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46)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46화(546/576)
제546화
“뒤로 보이는 이곳은 천국과도 같은 버진 아일랜드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어난 일은 지옥과 같았습니다.”
지미 엡스틴의 미성년자 성매매 사건을 다룬 뉴스를 여는 케이트 콜린스의 말이었다.
이 뉴스는 JNN의 너튜브 채널을 통해서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케이트 콜린스는 다음 말을 이었다.
“10년 전 지미 엡스틴은 무려 40여 건에 달하는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됐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적이 있습니다. 항간에는 지미 엡스틴과 해당 사건을 담당한 판사와의 커넥션에 주목했지만 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케이트 콜린스 뒤로 지미 엡스틴을 비롯한 뉴욕에서 날아온 중년의 남자들이 반쯤 헐벗은 몸으로 미국 정부 요원들에게 체포되어 가는 모습이 잡혔다.
“그 사건 이후 지미 엡스틴은 버진 아일랜드의 섬을 구입해서 정재계 유력 인사들에게 성 접대를 하고, 이것을 자신의 사업에 이용해 왔습니다.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나 사업가에게 은밀하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서 그동안 취재에 난항을 겪었는데요. 그러던 중 정의로운 사업가 한 분이 지미 엡스틴의 초대를 받은 것을 저에게 알려왔고, 미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현장을 급습하게 되었습니다.”
나와 일론은 잡혀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편하게 맥주를 마셨다.
“성국, 설사약 효과 직방이던데?”
“한국 약이거든요. 빠르고, 확실하죠. 한국 사람들처럼요.”
“암튼 애국자야. 성국, 자네는 근데… 지미 엡스틴에 대해서 어떻게 안 거야? 나도 그렇고. 대부분 지미 엡스틴이 여자를 좋아한다는 정도는 알았지만, 성범죄자 수준인 줄은 아무도 몰랐거든.”
“케이트 말대로 10년 전에 이미 수십 건의 성매매로 검거된 적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범죄는 처음 한 번이 어렵지, 그다음은 쉬워지거든요. 특히 지미처럼 법망을 피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은요.”
“그렇지… 결혼도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별생각이 없긴 해.”
일론은 스스로를 디스하며 맥주를 시원하게 마셨다.
케이트 콜린스는 현장 인터뷰를 다 마치고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성국, 나도 맥주 하나 부탁해!”
나는 지미 엡스틴이 꽉 채워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케이트에게 건넸다.
“케이트, 고생했어.”
“무슨 소리야. 네가 목숨 걸고 여기까지 와준 덕분에 우리가 특종을 잡았는데. 거기다 버락의 도움도 연결해줘서, 모든 게 무사히 끝난 거고. 근데, 두 사람.”
케이트 콜린스는 나와 일론을 번갈아 봤다.
“정말 정의로운 사업가로만 남을 거야? 성국의 말대로 사업하는 사람이 이런 것을 밀고한 것을 알면 꺼리는 사람도 많겠지만, 좋아하는 사람도 많을 거야.”
“케이트, 난 이대로 만족해. 어쨌든 지미 엡스틴의 악행을 막았잖아.”
안 그랬으면 지미 엡스틴의 악행이 족히 몇 년은 더 이어졌을 것이다.
이때, 정부 요원 한 명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지미 엡스틴의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 그리고 피해자들은 모두 정부가 보낸 수송기에 오른 뒤였다.
“케이트!”
“무슨 일이지?”
정부 요원은 달려오더니, 숨을 고르고는 말을 이었다.
“정부에서 보낸 수송기가 한 대인데, 피해자들과 피의자들을 같이 수송기에 태울 수 없어서요. 지미 엡스틴의 전용기까지 이용해서 돌아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 각각 날아온 지미 엡스틴의 전용기는 총 두 대였다.
“저희 인원들도 일부는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해서 비행기 세 대가 꽉 찰 것 같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세 분은 남게 되는 저희 정부 요원들과 여기서 하루 정도 더 머무르시는 게 어떠실까요?”
정부 요원의 말에 나와 일론은 거침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비행기 타고 온 시간이 아까워서 좀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잘됐네. 성국아, 너도 괜찮지?”
“내일 돌아가는 게 확실하다면 괜찮습니다.”
정부 요원은 재빨리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수송하자마자 바로 태우러 올 겁니다. 내일 아침이면 타실 수 있을 겁니다.”
케이트는 잠시 생각하는 눈치였다.
