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raise this family RAW novel - Chapter (550)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550화(550/576)
제550화
마크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이제 갓 태어난 생명체를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 마크와 리미미를 반반 닮은 아기였다.
“마크, 이제 세 아이의 아빠가 된 거 축하해.”
“성국아, 정말 실감이 안 나. 내가 정말 세 아이의 아빠 맞는 거지?”
“볼이라도 꼬집어 줘?”
“꼬집어 달라고 하면, 네가 인정사정없이 꼬집을 것 같아서 그만둘래.”
마크는 붉어진 눈시울로 배시시 웃었다.
“성국아, 근데 눈이 완전 미미지?”
“응. 코랑 입술은 누가 봐도 너야.”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이 지긋한 간호사가 오더니 함박 미소를 지었다.
“두 분 그런 이야기 지금은 아무 소용없어요. 아이는 자라면서 12번도 더 얼굴이 변한다고요.”
간호사는 세 아이의 아빠가 됐지만, 여전히 초보 아빠 같은 마크의 등을 토닥였다.
“자, 두 분 수다는 그만 떨고 아내이자 엄마에게도 가보세요.”
나는 마크의 등을 떠밀었다.
“마크, 나는 이제 가볼게. 리미미 씨에게 수고했다고 전해줘.”
“우리 집으로 갈 거지?”
“응.”
“김미소 씨랑 지희에게 우리 올리비아랑 로즈 잘 부탁한다고 전해줘.”
“알았어.”
* * *
마크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깨끗한 거실이었다.
밤새 술과 음식을 먹었던 거실은 어느새 정돈되어 있었고, 주방에서는 맛있는 미역국 냄새가 났다.
나는 조용히 부엌으로 들어갔다.
이건주와 구진성이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냄새에요, 이건주 씨?”
“대표님, 오셨어요? 리미미 씨 아이는 순산하셨어요?”
구진성이 물었다.
“네, 예쁜 딸이 또 나왔어요.”
“지금 이건주 씨가 리미미 씨 퇴원하면 먹을 음식들 해놓고 있어요. 불고기랑 밑반찬들 했는데, 여기서 한식당 열어도 될 수준이에요.”
아직 이건주의 정체를 모르는 구진성은 이건주 칭찬을 늘어놨다.
[구진성, 당신은 지금 호랑이 새끼를 곁에 둔 거라고.]“이건주 씨, 오늘 저녁도 잘 부탁드려요.”
“물론이죠, 대표님!”
나는 올리비아와 로즈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방 안에서는 두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똑. 똑.
문을 노크하자 안에서 김미소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올리비아와 로즈가 한꺼번에 달려왔다.
“삼촌!!!”
그런데 지희와 미진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올리비아의 손을 잡고, 로즈를 안은 채 김미소를 쳐다봤다.
“김미소 씨, 지희랑 미진이는 어디 갔어요?”
“지희 양이 오늘 인플루언서 행사가 있는데, 비서인 미진 씨가 깜빡한 모양이더라고요. 아침에 미진 씨 비서에게 연락이 와서 부랴부랴 갔어요.”
“그나마 미진이에게 비서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저도 삼전에 있을 때, 아가씨 모셔봤지만 이런 거 미리미리 공지해 드려도 자주 잊어버리세요.”
“지희 일 하면서 사람 좀 변한 줄 알았더니….”
내 말에 김미소 비서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때, 올리비아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삼촌,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아이스크림?”
“응!!!”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동생인 로즈도 혀 짧은 소리로 아이스크림을 외쳤다.
“아슈크림! 아슈크림!”
나는 난감했다.
이맘때의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되는지도 몰랐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몰랐다.
내가 난감해하자 김미소 비서가 얼른 올리비아의 손을 잡았다.
“올리비아,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네에!”
“올리비아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뭐야?”
“쇼핑몰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우유 아이스크림이요.”
올리비아는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대표님, 올리비아가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이 있나 본데요.”
“김미소 씨, 근데 부모에게 허락을 좀 받아야 할 것 같아요.”
“그렇긴 해요. 아이들이 혹시 알레르기가 있을 수도 있고, 먹는 약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나는 얼른 마크에게 전화를 걸어서 올리비아와 로즈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 성국, 차로 10분만 가면 있는 쇼핑몰의 우유 아이스크림을 올리비아가 좋아해. 로즈는 어차피 사줘도 한 숟가락 먹고 안 먹으니까 그냥 하나 사서 나눠 먹여.
“어, 알았어.”
나는 전화를 끊고 잠시 머뭇거렸다.
올리비아와 로즈의 손을 잡고 김미소 씨와 쇼핑몰에 갈 생각을 하니, 뭔가 살짝 설레기도 했다.
