뭐 의심스러운 사람은 없었어. 지미 엡스틴은 이 상황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아.”
“식사하는 동안에도 크게 이상한 점은 없었어.”
“녹음 들었어. 학력 위조해서 아이들 가르친 것을 자랑으로 늘어놓더라고요. 그만큼 너희들을 믿는다는 의미겠지?”
“믿는다기보다는, 그만큼 자만심으로 가득 찬 거지. 아무도 자신을 건드릴 수 없다는….”
“근데 두 사람요. 생각보다 연기를 잘하던데요. 특히, 일론이요.”
케이트 콜린스는 일론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칭찬했다.
“성국아, 나 이 기회에 연기도 해볼까?”
“일론, 테슬론에 제가 예약한 차는 언제 나오나요?”
“알았다. 알았어. 일이나 할게.”
케이트 콜린스가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근데, 성국아. 왜 다음 주에 바로 가겠다고 안 한 거야?”
“너무 덥석 무는 느낌도 있었고. 아직 버락이랑 일정 조율을 안 했거든. 매주 섬에서 파티가 열린다니까, 일정은 조율한 다음에 알려줄게.”
“성국아, 우리 진짜 007 같다. 그치?”
“두 사람 모두 007이죠. 혹시 나중에 이 일이 세상에 밝혀지면, 제가 두 사람의 용감한 협조를 만천하에 알릴게요!”
케이트 콜린스는 나와 일론을 적당히 칭찬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케이트, 난 알려지지 않는 게 맞을 거 같아.”
“성국아, 왜? 우리는 지금 정의를 위해서 싸우고 있잖아.”
일론이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일론, 생각해 봐요. 지미 엡스틴이 아무리 쓰레기지만 정부와 언론과 협조해서 그의 혐의를 밝혀낸 것을 다른 사업가들이 알아봐요. 우리를 아마 피하기 시작할 거예요.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잖아요.”
“하긴… 비즈니스 하는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겠네.”
“이번 일은 조용하고 은밀하게 진행할 거예요.”
나는 팔짱을 끼고, 슬쩍 미소를 지었다.
[세상을 지키는 히어로가 된 것 같군….]* * *
나는 버락 오마하에게 SOS를 쳤다.
버락 오마하는 지미 엡스틴의 혐의를 듣더니 꽤 놀란 눈치였다.
– 성국, 자네 말은 지미 엡스틴이라는 그 거물이 섬에서 여자들을 성적으로 착취한단 말이지?
“네, 버락. 그리고 지미 엡스틴은 민주당 후원자 중 한 명으로 알고 있어요.”
– 흠… 맞네. 빌 클린도 지미 엡스틴과 자주 어울린다는 이야기가 있긴 하지.
지미 엡스틴의 정재계 인물 리스트에는 정말 거물급까지 올라가 있었다.
“버락, 이번 일은 당신이 도와줘야 할 것 같아요. 민주당 후원자 중 한 명의 비리를 깨끗하게 고발해야 곧 다가올 대선에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 흠… 이게 민주당에게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솔직히 이 사건이 양날의 칼이 되진 않는다.
“버락, 만약 이번 사건을 어떤 정치적 이유로 덮는다면, 저는 버락 오마하가 지미 엡스틴의 만행을 알고도 정치적 이유로 넘어갔다고 대통령직에서 내려온 후에 세상에 공개할 거예요.”
– 허허허. 성국, 지금 자네. 미합중국의 대통령을 협박하는 건가?
“협박이라뇨. 협조를 구하는 거죠.”
버락 오마하는 잠시 생각하는 듯 말이 없었다.
아마 이 짧은 시간에도 옆의 보좌관과 수많은 의견을 나눌 것이다.
[버락, 어차피 힐러리는 안돼.]다음 대선 후보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의 남편이자 전 미합중국의 대통령인 빌 클린이 이 일에 연루된 게 공개되면 민주당 입장이 곤란해졌다.
곧 버락 오마하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 성국, 협조하겠네. 하지만 우선 혐의가 확실한 사람들에 한해서만 조사 후 공개하도록 하겠네.
“버락,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 성국, 몸조심하게나. 그리고 위험이 감지되는 순간, 바로 연락하고. 자네가 섬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 그 섬에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게 정부 요원들을 배치하겠네.
“고마워요, 버락.”
나는 전화를 끊고 지미 엡스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지미, 다음 주말 일정 비웠어요. 당신의 섬에 어서 가고 싶네요.
곧 지미 엡스틴에게서 답이 왔다.
– 성국, 파라다이스를 보게 될 겁니다!
[파라다이스가 지옥이 되는 것을 보겠군.]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 *
버진 아일랜드로 갈 지미 엡스틴의 전용기를 타기 전에 케이트 콜린스는 나와 일론에게 일상 용품과 구별이 거의 불가능한 소형 몰래 카메라와 녹음기 등을 내밀었다.
펜과 향수, 심지어 안경까지.
영화에서나 보던 첩보원들의 첩보 용품들이었다.
“내가 만났던 모델이 그러는데, 지미 엡스틴은 생각보다 허술하대. 자기가 갔을 때는 섬에 들어갈 때 크게 몸수색이나 짐 수색도 하지 않았대.”
“그런데 어떻게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거지?”
일론이 의문을 제기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은 게 아니라, 입을 못 열게 만든 거죠.”
케이트 콜린스는 말을 이었다.
“모델 말로는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를 오히려 지미 엡스틴이 몰래 촬영한다고 하더라고요. 초대된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나중에 지미 엡스틴이 내민 동영상을 보고, 어쩔 수 없이 지미 엡스틴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대요.”
“일론, 우리는 그런 촬영을 당하기 전에 어떻게든 그 섬을 빠져나오죠.”
“성국, 당연하지. 갑자기 무서워지는데….”
일론은 괜히 오바해서 몸서리를 쳤다.
케이트 콜린스가 진지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 이런 위험한 일에 협조해줘서 고마워.”
“정의를 위한 일이잖아.”
“거기다 버락 오마하의 도움까지 얻어내고…. 내가 너에게 큰 빚을 진 것 같아.”
[케이트, 세상에 공짜 없어.]나는 케이트 콜린스가 내민 첩보 용품들을 챙겼다.
“케이트, 네가 해줄 일이 앞으로 더 많을 거야.”
JNN의 스타 앵커가 될 케이트 콜린스를 곁에 둔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앞으로 많은 이득이 있었다.
거기다 현재 대한민국은 명성대학교에 올린 녹취와 케이트 콜린스가 퍼트린 구선태의 태블릿 내용 때문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나는 물건들을 다 챙기고, 일론을 쳐다봤다.
“일론, 준비는 다 됐죠?”
“물론이지!”
일론은 한쪽 눈을 찡긋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