라이브 방송이 나간 후라 후속 기사를 빨리 내보내야 하는 타이밍이기도 했다.
“케이트, 이 섬 곳곳과 지미 엡스틴의 저택을 라이브 방송으로 보내는 것만큼 흥미를 끄는 일도 없을 것 같은데?”
“성국, 역시 넌 천재야. 나는 겨우 후속 보도할 생각을 떠올렸는데 이렇게 멋진 소스를 또 주다니.”
[나, 전성국이잖아. 케이트.]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 * *
– 성국아, 어디야?
– 전성국, 주말에 나 빼고 어디 간 거야?
– 성국아, 일론이랑 둘이 어디로 사라진 거야? 그때 말하던 지미 엡스틴인가 그 사람 지금 뉴스에 나오는데, 너 혹시?
– 성국아, 너 나쁜 길로 빠진 건 아니지?
– 케이트 콜린스가 정의로운 사업가로 하는데, 그게 혹시 너야?
– 성국아, 제발 답 좀 해라.
핸드폰을 여는 순간 나는 전태국의 폭풍 메시지를 받았다.
전태국은 일론이 우리 집에서 머물면서 지미 엡스틴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을 분명히 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일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태국에게는 자세하게 상황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답을 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성국, 뭔 고민을 하는 거야?”
“태국이 형이 저희의 행방을 궁금해하고 있고, 심지어 추측도 하고 있어서요.”
“아직도 답 안 해줬어?”
“네.”
일론이 빙긋 웃었다.
“사실 좀 전에 나한테도 메시지가 왔기에, 내가 대답해줬어. 우리가 지금 버진 아일랜드의 섬에 있고, 정의로운 사업가 맞다고. 근데, 말하면 안 되는 거였어?”
“그런 건 아니지만….”
나는 그냥 핸드폰을 닫았다.
전태국이 설마 이 사실을 어딘가에 퍼 나를 것 같진 않았다.
“성국아, 그동안 지미 엡스틴 때문에 신경 엄청 많이 썼잖아. 오늘 우리 여기서 시원한 맥주에 맛있는 요리나 먹으면서 푹 쉬자.”
“그래야죠. 근데, 케이트는요?”
“아까, 이 집 구석구석 찍더니. 섬 전체를 찍는다고 원주민 매니저랑 정부 요원이랑 해서 나갔어.”
일론은 맥주를 건넸다.
“성국, 정말 이 섬 매력적인데. 내가 살까? 지미는 아무래도 법정에 계속 서야 할 테니, 돈이 계속 들텐데….”
“일론, 여기를 사서 일론만의 파라다이스를 만들게요?”
“성국, 내가 원하는 파라다이스는 언제 어디서든 짹짹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이면 돼.”
“일론, 짹짹이는 도대체 언제 살 거예요?”
“아직은 테슬론이랑 여기저기 돈이 많이 들어가서… 그리고 짹짹이가 요즘 좀 인기가 떨어지고도 있고….”
일론은 고민인 모양이었다.
“성국, 네가 사는 건 어때? 완벽한 SNS 제국의 황제가 되는 거잖아.”
“황제가 되려다가 반독점법에 걸려서, 왕관도 못 쓸 수 있어요.”
“하긴….”
일론은 멋쩍게 웃었다.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누구지?
“마크?”
나는 얼른 핸드폰을 받았다.
“마크, 주말에 무슨 일이야?”
– 성국아, 너 혹시 버진 아일랜드에 있어?
“어? 무슨 소리야?”
나는 모른 척 되물었다.
– 태국이가 네가 지미 엡스틴의 성매매 현장을 고발한 정의로운 기업가라고 하던데.
“태국이 형 만났어?”
– 지금 심심하다고 우리 집 와서 올리비아랑 로즈랑 놀고 있어. 너랑은 연락이 안 됐는데, 일론이랑 연락됐다고.
이미 마크도 모든 것을 다 들은 후였다.
“마크, 이건 비밀이야. 알았지?”
– 그럼, 큰 문제인데….
“왜?”
– 지금 누가 정의로운 사업가가 누구인지 찾겠다면서 현상금을 걸었어. 내가 링크 보내줄게. 한번 봐봐.
전화를 끊고, 나는 마크가 보낸 링크를 클릭했다.
거기에는 지미 엡스틴이라는 쓰레기를 잡는데 협조한 정의로운 사업가를 찾아서 자신이 꼭 키스를 퍼부어 주고 싶다며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가 쓴 글이 있었다.
