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47)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47화(547/576)
제547화
JNN 채널에서는 밤새 지미 엡스틴의 성매매 범죄에 대한 특집 뉴스를 내보냈다.
케이트 콜린스가 찍은 지미 엡스틴의 버진 아일랜드 저택 곳곳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추악한 범죄가 일어났다는 것에 세상은 또다시 놀랐다.
나는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전태국이 드디어 한국으로 가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VIP와 채순심 게이트에 연루된 삼전에 대한 조사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번 생에서 제일 힘들었던 때를 떠올려보면 이맘때가 생각난다.
채순심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인물에게 엮여서 어쩔 수 없이 돈과 말을 헌납한 것도 아까웠는데, 결국 제대로 국정도 운영 못 해서 나까지 청문회에 오갔기 때문이다.
이 일로 나는 얻은 것도 있었고, 분명 잃은 것도 있었다.
뒤에서 케이트 콜린스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성국아, 내일 아침 8시쯤에 비행기 도착할 것 같다고 연락 왔어.”
케이트 콜린스 역시 무척이나 피곤한 얼굴이었다.
“케이트, 너도 좀 자둬.”
“너야말로 좀 자둬야 하는 거 아니야. 아까부터 계속 생각에 빠져 있잖아. 무슨 생각하는 거야?”
“그냥 한국에 좀 일이 생겨서.”
“VIP 비선 실세 문제 때문에 그러는 거야?”
“응.”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국아, 내가 이번 사건을 네 덕분에 터트리긴 했지만 난 아직도 조금 궁금한 점이 있어.”
“뭐가?”
“넌, 왜 그토록 대한민국 정치에 집착하는 거야? 넌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이잖아.”
“난 한국 사람이잖아. 지금은 미국에서 사업을 하지만 가족들은 모두 한국에 있기도 하고.”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연결된 인연 때문이었다. 바로 전태국과 삼전이라는 인연.
나는 조심스레 말을 돌렸다.
“케이트, 이제 넌 특종을 잡은 기자가 됐잖아.”
“다 네 덕분이지.”
케이트 콜린스는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케이트 콜린스는 JNN에서 벌써 굵직한 특종을 두 개나 터트렸다.
하나는 대한민국의 국정 농단 사태에 관한 것이었고, 또 하나는 지미 엡스틴의 성매매 사건이었다. 미국에서야 후자가 더 주목을 끌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전자에 더 관심이 쏠렸다.
이제 케이트 콜린스는 자신의 야망에 맞게 JNN에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아마 이대로라면 JNN의 뉴스 앵커 자리 하나쯤은 조만간 차지할 것도 같았다.
“성국, 솔직히 네가 나에게 이렇게 굵직한 소스들을 주는 게. 순전히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이유 때문은 아니지?”
[당연하지, 케이트.]나는 모른 척 맥주를 들이켰다.
내 반응을 본 케이트가 빙긋 웃었다.
“침묵은 긍정이란 의미지?”
“…….”
나는 대답 대신 애매하게 웃었다.
“성국아, 이번 일 절대 안 잊을 거야. 그리고 앞으로도 너한테 어떤 이슈가 생기면 나는 너의 편에서 기사를 써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도 해주고 싶어.”
“케이트, 그런 건 약속하는 게 아니야.”
사실 믿지도 않았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게 기자들이었다.
자신들이 필요하다면 오늘 나의 정보든, 오늘 나와 나눈 이 대화까지 어느 날 갑자기 팔아먹을 수 있었다.
“성국, 너는 우리보다도 한참 어린데. 이럴 때 보면 정말 세상 다 산 사람 같아.”
[너도 인생 두 번 살아보면 알게 될 거야.]“케이트, 오늘 너는 특종을 잡았고, 나는 정의를 위해서 좋은 일을 했으니 지금 이 시간만은 편하게 즐기자.”
“그래, 그냥 난… 앞으로 네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은혜는 꼭 갚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내가 원한 것도 그 정도였다.
말 많고, 탈 많은 미국의 비즈니스계에서 어떤 음모가 나를 덮칠지 몰랐다. 그때 필요한 것은 여론을 만들어줄 케이트 콜린스 같은 기자였다.
대한민국의 국정 농단 사건, 지미 엡스틴의 성매매 사건으로 케이트 콜린스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기자 이미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심각하게 하는 거야?”
잠시 자러 들어갔던 일론이 다시 나왔다.
“일론, 잠든 거 아니었어요?”