[흠… 가정을 이룬다면 쉬는 날 이렇게 가족의 손을 잡고 쇼핑몰 가는 게 일상이겠지?]“대표님, 마크 대표님이 뭐라고 하세요?”
“올리비아가 말한 그 아이스크림 괜찮대요. 로즈도 먹여도 되는데, 어차피 한 숟가락만 먹고 안 먹으니 하나 사서 나눠 먹이라고 하네요.”
“다행이네요.”
우리 말을 듣고 있던 올리비아가 내 손을 격하게 당겼다.
“삼촌, 가자!”
“올리비아, 겉옷 입고.”
“응, 삼촌!”
* * *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올리비아의 손을 잡고, 김미소는 어느새 잠든 로즈의 유모차를 끌었다.
누가 봐도 휴일의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이었다.
“대표님, 이 집 아이스크림 정말 순하고 맛있네요.”
뒤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따라오는 구진성과 이건주만 없다면.
이건주는 아이스크림을 한입에 털어 넣더니 김미소에게서 유모차까지 인수인계 받았다.
“미소 씨, 제가 밀게요. 미소 씨도 어서 아이스크림 드세요.”
“고마워요, 건주 씨.”
그렇게 나와 이건주는 단란하게 아이들을 맡았다.
이때, 이건주가 손가락으로 쇼핑몰 구석을 가리켰다.
“대표님, 저기 보세요. 코리안 푸드 팝업이 있는데요.”
“한번 가보죠.”
우리는 모두 코리안 푸드 팝업이 열린 곳으로 향했다.
멀리서도 떡볶이와 치킨을 비롯한 한국 음식 냄새가 났다. 그리고 팝업 매장 옆에 세워진 모니터에서는 <세븐즈>의 너튜브 영상이 연이어 나오고 있었다.
<세븐즈> 멤버들이 너튜브에 올린 떡볶이, 치킨 먹방이었다.
사실 먹방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멤버들끼리 놀다가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 먹던 음식들이 대부분 떡볶이나 치킨 같은 음식들이었다.
“대표님, <세븐즈> 영상이네요.”
김미소도 알은척을 했다.
“대표님 동생분이 여기 멤버죠?”
“네, 구진성 씨. 저기 지금 막 치킨 닭 다리 뜯는 녀석이 제 동생입니다.”
영상에서 민국이가 막 닭 다리를 잡더니 신나 하는 모습이 보였다.
영상을 보고 선 우리에게 미국 직원이 말을 걸었다.
“<세븐즈>라고 한국 그룹이에요. 이 친구들 노래도 좋고, 춤도 얼마나 잘 추는지 몰라요. 제가 이번에 여기서 팝업하게 된 것도 다 이 친구들 덕분이에요.”
“그 정도로 유명하나요? 저희도 한국 사람이긴 하지만, 잘 체감을 못 해서요.”
나는 모른 척 물었다.
“아직은 좋아하는 사람들만 좋아하는 그룹이지만, 이 친구들 분명 엄청 유명해질 거예요. 우리 팬들이 라디오에다가 노래 틀어달라고 매일 엽서도 쓰고, 선물도 보내고 있어요. 제 소원이 이 친구들 노래가 빌보드에 핫100 차트에 오르는 거예요.”
팝업 직원은 진심으로 <세븐즈>의 팬 같았다. 그리고 이런 진정성 있는 팬들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세븐즈>가 해외에서도 팬덤을 형성할 수 있는 그룹이라는 의미였다.
나는 팝업 매장을 휙 훑었다.
“저도 이 그룹 앞으로 매우 좋아하게 될 것 같네요. 여기 있는 떡볶이, 치킨 그리고 김밥. 다 주세요.”
“정말요?”
팝업 직원이 놀라 눈이 커졌다.
“앞으로 <세븐즈>에 대한 응원 계속 부탁드릴게요.”
“당연하죠. 이 팝업 알바해서 번 돈으로 한국 가는 게 제 소원이예요.”
팝업 직원은 신이 나서 음식들을 담았다.
직원의 행동과 말에서 <세븐즈>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이렇게 <세븐즈>의 팬덤이 미국에서도 시작되는 건가….]민국이 녀석도 슬슬 제대로 밥값 벌 때가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 * *
‘페이스 노트’ 본사에는 연휴지만 나와서 일을 보는 직원들이 종종 보였다.
나는 코리안 푸드 팝업 매장에서 사온 떡볶이와 치킨, 김밥을 테이블 위에 세팅하고는 사내 공지를 올렸다.
– 휴게실에 코리안 푸드가 있습니다. 휴일에도 나온 직원분들 먹고 힘내세요!