그리고 유의미한 정보를 주는 사람에게는 현상금으로 천만 원을 주겠다는 글도 덧붙였다.
일론이 링크를 슬쩍 보더니 물었다.
“어… 샤롤리즈 테라잖아. 잠깐, 이 여배우가 지금 우리를 찾고 있는 거야?”
나는 댓글들을 빠르게 읽어내렸다.
나를 비롯한 유명 기업가들의 이름이 댓글에서 논의되고 있었다.
“성국아, 너랑 내 이름도 있어.”
“다행이네요. 그냥 유명 기업가 이름은 다 대는 것 같아요.”
“태국이랑 마크만 조용히 있다면, 아무도 모를 거예요.”
나는 장담했다.
* * *
전태국은 양 비서의 전화를 받고는 멍하니 선 채로 아무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태국, 올리비아가 손에 들린 인형 달래. 근데, 갑자기 무슨 생각해? 얼굴이 심각한데….”
전태국은 올리비아에게 인형을 건네주고는 마크에게 다가왔다.
“마크… 내가 지금 한국에서 연락을 하나 받았거든.”
“무슨 연락을?”
“아버지가… 쓰러지셨대.”
“태국아, 어서 한국 가야지!”
“어… 위독하진 않으시대. 그냥 과로 누적, 뭐 그런 것 같아. 다행히 바로 응급처치해서 회복 중이시라고 하고….”
“그래도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가봐야지. 근데… 이럴 때, 왜 성국이가 없는 거지….”
전태국은 조금 불안했다.
큰일이 일어날 때마다 항상 성국이가 자신의 곁에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없었다. 거기다 거리도 멀었다.
“태국아, 괜찮아?”
“마크, 사실은 하나도 안 괜찮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지금 아버지가 쓰러진 건 언론이 과다하게 삼전을 파고들어서거든. 채순심 국정 농단 사건 때문에.”
“아, 그 태블릿?”
“응.”
전태국은 갈팡질팡했다.
“태국아, 성국이한테 전화라도 해봐.”
“알았어.”
전태국은 성국이에게 전화를 했지만, 성국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수밖에 없었다.
* * *
띠링.
핸드폰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그동안 지미 엡스틴 때문에 몸과 마음이 피곤해서인지 오늘은 아무하고도 연락 같은 것은 하고 싶지 않았다.
“성국아, 메시지 확인해봐.”
하지만 일론이 옆에서 재촉했다.
“아니면 아예 전화를 꺼놓던가. 나처럼….”
“이것만 확인하고, 나도 전화 꺼놔야겠어요.”
나는 대수롭지 않게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런데, 거기에는 전태국의 협박이 있었다.
– 전성국, 지금 당장 나한테 전화 안 하면 네가 정의로운 사업가라고 샤롤리즈 테라가 올린 글에 달아버릴 거야. 그리고 나는 삼전 그룹의 후계자이고, 너와 절친이라 알고 있는 일이라고 올려버릴 거야!
[구 서당 개, 이제 제법 협박도 제대로 하는데?]나는 얼른 전태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무슨 일이에요?”
– 성국아, 나 어떡하지?
“도대체 무슨 일인데요?”
– 아버지가 쓰러지셨대.
“네에?”
전재형 회장이?
2015년이라면… 삼전의 국정 농단 개입으로 시끄러운 때이기도 했다.
그때 전재형 회장은 건강상의 문제로 쓰러지면서 저번 생에서는 부회장이었던 내가 적극적으로 삼전의 얼굴로 알려지기 시작한 때이기도 했다.
[드디어, 그 시기가 온 것인가….]– 양 비서 아저씨가 나보고 한국 들어오래. 근데, 나 너무 무서워, 성국아.
“형, 회장님 괜찮으신 거죠?”
– 어, 근데 할아버지도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잖아. 걱정이 되네.
나도 저번 생에서 심장마비로 죽었다.
– 성국아, 너 언제 올 거야?
“내일 아침에나 갈 수 있어요.”
그 순간, 머릿속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
아마 전태국은 이렇게 한국에 가면 한동안 전재형 회장 대신 각종 조사와 청문회에 불려 다녀야 할 것이다.
“형, 내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만나죠.”
– 알았어, 도착 시간에 맞춰서 나도 비행기 예약할게.
나는 전화를 끊고, 마저 맥주를 쭉 들이켰다.
해가 지는 버진 아일랜드의 노을은 정말 천국과 같았다. 그리고 이제 전태국에게는 지옥이 펼쳐질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