“이런 섬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잠이나 잘 수 있나. 지미 엡스틴 창고에는 좋은 술이 가득하기도 하고… 참, 내가 지미 엡스틴의 술 창고를 터는 것은 합법적인 행위라는 것만 알아둬. 지미가 이 사건이 터지기 전에 메시지로 자신의 저택에 있는 어떤 술이든, 어떤 음식이든 먹으라고 보낸 게 있어.”
그러더니 일론은 지미 엡스틴의 와인 냉장고에서 제법 비싼 와인을 한 병 가지고 왔다. 솔직히 일론이 못 사 먹을 정도로 비싼 건 아니었다.
만약 지미 엡스틴이 풀려나서 소송이라도 걸까 봐 겁이 나긴 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미 엡스틴은 소송을 걸지 못한다.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감옥에 처박힐 테니까.
“성국아, 오늘 일에 대한 축배를 제대로 들자고!”
“좋죠!”
“케이트도 축하해요. 다음에 내 뉴스 나갈 때 살살 때려줘요.”
“일론, 짹짹이에다가 이상한 소리만 안 하면 돼요.”
“그게 참… 쉽지 않단 말이야.”
일론은 허허 웃었고, 우리는 모두 오늘의 일을 마무리하며 축배를 마셨다.
* * *
나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나를 기다리고 있던 전태국을 만났다.
우리가 만난 곳은 일등석 라운지로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이었다.
전태국은 잔뜩 풀죽은 얼굴로 라운지 구석에 앉아있었다.
“형….”
“어, 성국아.”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도 맥이 빠져 있었다.
“형, 회장님 상태는 어떠세요?”
지금 전재형 회장의 상태는 기사에도 뜨지 않았다. 전재형 회장이 독감에만 걸려서 병원을 오가도 삼전의 주가에 영향이 갔기 때문이다.
“좀 전에도 양 비서님이랑 통화했어. 괜찮으시대. 일전에도 그러신 적 있잖아. 그때도 병원에서 이제 일 좀 줄이고, 스트레스 덜 받게 하라고 했는데….”
전태국은 뒷말을 삼켰다.
전재형 회장이 지금까지 달려온 것은 사실 후계자인 전태국의 능력이 미흡한 부분이 많아서였다.
국민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도 있고, 어릴 적 비호감 이미지도 호감으로 많이 바뀌었지만, 경영 능력은 언제나 도마 위에 오르내렸다.
“괜찮으시다니, 다행이시네요. 그래도 앞으로 대외적인 활동은 좀 무리시겠어요.”
“나랑 양 비서 생각도 그래. 아버지도 좀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고…. 이번에 국정 농단 사건이 커지면서 삼전 이름이 자꾸 나오는 바람에 아버지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신 것 같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선태는 잘 데리고 계신 거죠?”
“양 비서 아저씨가 직접 관리하고 계신 것 같아. 나도 어디에 있는지 몰라. 아마 한국에 들어갔을 수도 있고….”
명성대학교 학생들이 채순심의 딸의 부정 입학에 대해서 연일 농성 중이라는 기사가 뜨고 있었다.
처음에는 쉽게 사그라질 것이라고 여긴 언론들이 부정 입학에 대한 농성이 길어지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는 중이었다.
“형, 이제부터 정신 제대로 차려야 할 거예요. 국정 농단 사건 쉽게 안 사그라들 거예요.”
“진짜? 여태까지는 그냥 정치권에 무슨 일이 생겨도 다들 넘어갔잖아.”
“이제는 SNS의 시대예요. 예전처럼 언론 몇 개 통제한다고 사람들이 눈 감고 넘어가지 않는다고요. 이 사건도 이미 외국에서 보도된 것을 사람들이 다 알고 시작한 거잖아요.”
“하긴….”
전태국은 여전히 시무룩한 얼굴이었다.
“형, 사태가 커지면 아마 대한민국은 처음 겪어보는 일을 맞이할 거예요.”
“성국아, 나 기운 없어. 말 좀 쉽게 해주면 안 돼?”
나는 이를 꽉 물고 말했다.
“대통령이 탄핵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단 말이에요.”
“말도 안 돼….”
내 말을 듣던 전태국이 중얼거리더니, 순간 눈을 번쩍였다.
“성국이 네 말은… 뭐든 꼭 그렇게 됐는데….”
“요즘 SNS를 보면 심상치 않아요. 대통령이 채순심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인물에 놀아난 게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어요.”
“성국아, 만약에 정말 탄핵이든 뭐든 진행되면 어찌 되는 거야?”