그러자 곧 많은 댓글이 달렸다.
– 전성국 대표님, 갑자기 스윗하면 무섭다고요. 2016년 새해에는 얼마나 더 일을 시키려고 그러는 거예요?
– 우선 먹고 생각해요. 샘과 애덤이 달려가고 있다고요!
이 댓글과 동시에 샘과 애덤이 1등으로 도착했다.
두 사람은 띡똑이 챌린지 등으로 서서히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연말에도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한마디로, 여전히 두 사람은 회사에서 먹고 자고 있다는 말이었다.
“성국! 이게 얼마 만에 보는 한국식 치킨인지 모르겠어요.”
애덤은 거의 이산가족 상봉한 느낌으로 치킨을 쳐다봤다.
“애덤, 어서 먹고 힘내요.”
“성국, 근데 혼자 이거 사서 온 거예요?”
“뭐, 그렇게 됐어요.”
올리비아와 로즈 때문에 김미소는 같이 올 수 없었고, 구진성과 이건주도 코리안 푸드를 잔뜩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결국, 난 이번 새해도 샘과 애덤과 같이 회사에서 보낼 운명인 것 같았다.
“성국, 근데 우리 본사 이전은 어떻게 진행 중이에요?”
샘이 매운 떡볶이를 익숙하게 먹으며 물었다.
사실 ‘페이스 노트’ 본사 이전은 조금 늦어지고 있었다.
설계도면을 뽑는 데도 시간이 걸렸지만, 천천히 하더라도 완벽하게 본사를 건축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올해에는 이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페이스 노트’ 캠퍼스로요. 두 사람에게는 선택권을 줄게요. 원한다면 개인 사무실을 만들 수도 있어요.”
샘과 애덤은 서로를 잠시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성국, 우리는 개인 사무실 필요 없어요. 샘이나 저나 솔직히 어디에 터를 잡든 개인 사무실화가 되어버리거든요. 전 제 화초들과 함께라면 어디든 상관없어요.”
사실 지금도 애덤은 화초들에 둘러싸여서 혼자 사무실을 쓰는 것과 같았고, 샘은 쭉 모아오던 <스타워즈> 굿즈들 때문에 사방이 벽과 같았다.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말해요.”
“그냥 전… 다른 건 필요 없고, 수면실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애덤, 그건 절대 안 돼요. 잠깐 낮잠을 자거나 쉴 수 있는 휴게실은 당연히 있겠지만, 수면실 만들었다가는 샘과 애덤 둘 다 집에 안 들어갈 거잖아요!”
“하긴….”
애덤은 쑥스러운 듯 마저 닭 다리를 뜯었다.
어쩌면 <세븐즈>의 팬덤이 <세븐즈>를 일으키듯, 샘과 애덤 같은 ‘페이스 노트’의 개발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페이스 노트’도 인스타그림과 너튜브 그리고 띡똑도 있는지 몰랐다.
“두 사람, 띡똑 바쁜 거 끝나면 휴가 다녀오세요. 제가 휴가비 전액 지원합니다.”
“흠… 이번에 새로 들인 화초는 예민해서 다른 사람 손 타면 잎이 시들더라고요. 그 녀석 때문에 전 휴가는 힘들 것 같아요.”
“샘은요?”
“성국, 전 휴가보다는 이번에 새로 나온 <스타워즈> 굿즈 하나면 좋을 것 같아요.”
“하아… 어쩔 수 없네요. 두 사람 편한 대로 하세요.”
이때, 애덤이 놀란 눈으로 핸드폰을 앞으로 내밀었다.
“성국, 이거 태국 아니에요?”
애덤이 내민 핸드폰에는 태국이 청문회장에서 웃음을 참으며 립밤을 바르는 장면이 JNN 메인 화면에 나와 있었다.
– 국정 농단 사건으로 심각한 대한민국 청문회장을 웃음바다로 만든 삼전 그룹이 후계자인 전태국 부회장의 해맑은 미소!
청문회장에서 삼전 그룹의 전태국에게 한 국회의원이 이런 질문을 던진 모양이었다.
– 대통령과 독대 때 어떤 대화를 나누셨나요?
– 반도체에 대해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해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실 수 있지 않을 텐데요.
그러자 전태국이 해맑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 그건 저도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지식이 없어서 괜찮았습니다.
그 말에 청문회장에 웃음바다가 됐고, 전태국은 웃다가 마른 입술에 립밤을 발랐다. 그리고 연이은 기사가 보였다.
– 전태국 효과! 하나에 2,000원 하는 립밤 품절 대란!
역시 내 예상대로 모든 것이 흘러가고 있었다.