“어찌 되긴요. 그 전에 아마 이번 사태들을 둘러싼 각종 청문회가 열릴 거예요. 지금 전재형 회장님의 건강 상태로는 각종 조사나 청문회 참석은 어려울 거예요.”
“그러다가 아버지 큰일 나.”
[그러니까, 이 일은 모두 구 서당 개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귀 좀 알아들어라.]나는 짧게 한숨을 뱉고, 면세점에서 사 온 립밤을 꺼내서 전태국에게 건넸다.
“성국아, 이게 뭐야?”
“형, 말 많이 하면 입술 말라서 립밤 많이 바르잖아요.”
“그렇긴 한데… 이거 싸구려잖아. 나 이런 거 안 써.”
“알아요. 근데, 만약에 청문회 같은 데 나가면 이걸 써요. 연습 삼아 평소에도 쓰라고 넉넉하게 다섯 개 사 왔어요.”
“이거 좋은 거야?”
전태국은 이 정신없는 상황 중에서도 립밤의 질을 따졌다.
“그건 모르겠고요.”
사실 저번 생에서 내가 청문회 나가서 썼던 립밤이었다. 물론 삼전 기획팀의 철저한 계획하에 쓴 제품이었다.
누구나 쉽게 어디서나 살 수 있는 가격대의 립밤을 바르는 모습을 노출하면서 엘리트 경영인의 면모를 좀 더 친근하게 바꾸기 위해서였다.
“형, 형은 항상 명품을 애용했잖아요. 하지만 이런 사소한 물건 몇 가지는 서민들도 쉽게 살 수 있는 것을 써보세요. 옷이야 브랜드 로고가 노출되지 않으면 화면에서야 어떤 브랜드인지 잘 모르지만, 이런 물건들은 쉽게 알 수 있어서 형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관심 가질 거예요.”
“흠… 그래. 네가 우리 기획팀보다 낫다.”
“그리고 한국 들어가면 슈퍼카는 몰지 말고, 국내 브랜드 차량으로 바꾸세요.”
“포르샤는 요즘 강남 나가면 많아. 그것도 안 돼?”
“국내 브랜드 승용차 중에서 그냥 제일 비싼 거 타세요. 그게 더 이미지에 도움이 될 거예요. 그리고 신발이나 점퍼 같은 거, 눈에 잘 보이는 제품들은 꼭 국산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물건으로 구비하세요.”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전태국은 뚱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형, 형은 지금까지는 삼전의 후계자, 부회장으로 간혹 언론에 노출됐어요. 혹은 형의 SNS를 통해서 노출됐고요. 그때 사람들은 그냥 다른 세상 사는 재벌로 봤지만, 이제부터 형은 사람들에게 국정 농단 사태의 관련자 중 한 명이에요.”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구 서당 개, 네가 한 게 없어도 삼전이 한 게 많아.]전태국은 연신 투덜거렸다.
“형, 이번 국정 농단 사태는 오히려 형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어요.”
저번 생에서 나는 국정 농단 청문회를 통해서 오히려 엘리트 경영인의 이미지를 벗고, 친근한 경영인으로 탈바꿈했다.
“무슨 기회? 어차피 청문회 나가면 물고 뜯기 바쁠 텐데.”
“사람들은 재벌들이 어쩔 수 없이 국정 농단 사태에 개입한 것을 알아요. 안 그랬다가는 기업에 불이익이 가니까요. 그때, 형이 해야 할 일은 누구에게나 친근감 있게 보이는 거예요.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이번 청문회가 오히려 형을 스타로 만들어 줄 거예요.”
전태국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단 얼굴이었다.
“성국아, 네 말이니까 듣긴 해볼게.”
박성희 비서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부회장님, 비행기에 오르셔야 할 시간입니다.”
나는 전태국에게 립밤 다섯 개를 꼭 쥐여 줬다.
전태국은 내 손을 꼭 쥐고는 눈시울을 붉혔다.
“성국아, 혹시 내가… 구치소라도 가면… 면회 꼭 와야 해.”
“형, 구치소 가게 되면 식단 잘 챙기고 운동도 규칙적으로 해서 다이어트 좀 하세요.”
“암튼 끝까지 매정하긴.”
“아직 구치소행이 결정된 것도 아니잖아요. 만약 결정되면 면회 꼭 갈게요.”
“나, 예민해서 그런 데서 잠도 못 자는데. 성국아, 나 이제 진짜 간다.”
[구 서당 개, 걱정 마. 넌 오히려 구치소가 체질일 거야.]그렇게 전태국은 대한민국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